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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오늘만 백만번째
작가 : 박재경양
작품등록일 : 2016.8.22

키다리 아저씨 같은 남자를 만나기는 애초에 글러 먹었고, 회사에서 만난 남자친구라는 놈은 등쳐먹고 사기나 치고 다니고. 하는 일 하나없는 여자 나이 서른. 진서는 오랜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고향 제주도로 내려왔다. 이렇게 된 바에 한살이라도 어릴 때 하고 싶었던 일이나 하면서 엄마옆에 있기로 작정했다. 그런데 웬걸, 차주혁, 할리우드에서는 크리스라고 불리는 뮤지컬 배우가 제주도에 찾아왔다. 그것도 진서의 집에! 왜? 태어나서 처음 보는 잘생긴 남자가 왜 우리 집에 있는거지?

 
10. 이러면 큰일나요
작성일 : 16-09-22 14:34     조회 : 381     추천 : 0     분량 : 4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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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기요, 사람 약해졌다고 함부로 막 더듬고 그러는거 아니에요.”

 주혁의 품에 가만히 안겨 있던 진서는 그렇게 말했다.

 ‘응? 뭐지?’

 주혁은 멈칫했다.

 그 다음 진서가 한 말은 더 충격적이었다.

 “여자라면 다 자길 좋아할 줄 알아. 진짜.”

 진서는 세차게 주혁을 밀어냈다.

 저렇게 자신을 밀어내는 여자는 처음이었다.

 졸지에 아무 여자나 함부로 더듬는 치한이 돼 버린 주혁, 오해를 풀 새도 없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진서는 저만치 달아나 버린 후였다.

 ‘위로를 해줘도 저러고 허 참…’

 진서가 떠난 자리에는 빵 봉지 하나만이 남아 있었다.

 주혁은 그걸 보고는 미안해졌다.

 ‘또 저녁을 차리려고 애를 쓰는 중인것 같은데, 이런 식으로 피해를 주면 안되는데…’

 부하 직원에게라도 예의바르게, 개념있게, 하지만 원하는 것은 확실하게, 그에 대한 보상은 정당하게.

 아버지께서 회사를 운영해 온 원칙이었고, 어릴 때부터 주혁이 귀에 못이 박히게 듣던 말이었다.

 그래서 베이비시터 마리에게도, 수영장과 집을 청소하는 제인 아주머니에게도 부모님은 늘 윗사람을 대하듯 정중하고 예의있게 대했었다.

 아무리 돈이 많고 권력이 있더라도 함부로 부릴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것.

 배우가 되고 나서는 아버지와 연은 거의 끊어졌지만, 몸에 익힌 습관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그런 주혁이 번거로운 일을 시켜버리다니, 치욕적이었다.

 주혁은 고개를 숙여 빵 봉지를 들었다.

 이미 해는 수평선 아래로 모습을 감춘 뒤었다.

 불타오르던 노을도 잠잠해지고, 출항을 한 배들의 환한 불빛이 하나 둘, 바다를 메웠다.

 한국답게 노을마저 작고 소담했다.

 미국처럼 모든 것이 크지도, 과하지도 않았고 고요했다.

 서울에서 만났던 사람들처럼 억지로 주혁에게 잘보이려고 소란을 피우는 사람도 없었다.

 하긴, 여기에서 만난 사람이라고는 진서, 진서의 어머니 단 둘뿐이니 비교할 대상도 없기는 했지만.

 주혁은 잔잔한 수면 위를 한가롭게 떠 있는 배들을 보았다.

 ‘마음에 들어, 이 동네…’

 몇년만에 제대로 된 휴가를 즐기는 듯했다.

 주혁은 천천히 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 여유를 즐기겠다는 듯, 걸음마저 여유로웠다.

 

 그때, 어스름한 불빛 사이로 진서의 목소리가 들렸다.

 “내가 지금 누구 때문에… 잘생기면 다야!”

 진서의 목소리에는 억울함이 가득했다.

