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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평범한 근무자들
작가 : 작품표지올리는방법
작품등록일 : 2018.11.12

다양한 인간의 내면에 대한 묘사와 고찰

 
만남 1
작성일 : 18-12-24 21:00     조회 : 279     추천 : 0     분량 : 4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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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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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떠나야 할 전날이 되었다. 아래층의 점거자와 프랑수아는 다시 칙칙한 관청으로 향했고, 그 떨리는 마음은 이로 비할 것이 없었다. 웅장한 음악이 들리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만약 이 협상이 성공한다면 계속 이 건축물에서 지낼 수 있는 것일까. 프랑수아는 궁금하였고 약간의 희망도 걸고 있었다. 반면 아래층의 점거자는 어차피 어떻게 될지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을지도 모른다며 김새는 이야기를 했다. 이 사건에서 결말이 비극적이고 슬픈 이유는, 그 누구도 이렇게 상황이 흘러가기를 의도하고 있지는 않다는 점이다. 또 이 사건과 연관된 누구도 이 일을 어떻게든 틀어볼 수가 없다는 것이다. 두 점거자가 틀 수 있을 것인가? 그 둘은 아무 일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 두 사람이 항의를 하고 시위를 한다고 한들, 관청은 더더욱 반발심이 심해져 두 사람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진행해 나갈 것이다. 또 시간이 얼마 없기도 하였고 말이다. 관청의 직원이 틀 수 있을 것인가? 관청의 직원은 이 일의 담당자이며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것과 방향을 정할 수 있는 듯이 재량권을 가지고 있는 것 처럼 보이지만, 직원도 별 수가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무엇보다도 직원은 담당 직무에 대한 책임감보다는 껄끄러운 마음이 더 컸다. 이 껄끄러움이라는 것은, 무시하기에 힘든 종류의 것이라서 한 사람의 모든 의지와 의욕을 꺾어버리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직원이 전혀 자신의 의지대로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사실 그 마음은 될 대로 되라는 식이었다. 마치 자신의 일을 구경하듯이 말이다. 이 일에는 진정한 주도자도 없었고, 진정한 책임자도 없었다. 상급자들은 업무담당 직원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였고, 물론 이 생각이 전혀 틀렸다고는 볼 수 없다. 담당 직원에서 상급자로 올라갈 수록 여러 업무를 총괄하게되는 것이고, 바로 직접 담당자 보다는 책임이 줄어든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직원은 자신의 책임은 상급자보다 덜하다고 생각하였다. 이 생각도 전부 잘못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관청의 경우 업무환경이 매우 권위적이고, 상명하복적이기 때문인데, 이 점에서 직원은 상급자의 의견에 무조건 따를 수밖에 없으므로 자신에게 책임이 적지 않을까 기대하고있는 것이다. 또 이 사건의 최대 피해자인 점거자들은 그들 나름대로 전혀 책임이 없었고, 그냥 그들은 그 건축물에서 기거했을 뿐이라고 생각하면 그만이었다. 누군가 나서서 책임지고 처리해야할 일은 보통 큰 일이므로 관련된 인물이 많이 마련이지만, 이 사건에 관해서는 그 누구도 자기자신이 제일 큰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요 며칠사이에 프랑수아는 젊은 이의 활기를 되찾았다. 아마 아래층의 점거자와 왕래하며 식사를 몇 번 얻어먹은 탓일 것이다. 수척했던 프랑수아의 얼굴도 약간의 밝은 기를 보이고 있었다. 두 점거자는 천천히 걸었지만 급하게 걸었다.

 

 

 

 "자네는 내일 나갈셈인가? 나는 아무래도 저번에 알아보았던 곳으로 가야할 것 같네. 더 있을 수 없다고하니 나가줘야지."

 

 

 

 "이렇게 무기력하게 살 수 있는 날도 오늘 뿐이네요. 지금 저는 사실 아무생각도 들지 않아요. 마음이 먹먹하고 머리는 막막하고요."

