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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스페로 스페라
작가 : 윤슬YS
작품등록일 : 2018.12.13

뒤늦게 꿈을 찾아 떠난 이탈리아 여행길, 본의 아니게 첫 날부터 다 털렸다.
이 와중에 날 구해준 이 남자. 구세주일까, 아니면 웬수일까?

Lovely Cusine Romance.
욜로 욜로 하다 골로 간다고? 어떻게 알아? 가봐야 알지.
이젠 먹방 여행 로맨스다.
먹고, 여행하고, 사랑하라!

 
#12
작성일 : 18-12-24 19:17     조회 : 229     추천 : 0     분량 : 4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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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하아. 죽겠네. 진짜.”

 

 골로 간다던 엄마의 저주는 역시나 끝없이 이어지는 걸까. 4개의 룸, 복도와 계단, 로비 청소까지 끝낸 민희는 그 자리에서 딱 고꾸라질 것만 같았다. 안 쓰던 근육을 쓴 탓인지, 익숙하지 않은 일을 몰아서 해서 그런지 온 몸 구석구석에서 아픈 소리를 냈다.

 

 ‘엄마는 대체 이 짓을 30년 평생 어떻게 한 거야. 하아.......’

 

 2시까지 끝내야만 했던 청소는 결국 4시가 넘어서야 마무리가 됐다. 서툰 탓도 있었으나, 잊을 만하면 나타나서 잔소리를 해대는 밉상 때문인 이유가 더 컸다.

 

 먼지가 덜 닦였다느니, 청소의 기본이 환기인 것도 모르냐는 둥, 체크인 시간이 다 되어 가는데 아직도 하고 있으면 어쩌느냐고, 컴플레인이 들어오면 알바비에서 제할 거라는 협박까지.

 

 ‘아. 이 싹퉁 바가지. 늦었다고 또 한 소리 할 텐데.’

 

 청소도구를 정리한 후 로비로 향하던 민희는 난데없는 웃음소리에 멈칫 걸음을 멈추었다.

 

 “사장님. 혹시 모델 겸업하시는 거 아니에요? 그 청바지랑 이너웨어 광고하는 이탈리아 모델이랑 많이 닮았는데.”

 “아뇨. 게스트하우스 운영하는 것만 해도 벅차서요.”

 “사장님 얼굴 보고 일부러 여기 예약하는 사람들도 많겠어요.”

 “하하. 아니에요. 감사합니다.”

 

 막 체크아웃을 마친 손님들과 대화를 나누는지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제법 떨어진 거리에서도 절로 느껴졌다.

 

 ‘저 인간이 저렇게 친절하게 말할 때도 있었구나. 저렇게 부드럽게 미소 지을 줄도 아는 놈이었어?’

 

 아니, 친절하게 대할 거면 다 똑같이 대하든가. 평등할 거면 만인에게 평등해야지. 개늠시끼. 중얼중얼 혼잣말을 하며 민희는 레오를 노려보았다.

 

 “사장님. 청소 다 끝냈습니다. 식당으로 먼저 가볼게요.”

 

 누군 쉬지도 못하고 일했는데, 노닥거리기나 하고. 사장과 임시 알바생이라는 처지의 차이를 잘 알면서도 왠지 모르게 짜증이 치밀었다.

 

 “짐 풀고 쉬시다 내려오세요. 나가서 선셋을 보시고 들어오셔도 좋구요. 이따 8시에 와인파티 있으니 그 전에만 오시면 됩니다. 그럼 저는 준비를 해야 해서 이만.”

 

 등 뒤에서 들려오는 다정다감한 목소리에 민희는 콧방귀를 뀌었다.

 

 ‘한 달만 버티고 투숙객으로 숙박하면 돼. 갑을관계가 바뀌면 두고 보자. 제대로 갑질 보여주고 난 뒤 여기 뜬다, 내가.’

 

 “미니. 힘들었지? 청소 빨리 끝나서 도와주고 싶었는데 레오가 로비 비우지 말라고 하도 말하는 통에.”

 

 키친에 들어서자마자 파비가 호들갑을 떨며 다가왔다.

 

 “아니, 아니. 괜찮아. 그나저나 이제 뭘 하면 돼?”

 “뭘 하면 되냐고? 네가 할 일은 휴식이야. 뭐 마실래? 에스프레소?”

 

 오 마이 갓. 쏘 스윗. 달콤 열매라도 먹었니. 뭐가 이렇게 다정해.

 

 “아니. 부드러운 게 마시고 싶다. 라떼나 카푸치노 같은.”

 “보통 점심 땐 카푸치노를 마시지 않지만 널 위해 만들어 줄게. 특별히.”

 “고마워. 파비.”

 

 민희는 의자에 앉아 파비가 커피 내리는 모습을 구경했다. 그 사이 키친으로 들어온 레오가 제 몫의 에스프레소를 내려 맞은편에 자리를 잡았다.

