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
 1  2  3  4  5  6  >>
 
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길을 잃은 날에
작가 : 연시
작품등록일 : 2018.12.21

불에 타 죽은 고등학생이 저승에서 길을 잃은 되고
망자인 상태로 과거의 이승으로 돌아가게 된다.

과거에서 펼쳐지는 '오늘' 이야기.


*로맨스판타지 장르로 선택되었지만 '로맨스'가 주는 아닙니다.

 
침입자
작성일 : 18-12-25 00:02     조회 : 236     추천 : 0     분량 : 7152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매서운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이었다.

  늘은 석곤과 함께 위장 임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처마 아래서 비를 피했다.

  온몸이 축축했다.

  기마도 제법 익숙해졌고 임무도 석곤과 함께라면 곧잘 해냈다.

  꿈에서 천오를 만난 게 ‘늘’의 삶에 최선을 다해도 된다는 허락을 받은 느낌이었으니까.

  늘은 천오가 해결책을 가져올 때까지는 정말 ‘늘’이 되자고 다짐했다.

 

  어스름이 지자 그들이 선 처마에 홍등이 밝았다.

  기방 앞이었다.

  석곤이 자리를 옮기려다 늘의 모습을 보고 멈칫했다.

  선비 차림이었던 늘의 모습이 엉망이었다.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머리가 갓 아래로 흘러내렸고 도포가 몸에 달라붙어 몸의 윤곽을 드러냈다.

  석곤은 늘에게 기다리라는 말과 함께 기방에 들어갔다.

  잠시 후 모습을 드러낸 석곤의 손에는 여인의 옷이 든 보자기가 들려 있었다.

 

  “돌아가면 머리를 올리는 법부터 알려드리겠습니다.”

 

  알려준 이가 없으니 상투를 트는 법을 혼자서 해결할 수 없었다.

  일명 똥머리로 대충 위장한 게 잘못이었다.

  매번 투구 따위로 머리를 가리고 다니는 차림새라 아무렇게 묶고 있었지만, 이걸 갓을 통해 들킬 줄이야.

 

  석곤은 숨어서 갈아입기 적당한 곳을 찾았다.

  늘은 나무 뒤에서 갓과 도포를 벗어 석곤이 건넨 옷으로 갈아입기 시작했다.

  올려 묶은 머리를 거칠게 풀어헤쳐 세 가닥으로 땋으니 금세 이미지가 바뀌었다.

  석곤이 그 머리 위에 쓰개치마를 덮었다.

  이쪽이 더 안전하게 궁으로 들어가기 좋았다.

 

  석곤은 늘을 말에 태우고 궁을 향해 달렸다.

  늘은 쓰개치마를 꽉 잡은 채 석곤의 품에 기댔다.

  굵은 빗발에 말이 살짝 미끄러지기도 했지만, 석곤은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그 덕에 궐까지는 빠르게 도착할 수 있었다.

 

  그들은 보는 눈을 피해 궁 끝쪽으로 돌아 구천전 근처에 멈췄다.

  석곤이 먼저 말에서 내려 늘이 내리는 것을 부축했다.

  말이 설 수 있는 곳에 멈추다 보니, 침소까지는 조금 더 걸어가야 했다.

  늘은 대장군 혼자 쓰는데 쓸데없이 넓은 구천전의 효율성을 이해할 수 없었다.

 

  “저는 임무 보고를 위해 구룡전에 들렀다 천룡관으로 돌아갈 테니 먼저 쉬십시오. 고생하셨습니다.”

 

  둘은 짧게 인사를 나눈 뒤 침소 앞에서 헤어졌다.

  침소 주위엔 웬일인지 호위가 없었다.

  비바람 때문인지 임무를 마치고 온 늘보다 조금 늦는 것 같았다.

  인적이 없어 분위기가 제법 삭막했지만, 늘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늘이 침소로 들어와 입고 왔던 옷이 든 보자기를 내려놓았다.

  씻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축축한 쓰개치마를 벗고 옷을 갈아입으려는데,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약간 타는 듯한 냄새가 났으며 미묘하게 등골이 서늘했다.

  늘은 천천히 허리를 펴고 주변을 살폈다.

 

  방을 뒤진 흔적이 있었다.

  신경이 예민하게 곤두서지 않았다면 모르고 지나갔을 작은 변화였다.

