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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스푸쿠스제로 : spookszero
작가 : 줄리앙
작품등록일 : 2018.11.14

미확인 범죄 집단에게 G20개국의 정부 청사와 군사요충지가 동시다발 테러를 당한다. 이후 세계는 점점 무정부 상태로 빠져드는데....... 이런 혼란의 시기에 지금까지 은둔해 오던 초인류 세력 [피오니온]의 존재가 세상에 드러나게 된다. 그리고 첨단 기계 기술을 전술에 활용하는 [마이터스]라는 연합이 결성된다. 게다가 다른 블록에서는 유전자 조작 생물체를 이끄는 조직, [쉬켄]이 등장한다. 여기에 [트래시모리]라는 의문의 심령 집단도 출몰하게 된다. 혼돈의 세계에서 [피오니온][마이터스][쉬켄][트래시모리], 이 네 조직 간의 불협화음이 점점 고조되어 가는데.......

 
5. 8일 동안의 전투 (1)
작성일 : 18-12-24 16:14     조회 : 225     추천 : 0     분량 : 5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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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러와의 전쟁에 미온적이던 트래시모리의 최고위원들은 태도를 바꿨다. 레이와 퐁이 모쇼보에게 잡아먹힌 것이 발단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결정적인 것은 샬롯과 미나 일행의 설득이었다. 그들은 트래시모리도 전쟁에 개입해야 한다고 최고위원들의 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니며 몇 날 며칠을 들볶았다.

 

 “놈들은 악마에요. 테러 세력은 세상의 모든 것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샬롯이 지상에서 보고 들은 대로 최고위원들에게 사태의 심각성을 일깨웠다.

 

 “세상이 망한 다음의 트래시모리가 무슨 소용이래. 송장을 맡길 나 같은 우량 고객이 없어지면 트래시모리도 결국 쫄딱 망하고 말 것을.......”

 

 샤오링 부인이 대놓고 들으라는 듯이 혼잣말로 이죽거렸다.

 

 “제기랄, 뭐가 두려운 거예요? 우리에게는 고래의 힘이 있어요. 세상의 그 무엇보다도 강력한 군대라고요!”

 

 대산은 얼굴을 붉히고 최고위원들에게 대들었다.

 

 “게다가 참전용사였던 내가 전쟁에 참가한다잖아. 그럼 말 다했지. 내가 참여했던 전투들은 죄다 승리했다고. 난 져본 적이 없어. 걱정 말고 트래시모리도 전쟁에 뛰어든다고 선포 해! 아, 얼른?”

 

 아미르 노인이 최고위원 앙드레의 옆구리를 쿡쿡 찔러댔다.

 

 “어른들이 뭐 이래? 쫄보들 같아.”

 

 미나가 되바라진 말로 최고위원들을 도발했다. 그리고 도고타이는 묵묵히 그냥 최고위원들을 귀찮게 따라다녔다. 샤오링 부인은 이런 소문을 들었다. 최고위원 앙드레가 며칠 묵은 변비로 고생하다가 은총 같은 기별이 온 날이었다. 앙드레가 변기통에 똘똘 똬리를 튼 굵직한 황금색 구렁이 똥을 벅찬 감동으로 푸악 떨구었을 때였다. 앙드레는 갑자기 등골이 서늘했다. 뒤를 재빨리 돌아보았다. 콧구멍을 뭉친 휴지로 콱 틀어막은 도고타이가 자신을 내려다보며 서 있었다. 앙드레와 눈이 마주친 도고타이는 묵묵히 물 내리는 버튼을 꾹 눌렀다. 변기통이 꿀렁꿀렁 괴상망측한 소리를 토해냈다. 너무 많이 먹어 체한 낌새였다. 앙드레와 도고타이는 밀치락달치락 뒤돌아 볼 새도 없이 부리나케 화장실에서 도망 나왔다. 그러고도 도고타이는 앙드레를 놓치지 않고 묵묵히 들러붙어 다녔다는 것이었다. 샤오링 부인은 설마? 했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도고타이 그 노인네라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트래시모리의 최고위원들이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샬롯 일행의 노고가 한몫 했다. 그리고 얼마 후에 샬롯은 새로운 혈맹단 초호를 창설했다. 최고위원 우신의 바람을 저버린 선택이었다. 최고위원들은 미나 일행이 혈맹단에 골고루 나누어 가입하길 바랐다. 미나 일행은 다섯 명이었다. 혈맹단도 다섯이었으니까 한 명씩 나누어 들어가면 공평했다. 그러나 샬롯과 미나 일행은 그러지 않았다. 미나 일행 때문에 샬롯은 블루파피에서 떨어져 나오게 되었다. 그래서 우신의 혈맹단 블루파피는 근래에 세 명의 단원을 잃게 되었다. 레이와 퐁은 모쇼보에게 잡아먹혔다. 그리고 블루파피의 고급 단원이었던 샬롯은 미나 일행에게 대낮에 보쌈당한 꼴이었다.

