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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401 기동조사반
작가 : 칠미리
작품등록일 : 2018.11.4

주택가 골목에서 일어난 한밤의 폭행사건. 변호사 서유림이 사건을 맡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유력한 용의자는 현장에서 체포된 사설탐정. 그것도 하필이면 서유림의 첫사랑 엄기동이라니……. “정황에 가려진 진실이 있어. 난 범인이 아니라고!!” 사건의 규모는 감당하기 힘들 만큼 커지게 되고, 그 뒤에 감춰진 검은 세력들이 하나 둘 베일을 벗기 시작하는데……. 변호사와 사설탐정의 콜라보를 그린 좌충우돌 본격 수사 성장물. 과연 이들은 아름다운 러브라인의 결실을…… 아니,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 낼 수 있을 것인가.

 
[23화] 남자의 변신
작성일 : 18-12-24 14:44     조회 : 286     추천 : 0     분량 : 7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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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푼 꿈을 안고 고진건설을 찾은 최태성이 강진상에게 꾸지람을 듣고 있을 무렵. 아니, 그보다 조금 앞선 시간.

 태성캐피탈은 양복을 입은 건장한 사내들의 출현에 한바탕 난리를 겪고 있었다.

 느닷없이 들이닥친 사내들은 압수수색을 하듯 사무실 이곳저곳을 쑤시고 다녔다. 그러면서 장부로 보이는 서류와 여러 대의 컴퓨터를 마구 실어 나른다.

 이런 갑작스런 상황에 직원들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처음에 이를 말리는 사람들도 그들이 제시한 신분증(고진건설 법무팀 소속의 신분증)과 계약서를 보고는 더 이상 아무런 저항을 하지 못했다. 직원 하나가 급히 한기주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 비서님. 지금 큰일 났어요.”

 “뭐가?”

 “아니, 고진건설 법무팀이라면서 지금 저희 사무실 다 뒤지고 있어요. 어떡해요?”

 

 적잖이 놀란 한기주였지만 고진건설을 상대로 뾰족한 수를 찾기란 불가능했다. 그렇다고 최태성에게 연락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미 이런 상황을 알고 있는 것도 모자라 지금쯤 강진상에게 엄청난 지탄을 받고 있을 게 뻔했기 때문이다. 급한 대로 구일구에게 연락을 했다.

 

 「응, 왜?」

 “너 지금 어디야?”

 「애들이랑 밥 먹고 있지. 너는 밥 먹었어?」

 

 이 와중에 한가하게 밥이나 먹고 있다니, 한기주는 “야! 이 새끼야.”라며 소리를 버럭 내질렀다. 동료의 끼니를 살뜰히 챙기려던 구일구의 입장에서 보면 서운해도 보통 서운한 일이 아닐 것이다. 짧은 탄식을 내뱉은 한기주가 곧 냉정을 되찾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너 애들 데리고 당장 사무실로 가. 아니, 아니, 거기 말고 캐피탈로 가라고. 지금 그쪽 다 털리고 있어. 난리가 났다고. 뭐, 전쟁? 전쟁을 왜 해. 상대가 고진건설이야. 그냥 적당히 기분 좀 맞춰주고, 돈이나 좀 찔러주라고. 아! 그리고 옥상. 거기는 절대 못 올라가게 막아야 돼. 아니, 때리지 말고 최대한 주위를 분산시키란 말이야. 알아들어?”

 

 급해 죽겠는데 하나부터 열까지 다 가르치려니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평소 표정변화가 거의 없던 그의 얼굴에도 짜증이 그려져 있었다. 답답해도 보통 답답한 게 아니었나보다.