 여기에서 잘생긴건 분명 주혁을 두고 한 말일 거였다.

 주혁은 조금은 의기양양한 웃음이 절로 새어나왔다.

 ‘그렇게 변태 취급을 하더니그래도 잘생긴걸 알긴 아는군.’

 주혁은 진서에게 다가갔다.

 잘생겼다는 말에 조금은 다행스러웠다.

 얼굴 한 번 보겠다고 텍사스 주에서 할리우드까지 비행기를 타고 오는 팬도 있는데, 당연히 잘생겼지.

 “잘생기면 다지요. 왜요, 심장 떨려서 한 집에 못 있겠어요?”

 주혁은 빵봉지를 내밀었다.

 고마워할 줄 알았던 진서는 웬걸, 거의 죽여버릴 듯 주혁을 노려보았다.

 ‘저 살기는 뭐지?’

 주혁은 당황스러웠다.

 잘생겼다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젠 왜 또 노려보는건가.

 조금만 더 있다가는 한대 맞을 것 같았다.

 ‘빵을 이렇게 갖다주면 안되는 건가? 뭐지, 버린 걸 내가 주워온건가?’

 주혁은 침을 꿀꺽 삼켰다.

 천하의 차주혁의 심장을 쫄깃하게 만들다니, 진서도 보통은 아니었다.

 “아조 삼시세끼 빵빵빵. 빵 못먹어서 죽은 귀신이 붙었나. 한국 사람이면 밥을 먹어야지. 네? 밥 먹으면 얼마나 좋아요!”

 주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빵먹는게 잘못된건가? 밥? 그게 빵 아닌가?’

 아버지도 한국을 오래 떠나 왔고, 어머니 때문인가, 밥은 늘 서양식으로 먹었다.

 김치? 라는 것도 스무살이 넘어서야 헤일리가 데려간 한인식당에서 처음으로 맛볼 정도였으니 할말 다 했다.

 그런 의미에서 주혁은 중국음식을 먹을 때 빼놓고는 젓가락질도 잘 하지 않았다.

 그마저도 서툴러서 헤일리가 옆에서 하나하나 집어주는 경우도 많았다.

 ‘아, 맞다. 한국 사람들은 쌀을 주식으로 먹는다고…’

 “밥? 쌀밥 이야기 하는 거예요?”

 “그래요. 쌀밥! 쌀밥에 고기! 얼마나 좋아요? 간편하고, 맛도 있고.”

 ‘고기? 스테이크?’

 주혁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한국 사람들이 신기한 것을 많이 먹는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었다.

 소의 뼈를 낸 국물을 귀한 음식으로 친다는 소리도 들었고, 미국에서는 잘 안먹는 삼겹살 같은 것을 즐겨 먹는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삼겹살로 왜 베이컨 같은 걸 만들지 않고, 아무 맛도 안나는 생고기를 먹으며 좋아하는지도 이해가 되지는 않았지만, 궁금하기는 했다.

 ‘한번 먹어보고 싶기는 하군.’

 주혁은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한번 말해야 겠다고 다짐했다.

 주혁은 진서를 따라서 집으로 들어갔다.

 함께 말동무라도 했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진서는 뭐가 단단히 화가 났는지 입도 뻥끗하지 않았다.

 한참 후에 하는 말이라고는 파파라치 이야기니, 뭐 연예인과 사귀는건 싫다느니 하는 말 뿐이었다.

 문득, 지금은 자고 있을 헤일리가 생각났다.

 미국은 지금 새벽 4시 정도니, 헤일리는 세상 모르고 자고 있을 거였다.

 ‘그렇네. 밖에서 커피 한잔 안한지도 오래 되었네…’

 주혁은 마지막으로 함께 레스토랑에 가고 커피를 마시고, 영화를 봤던 게 언제였는지 기억해 보려고 했지만, 까마득했다.

 그런 여유를 부리기에는 서로 바빴고, 주혁의 주위에는 늘 파파라치나 기자들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아침에 운동을 나갈 때도, 잠깐 쓰레기를 버리러 나갈 때도 파파라치들은 늘 붙어 있었으니, 할말 다했다.

