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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공포물
미완성 원고
작가 : 심해해삼
작품등록일 : 2018.12.22

사라진 소설가와 남겨진 미완성 원고
7일의 여행과 7가지 기묘한 이야기

대학생 찬기는 여름방학을 앞두고 여자 친구인 효정에게 놀라운 이야기를 듣는다. 괴짜 소설가인 효정의 삼촌이 실종됐으며, 효정에게 삼촌이 남긴 미완성 원고가 상속 되었다는 것이다.
평소 삼촌을 잘 따랐던 효정은 유작은 절대 남기지 않겠다는 삼촌의 유지를 받아 들여 직접 미완성 원고를 완성하기로 마음먹는다. 삼촌 전국을 돌면서 갖가지 기이한 이야기를 채집하고 이를 소설로 가공하는 작업을 했는데, 효정 역시 방학 동안 삼촌을 따라 전국을 여행하면서 갖가지 기묘한 이야기를 직접 듣고 미완성 원고를 마무리하기로 결정한다. 찬기는 효정과 동행하기로 마음먹고, 둘은 기차 여행 티켓을 끊은 뒤 7일 동안 전국 곳곳을 돌며 기이한 이야기를 뒤쫓는 여정을 시작한다.

 
12. 하얀 인어 (5)
작성일 : 18-12-24 00:27     조회 : 339     추천 : 0     분량 : 4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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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때, 새하얀 팔이 바다에서 불쑥 튀어나왔어.

 

  그래, 맞아. 나를 여기까지 인도한 그 인어의 팔이었어. 인어는 양부의 목을 자신의 팔로 힘껏 휘감았지. 그리고 바로 몸을 꺾어 바다로 뛰어들었어. 양부는 인어에게 붙들린 채 허망하리만큼 쉽게 바다로 끌려갔지. 양부의 모습은 순식간에 바다 깊숙이 잠겨 사라졌어.

 

  우리가 타고 있던 배 역시 암초에 조각나 곧바로 양부의 뒤를 따랐지. 인어의 모습도, 양부의 모습도 온데간데없었어. 나는 튕겨나간 배의 조각을 붙들고 혼자 바다에 남겨졌지. 그런데 그 즈음 다시 한 번 더 커다란 파도가 내 위로 몰아쳤어. 바닷물에 휘감기자 숨이 턱하고 막히더군.

 

  나는 그대로 의식을 잃었어.

 

 

  * * * * *

 

 

  “얼마 후에 나는 해안가 근방에서 정신을 차렸어. 나를 구해준 사람의 말에 따르면, 내가 얕은 해변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져있었다더라고. 잘은 모르지만 어찌 어찌 운이 좋게 바다에 가라앉지 않고 떠밀려 온 모양이야.”

 

  광열은 피다만 담배를 비벼 끄며 이야기를 이었다.

 

  “쓰러진 내 옆에는 부서진 배의 파편이 떠밀려와 있었어. 누가 봐도 내가 타고 있던 배에 무슨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지. 사람들은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내게 양부는 어디 갔냐고 물었어. 나는 갑자기 폭풍에 휘말리는 바람에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둘러댔지. 다들 의심 없이 내 말을 믿어줬어. 뭐, 솔직하게 말해도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겠지만 말이야.”

 

  밤중에 곤란에 처한 인어를 만나 도움을 줬는데, 그 인어가 다시 나타나 폭력적인 양부를 끌고 바다로 들어 가버렸다. 누구라도 믿기 힘든 이야기였다. 설사 광열이 진실을 말해준다 한들 사람들은 아버지를 잃은 아이의 헛소리라 여길 게 분명했다.

 

  “사실 폭풍에 휘말려 조각배가 좌초하는 일은 가끔가다 일어나는 일이긴 했어. 그래서 사람들도 어련히 이번 일도 그와 비슷할 거라 넘겨짚었지. 나는 대강 굴러가는 상황을 눈치 채고는 잠자코 있었어. 그냥 배를 제대로 몰지 못할 정도로 아버지가 술이 취하긴 하셨다는 말만 덧붙였지. 양부는 당시 포구에서 유명한 주정뱅이로 악명이 자자했던지라 사람들은 다들 그러려니 하는 분위기였어.

 

  어머니는 땅을 치면서 ‘내가 그 사람에게 술을 들려 보내는 게 아니었어!’라고 우셨지. 어머니가 정말 양부의 죽음이 슬퍼서 그런 말을 했는지, 아니면 하나 뿐인 아들이 죽을 뻔 했다는 것에 충격을 받아서 그런 말을 하신 건지 나는 몰라. 중요한 건, 어찌 됐든 난 그 상황에서 살아 돌아왔다는 거야.”