 하지만 그의 간절한 바람에도 불구하고 태성캐피탈 옥상은 절체절명의 대위기를 맞이하게 된다. 아래층과 차이가 있다면 협소한 공간에 실어 나를 것이 아주 간소하다는 거. 그 흔한 컴퓨터도 없었고, 있는 거라고는 찌그러진 캐비닛에 박아둔 서류장부 몇 권이 전부였다. 물론 이 곳에도 직원(이라기보다는 그냥 건달)이 있었지만 신입이라 그런지 구석에서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그런 삭막한 분위기에서도 통솔력 있게 지휘, 감독하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고진건설 법무팀 소속 조한나였다.

 검은 모피코트에 고급 털모자까지 착용한 그녀는 파견 나온 변호사라기보다 유명 패션쇼를 관람하러 온 관객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화려함. 그녀의 매력이라면 매력일 것이다. 어쨌든 지금 조한나는 손에 들고 있는 장부를 뒤적거리며 프로다운 면모를 선보이고 있다.

 

 “글씨 봐라. 어쩜 이렇게 알아먹지도 못하게 써놨을까. 아우, 수준 떨어져.”

 

 글씨뿐만이 아니었다. 내용 또한 마구잡이로 써놓은 탓에 누가, 언제, 얼마를, 어떤 조건으로 빌려갔는지 쉽게 파악할 수가 없었다. 혹시나 쉽게 알아볼 수 없게 하려는 의도적인 수법은 아니었을까? 아니, 그런 것 치고는 게으름과 귀찮음이 물씬 묻어나 있었다.

 

 “아니, 도대체 이런 놈들을 뭘 믿고 일을 맡기신 거지? 회장님의 의중을 모르겠어.”

 “고진건설을 등에 업고 있으니 무서울 게 없었나봅니다. 그래서 그런지 업계에서도 악덕 고리대금업자라는 소문이 자자하더군요.”

 “그러게요. 이자율이 어마어마한데요? 법정 최고금리를 한참이나 웃돌고 있잖아요. 완전히 깡패나 다름없지. 보아하니 폭력도 서슴없이 행사했을 것 같네요. 무서워라.”

 “그래도 이렇게 먼저 손쓸 수 있게 돼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자, 어느 정도 정리는 된 것 같은데요.”

 

 어수선한 현장을 빠져나오는 고진건설 법무팀. 깔끔한 임무완수를 알리기라도 하듯 건물 앞에 대기 중인 봉고차의 트렁크가 힘차게 닫힌다. 출발을 앞둔 차량에 모두가 올라타자 조한나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휴대전화기를 꺼내들었다.

 

 “네, 지금 막 끝났어요. 어디 계세요?…… 네? 화장실이요?”

 

 남의 사무실을 급습한 상황에서도 염치없이 화장실을 빌리다니, 누군지는 몰라도 어지간히 급했나보다.

 

 “손만 닦으신 거라고요? 그런 것 치고는 많이 당황하신 것 같은데……. 오호호호, 농담이에요, 농담……. 네, 알았어요. 그럼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기동 씨.”

 

 ‘기동 씨’라니……. 세상에는 똑같은 이름이 참 많은 것 같다. 그렇게 흔한 이름이 아닌데도 말이다.

 하지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고진건설 강진상이 과연 어떻게 최태성의 비자금 조성을 눈치 채게 됐는지, 그리고 조한나가 ‘기동 씨’라고 부른 남자는 과연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정신없겠지만, 손을 씻으러 화장실에 들렀다는 ‘기동 씨’가 내려올 동안 잠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보도록 하자.

 .

 .

 .

 이틀 전, 그러니까 서유림이 무료법률상담으로 한창 바쁜 한때를 보내고 있을 무렵. 서유림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발신자는 ‘똥싸개’. 아마도 똥오줌 못 가리는 개만도 못한 인간을 일컬어 붙여진 별명이 아닐까 한다. 안 좋은 내색을 비친 것도 잠시, 서유림은 언제 그랬냐는 듯 표정을 바꾸며 반갑게 통화한다.

 

 “어머, 한나야. 안 그래도 내가 전화 하려고 했었는데.”

