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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Pay first.
작가 : 바울
작품등록일 : 2018.12.1

인기 없는 작가와 찌질한 팬의 아슬아슬한 관계 유지.

 
#17
작성일 : 18-12-24 23:58     조회 : 281     추천 : 1     분량 : 50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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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17.

 

 

  - 옛날 일 (6)

 

  일곱 살 입학식 날의 말실수 한 번으로, 고아 씨의 별명은 고아 고아가 되었다. 자기들 딴엔 재밌다고 느꼈을 호칭은 초등학교 졸업식에서도 끝나지 않고 퍼지더니, 기어이는 중학생 때까지도 따라다녔다. 아직 사리분별을 하기엔 성숙하지 않았기에, 초등학생들은 늘 거침이 없었다. 어떻게든 놀릴 거리를 찾아 멋대로 별명을 만들고 붙이길 주저하지 않았다. 고아 고아. 음침녀. 흡혈귀. 이따금은 괴물. 장난 같은 놀림으로 시작된 고립은 시간이 흐르며 어느샌가 그 수위가 높아졌다.

 

  처음엔 남자아이들뿐이었지만, 곧 너나없이 모두가 고아 씨의 뒷소문을 퍼뜨리기 시작했다. 소문이 하나일 떈 가십거리였지만 셋쯤 되니 의심하는 사람이 없었다. 동물의 피를 빨아먹는다는 소문이 돌았으며 이게 사실이라는 증거도 있다고 했다. 물론 정말로 증거를 들이 민 사람도, 소문을 시작한 당사자도 찾을 수 없었다. 누군가의 보살핌도 일말의 저항도 없이, 고아 씨는 모두가 피하는 아이가 되었다. 누구도 옆 자리에 앉으려 하지 않았고, 먼저 말을 거는 사람도 없었다.

 

  고아 씨의 머리는 날이 갈수록 덥수룩해졌다. 앞머리를 정리하고 그들과 마주하기보단 시야를 가리고 현실을 도피하는 게 더 편했다. 보육원 원장이 음침하게 다니지 좀 말라며 가위를 들이밀면, 그 자리에서 어디로든 도망치는 게 일상이 되었다. 이유를 묻는 유일한 고아원 친구에겐 그저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중학교 입학 이후로는 적어도 대놓고 고아 임을 말하는 아이는 없었지만, 소문은 퍼지고 퍼져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여전히 아이들은 고아 씨 주변엔 결계라도 쳐진 양 피해 다녔고, 지켜 줄 사람 없는 아이란 걸 알게 된 한 무리는 고아 씨를 타겟으로 삼기도 했다.

 

  족히 1년을 넘게, 고아 씨는 직접적인 괴롭힘을 견뎌냈다. 날이 갈수록 온 몸의 상처는 더해갔지만, 언젠가는 끝나리라 생각하며 참아냈다. 그 중 하나가 마침내는 저 보기 흉한 걸 부숴주겠다며 스패너를 들고 올 때까지는 그랬다. 여태까지의 화가 터진 고아 씨는 미친 사람처럼 덤벼들었고, 대낮의 교실에서 한바탕 난리가 일어났다. 두 명의 얼굴에 지울 수 없는 이빨 자국을 남기곤 다른 한 명의 왼쪽 눈을 실명시켰다.

 

  무리는 부유하고 영향력 있는 부모를 두었으며, 상황 날조에 대단히 능숙했다. 담임선생도 같은 반 학생들도 누구 하나 증언해주지 않았기에, 자신을 문책하는 어른들에게 굳이 괴롭힘을 당했다고 말하진 않았다. 고아 씨는 이 근방의 유명한 불량학생이 되었다. 늘 문제만 일으키며, 흉기를 들곤 그들 무리를 위협했었다고 한다. 가정교육, 인성 따위의 폭언을 듣고도 고아 씨는 담담했다. 그들의 부모는 그 모습에 '당연하게도' 뺨을 몇 대나 후려쳤다. 갱생을 빙자한 분풀이에도 원장은 부모를 말리지 않았다.

 

  소년원에 들어가는 날 까지도 고아 씨를 배웅해준 사람은 친구 하나였다. 고아 씨는 그녀의 손을 잡으며 우리가 같은 학교가 아니라 다행이라고 말해주었다. 그 말에 친구는 다른 사람의 몫까지 펑펑 울어주었다. 그 친구에게만큼은 환하게 웃어주고 싶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입을 꾹 닫고 미소만 지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그녀의 친구를 위해.