  나오기 전과 촛대의 방향이라든지 베개의 위치가 아주 미세하게 뒤틀려 있었다.

  구천전을 관리하는 전담 나인들이 그 각을 놓치지 않았을 리 없었다.

 

  늘은 이 몸에서만 느낄 수 있는 날카로운 기를 세워 숨을 짧게 들이켰다.

  오 가문의 사람일 수도 있었지만, 오 가문의 사람들은 위치가 뒤틀린 것들을 만질 이유가 없었다.

  더군다나 냄새 자체가 달랐다.

  늘은 조심스럽게 침상 옆에 세워진 병풍을 바라봤다.

  기척이 나는 곳이라면 그곳이다.

 

  재빨리 침소를 뛰쳐나갔다.

  늘이 소지한 무기는 없었다.

  적의 기습과 마주치면 곤란했다.

  게다가 지금 늘은 죽어선 안 되는 몸이다.

 

  그때 침소 안에서 누군가 거칠게 늘의 머리를 잡아당겼다.

  늘은 비명을 삼키며 문지방 위로 넘어졌다.

  낯선 자는 누군가 볼 새라 재빨리 늘을 침소로 당겨 문을 닫았다.

  순식간에 당했다.

 

  누군가 문을 가리고 섰다.

  늘은 자신의 목에 겨눈 칼을 내려다봤다.

  상대는 복면을 쓴 자라 모습을 확인하기 어려웠다.

 

  “대장군은 어디 있지?”

 

  늘은 그제야 자신이 여인의 차림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객은 자신을 대장군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누구냐.”

 

  “대장군은 어디 있느냐 물었다.”

 

  “나도 모른다.”

 

  자객은 천천히 늘의 얼굴을 살폈다.

  늘의 목에 차가운 칼날이 닿았다.

 

  “묘하게 익숙한 얼굴이구나.”

 

  격식을 갖춘 말투.

  늘은 그의 말투에서 평범한 자객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다.

 

  “나를 안단 말이냐. 그대는 누구냐.”

 

  늘이 조심스럽게 자객의 복면에 손을 댔지만, 그가 재빨리 늘의 손을 쳐내고 목에 댄 칼에 힘을 주었다.

 

  “허튼짓하면 가만두지 않겠다.”

 

  “나를 죽일 것이냐.”

 

  “두 번의 실수는 없다.”

 

  두 번의 실수라니.

  늘이 헛웃음을 흘렸다.

  네가 그놈이구나.

 

  늘은 재빨리 칼을 쥔 상대의 손을 꺾어 칼을 빼앗았다.

  다시금 차게 식은 몸이 전투에 반응했다.

  그가 손에 힘을 준 틈을 타 복부를 발로 차고 그와 떨어졌다.

  상대는 손목을 감싸 쥔 채 거친 숨을 뱉었다.

 

  “네 이년···.”

 

  “내 너를 살려두지 않겠다.”

 

  좁은 방 안에서 두 사람이 뒤엉켰다.

  어둠에 익숙해진 둘은 빠르게 서로의 틈을 노렸다.

  치고 빠지는 게 빠른 자였다.

  오 가문의 전투 방식과는 많이 달랐다.

 

  늘이 그의 왼쪽 어깻죽지를 찌르며 목을 눌렀다.

  동시에 늘의 왼쪽 옆구리에도 서늘한 기운이 파고들었다.

  상대는 꺾인 목을 부여잡은 채 신음을 뱉었다.

  늘은 허리를 붙잡은 채 그의 움직임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는 비틀거리며 뒷걸음질 치다 문 옆에 있던 화분을 떨어뜨렸다.

 

  “네년이 그때 대장군의 곁에 있던 계집이구나.”

 

  늘이 재빨리 그의 오금 쪽을 찼고 상대는 한쪽 무릎을 꿇은 채 바닥에 주저앉았다.

  늘이 손을 뻗어 그의 복면을 벗기자마자 그가 늘에게 달려들었다.

  어두운 방에 두 그림자가 다시 뒤엉켰다.

  상대의 머리에 얼굴을 부딪친 늘이 눈을 찌푸렸다.

  상대는 늘의 찢어진 옆구리에 주먹을 내려쳤다.

  늘은 소리 지르지 않으려 이를 악물었다.

  고통스러웠지만, 정신이 아득해지려면 멀었다.