 

 “우리는 절대로 떨어질 수 없어요.”

 

 미나와 샤오링 부인, 대산과 아미르 노인, 그리고 도고타이 노인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그들의 의지를 강력하게 표출했다.

 

 “미나를 내게서 떼어가려거든 날 죽이고 데려 가라!”

 

 아미르 노인은 자신의 노구에 그나마 하나 두르고 있던 도띠마저 벗어젖히려 들었다. 아예 알몸으로 드러누워 시위를 할 기세였다. 흥분한 아미르 노인을 샤오링 부인과 대산이 간신히 말렸다. 누가 보면 미나 일행은 어줍은 의리로 똘똘 뭉친 막가파 갱단의 양아치들 같았다. 최고위원들은 미나 일행의 별스러운 꼬락서니에 두 손 두 발을 다 들었다. 그렇게 해서 여차여차 별종들로 꾸려진 혈맹단, 초호가 탄생하게 되었다. 초호라는 이름은 샤오링 부인이 기르던 강아지들, 친친과 차호와호의 이름을 조합해서 지었다. 샤오링 부인의 굽힐 줄 모르는 고집 때문이었다. 게다가 초호는 트래시모리의 어느 최고위원의 소속도 아니었다. 그야말로 트래시모리에서 내놓은 후레자식 같았다. 정작 초호의 단원들은 누가 뭐라고 해도 아무런 거칠 것이 없었다. 함께라면 테러 세력을 단숨에 초전박살 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런 와중에 드디어 초호의 진가가 백일하에 드러나는 사건이 일어났다.

 

 “후신은 자신들이 테러 세력들을 주도하고 있는 핵심 집단이라고 공공연히 떠벌리고 있습니다.”

 

 유럽 대륙 일대를 정찰하고 돌아온 티모시가 최고 회의에서 보고했다.

 

 “푸르쿠아(왜)? 정체를 철저히 숨겨오던 놈들이 지금에 와서 왜?”

 

 앙드레 위원이 의심을 드러냈다.

 

 “저도 후신은 테러 세력의 본체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유사 조직일 것 같군요.”

 

 공아 위원도 앙드레의 의심에 힘을 실었다.

 

 “후신이라는 무리, 허세가 심하군. 여러 조직들의 표적이 되어서 득 볼 것이 뭐가 있다고.......”

 

 크리스티안 위원이 거들었다.

 

 “유사 조직이라고 하더라도 후신이 지금 살육과 파괴를 일삼고 있는 것은 본래의 테러 세력과 매한가지입니다.”

 

 샬롯이 말했다. 샬롯은 최고 위원은 아니었지만, 혈맹단 초호의 대표로 최고 회의에 참석하고 있었다.

 

 “후신을 제거하기 위해서 움직이는 대테러 조직은 없었나요?”