 

 

 - 강승아 (22)

 

  여전히 똑같은 가게들과 분수대, 지나가는 사람들. 변한 건 더 짙게 끼고 바스러지는 입김뿐이다. 오늘은 조금 더 두꺼운 코트를 걸쳤는데도, 바람도 그에 맞춰 더욱 날 선 추위를 선사한다. 고작 일주일 사이에 기온이 더 내려갔다. 이젠 언제 눈이 내려도 이상하지 않은 날씨다. 발을 동동 구르며 시간을 확인한다. 오늘도 너무 일찍 온 모양이다. 어차피 정시에 도착할 테니 괜한 짓거리 하지 말라는 말에도 벌써 15분째 기다리는 중이다. 집에 있어도 들떠서 얌전히 못 있을 거란 생각이었는데, 이렇게나 추울 줄 알았으면 조금이라도 늦게 나올 걸 그랬다. 어느 가게든 들어가서 기다릴까 생각하다 고개를 젓는다. 고아 씨와 같이 갈 곳이 있다. 기왕 들어갈 거라면 함께가 좋다. 그런 갸륵한 마음가짐과 달리 몸은 답답하다는 듯 전신을 쥐어짜고 있다.

 

  "흐 진짜 추워 뒤져버리겠네.."

 

  "뒤질 정도로 기다리게 해서 참 미안하네요."

 

  신랄한 말을 뱉는 반가운 목소리다. 반색하며 뒤를 돌아본다. 쇄골보다 살짝 아래쯤에 고아 씨가 있다. 승아에 비해 옷차림이 많이 변했다. 이전엔 꼭 추위를 못 느끼는 사람 같더니, 오늘은 누구보다 추위를 잘 타는 모습이다. 두툼한 귀 덮개까지 하고 온 고아 씨는 째려보듯 눈을 흘긴다.

 

  "그렇게 추워할 거면 왜 일찍 오셨나요 승아님. 저 미안하게 하려구요?"

 

  참 안 좋은 타이밍에 왔다. 승아는 멋쩍게 웃으며 시선을 피한다. 그런 말 하는 것치곤 고아 씨도 15분 일찍 도착했다. 승아에게 무슨 말을 해도 결국엔 일찍 온다는 걸 예상 한 모양이다.

 

  "휴.. 가죠."

 

  말을 뱉고는 승아를 멀뚱히 쳐다본다. 그제야 아차 하며 고아 씨에게 방향을 안내했다. 오늘은 승아가 앞서 걷는다. 가는 도중 몇 번 돌아보며 자연스럽게도 말을 걸었다. 고아 씨는 여전히 퉁명스럽게 대답한다. 무의식적으로 뱉었던 혼잣말이 그리 맘에 들지 않은 모양이다. 시작이 나쁜 건 그날과 똑같다.

 

  두 남녀는 사람이 길게 줄 서 있는 가게 앞에 선다. 데이트명소라는 얘기만 듣고 대기열이 있을 거란 사실을 간과했다. 이렇게 추운데도 기다리는 사람이 있을까 싶었는데, 같은 생각을 한 커플만 대충 열 몇 명은 되는 것 같다. 승아는 멀뚱히 서서 고아 씨의 눈치를 살핀다. 이 추위에 차마 저곳에 줄을 서서 기다리자는 말이 입에서 떨어지질 않는다. 고아 씨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표정에 변함이 없다. 큰일이다. 이러다간 또 따뜻한 빵이나 먹으러 갈 판이다. 우물쭈물하는 손짓이 허공에 힘없이 휘적인다. 배어 나온 땀이 코트 안을 후끈하게 덥힌다.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순 없는데.

 

  "뭐해요 줄 안 서고."

 

  잠시 말을 이해하느라 벙찐 승아를 내버려두고 쪼르르 걸어가 대열에 합류한다. 가감없이 보내는 한심스러운 눈빛이 따끔하다.

 

  "괜찮아요 작가님? 안 추우세요?"

 

  얼굴을 가리다시피 덮힌 머플러 때문에 저 입이 어떻게 휘어있는지 알 수가 없다. 고아 씨는 눈을 이리저리 굴리다 가늘게 뜬다. 그리곤 의도를 가득 담고 또박또박 대답했다.

 

  "괜찮아요. 승아 님이 준비한 건데."

 

  "작가님.."

 

  "추워 뒤져버릴 것 같지만요."

 

  그리곤 다시 뒤돌아버린다. 고아 씨 앞에선 정말로 입조심 해야겠다.

 

  승아의 귀가 차마 못 볼 정도로 새빨개지고, 그 모습에 귀 덮개를 건네주려 실랑이를 벌이던 차에 안쪽에서 두 사람을 불렀다. 내부는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에 조금은 어둡다. 열에 아홉 자리는 커플이 차지하고 있었다. 심지어 저 구석진 자리에선 형용 못 할 애정행각도 벌어지고 있다. 고아 씨는 그 모습에 얼빠져있는 승아를 한 대 치고는 자리에 앉는다. 밖에선 정신 차리라는 말도 덧붙였다. 레스토랑에서 주먹 쓰는 사람이 할 말은 아니라고 맞받아치고 싶었지만, 후환을 수습할 자신이 없다. 차라리 태연한 척 메뉴판이나 보는 걸 선택한다.