 

  그때 문이 열렸다.

  그리고 순식간에 상대가 바깥으로 뛰쳐나갔다.

  문을 연 호위무사가 놀란 표정으로 늘을 바라봤다.

 

  “잡아!”

 

  늘의 외침에 호위가 재빨리 사라진 자객의 뒤를 쫓았다.

  급소를 공격하지 못한 탓이다.

  그에게 물어볼 것이 있어 전투에 여유를 부린 탓이다.

  정말 내일의 사고가 자신과 관련이 없는 것인지 궁금했다.

 

  늘은 인상을 찌푸리며 상처를 짓눌러 지혈했다.

  설사 살려뒀다 해도 원하는 답은 얻지 못했겠지.

  그 덕에 제 발로 찾아 들어온 범인을 놓치고 말았다.

  온 오 가문의 무사가 그를 쫓고 있었는데···.

  늘은 자괴감이 들었다.

  이대로 그를 놓친다면?

  내일을 볼 면목이나 있을까.

 

  그렇게 여러 이유로 자책하기를 한참, 정신이 들자 상처가 제법 욱신거렸다.

 

  “대장군, 계십니까?”

 

  하담의 소리에 늘이 문을 닫으려 침상에서 재빨리 일어섰지만, 안을 살피던 하담과 그대로 마주 본 꼴이 되었다.

  하담은 젖은 어깨를 털던 자세로 굳었다.

  늘이 당황한 표정으로 문을 닫았지만, 하담에 의해 다시 열렸다.

  이제 하담은 허락도 없이 침소 안으로 발을 들였다.

 

  “뭡니까? 대장군!”

 

  우렁찬 소리에 늘은 귀가 울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제법 피를 많이 흘렸다.

  하담은 더 생각해보지도 않고 늘의 팔을 잡은 채 뒤돌았다.

  늘을 업으려 했지만 늘이 그의 등을 밀며 업히는 것을 거부했다.

  그런데도 하담은 아랑곳하지 않고 힘주어 늘을 둘러업은 뒤 침소를 빠져나갔다.

 

  하담이 향한 곳은 천룡관이었다.

  천룡관에선 잦은 전투로 인해 전문 의관을 따로 두고 있었다.

  웬 여인을 업은 하담이 천룡관에 들자 천룡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쏠렸다.

  하담은 빠르게 위층으로 향했다.

  겨레에게 침을 놓고 있던 의원이 소란에 고개를 들었다.

 

  “선생님 분명 오 가문에 있던 의관이셨지요?”

 

  “그렇소만.”

 

  하담이 겨레의 옆에 늘을 눕히곤 겨레의 얼굴에 천을 덮었다.

  의원은 늘의 모습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아니, 이···.”

 

  “제발, 치료 좀 부탁합니다.”

 

  겨레가 소란에 천을 내리려 시도했지만, 하담이 그의 얼굴에 천을 누른 채 그를 일으켰다.

  의원은 서둘러 치료 준비를 시작했다.

  하담은 겨레를 끌고서 그를 아래층으로 밀었다.

  등에 침을 꽂은 채 연유도 모르고 쫓겨난 겨레였다.

 

  “제발 아무 말 하지 말고 거기 있어 줘.”

 

  겨레는 얼떨결에 계단을 내려갔다.

  한껏 겁에 질린 하담의 표정은 처음이었다.

  아래층으로 내려오자 천룡이 모두 자신을 보고 있었다.

 

  왜?

  겨레가 알 수 없다는 듯 어깨를 들썩였다.

 

  “하담이 웬 여인을 업고 왔던데?”

 

  “여인?”

 

  배신감에 겨레의 언성이 높아졌다.

 

 

 

  늘은 쓰러지지도 않은 채 상처를 치료하는 동안 고통을 고스란히 느꼈다.

  무기는 작은 단도였지만, 끝까지 밀어 넣은 듯 상처가 꽤 깊었다.

  하담은 치료가 끝날 때까지 계단을 지키며 그 근처를 서성였다.

 

  하담이 여인을 데리고 왔다는 소식을 들은 석곤이 올라왔다.

  석곤의 표정은 잔뜩 굳어 있었다.

  하담은 석곤에게만 길을 텄다.

  우려하던 일이 실제가 되었다.

  석곤은 늘의 얼굴을 확인하더니 할 말을 잃고 늘 앞에 한참을 앉아 있었다.

