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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영혼치기
작가 : 골드보이
작품등록일 : 2018.11.4

부딪히면 몸이 바뀌는 세상. 남의 몸을 욕망하는 사람들. 그리고 영혼치기.

 
32. 익호
작성일 : 18-12-24 21:19     조회 : 232     추천 : 1     분량 : 2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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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쪼그만 계집애 때문에 정 과장이 서진우를 놓쳤단 말이야?”

 

 익호는 윤 실장이 끌고 온 여자를 발로 툭툭 건드리며 말했다. 여자는 의식이 없었다. 윤 실장은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이 계집애가 제 발로 병원에 찾아왔단 말이지... 언제쯤 깨어나지?”

 “한 두 시간 정도면 깨어날 겁니다.”

 “그래, 그럼 지하실에... 아니, 가 봐.”

 

 윤 실장에게 여자를 지하실에 두라고 하려던 익호는 말을 바꿨다. 지하실에는 은영이 있다. 윤 실장이 그녀를 봐봤자 자신의 운명을 예감할 수 있을 뿐, 좋을 게 없다. 은영이 자신을 배신한 지금 익호는 아무도 믿을 수 없었다. 게다가 윤 실장이 은영을 보는 눈빛은 언제나 동료를 바라보는 것 이상의 사심을 담고 있었다.

 

 “그냥 두고, 가란 말씀이십니까?”

 “나보고 두 번 말하라는 건가?”

 “네, 전무님. 알겠습니다.”

 

 윤 실장이 떠나고, 익호는 은영을 묶었던 것과 같은 로프로 여자의 손발을 단단히 묶었다. 여자가 미간을 찡그리며 신음을 흘렸다. 벌써 정신이 들었나? 한 발 떨어져 여자를 주시했지만 아직 마취에서 깨어난 건 아니었다. 익호는 주머니를 뒤져 핸드폰을 꺼냈다. 폴더폰이었다.

 

 요즘 세상에도 폴더폰을 쓰는 인간이 있나? 그것도 이렇게 어린 여자애가?

 

 익호는 위화감을 느끼면서도 깊이 생각하지 않고 여자의 핸드폰을 자신의 뒷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여자를 어깨에 둘러매고 지하실로 내려갔다.

 

 “회장님!”

 

 그녀를 본 은영이 불분명한 발음으로 외쳤다. 익호가 은영을 노려보며 말했다.

 

 “닥쳐, 한마디만 더 하면 죽여 버린다.”

 “회장님, 절 풀어주세요. 오해에요.”

 

 익호는 여자를 바닥에 팽개치고 반대쪽 구석에 있는 은영에게로 갔다.

 

 “회장님, 제발...”

 

 은영은 끝까지 말을 하지 못하고 바닥으로 쓰러졌다. 익호가 은영의 얼굴을 발로 찼기 때문이었다.

 

 “넌 이미 죽은 목숨이야. 시체는 말을 하지 않지.”

 

 익호가 은영의 입술을 짓이기자, 은영은 소리도 내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그동안 익호는 여자를 지하실에 둬도 괜찮을지 생각했다. 익호의 지하실은 넓었지만 두 사람을 같이 풀어두면 벌레처럼 기어서라도 서로 끈을 풀어 준다거나 하는 귀찮은 일이 생길 수도 있었다. 그렇다고 여자를 다른 곳에 두고 싶지는 않았다.

 

 개들은 개집에 묶어놓아야 하니까.

 

 익호는 두 사람에게 목줄을 매달아 각각 반대편 기둥에 묶어 놨다. 여자의 얼굴에는 검은 천을 씌웠다. 그러고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뭔가 확실한 게 필요했다.

 

 여기쯤에 정원사가 둔 정원가위가 있을 텐데... 찾았다!

 

 익호는 지하실 선반에 있던 정원가위를 들고 은영에게 다가갔다. 은영은 잔뜩 겁에 질린 눈으로 미친 듯이 고개를 흔들었다. 익호는 면장갑을 뭉쳐 은영의 입을 틀어막았다. 그리고 정원가위로 은영의 엄지와 검지를 잘랐다. 하나씩 차례로, 망설임 없이. 고통과 두려움에 몸부림치던 은영은 끝내 정신을 잃었다.