 

 

 

 "자네 마음도 나랑 별반 다를 것 없구만, 나야 같이 살아가야만하는 처자식이 있기 때문에 살 곳이라도 알아 본 것이지, 나도 사실 별 방도나 특별한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은 아니라네. 차라리 가족이 없었다면 마음이 한결 자유로웠을지도 몰라. 자네는 내가 가족이 있고 빵을 벌 수 있는 일터에 다니고 있기 때문에 한결 안정되어 있다고 생각하는겐가? 그건 그냥 보이는 모습일 뿐이고 살아가는 형태 중 하나일 뿐이라네. 가장입세 하면서 집안에서 가장흉내도 내고, 일터에서는 근무자 흉내를 내면서 노동을 하지만, 사실 나는 아무것도 없다고. 난 속이 텅 비어있는 빈껍데기일 뿐이라네. 그냥 내가 살아가는 조건에 지나지 않는 것일 뿐이지. 그것 말이네. 내 가족과 내 일터와 같은 것. 가정에서는 가장으로, 일터에서는 노동자로 역할극을 맡고 있는 것이지. 어찌나 내 연가는 자연스러웠던지, 하마터면 나 자신도 내가 정말 가장이고 노동자라고 믿을 뻔한 적이 있다네. 그런데 같이 지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젊은 청년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말이네, 우리는 아무것도 가지고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네. 자네 혹시 언젠가 어린왕자를 읽어본 적이 있나?"

 

 

 

 "읽어 보았습니다.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지만요…"

 

 

 

 "어린왕자에는 장미가 나온다네. 어린왕자는 장미를 키웠지. 장미는 어디서도, 누구도 아닌 어린왕자 덕분에 세상을 볼 수있게 된 걸세. 그렇지만 장미는 뭐라고 말하던가? 어린왕자에게 유리 덮개를 씌워달라, 뭐를 해달라 말을 하지 않던가. 갑자기 변덕스러운 아내가 떠오르는군, 아무튼, 어린왕자는 장미의 말을 귀기울여 들어주려 노력했다는 말일세. 그러다가 장미가 말 실수를 하는 것 아니겠나? 내가 살던 곳에서는… 하다가 말끝을 흐린다네. 장미는 스스로 깨달았던 걸세. 자신이 살던 곳은 없다는 것 말이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우리가 태어나 살고 있는 지금현재는 어떤 것과 비교할 것이 없다는 말일세. 우리는 모두 아무것도 가지지 않고 태어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다들 무엇을 해야하고, 무엇을 가져야만하고, 누구를 만나야한다고 생각한다네. 우리는 스스로 어린왕자의 장미처럼 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야 한다고. 이게 내가 건네는 위로아닌 위로일세. 절망적인 청년에게 위로로 들릴지는 잘 모르겠지만, 꽤 좋은 교훈이라고 생각하네. 저마다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는 작자들도 다 뜯어보면 별 것 없다네. 그저 조금 더, 아니 많이 더 비싼 포도주를 마시고 더 비싼 빵을 먹을 뿐이라고. 그자들이 제일 안타까운 점은, 자신이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상태로 태어났다는 사실을 잊어버린다는 말일세. 나는 참으로도 그런 자들이 신기하네. 아무리 그래도 자신이 높은 자리에 오래있다고 해서, 그 자리가 곧 자기 자신은 아니지 않은가. 그렇지만 우리 세상 사람들은 대부분 착각을 하고 살고 있다네. 좋은 일터를 잡아 많은 빵을 벌면, 주변 사람들이 알랑거리기 마련이지. 그런 알랑거림에 빠져버려서 마침내 그 일터의 자리가 바로 자기 자신이라고 착각해버리는 것일세. 어쩌면 우리 여기의 관청장도 착각에 빠져있을지도 모르네. 그들은 자신이 아무것도 없이 태어났고, 죽을 때도 아무것도 없이 죽어야 한다는 것을 망각하고 있네. 사실은 모두 빈껍데기일 뿐인데 말이네! 어찌 사람들은 모두 하나같이 잊고 사는 것 같나? 바로 환영과 생각에 취해있기 때문이지. 그러니 청년도 자신의 삶을 너무 가엾게 여길 필요는 없지 않겠나? 나도 가진 것 하나 없는데, 가족까지 딸려있으니 나는 적자 신세지만, 청년은 그나마 누구도 딸려있는 사람이 없으니 적자도 흑자도 아닌 신세아닌가? 또 청년에게는 무슨 일이든 생길 것일세. 내가 대신 약속해주겠네. 어떻게 해서는 눈 붙일 곳은 생기기 마련이야."

