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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겨우살이왕
작가 : 지놓
작품등록일 : 2018.12.23

30년전,

각지의 점쟁이들이 한데 모인 자리에서 모든 신들의 죽음이 예언되었다.

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예언의 집행자는 과연 누구인가!

살신(殺神)의 운명을 거머쥐고 태어난 아이들 앞에서 지금,

세계의 운명이 들끓기 시작한다!

#동양판타지

 
1. 불새일족의 아이들(1)
작성일 : 18-12-24 22:35     조회 : 98     추천 : 1     분량 : 4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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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의 천방지축 날뛰는 ‘메’가 심심찮게 소동을 일으키곤 하는 탓에 언제나 조용할 날 없는 학당이지만, 아침부터 이렇듯 심상찮은 기류에 휩싸였던 적은 근래 들어 처음이었다.

 

  조용히, 그러나 분명한 기세로 주위의 공간을 압박해가고 있던 이는 한 땅딸막한 체구의 여성이었다. 그녀의 몸은 감추지 못한 분노로 인해 잔잔히 떨리고 있었다.

 

  “어김없이 오늘도……! 프타, 내 이 녀석을!”

 

  후르는 으뜸신녀의 손에 들린 자그마한 개구리를 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프타는 자신의 ‘메’를 통해 마침내 저 개구리와의 일체화를 이뤄냈다고 주장하는 쪽지를 남김으로써 그녀가 요구한 출결사항을 착실히 이행했다고 판단한 듯했으나, 당연하게도 그건 그리 설득력 있는 주장이 아니었다. 프타의 말대로라면 저기 저 개구리가 저토록 애처로이 꽥꽥 울어대는 것 대신, 천연덕스러운 표정으로 으뜸신녀의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을 하나하나 지적하고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분명히 오늘만은…… 오늘만은 늦지 말라 일렀거늘!”

 

  “제, 제가 가서 찾아보고 올게요!”

 

  후르는 말과 동시에 학당 문을 박차고 나섰다. 조금만 더 어물쩍거렸다간 대상을 찾지 못한 으뜸신녀의 분노가 자신을 향할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비대한 체구에 비해 놀랍게도 재빠른 걸음으로 학당을 벗어난 후르는 그러나 잠시 뒤, 자신에게 마땅히 가야할 행선지가 없다는 것을 깨닫곤 그 걸음을 멈추었다.

 

  으뜸신녀에게 내뱉은 말과는 달리, 후르는 프타를 찾아 나설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는 자신이 그의 장난꾸러기 친구를 찾을 가능성이 한없이 무(無)에 수렴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프타는 자신이 원하지 않는 이상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았다. 그것은 이 자그마한 숲속 마을의 규모를 생각해봤을 때 대단히 기이한 일이었지만, 그 사실에 대해 진지하게 신경을 쓰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설사 그 상대가 도깨비라 할지라도 숨바꼭질의 영역에선 프타를 당해낼 수 없으리라는 게, 일족의 공통된 의견이었던 것이다.

 

  후르의 고민은 길지 않았다. 그는 프타 대신 자신의 또 다른 친구를 찾아 나서기로 결정했다. 보충수업을 위해 두 시간 일찍 참석을 요구받은 것은 그와 프타, 단 둘뿐이었지만 어차피 다른 한 명의 친구 역시도 보충수업이 필요한 건 매한가지였다. 그리고 그의 또 다른 친구는 숨바꼭질과는 거리가 멀었다.

 

  후르는 학당에서 마을의 중앙제단까지 이어진 울창한 버드나무숲을 지나 북쪽방향의 한 오솔길로 들어섰다.

 

  온갖 잡목들의 가지가 유달리 울창하게 우거진 이 숲길엔 특히나 그의 친구가 좋아하는 산새들과 풀꽃들이 많았다. 하지만 단순히 이들을 관찰하기 위해 그의 친구가 이곳을 찾는 건 아니었다. 그를 인도하는 것은 이 길의 끝에 있는 것이다.