 「기집애, 바쁜가 보다? 사람들 소리도 많이 들리고.」

 “아니야, 바쁘긴. 그냥 얘기 좀 하고 있었어. 그런데 웬일이야? 혹시……, 나한테 넘길 의뢰라도 들어왔어?”

 「그런 건 아니고.」

 

 쳇! 서유림은 금세 실망하고 말았다. 과정이야 어찌됐건 일까지 의뢰받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 일석이조가 아니던가. 그런 기대와는 달리 조한나는 뜬금없이 이렇게 얘기한다.

 

 「아니, 그래도 내가 그쪽으로 한번 가봐야 될 것 같지 않니? 분위기도 볼 겸 해서 말이야.」

 “어디, 여기?”

 「생각해봐. 내가 앞으로 소개해줄 의뢰인들이 내 얼굴 보고 일을 맡기는데, 내가 너 일하는 곳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

 “그, 그렇기는 하지만.”

 

 갑작스러운 말에 서유림은 잠시 당황했다. 잘못하다간 완벽하게 짜여진 계획(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이 발각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는 날엔 모든 일이 수포로 돌아가고 만다. 서유림이 우물쭈물 하고 있는 사이, 상대방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왜, 싫어? 그럼 너 혼자 알아서 하든가.」

 “아니, 그, 그게 아니라…….”

 「아, 빨리 말해. 나 오늘밖에 시간 없단 말이야.」

 

 오늘밖에 시간이 없다니……. 역시나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의 재수 없는 캐릭터라 할 수 있겠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서유림은 상냥하게 양해를 구했다. 주먹을 불끈 쥔 채로.

 

 “저기, 한나야. 그러니까…… 내가 조금 이따가 다시 전화하면 안 될까? 일정이 하나 잡혀있는데 내가 이걸 미룰 수 있는지 확인을 해봐야 하거든.”

 「오래는 못 기다려. 너 아니어도 만나달라는 사람 많거든.」

 

 전화통화를 마친 서유림이 부리나케 사무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목적지는 응접실 건너에 있는 기동조사반.

 

 “기동아, 큰일 났어…… 어머, 너 지금 뭐하는 거야?!!”

 

 덜컥 문을 연 서유림이 알몸으로 상체를 드러낸 남자의 모습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러기도 잠시, 손이 닿지 않는 등 쪽으로 파스를 붙이느라 애를 먹고 있는 모습임을 곧 알게 된다. 엄기동이 게슴츠레한 눈으로 서유림을 쳐다보고 있다.

 

 “그렇게 놀랐으면 고개라도 돌릴 것이지, 뭘 그렇게 빤히 쳐다봐. 음흉하게…….”

 “뭐, 뭐가 음흉하다는 거야. 그리고…… 나 고개 돌렸어.”

 “그러지 말고 이리 와서 이것 좀 붙여줘. 이게…… 아우, 조준이 잘 안 되네.”

 

 한참을 망설인 서유림이 쭈뼛거리는 걸음으로 다가가 “이리 줘봐.”라며 파스를 뺏어들었다. 그리고는 엄기동이 가리키는 좌표를 따라 정확히 안착시켰다. 행여나 떨어질세라 서유림은 야무지게도 쫙쫙 펴 바른다. 성난 등 근육은 아니었지만 비교적 단단한 감촉을 느끼며 서유림의 심장이 콩닥콩닥 거리기 시작했다.

 그런 분위기가 익숙하지 않았는지 서유림은 엄기동의 등짝을 찰싹 내리치며 “파스는 왜? 어디 다쳤어?” 이렇게 임무완수의 신호를 알렸다. 언제 빨았는지도 모를 칙칙한 컬러의 트레이닝복을 다시 걸친 엄기동이 별일 아닌 것처럼 말했다.

 

 “아니, 방앗간 최 영감님. 기계작동이 안된다면서 곤란해 하시잖아. 그래서 잠깐 봐줬지. 그때 좀 삐끗 했나봐.”