 

 정해수 위원이 티모시에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무슨 일인지 카라는 아직 움직이지 않고 있습니다. 알바니아 해안에서 후신과 대테러 조직인 피의 자매들의 전투가 있었습니다. 피의 자매들의 참패였습니다. 오십여 명의 자매들 중에서 두어 명만 목숨을 달고 도망쳤다고 합니다. 그리고 몬테네그로에서도 무영패라는 대테러 조직과 충돌이 있었습니다. 무영패의 조직원은 깡그리 전멸했습니다.”

 

 “저런......, 티모시? 당신이 보기에 후신이 강하던가요?”

 

 공아 위원은 후신의 전력이 궁금했다.

 

 “카라의 첨단 무기들로 무장한 백여 명의 병력으로 구성된 조직이었습니다. 여타의 대테러 조직들보다는 조직력에서 우세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혈맹단 하나와 비교하면 오합지졸로 여겨집니다.”

 

 “카라의 소문이 사실인가 봅니다.”

 

 카라 사가 적에게도 무기를 팔아먹는 다는 정보를 크리스티안은 기억 했다.

 

 “그래서 카라가 움직이지 않고 있는 건가?”

 

 우신 위원이 오해를 했다. 실상은 알다시피 유럽 관할의 마르스07이 아이슬란드에서 교전 중이었기 때문이었다.

 

 “카라를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어요. 구린 냄새가 납니다.”

 

 앙드레 위원이 카라를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민간인들이 더한 피해를 당하기 전에 서둘러 우리가 후신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티모시가 말했다.

 

 “그래요. 우신의 블루파피는 이번의 정찰대 역할을 했으니 제외하고, 나머지 혈맹단들 중에서 누가 출전하면 좋을까요? 우리 비스터가 나갈까요?”

 

 크리스티안이 자신의 혈맹단 비스터를 거론했다.

 

 “이번에는 초호가 나갈 수 있게 해주세요. 저희도 오랫동안 고래의 힘을 키워 왔어요. 이제는 세상을 구하는 데 보탬이 되고 싶어요.”

 

 샬롯이 불쑥 끼어들어 강하게 주장했다.

 

 “세상이 파괴되어 가는 것을 무력하게 지켜보는 것도 이제는 정말 지쳐버렸단 말이에요.”

 

 샬롯이 울분을 토했다. 전에 없이 흥분하는 샬롯의 모습에 우신 위원이 놀랐다. 자신의 혈맹단 소속일 때는 샬롯의 이런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이번에도 초호를 내보내지 않는다면 샬롯의 표정으로 보아 뭔 일이 나도 아주 큰일이 날 것만 같았다.

 

 “이번에는 초호를 믿어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우신이 슬쩍 말을 던졌다.

 

 “초호에는 어린애 하나와 죄다 노인들뿐입니다. 보낼 데가 없어서 전쟁터에 내보냅니까? 누가 들으면 욕합니다.”

 

 앙드레가 결사반대를 하고 나섰다.

 

 “그래요. 무리에요. 정말 세상을 구하고 싶으면 팀을 다시 만들 던지요. 그들만으로는 무리에요. 나는 당신들을 단 한 명도 잃고 싶지 않습니다. 레이와 퐁을 잃은 슬픔에서 아직 헤어 나오지 못했다고요.”

 

 크리스티안도 딴지를 걸었다. 샬롯이 크리스티안을 잡아먹을 듯이 째려보았다.

 

 “어험, 흠, 흠. 샬롯이 이렇게 강경하니.......지금의 초호에 몇 명 젊은 축으로 해서 인원 보충을 해서 내보내는 것은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크리스티안이 슬쩍 꼬리를 내렸다. 샬롯이 이번에는 앙드레를 노려보았다. 앙드레는 기겁을 했다.

 

 “그래요, 그래. 크리스티안 위원 말대로 하세요. 인원을 보충하도록 하세요. 샬롯의 능력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초호의 다른 단원들은 처녀 출전입니다. 상대도 그리 호락호락해 보이지 않아요. 샬롯이 그것을 따라 준다면 저도 승낙하겠습니다.”