  고개를 숙인 그의 뒷모습에서 많은 것이 느껴졌다.

 

  그의 주먹 쥔 손에 손톱 모양이 깊게 팼다.

  괜찮은 것이냐 물은 석곤의 물음에 의원은 고개만 끄덕였다.

  그 짧은 틈에 일어난 일이었다.

  침소가 멀쩡한지 확인하지 않은 것은 본인의 불찰이었다.

  상장군을 볼 면목이 없었다.

  늘과 평소처럼 얘기할 자신이 없었다.

  모든 게 죄스러웠다.

 

  “누구냐.”

 

  하담을 향한 낮게 깔린 석곤의 목소리였다.

  하담이 아래층을 잠시 확인하곤 석곤의 옆에 앉았다.

 

  “저도 모르겠습니다. 대장군을 뵈러 침소로 갔는데 문이 열려 있었고 이 상태셨습니다.”

 

  “누구냐 물었다.”

 

  하담은 말없이 고개를 숙이더니 천룡관을 나섰다.

  늘을 공격한 자를 찾아오라는 간접적인 명이었다.

  늘이 석곤의 손을 잡았다.

 

  “사부.”

 

  “미안하다.”

 

  “그놈이야···.”

 

  “그놈이라니?”

 

  “내일이···.”

 

  석곤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아침이 밝기도 전에 석곤은 오 가문의 무사들과 함께 자객을 찾는 데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대장군이 머물던 구천전을 점거해 자객의 단서를 찾는 데 혈안이 되어 있었다.

  내일에 이어 늘에게까지 직접적인 가해를 한 자였다.

  그들은 자객을 놓치면 자결뿐이라는 마음으로 구천전에서 흔적을 찾았다.

 

  늘은 상처가 낫는 동안 천룡관 2층에 머물며 의관의 치료를 받았다.

  천룡관 2층은 자연스럽게 천룡에게 폐쇄되었다.

 

  “제 옷 좀 가져다주십시오.”

 

  “죄송합니다. 자리를 비울 수 없어···.”

 

  “그럼 청년부 천룡 김혜성을 불러주십시오.”

 

  의원은 금방 혜성을 데리고 왔다.

  혜성은 늘의 모습을 보며 입을 반쯤 벌리고서 멍하니 섰다.

  늘이 옆구리를 잡은 채 몸을 일으켰다.

 

  “미안하지만, 내 옷 좀 가져다주겠나?”

 

  혜성은 그제야 석곤의 부재와 천룡 내의 작은 소란을 이해할 수 있었다.

  티 나지 않게 굳은 얼굴이었다.

 

  혜성이 대장군의 옷을 가져오는 데 제법 오랜 시간이 걸렸다.

  처소의 소란도 그렇고 석곤이 혜성이 그의 옷을 가져가는 것에 대해 못마땅해 했다.

  늘은 옷을 받고선 그 자리에서 아무렇게나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혜성이 재빨리 뒤를 돌았다.

 

  옆구리가 욱신거렸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늘은 그를 붙잡아 실마리를 풀고 싶어 했다.

  가만히 누워만 있자니 그자가 언제 어디서 자신을 다시 위협할지 모른다는 생각만이 들었다.

  사실상 여태 아무것도 찾지 못한 오 가문의 무사도 믿을 만할 게 못 됐다.

  자신의 편인 하담과 힘을 합치는 게 나았다.

 

  늘은 마지막으로 투구까지 제대로 갖춰 쓰고선 나갈 채비를 마쳤다.

 

  “잠시 기다리고 계시면 천룡관을 비우겠습니다.”

 

  혜성은 아래층에 있던 천룡을 모두 내보낸 뒤 석곤만 사용하던 뒷문으로 빠져나갔다.

  늘은 곧장 자신의 처소인 구천전으로 향했다.

  구룡전이 바로 옆에 있는데 구천전을 들쑤시는 여러 무사의 모습은 이상할 수밖에 없었다.

  구천전에 도착하자 늘은 자신의 침소를 들락거리는 무사들을 볼 수 있었다.

  기류왕이 보기라도 한다면···.

 

  “그만하여라. 그만큼 뒤졌는데 발견되지 않을 흔적이라면 없는 거다.”

 

  “대장군.”

 

  오 가문의 무사가 황급히 허리를 숙였다.