 

 아무래도 이 남자, 이웃 간의 정을 너무 쓸데없이 남발하고 다니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뭐든지 척척 해내는 그의 능력에 서유림은 남모를 감탄을 하게 된다.

 

 “오오, 너 그런 것도 할 줄 알아?”

 “전기 쪽은 좀 볼 줄 알지. 원리만 알면 간단하거든. 하하하하!”

 “대단하다. 그래서, 그래서 다 고쳤어?”

 “…….”

 “못 고쳤어?”

 “…….”

 

 아무 말 못하는 엄기동을 보며 서유림은 ‘그럼 그렇지.’라는 실망스런 기색을 내비쳤다. 아마 방앗간 최 영감님도 이와 똑같은 표정을 지었을 게 뻔하다. 곤란한 상황에 처하자 엄기동은 얼른 화제를 전환시킨다.

 

 “흠흠……. 찾아온 용건이 뭐야?”

 “아, 맞다.”

 

 그제야 잊고 있었던 중요한 사실을 떠올리며 조한나와의 통화내용을 얘기했다. 큰일이라도 닥친 것처럼 소란스럽게 떠드는 것이, 흥분을 해도 보통 흥분해 있는 게 아니었다. 하지만 이야기를 다 들은 엄기동의 반응은 뜻밖이었다.

 

 “그런데?”

 “그, 그런데, 라니?”

 “당연한 거잖아. 일을 맡긴다는데…….”

 

 엄기동은 이런 일이 생길 줄 미리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설마 너, 그 친구가 여기에 한 번도 안 올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라며 서유림을 바보취급 했다.

 

 “그, 그럴 리가……. 나도 그 정도는 다 알고 있었다, 뭐.”

 “그렇지? 그래, 당연히 그랬겠지. 그럼 문제될 게 없잖아. 혹시 내가 창피해서 그래?”

 “무슨 말이 그래. 조한나라고, 조한나. 고진건설 법무팀 조한나. 넌 걱정이 안 돼? 만에 하나 그 독사 같은 년이 눈치라도 채 봐. 우리 시작도 못 해보고 끝나는 거야. 네가 말한 그 강력한 한방이 우리한테 돌아오는 거라고. 더구나.”

 “……?”

 “말이 좋아 민간조사원이지, 걔 눈에는 그냥 심부름센터 직원이나 다를 바가 없을 걸. 같은 공간에 있다는 자체가 말이 안 된단 말이야.”

 

 어쩌면 “내가 창피해서 그래?”라는 물음에 어느 정도 수긍하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는 말이다. 엄기동은 흥, 세 들어 사는 주제에 건방진 소리를 하는군, 이라며 눈을 흘겼다. 그리고는,

 

 “쓸데없는 걱정하지 말고 그냥 자연스럽게 초대해. 아, 그 전에 사무실 정리나 좀 제대로 하고……. 뭔가 좀 있어 보이게 하란 말이야.”

 “왜, 어디 나가게? 지금?”

 

 야상점퍼를 챙겨서 밖으로 나가려는 엄기동을 붙잡고 물었다. 이런 긴급한 상황에서 지금 자기 혼자만 쏙 빠지겠다는 거야? 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엄기동은 어딘가 못마땅한 얼굴로

 

 “창피하다며?”

 

 트레이닝복에 야상점퍼, 그리고 점퍼 뒤로 박힌 캐릭터까지……. 이날따라 엄기동의 뒷모습이 유난히 궁상맞게 보이는 건 사실이다.

 .

 .

 .

 느닷없는 귀부인의 출현에 연북동 주택가가 술렁이고 있다. 연한 회색에 풍성한 모피를 자랑하는 코트, 보송보송한 고급 털모자, 거기에 진한 선글라스를 멋스럽게 착용한 귀부인은 자신을 졸졸 따라다니는 아이들을 향해 “얘, 저리 가지 못해?”라며 파리 쫒듯 손을 휘휘 내젓는다.