 

  찬기와 효정은 그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효정은 잠시 광열의 눈치를 보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러면 양부는 어떻게 됐나요?”

 

  “양부는 그날로 실종처리 됐어.”

 

  광열은 짧게 답했다.

  “나는 사실 양부가 멀쩡히 돌아오지 않을까, 몇날 며칠을 걱정했어. 하지만 다행이 양부는 시체조차 찾지 못했지. 물론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어.

  폭풍에 휘말리는 바람에 시체도 못 건지는 경우가 워낙 비일비재했거든. 삼대가 고기잡이를 갔다가 영영 못 돌아오는 바람에 빈 관 세 개를 두고 줄초상을 치른 집도 있었을 정도니까 말이야. 아무튼 그러다가 결국 양부는 사망한 걸로 처리됐지.”

 

  그리고 그는 킬킬거리며 웃었다.

  “다행인 건, 그 놈이 죽기 전에 자신의 배와 자신의 목숨에 보험을 들어놨다는 거야. 많지는 않았지만, 어찌 어찌 두 모자가 살림을 차릴 정도의 돈은 됐지. 어머니는 그 돈으로 작은 가게를 차려서 나를 기르셨어. 사람들도 졸지에 아버지를 둘씩이나 잃은 나를 동정해서 여러모로 도와줬지.”

 

  바다에게 가장을 두 번이나 빼앗긴 모자. 가만 봐도 한 없이 비극적으로 비친다. 가여운 이 두 사람에게 그날의 사고를 샅샅이 묻는 사람이 있기나 할까.

 

  배 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바닷가 특유의 상황이 두 사람에게는 아마 완벽한 변명이 되어주었을 것이다. 광열은 말을 잇다 말고 가만히 옆에 있던 인어 박제에 손을 얹었다.

 

  “더 이상한 건 말이야. 내가 그 이후로 이 여수 바닥을 못 떠나게 되어버렸다는 거야. 장가도 못가고 여기서 남아 이러고 있어. 나는 세상에 희한한 생물이란 생물은 죄다 좋아하거든? 왜 그런 줄 알아? 별 괴상한 것들을 더듬어 가다보면 언젠가 그 인어를 다시 만나진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래.”

 

  그리고 그는 유리문 너머로 보이는 여수 항구에 눈을 맞췄다. 그의 눈빛에서는 어딘가 기묘한 씁쓸함마저 읽혀졌다.

 

 “바보 같지? 알아, 나도 내가 바보 같아. 하지만 여기에서 기다리다보면 언젠가 그날 그 때처럼 꼬리지느러미를 튕기고서 그 인어가 다시 보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나를 붙들어.”

 

  그의 눈에 비친 여수 바다는 한 없이 고요하기만 했다.

 

 

 

  * * * * *

 

 

  “거의 다 왔어. 조금만 힘내!”

 

  쨍쨍 내리쬐는 햇빛 아래서 찬기는 힘겹게 발걸음을 옮겼다. 먼저 앞서 간 효정은 이미 저 멀리 멀찍이 서 있다. 찬기는 숨을 몰아쉬며 억지로 계단을 올랐다. 대충 일도 끝났겠다, 어디 가서 밥이나 먹을까 했지만 효정은 꼭 거문도에 가야 한다고 고집했다.

 

  “더워 죽는 줄 알았네.”

 

  찬기는 도착지에 다다른 후에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때마침 바람 한 줄기가 불어와 땀에 젖은 그의 등을 쓸었다. 효정은 지친 그를 뒤로 한 채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봐봐. 이게 바로 그 신지께야.”

 

  효정 앞에는 커다란 인어 동상 하나가 세워져 있었다. 인어는 커다란 초승달에 몸을 걸친 채 바다를 향해 꼬리지느러미를 내밀고 있었다. 효정은 인어 동상을 보면서 흥분에 찬 목소리로 설명했다.

 

  “신지께는 전라도 말로 하얀 인어라는 뜻이래. 바다의 날씨를 간파하는 능력이 있어서, 만약 무슨 일이 생길라 치면 고함을 지르거나 돌을 던져서 뱃사람들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했대. 그래서 오랜 시간 여수 사람들에게 수호자로서 숭배 받아 왔다는 거야.”

 

  그 내용이라면 찬기도 익히 안다. 광열이 앞서서 말해준 데다, 정종균 작가가 남긴 미완성 원고에도 신지께에 대한 내용이 상세하게 적혀 있다. 그래서 나름 궁금하긴 했는데, 설마 그걸 보려고 거문도 해상공원까지 직접 오게 될 줄이야.