 

 “레오에게 커피 내리는 법을 배우고 있는데, 쉽지 않네. 아침에 레오가 만들어준 것만은 못하겠지만 그래도 네가 맛있게 마셔준다면 내겐 큰 기쁨일 거야.”

 

 무슨 학원이라도 다니는 거야. 멘트 하나하나가 왜 이리 주옥같니. 혼잣말을 삼키며 민희는 그가 건네준 따끈한 커피를 한 모금 입 안에 머금었다.

 

 ‘음....... 카푸치노는 거품이 생명인데.’

 

 한 잔의 커피를 비울 때까지 끝까지 남아 있는 그 쫀쫀한 거품, 성글게 만들어져 금방 사라지는 라떼의 거품과는 다른 것이 카푸치노였다.

 

 ‘그래도 내 생각하면서 만들어준 정성이 있으니까.’

 

 “고마워. 파비. 부드럽다. 이 카푸치노.”

 “말과 표정이 다른 걸 보니 진심은 아닌 것 같은데.”

 “내 속마음을 그 쪽이 어떻게 알아요? 귀신도 아니고.”

 “솔직한 게 더 도움이 될 때도 있는 겁니다. 파비. 거품 내는 연습을 좀 더 해야겠어. 카푸치노는 라떼의 거품보다 훨씬 더 단단하고 무거워야해.”

 “나 거짓말 한 적 없어요. 파비. 진심이야. 맛있어. 네 커피.”

 

 서로 절대 지지 않겠다는 듯 맞붙은 시선 사이로 파바박 불꽃이 튀었다. 두 사람의 신경전 탓에 괜히 파비만 안절부절 못한 채 그 사이를 서성거렸다.

 

 “제대로 된 걸 마셔본 적이 없으니 그렇게 말하는 겁니다.”

 “만들어 보세요. 그럼. 제대로 된 카푸치노가 어떤 건지.”

 

 아까부터 치밀어 오르던 짜증이 결국 인내심을 잃고 터졌는지 민희는 한껏 빈정댔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레오는 가타부타 말도 없이 커피를 내리기 시작했다.

 

 기가 막힌 타이밍으로 에스프레소를 추출하고, 최고의 비율로 따라낸 우유를 마침맞게 데웠다. 혼신의 힘을 다해 만들어낸 거품까지 얹어 완성한 카푸치노를 그녀의 앞에 내려놓았다.

 

 “마셔요.”

 “네. 뭐, 훌륭해요. 모양도, 맛도, 이상적인 거품까지. 완벽한 카푸치노네요. 그런데.”

 

 그의 커피를 한 모금 마신 민희의 입에서 감정이 실리지 않은 무미건조만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쪽의 카푸치노는 완벽하지만 제겐 파비의 것이 더 맛있어요. 마시는 사람에 대한 진심과 마음이 담겨 있느냐, 아니냐의 차이겠죠. 그 완벽한 모나리자가 누군가에게는 최고의 영감을 줄 수도 있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아무런 감흥도 주지 못하는 것처럼.”

 

 한 방을 제대로 얻어맞은 듯 얼이 빠진 레오를 바라보며 민희는 입꼬리를 한껏 끌어올렸다.

 

 “와인파티 준비하셔야죠. 사장님. 뭐부터 하면 될까요?”

 

 유쾌, 상쾌, 통쾌! 오늘의 그림일기는 그 얼빠진 표정이다. 이 놈아. 터지려는 웃음을 참아낸 민희는 속으로 쾌재를 외쳤다.

 

 

 

 ***

 

 

 

 “사장님. 로비 테이블로 모두 옮길까요?”

 

 키친 테이블 위로 한 가득 만들어진 음식을 가리키며 민희는 힐끔힐끔 레오를 쳐다보았다. 승기를 잡은 듯 의기양양했던 아까의 상황은 꿈결이었던 듯 납작 엎드린 진정한 ‘을’의 자세였다.

 

 유쾌, 상쾌, 통쾌는 개뿔. 집 나갔던 정신이 돌아온 민희에게 딱 1분간 외친 쾌재는 이후 소리 없는 비명이 되어 돌아왔다.

 

 ‘집도 절도 없는 피렌체에서 유일한 생명줄이 되어줄 갑님이라는 사실을 왜 자꾸 까먹는 거냐. 김민희. 아쉬운 사람은 너라고, 이 멍청아.’

 

 욱하지 말고 참았어야 했는데, 소매치기 이후 자꾸만 울컥울컥하는 기분 때문인지 무뚝뚝한 그의 태도에 한 소리를 한다는 것이 그만 도를 넘어버렸다.

 

 “사장님......?”

 

 홱 돌아본 고개에 움찔. 못마땅한 듯 노려보는 시선에 또 한 번 움찔. 다가오는 걸음에 쪼그라든 심장만큼 민희는 절로 어깨를 쭈그렸다.

 

 “테이블클로스 깔고, 접시와 와인 잔, 식기부터 세팅하세요. 완벽하게 마.음.을.담.아.”