 물건을 정리하는 슈퍼마켓 사장님, 짐을 운반하는 택배기사, 심지어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까지, 다들 하나같이 이 낯선 인물을 신기한 듯 쳐다보고 있었다.

 

 “이래서 내가 어딜 함부로 못 다닌다니까. 정말이지 동네 수준하고는…….”

 

 목조건물에 마련된 주차장이 협소한 관계로 조한나는 공용주차장에 차를 대놓고 한참을 걸어 올라갔다. 겨우겨우 찾아간 곳에는 서유림이 나와 반갑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목조건물을 한번 훑어본 조한나는 “무슨 목장도 아니고, 나무가 뭐니? 나무가. 촌스럽게……. 야, 벌레 나오겠다.”라는 기분 나쁜 말을 서슴없이 내뱉는다.

 

 “그래도 뭐, 그런대로 지낼 만해. 내부도 생각보다 깨끗하고.”

 “당연히 깨끗해야지. 네 꼴 좀 봐봐. 네 꼴이 이런데, 거기다가 실내까지 거지같으면, 사람들이 오고 싶겠니? 너는 꼭 쓸데없는 걸 자랑삼아 얘기하더라.”

 

 하마터면 그 자리에서 머리채를 휘어잡을 뻔한 걸 서유림이 간신히 참아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한나의 잔소리는 계속 이어졌다.

 이 건물에는 왜 엘리베이터가 없는 것인가, 엘리베이터도 없는 건물에서 왜 하필이면 4층인가, 엘리베이터가 없다는 건 고객에 대한 예의가 아니란 걸 모르는가, 지금 내가 계단을 오르느라 힘들어 한다는 걸 정녕 모르는가, 등등…… 요약하자면 뭐, 이 정도였다.

 하지만 그런 잔소리도 얼마못가 멈추고 말았다. 401호 앞에 걸려있는 수상한 간판 때문이다. 그녀의 몸이 부들부들 떨리더니 마침내 펄쩍 뛰기 시작했다.

 

 “미, 민간조사? 이거 흥신소잖아. 야! 너 미쳤니? 차려도 하필 이런데다가……. 너 이러면서 나한테 일 소개시켜달라고 한 거야? 나 망신 주려고? 됐어, 없던 일로 하고 다시는 나한테 연락…… 아!”

 

 조한나는 또 한 번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 서유림이 힘차게 문을 열어 재끼자, 이번에는 놀라운 광경이 그녀의 눈앞에 펼쳐졌기 때문이다. 떡 벌어진 입을 좀처럼 다물지 못하고 있는 조한나.

 

 ‘아아, 뭐지? 이 럭셔리함은……. 그 유명한 ○○○ 피부클리닉에라도 와있는 기분이야. 부러워, 나도 이런 공간에서 일하고 싶단 말이야.’

 

 그렇게 부러움에 목말라하고 있는 사이, 등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오, 이런. 손님이 와계셨군요. 서 변호사님 의뢰인이십니까?”

 

 낮선 신사의 등장에 조한나의 심장은 또 한 차례 거센 폭격을 맞게 된다. 놀란 건 그녀뿐만이 아니다. 처음엔 그저 말똥말똥한 눈으로 “네? 누구시죠?”라고 했던 서유림 역시 남자의 정체를 알아차린 순간, 우째 이런 일이! 라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을 하고 말았다. 꾹꾹 눌러 비빈 눈을 다시 한 번 크게 떠봤다.

 단정하게 빗어 넘긴 머리에 뽀샤시한 얼굴. 어디 유명 숍에서 메이크업이라도 받고 온 것이 틀림없어 보인다. 얇은 안경테와 과하지 않은 액세서리 또한 늘 착용하고 다닌 것처럼 잘 어울렸다. 블랙의 슈트와 모피가 달린 롱코트는 한눈에 봐도 고가임을 알 수 있다.

 그렇게 한껏 멋을 부린 엄기동의 변신은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작가의 말
 

 그랬다고 합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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