 

 얼굴에 튄 피를 닦으며 지하실을 나가는데, 뒷주머니에 넣어둔 폴더폰이 진동했다. 익호는 폴더를 열어 발신인을 확인했다. 저장되지 않은 번호였다. 일단 무시하기로 했다. 그러나 전화는 끈질기게 울리고 또 울렸다. 순간 서진우일거란 확신이 들었다. 익호의 예감은 언제나 틀린 적이 없었다.

 

 “현정씨?”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젊은 남자의 다급한 목소리.

 

 이상하다. 서진우라면 너무도 익숙한 내 목소리를 하고 있어야 하는데.

 

 익호는 마른침을 삼켰다. 그리고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넌, 누구지?”

 “김익호 회장?”

 

 어리석게도 상대는 너무 빨리 자신의 정체를 드러냈다. 어떻게 그가 젊은 남자의 몸속에 들어갔는지는 몰라도 수화기 너머의 상대는 서진우였다. 익호의 예감이 맞았다.

 

 “역시, 서진우 너구나.”

 “현정씨를 어떻게 한 거지?”

 “어떻게 하다니, 곱게 모셔다 놨지.”

 “그 여자 털끝 하나라도 건드리면 당신도 무사하지 않을 거야.”

 

 현정이라는 여자애는 서진우에게 소중한 사람인가보군. 약점을 그렇게 쉽게 내어놓으면 쓰나. 익호는 입가에 비웃음을 띄었다.

 

 “건드리냐 아니냐는 서진우 너한테 달렸겠지.”

 “내가 그리 갈 테니 주소를 말해.”

 

 정의로운 척 하는 것들은 이래서 짜증난다니까. 니가 오는 게 아니야. 내가 널 불러들이는 거지. 익호는 속으로만 생각하며 별장 주소를 알려주었다.

 

 “제한시간은 한 시간이다.”

 “한 시간이라니 그건 무리야.”

 “그건 서진우씨 사정이지. 난 다른 사람의 처지에는 관심이 없거든.”

 “한시간 이내에 오지 못하면 여자를 아프게 해 주지. 뽑을 수 있는 건 다 뽑겠다. 처음엔 손톱, 그리고 발톱, 그 다음은 이빨, 그리고 나서는 눈을 뽑아주지.”

 “뭐? 야, 이-”

 

 익호는 전화를 끊었다. 서진우가 젊은 남자의 몸에 들어가 있다니, 진우와 몸을 바꾼 놈은 분명 영혼치기 같은 능력을 가진 녀석일 것이다. 서진우가 영혼치기를 고용할 수는 없었을 테고... 짜증나는 거지 연합군 비슷한 걸 만든 모양인데...

 

 서진우가 만약 그 놈의 모습을 하고 온다면? 아니, 그놈과 같이 온다면?

 

 익호의 몸은 쇠약해서 걷기도 힘들 테지만 그래도 혼자서 두 놈을 상대하는 건 무리일 수 있다. 지금 상황에서 윤 실장을 다시 불러들일 수는 없고, 익호는 정 과장에게 연락을 했다.

 

 - 예, 전무님.

 

 정 과장의 목소리에 긴장감이 배어있었다.

 

 “정 과장, 지금 당장 별장으로 오게.”

 

 익호는 전화를 끊고 주방으로 갔다. 그리고 가장 날카로운 칼을 빼들었다.

 

 손님을 맞기 전에 준비를 해야지.

 

 익호에겐 처리할 일이 남아있었다. 은영을 살려둔 건 진우를 유인하기 위해서였는데, 현정이란 여자애면 충분할 것 같았다. 익호는 칼을 든 채 지하실로 내려갔다. 사람을 죽이는 상상을 한 적은 많지만 사람을 죽여본 적은 없었다. 흥분으로 가슴이 뛰었다.

 

 
작가의 말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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