 

 세차게 고개를 끄덕인 민희는 쿵쾅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냅다 로비로 달려 나갔다.

 

 ‘쿨하게 생겨가지고, 뒤끝 많기는. 그 말 담아뒀네. 담아뒀어.’

 

 하아, 긴장이 가셨는지 그녀는 기나긴 한숨을 뽑아냈다. 부지런히 테이블 세팅을 끝낼 무렵, 파비가 키친에서 음식을 들고 나왔다.

 

 토마토와 부팔라 모차렐라, 바질 잎을 켜켜이 쌓은 카프레제, 블랙 올리브와 그린 올리브를 섞어 만든 샐러드, 살라미, 프로슈토, 포르게타 등 다양한 살라메와 각종 치즈들까지.

 

 줄곧 저기압 상태로 건드리지 말라는 기운을 퐁퐁 풍기면서도 손을 멈추지 않더니, 그는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음식들을 홀로 만들어 냈다.

 

 “와우.”

 

 파비의 테이블 세팅이 끝나자마자 몰려온 투숙객들의 입에서 환호가 터졌다.

 

 “이거 사진 찍어도 돼요?”

 

 마지막으로 체크인을 했던 여자 손님의 말에 파비가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만도 했다. 하얀 테이블클로스 위로, 금빛 테두리의 개인 플레이트, 요리에 맞게 세팅된 그릇들, 그 위에 맛깔스럽게 놓인 음식들까지 여행을 시작하는 이들의 부푼 기대감을 채워주기에 너무나도 충분했다.

 

 “미니. 레오랑 같이 금방 와인 가져올게. 손님 안내 좀 부탁해.”

 “아. 응응. 다녀와.”

 

 민희는 로비로 들어선 손님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테이블로 자리를 안내했다.

 

 크리스마스 연휴를 맞아 12월 한 달 유럽 여행을 한다는 호주에서 온 중년 부부, 미켈란젤로를 너무나도 사랑하는 나머지 1년에 한 번씩은 꼬박 이탈리아를 찾는다는 싱가폴 청년, 맛있는 것도 먹고, 쇼핑도 즐기러 왔다는 미국의 젊은 여자 친구들, 신혼여행 겸 배낭여행 중이라는 멕시코 커플까지.

 

 다양한 국가에서 온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로 어느새 테이블이 가득 찼다.

 

 “자, 건배할까요?”

 

 손님들이 서로 인사를 주로 받고 자리를 잡는 동안 그들의 잔을 채운 레오가 제 와인 잔을 어깨 높이로 들어 올렸다.

 

 “피렌체에서 좋은 추억을 만드시길. 살루떼!”

 “살루떼!”

 

 그의 선창을 따라 다 같이 외친 사람들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잔을 부딪쳤다. 얼떨결에 레오와 시선이 마주친 민희는 빤히 쳐다보는 그의 눈빛에 맞대응하듯 똑바로 그를 응시했다.

 

 ‘뭐. 눈싸움이라도 하자는 거야, 지금?

 

 맞붙은 눈빛 사이, 다시금 불길이 일고 있었다.

 

 “두 분 커플이신 거죠? 같이 운영하시는 거였구나. 어쩐지....... 남자 사장님이 엄청 뜨겁게 바라보시더라.”

 

 신혼여행 중이라던 멕시코 여자가 감탄하듯 말했다.

 

 ‘하. 신혼이라 온 세상이 핑크빛으로 보이나 본데, 이게 어떻게 사랑의 눈빛이야, 어?’

 

 황당한 나머지 그녀는 떡하니 벌린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달링. 그게 부러웠어?”

 

 옆자리에 앉아있던 그녀의 남편이 여자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그들의 애정행각에 아니란 말을 할 타이밍을 놓친 민희는 어이가 없다는 듯 두 눈만 끔벅거렸다.

 

 “이미 여자 친구가 있는 거였어요?”

 

 아쉬움이 뚝뚝 묻어나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미국에서 왔다는 젊은 여자들 중의 한 명이었다.

 

 ‘뭐라는 거야. 저 싹퉁 바가지랑 내가 뭣이 어쩌고 어째?’

 

 “아뇨!”

 

 레오와 민희의 입에서 동시에 대답이 터져 나왔다. 그래놓고 상대가 외친 ‘아니오’란 말에 각자 마음이 상했는지 쳐다보는 눈초리에 가득 힘이 실렸다.

 

 “사랑싸움 중인가 봐요. 역시 젊으니 다툼도 하고.”

 “우리 나이 쯤 되면 다툼도 없어요. 에너지가 부족해서.”

 

 중년부부의 말에 놀란 민희가 동그래진 눈을 더욱 더 크게 키우며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아니라고. 눈싸움 중이었다고. 뒤끝이 길고도 긴 저 남자가 먼저 도발을 해온 거라고. 소리 없는 아우성만이 입 안에서 맴돌았다.

 

 

 
작가의 말
 

 알콩달콩 싸우면서 정드는 거지,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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