 

 

 

 "감사합니다…"

 

 

 

 프랑수아는 잠자코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대답하였다.

 

 

 

 * * *

 

 

 

 마침내 그 날은 다가왔고, 관청의 직원들이 여러명 찾아와 점거자들이 건축물을 떠나는 것을 철저히 확인하려는 듯이 옆을 지키고 있었다. 아래층의 점거자는 많은 것을 내려놓은 듯한 얼굴로 가족들과 함께 건출물에게 작별인사를 건네었다. 프랑수아도 덩달아서 문앞으로 나오는 수밖에 없었는데, 모두 철거한 것이 명확해지자 관청의 직원들은 쥐도새도 모르게 사라져버렸다. 점거자도 갔고, 직원들도 갔다. 프랑수아는 얼떨결에 건축물에서 나와버렸고, 이제 건축물은 굳게 닫혀있었다. 지난 몇년동안 프랑수아가 지냈던 생활들이 마치 상상속의 기억처럼 느껴지는 것이었다. 그렇게 자신에게 따뜻했던 공간은 아니지만, 그래도 프랑수아가 잠을 잘 수 있게, 앉아서 쉴수 있게 해주었던 곳이었다. 프랑수아는 한동안 건축물 앞에 서서 멍하니 서있었다. 그것말고는 할 수 있는 것도 없었을 뿐더러, 멍하니 있는 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현실에 대해서 생각을 하자니 절망에 빠져서 모든 의지를 잃어버릴 것 같았다. 멍하니 있으니 아무생각도 하지 않을 수 있었고 시간이 흘러가는 것도 느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있자니 일 분, 이 분이 흐르고 한 시간이 흘렀다. 프랑수아는 이제 이 건축물에 미련을 버리기로 하였다.

 

 

 

 

 

 갈 곳이 없었으나 프랑수아는 걷고 또 걸었다. 건축물이 단단하게 서 있는 언덕을 천천히 걸어내려갔고, 세 갈래의 길을 걷고, 정신없이 계속 걸었다. 프랑수아는 걷다가 숲을 만나고 나무를 만났다. 프랑수아는 연못도 지나갔다. 프랑수아의 오래된 신에는 진흙이 묻었다. 오래 걸었던 탓인지, 프랑수아의 얼굴과 옷에는 흙먼지가 앉았다. 프랑수아가 발을 옮겨서 한걸음 한걸음 나아갈 수록 점점 불확실성은 커져만 갔다. 프랑수아는 밤나무가 잔뜩 심어져 있는 곳을 지나가며 예전 밤꽃나무 향기를 맡았던 일 년 전을 기억할 수 있었다. 고인 물이 썩은 것 같은 쾌쾌한 냄새였다. 그런 잡생각도 해가면서 걷다보니 작은 마을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프랑수아가 기쁨을 느낀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오늘 하루는 신세질 수 없을까하는 기대를 걸 수는 있었다.

 

 

 

 프랑수아는 숨을 뱉었다가 새로운 마을의 공기를 다시 빨아들였다. 사실 얼마나 걸었다고 공기가 다르겠느냐만은, 프랑수아에게 공기가 다르게 느껴질 법도 하였다. 낡은 건축물에서 빠져나와 다른 곳에서 살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곳을 나서서 내딛고 있는 한걸음, 한걸음이 새로운 특별함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물론 현실은 그렇게 특별하고 새로운 것이 아니라, 고통투성이었지만 말이다.

 

 

 

 하늘은 어두워지고 있었다. 프랑수아는 빵 굽는 냄새도 지나가고, 어느새 작은 건축물 앞에 서있었다. 프랑수아는 자신이 왜 하필이면 이 초라한 건축물 앞에 서있는지 몰랐다. 그 건축물은 오래되었고, 딱히 아름답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프랑수아는 뭔지모를 느낌에 이끌렸던 것이다. 그 이끌림때문에 건축물 안으로 들어섰다.

 

 

 

 "어서오세요."

 

 

 

 프랑수아는 건축물에 들어서자마자 들려오는 밝고 명량한 목소리에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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