 -“사생활이 없는 건 싫어. 우리 그냥 모른척 해.”

 주혁이 공개연애를 하자고 했을 때, 헤일리는 단번에 거절했다.

 -“너와의 관계도 내 삶에서 중요한 일이지, 하지만 스타 차주혁의 연인으로만 기억되고 싶지 않아. 난 내 일을 사랑해. 앞으로도 계속 이어나가고 싶어.”

 주혁은 헤일리의 입장을 존중했고,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여자친구가 없다고 밝혔다.

 일반인이라 공개하기 싫다는 말 조차도 헤일리는 입밖으로 내뱉지 말라고 했다.

 그래서 지금은 이렇게 몇 달째 얼굴 한번 보지 못한 채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게 관계를 유지하는 건지, 헤어진건지…’

 주혁은 헤일리가 떠오르자 문득 마음이 무거워졌다.

 진서는 주혁의 눈치를 보더니, 입을 열었다.

 “뭐 따로 차려드릴 거 있어요? 있음 말하시고요.”

 진서는 갑자기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주혁은 그제야 헤일리의 생각을 지울 수 있었다.

 ‘마침 잘됐다.’

 

 

 주혁은 혼자가겠다고 우기는 진서를 따라서 읍내의 마트에 왔다.

 장을 보러 간다고 했을 때, 사진과 티브이에서 보았던 시장을 생각했던 주혁은 놀랍도록 깨끗하고 잘 정리된 마트에 적잖이 실망했다.

 “시장? 마켓? 이런 곳에 가는 거 아니었어요?”

 주혁은 진서가 시키는 대로 카트를 끌면서 불평을 늘어놓았다.

 “여기가 무슨 조선시대에요? 뭐 동네마다 시장이 있는 줄 아나보지요?”

 진서는 비꼬듯 투덜거렸다.

 모자를 깊숙히 눌러써 얼굴은 가렸지만 모델처럼 큰 키, 훤칠한 몸매는 감출 수 없었다.

 저녁 찬거리를 사러 오는 할머니, 아주머니들 모두 주혁이 지나갈 때마다 발걸음을 멈추고 쳐다보았다.

 “뭐, 파파라친지 뭔지는 마트까지는 못 따라오나보죠? 흥.”

 투덜거리는 진서의 뒤에는 짐을 잔뜩 실은 카트가 맹렬히 달려오는 중이었다.

 하지만 진서는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이런, 저 여자 짜증내다가 골로 가겠는데.’

 카트는 가속력이 붙었는지 점점 더 빨리 진서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조심해요!”

 주혁은 순간적으로 팔을 뻗어, 진서를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

 가속도가 붙은 카트가 진서의 옆을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다.

 “하마터면 큰일날뻔 했네요.”

 주혁이 깊은 숨을 내쉬었다.

 여전히 진서를 안은 채였다.

 “색시, 괜찮아?”

 사람들이 주혁과 진서의 주위로 몰려들었다.

 ‘앗차.’

 주혁은 진서를 더욱 꼭 껴안으며, 얼굴을 가렸다.

 태양을 가린다고 빛이 사라지나, 주혁의 얼굴은 이미 가려도 빛이 났다.

 이미 키부터가 다른 사람들보다 너무 우월하였다.

 “그래도 신랑이 구해줘서 다행이네. 색시 따라서 장도 보러 오고, 복받았구만.”

 “생긴것도 잘생겼는데, 색시까지 챙기니 금상첨화네.”

 사람들, 특히 할머니와 아주머니들이 진서와 주혁에게 한마디씩을 건넸다.

 모두들 다정한 신혼부부 쯤으로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하긴 주혁의 나이가 벌써 서른이 넘었으니, 슬슬 결혼을 생각할 나이이기도 했다.

 벌써 몇번째 진서를 안고 있는건지…

 이제는 뭐 일상처럼 껴안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주혁은 얼굴을 가리기에 급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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