 

  첫 눈엔 알아보지도 못할 정도로 복잡한 이름에, 참으로 고급스러운 가격이다. 내부 인테리어 사진만 보고는 가격 확인을 잊은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할 것 같다. 당장 지갑에 여유가 없는 건 아니지만, 선뜻 고르기 힘든 메뉴들 뿐이다. 제일 싼 거 시키면 아끼는 게 티 나겠지. 경제적 여유가 없으면 연애하는 거 아니라고 누가 말한 적이 있었다. 여유가 있을 때만 기회가 오면 얼마나 좋으련만.

 

  "뭐 드시고 싶으세요?"

 

  고아 씨는 물끄럼 쳐다본다. 그리고는 메뉴판을 접고 아예 옆에 둔다.

 

  "전 이런 건 잘 몰라서요. 승아님이 주문해주세요."

 

  저게 진담인지 거짓말인지는 몰라도, 곤란한 승아를 보고 싶어 했다면 제대로 말했지 싶다. 뻘뻘 대던 승아는 메뉴판에 코를 박고 한참을 고민하다 마침내 직원을 부른다.

 

  "B 세트 주세요."

 

  괜히 어려운 이름을 굴리다 버벅이는 것만은 사양이다. 직원은 싱글싱글 웃으며 주문을 확인한다.

 

  "커플 B세트 맞으세요?"

 

  "네 커플.. B세트요."

 

  몇 번이나 고아 씨의 눈치를 본다. 하기야 이런 레스토랑에 커플 말고 누가 오겠어. 추가 주문하시겠느냐는 말에 잠깐 시선을 돌린 사이에, 어디서 피식하며 김빠진 소리가 들린 것 같다.

 

  시시껄렁한 잡담과 함께 시간은 지나간다. 후식으로 나온 빵을 고아 씨에게 기꺼이 양보했다. 고아 씨도 그것만큼은 사양하지 않았다.

 

  "음식은 괜찮았어요?"

 

  "네. 추워 뒤져버릴 만큼 기다린 보람이 있네요."

 

  대답이 없다. 난감한 표정으로 주섬주섬 옷을 챙길 뿐이다. 고아 씨는 머플러로 입까지 꽁공 동여매고는 아주 작게 키득거린다. 승아가 영수증을 잡으려 할 때, 고아 씨가 빠르게 낚아챈다.

 

  "작가님 왜..."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계산대로 빠르게 걸어나간다. 의도를 알아채고 급하게 뒤따라 갔지만 이미 고아 씨가 카드를 꺼내고 있다. 카드를 받는 직원의 눈에서 아주 옅게 뭐가 스친 것 같다.

 

  이번 만큼은 자신이 내고 싶었는데, 고아 씨에게 선수를 뺏겼다. 차마 말로 꺼낼 순 없어 처진 시선으로 힘없이 항의한다. 그리곤 되려 받은 엄격한 눈빛에 눈을 깔았다. 저번 주에 빚진 만큼 갚는 거란 말에 수긍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억울하다. 거기에 묘한 안도감이 섞여 복잡한 기분이다. 그렇지만 결국엔 고맙다며 고개를 살짝 숙인다. 고아 씨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들었다가, 승아의 정수리를 한번 툭 치고 말았다.

 

  두 사람은 별다른 상의도 없이 자연스럽게도 그 곳으로 향했다. 여전히 졸고 있는 노인. 엉성하게 휘갈긴 매뉴판. 고작 일주일 만에 오는 건데도 오랜만에 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 만큼 밀도 있는 한 주였다. 고아 씨는 매뉴판 대신 승아만 보고 있다. 이미 마실 걸 정한 모양이다.

 

  "에스프레소요."

 

  그럴 줄 알았다.

 

  "작가님 에스프레소 써서 못 드신다면서요?"

 

  고아 씨는 짐짓 눈을 크게 뜬다. 기억하고 있을 줄 몰랐다며, 음의 높낮이도 없이 말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어린아이다.

 

  "그래도 에스프레소로 주문해주세요. 승아 님꺼랑 바꿔먹을게요."

 

  ".. 제가 에스프레소 두 잔 시키면요?"

 

  "오늘 에스프레소 두 잔 드시는 거죠."

 

  혀를 살짝 빼 보여주고는 이전에 앉았던 자리로 등을 돌린다. 그 뒷모습에 승아는 어처구니 없다는 듯 웃는다. 하지만 결코 기분이 나쁘진 않다. 이제 고아 씨가 등을 돌릴 때면,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상상하는 게 퍽 재밌어졌다.

 

 .

 
작가의 말
 

 이브는 잘 보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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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하객 18-12-25 05:02
 
고아씨에게 그런 아픔이 있었군요. 팬더씨의 역할이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두 주인공을 위하여,
 "메리 크리스마스!"
아울러 작가님도 좋은 명절 보내세요. 오늘도 즐거운 독서에 취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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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울 18-12-26 00:28
 
읽을 만 하시다니 다행입니다ㅎㅎ 좋은 명절 보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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