 

  “자, 여기까지 힘들게 온 상이야.”

 

  그의 마음을 알아 챈 건지 효정이 언제 준비했을지 모를 시원한 콜라 한 캔을 내밀었다. 찬기는 히죽 웃으며 콜라를 받아 들었다.

 

  “고마워.”

 

  찬기는 콜라를 한 모금 들이마시면서 효정 옆에 앉았다. 그리고는 신지께 동상을 찬찬히 뜯어봤다. 바로 앞에 바다가 넘실거리고 있어서인지 신지께의 모습이 유독 신비롭게 다가온다.

 

  “이렇게 멋진 곳인지는 몰랐네.”

 

  효정도 그 말을 듣고 맞장구쳤다.

  “그치? 나는 지금까지 여수는 게장만 유명한 곳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근사한 곳일 줄은 상상도 못했어. 이런 근사한 곳에 와주게 했으니, 삼촌에게 고마워해야겠지. 그 아저씨는 지금쯤 뭐하나 몰라.”

 

  그러면서 효정은 씁쓸히 웃었다. 그 모습이 어딘가 마음에 걸렸던 찬기는 일부러 농담조로 말했다.

  “지금쯤 인어 공주랑 손잡고 술이라도 마시고 있지 않을까?”

 

  그 말에 효정은 옅게 웃었다.

  “자기가 그런 상상도 할 줄 알아?”

 

  찬기와 효정은 콜라를 연거푸 마신 다음 조용히 야경만 바라봤다. 효정은 하염없이 바다를 보다가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광열 아저씨가 해준 인어 이야기, 어떻게 생각해?”

 

  찬기는 잠시 고민하다가 솔직하게 대답했다.

  “틀에 박힌 이야기긴 한데 흥미롭긴 흥미로웠어.”

 

  효정은 사뭇 진지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안데르센의 동화 <인어공주> 때문에 인어라고 하면 서양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 하지만 사실 인어에 대한 전설은 전 세계 곳곳에서 발견돼. 우리나라 역시 거문도의 신지께 전설뿐만 아니라 부산의 황옥공주 전설, 인천 장봉도 명씨 전설 등등 다양한 인어 전설이 내려오고 있지. 정약전이 저술한 <자산어보>에도 옥붕어라는 이름의 인어가 등장해.”

 

  “그러면 넌 광열 아저씨를 구한 것도 진짜 인어라고 생각해?”

 

  찬기의 물음에 효정은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지.

 

  “응. 우리나라 인어 전설을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발견 돼. 먼저 인어는 바다의 흐름을 감지할 수 있어. 그래서 날씨를 예보할 수 있다고 하지. 그 다음 자신을 도운 사람에게는 어떻게든 보답을 한다는 거야. 광열 아저씨가 구해준 인어도 비슷하지 않을까?”

 

  “푸하하하하!”

 

  효정의 말에 찬기는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 그는 어깨가 들썩거릴 정도로 웃었다. 그 모습에 효정은 인상을 찌푸렸다.

 

  “왜 그래? 내 말이 우스워?”

  “난 처음부터 이 이야기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 잘 생각해 봐. 정작 이 이야기에는 굉장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뒷전으로 밀려난 사람이 있어.”

 

  “그게 누군데?”

 

  “광열 아저씨의 어머니.”

 

 찬기는 콜라를 한 모금 마시고는 설명을 이었다.

 

  “광열 아저씨의 어머니는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나 다름없어. 재혼한 당사자이자 광열 아저씨가 끔찍하게 아꼈던 사람이잖아. 그런데 막상 보면 그다지 비중이 없어. 그냥 운 좋게 굴러 들어온 행운 덕에 새 남편으로부터 벗어나고, 보험금으로 가게까지 차렸지.”

 

  “그게 뭐 어때서? 나는 충분히 있을만한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효정의 반박에 찬기는 고개를 저었다.

 

  “내 생각은 조금 달라. 이 이야기는 너무 허술해. 꼭 남에게 억지로 들려주기 위해 만든 이야기처럼 지나칠 정도로 작위적이야.”

 

  양부의 학대를 견디던 도중에 인어를 만난다. 이 인어는 마침 도움이 필요한 상태였고, 자신은 기꺼이 도와준다. 이에 인어는 결정적인 순간에 나타나 은혜를 갚는다. 완벽한 구조로 짜인 이야기라 오히려 그 점이 더 수상하게 느껴진다. 찬기는 잠시 뭔가를 생각하더니,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건 어디까지나 내 추측이지만, 광열 아저씨가 말한 하얀 인어는 아마 친어머니였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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