 

  호수.

 

  깊고 푸르며 바람과 고요의 신이 깃든 호수. 거인의 발굽이질로도, 도깨비의 우스갯소리로도 깨뜨릴 수 없는 적막의 샘. 불새일족은 고독의 안식처와도 같은 이 호수를 ‘엊저녁에 잠든 신’이라 불렀다.

 

  어느덧 걸음을 멈춘 후르의 눈에 은은한 검은빛이 어리기 시작했다. 새벽을 머금은 호수는 검었고, 그 주위를 감싸고 있던 안개와 서서히 비쳐오는 햇살이 그 음영을 도드라지게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검게 물든 호수의 기슭, 그 가운데 한 아이가 서있었다.

 

  아이의 주위엔 오솔길에 나있던 것이 분명한 갖가지 풀꽃들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꽃들은 마치 호위하듯 아이를 둘러싸고 있었는데, 후르는 꽃들의 움직임이 아이의 ‘메’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꽃들 자신의 의지인지가 궁금했다.

 

  “탈루!”

 

  후르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아직 돌아보지 않은 아이의 뒷모습을 응시했다. 그의 외침은 잠든 신에게 먹혀버린 친구의 의식을 되찾기엔 턱없이 미약했던 모양이다. 후르는 다시 한 번 목과 배에 힘을 잔뜩 주었다.

 

  “탈루! 호아 탈루!”

 

  그제야 뒤를 돌아본 아이는 자신의 상념을 방해한 그의 친구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프타?”

 

  물론, 그가 함께 자란 절친한 친구들의 이름을 헷갈린 것은 아닐 것이다. 후르는 자신의 이름을 알려주는 대신 슬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또 안 나타났어? 이번엔 뭐야?”

 

  “개구리.”

 

  탈루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티브리 으뜸신녀님은?”

 

  “난리지 뭐…… 그런데 프타는 긴장도 안 되는 걸까? 나는 솔직히…….”

 

  “넌 잘할 수 있을 거야.”

 

  후르는 탈루의 말에 얼굴을 붉혔다. 자신에 비해 두 배는 더 왜소한 친구의 낮고 고요한 음성은 언제나 그를 안심시켜주었다.

 

  후르가 기운을 되찾은 듯 보이자 탈루의 진한 두 회색 눈동자가 잔잔히 빛났다.

 

  “그럼 갈까?”

 

  언제나 그래왔듯이 탈루는 혼자만의 시간을 방해받은 것에 대해 불만을 내비치는 대신, 그의 친구가 차마 꺼내지 못해 우물쭈물 하고 있는 말을 먼저 해주었다.

 

  “아직 화나 계실 텐데…….”

 

  “괜찮을 거야, 가자.”

 

  후르는 탈루의 음성에 절로 차분해지는 자신을 느꼈다. 어쩌면 ‘메’의 작용일지도 모른다. 탈루에겐 사람을 진정시키는 힘이 있었다. 프타에게 화난 티브리 으뜸신녀가 으르렁거릴 때마다 그를 찾아왔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탈루는 마을 내에서 그녀의 분노를 쉬이 잠재울 수 있는 두 사람 중 하나였다. 그와 비견될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일족의 우두머리인 ‘샤’뿐이었으니, 탈루의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는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되리라.

 

  후르는 앞서 걷는 탈루를 보며 크게 소리쳤다.

 

  “같이 가!”

 

 

  *

 

 

  버드나무숲을 지나 학당으로 들어서는 길목에 이르렀을 즈음, 어디에선가 휘파람소리가 들려왔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탈루의 고개가 멈춘 곳은 한 오래된 오동나무 앞이었다.

 

  몸통이 거인의 발톱만치 두꺼운 오동나무 위에서 누군가가 그들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후르로 하여금 그를 일찌감치 학당으로 데려오게 만든 장본인이었다.

 

  오동나무 위에서 뛰어내린 자그마한 여자아이가 고양이처럼 날렵하게 착지했다. 짙은 초록을 품은 굉장히 큰 한 쌍의 눈이 장난스럽게 껌벅거렸다.