 

 샬롯의 기세에 최고위원들이 초호를 전투에 내보내기로 결정을 했다. 샬롯은 인원을 보충해야 한다는 요구 조건을 받아들였다. 앙드레 최고 위원에게 소속된 혈맹단 아드반트는 엄청 무서운 언니를 지원해주었다. 이름은 레아였다. 올백으로 묶은 레게머리와 한쪽 다리만 걷어 올린 붉은색 광택 추리닝, 그리고 자전거 체인 비슷한 목걸이를 걸친 힙합 걸 차림새였다. 시크한 스모키 화장을 한 레아는 스웨그 넘치는 걸음으로 건들건들 미나 일행의 앞으로 걸어왔다.

 

 “썹, 맨!”

 

 레아는 아미르 노인의 면전으로 주먹을 쑤욱 내밀고 힙합식 인사를 했다. 아미르 노인은 초면부터 새파랗게 어린 것이 시비 거는 줄로 알고, 무서워서 오줌을 지릴 뻔 했다. 레아가 고개를 외로 꺾은 채로 한참을 기다려도 아미르 노인은 꼼짝을 안 했다. 아미르 노인의 숨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레아는 올려두었던 주먹을 거두고, 어깨를 한번 으쓱하고는 소파로 가서 벌러덩 누워버렸다.

 혈맹단 비스터에서는 아프로 스타일의 꺽다리, 안단테를 보내왔다. 별명이 불탄 성냥개비인 안단테는 아프리카 3대 갑부 중 하나인 쿤타킨테 회장의 여섯 번째 아내가 낳은 열두 번째 아들이었다. 쿤타킨테는 유독 안단테를 편애했다. 이를 질투한 쿤타킨테의 두 번째 아내가 안단테의 닭고기 스프 그릇에 코브라의 맹독을 두어 방울 떨어뜨렸다. 안단테는 스프 접시에 코를 박고 즉사했다. 쿤타킨테는 예약해 두었던 자신의 트래시모리 캡슐을 안단테에게 물려주었다. 그래서 안단테가 트래시모리로 오게 되었다. 쿤타킨테 패밀리가 가진 막장 드라마의 내막을 안단테가 들려주었다. 소리를 죽이고 듣던 샤오링 부인은 열이 받쳐 올랐다.

 

 “그 년은? 두 번째 아내 년은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글쎄요. 꼬챙이에 꿰어진 진흙 바른 통구이로 우리 가족의 저녁 식탁에 올려지지 않았을까요?”

 

 안단테가 무심하게 내뱉었다.

 

 “깔깔깔깔! 이 총각 보는 것과 다르게 유머가 있네. 식인종이라도 된다는 거야, 뭐야? 아주 재미나.”

 

 “외지인들이 우리 가족을 그런 식으로 부르기도 했어요. 식인종들이라고.”

 

 안단테가 다시 무심하게 내뱉었다. 샤오링 부인의 웃음이 뚝 끊겼다. 사방에서 꼴깍, 꼴깍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아미르 노인은 이번에는 정말로 무서워서 오줌을 아예 싸 버릴 뻔 했다. 혈맹단들은 별종들만 모인 초호에 더한 골칫덩이들을 보내온 것만 같았다. 하나는 노인에게 주먹질 해대는 힙합 걸에 하나는 사람을 아무렇지도 않게 구워 먹는 식인종이었다. 마치 문제아들만 득시글거리는 열등반에 들어온 기분이었다. 하여튼 초호의 단원들 여섯 명에 레아와 안단테가 투입되어 모두 여덟 명이 뒤죽박죽 한 팀을 이루었다. 별종들이 모인 독립 혈맹단 초호는 이제 발칸 반도로 고대하던 처녀 출정을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들이 키운 고래의 힘이 드디어 세상에 드러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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