 

  “그자를 쫓던 무사는 어디 있지?”

 

  “그자를 쫓던 무사라니요?”

 

  “다툼 중에 내 침소의 문을 열기에 쫓으라고 명했다.”

 

  늘의 앞에 있던 무사들은 서로 눈짓을 주고받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늘의 입에선 자연스럽게 헛웃음이 터졌다.

  우리 쪽의 무사마저 위장 무사였다.

 

  “여봐라!”

 

  늘의 외침에 처소 곳곳을 뒤지던 무사들이 일사불란하게 모였다.

  늘은 무릎을 꿇은 석곤을 차갑게 내려다봤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이냐?”

 

  “면목없습니다.”

 

  “내부자의 소행이냐.”

 

  “모르겠습니다.”

 

  “그대들은 정녕 아는 것이 없느냐.”

 

  “송구합니다.”

 

  늘이 가장 앞에 무릎 꿇은 무사의 어깨를 밟았다.

  어깨를 밟힌 무사가 신음을 참으려 입술을 물었다.

  없는 존재인데도 목숨을 위협당하는 것보단, 차라리 위협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곳은 썩어빠졌다.

 

  “며칠이 지났는지 알 수가 없구나. 한라의 최고라 불리는 대장군이 그 꼴을 당했는데 너무 태평한 것이 아닌가? 흔적도 없어, 두 번이나 집을 내주고 오 가문의 무사 흉내까지. 더 흉해질 것도 없구나. 일이 이렇게 된 차에, 대장군의 자리를 그자에게 내어 주는 것은 어떠한가?”

 

  “송구합니다!”

 

  “고개 똑바로 들고 사흘 내로 그자를 산 채로 잡아와라.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네놈의 목이 잘릴 것이다.”

 

  낯선 늘의 모습에 오 가문의 무사들이 당황했다.

  그러면서도 늘의 말을 거역할 수 없었다.

  너무 가볍게 압도당했다.

  가짜 대장군이라 하여도 그는 오 가문의 장녀였다.

 

  늘은 자신의 침소 문을 밀었다.

  자객이 사용했던 흉기를 오 가문의 무사들이 찾지 못한 것을 보면 하담이 가져간 것이 분명했다.

  그 외에 거처를 뒤져서 나오는 것은 없었다.

  무사들은 막막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석곤이 먼저 일어서 그들을 지휘했다.

  석곤은 검은 복면의 단서만 쥔 채 한라 곳곳에 무사를 풀었다.

 

  혜성은 입을 꾹 다문 늘을 따르며 그를 살폈다.

  내일 대장군과 같이 오 가문의 무사를 한 마디에 휘어잡는 자.

  정체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너는 나와 할 일이 있다.”

 

  “따르겠습니다.”

 

  “겨레에게 사정을 말하고 동행해라.”

 

  늘은 본격적으로 편을 늘리기 시작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1 연정 2018 / 12 / 31 246 0 6382   
20 오늘의 삶 2018 / 12 / 30 235 0 6128   
19 전생 기억법 2018 / 12 / 29 235 0 7493   
18 지는 오늘 오는 오늘 2018 / 12 / 29 231 0 5171   
17 두 명의 대장군 2018 / 12 / 28 228 0 7375   
16 불타는 학살자 2018 / 12 / 28 254 0 6660   
15 전쟁의 불씨 2018 / 12 / 27 240 0 5152   
14 태양과 달 2018 / 12 / 27 233 0 6349   
13 복귀 2018 / 12 / 26 236 0 5911   
12 문호 2018 / 12 / 26 225 0 8077   
11 향가 2018 / 12 / 25 232 0 5715   
10 침입자 2018 / 12 / 25 237 0 7152   
9 저승문 2018 / 12 / 24 235 0 4205   
8 풀어진 비밀 2018 / 12 / 24 241 0 5133   
7 김혜성 2018 / 12 / 23 236 0 6909   
6 천룡제 2018 / 12 / 23 223 0 6482   
5 용의 힘 2018 / 12 / 22 228 0 6398   
4 내일을 위한 내일 2018 / 12 / 22 228 0 7900   
3 대리인 2018 / 12 / 21 243 0 7408   
2 타인의 몸 2018 / 12 / 21 242 0 9104   
1 불길을 걷는 망자 2018 / 12 / 21 366 0 3197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