 

  “그게 말을 했어?”

 

  두 남자아이의 멀뚱멀뚱한 눈초리에 여자아이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덧붙였다.

 

  “내 말은 조금이라도 입을 벙긋했냐는 소리야.”

 

  “꽥꽥대긴 했어.”

 

  후르의 말에 프타가 만족스러운 웃음을 흘렸다. 그러곤 그녀의 소매 안에 있던 무언가를 가만 쓰다듬었다. 자그마한 청개구리였다.

 

  “그럼 됐어.”

 

  “됐다니? 으뜸신녀님은 지금도 널 구워먹을지 삶아먹을지 고민하고 있을 거라고!”

 

  “그 가엾은 개구리를 아직도 놓아주지 않았단 말이야?”

 

  기가 막힌 듯한 표정을 짓는 후르를 보며 프타가 덧붙였다.

 

  “어차피 그 개구리가 입 벌려 할 말이야 뻔한 거 아냐? 풀어달라거나 살려달라고 했을 테지. 그리고 그건 내가 학당에 있을 때마다 했던 말과 완벽하게 똑같은 거라고! 도대체 뭐가 문제란 거야?”

 

  프타가 여전히 개구리와의 일체화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은 후르는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이 되었다.

 

  “우리도 이제 열 살이야!”

 

  “우와! 정말?”

 

  프타의 놀리는 듯한 반응에도 후르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열흘 뒤면 신을 받게 될 거라고! 우리에겐 보충수업이 필요해!”

 

  “후르, 네가 만나게 될 신은 너의 ‘메’가 어떻다느니, 운명과 기질이 어떻다느니 하는 그런 따분한 수업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분이실 거야. 걱정할 것 없다고! 넌 그냥 네가 당장 먹고 싶은 것들만 생각하고 있으면 돼. 그럼 너와 입맛이 비슷한 신께서 알아서 찾아오실 거라니까? 멧돼지의 신이라든지, 코끼리의 신 같은…….”

 

  “다 왔어.”

 

  어느새 학당 앞이었다. 무덤덤한 탈루의 말에 프타가 인상을 찌푸렸다.

 

  “으…… 난 저기가 정말로 싫어.”

 

  후르의 표정도 좋지는 않았다.

 

  “탈루 혹시…….”

 

  “내가 먼저 가서 인사드리고 올게.”

 

  탈루의 말에 두 아이의 얼굴이 순식간에 환해졌다. 이어 후르는 탈루의 손을 붙잡으며 미안해했고, 프타는 자신이 아끼는 개구리를 구워먹을 수 있도록 허락해주었다.

 

  학당 안으로 들어간 탈루는 이상할 정도로 조용한 분위기에 당황했다.

 

  ‘이상한데?’

 

  티브리 으뜸신녀는 그녀가 학당의 관리자가 된 이후로 단 한 번도 언성을 낮춘 적이 없었다. 더군다나 한 번 화가 난 이후엔 웬만해선 화를 누그러뜨리려 하지 않았기에, 학당 안에서 그녀의 위치를 짐작하기란 거짓말쟁이 도깨비를 알아보는 것만큼이나 쉬운 일이었다.

 

  탈루는 으뜸신녀의 부재에 대해 생각해보다 금방 고개를 가로저었다. 으뜸신녀는 몇 가지 예외적 상황을 제외하곤 학당을 비우지 않는다. 학당에서 교육받던 아이의 ‘메’가 쉬이 제어되지 않을 정도로 난동을 부린다거나, 학당 내에서 급작스런 사고가 일어나 급히 치유신녀들을 불러와야 할 상황이 터졌다거나, 그도 아니면 샤에게서 별도의 명령이 내려졌다거나…….

 

  “탈루, 멈춰.”

 

  생각에 잠긴 채 걸음을 옮기던 탈루의 귀로 누군가의 나지막한 음성이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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