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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공포물
미완성 원고
작가 : 심해해삼
작품등록일 : 2018.12.22

사라진 소설가와 남겨진 미완성 원고
7일의 여행과 7가지 기묘한 이야기

대학생 찬기는 여름방학을 앞두고 여자 친구인 효정에게 놀라운 이야기를 듣는다. 괴짜 소설가인 효정의 삼촌이 실종됐으며, 효정에게 삼촌이 남긴 미완성 원고가 상속 되었다는 것이다.
평소 삼촌을 잘 따랐던 효정은 유작은 절대 남기지 않겠다는 삼촌의 유지를 받아 들여 직접 미완성 원고를 완성하기로 마음먹는다. 삼촌 전국을 돌면서 갖가지 기이한 이야기를 채집하고 이를 소설로 가공하는 작업을 했는데, 효정 역시 방학 동안 삼촌을 따라 전국을 여행하면서 갖가지 기묘한 이야기를 직접 듣고 미완성 원고를 마무리하기로 결정한다. 찬기는 효정과 동행하기로 마음먹고, 둘은 기차 여행 티켓을 끊은 뒤 7일 동안 전국 곳곳을 돌며 기이한 이야기를 뒤쫓는 여정을 시작한다.

 
9. 하얀 인어 (2)
작성일 : 18-12-24 00:23     조회 : 310     추천 : 0     분량 : 50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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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기, 잠깐만요.”

 

  잠자코 듣고 있던 찬기가 광열의 말에 끼어들었다.

 

  “인어는 상상의 동물 아닌가요? 실재로는 없잖아요. 그런데 그런 인어를 보러갔다고요?”

 

  찬기의 말에 광열은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정작가 조카 분이 왔으니까 내가 하나 귀한 걸 보여주지.”

  광열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뒤에 있던 커다란 선반을 열었다. 그리고 보자기에 쌓인 수조 하나를 꺼내왔다. 그는 그것을 탁자에 올리고는 조심스럽게 보자기를 들췄다. 수조 안에는 괴상하게 뒤틀린 박제 하나가 담겨 있었다.

 

  상체는 어린 아기 같았고, 하체는 말린 잉어와 비슷했다. 형체 자체는 익히 아는 인어와 비슷했지만, 동화에서 나오는 아기자기한 귀여움이나 신비로움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어딘가 서로 다른 것을 억지로 우겨 집어넣은 것 같은 기괴함이 겹겹이 둘러싸여 있었다.

 

  “이,이게 뭐죠?”

 

  찬기는 괴상한 박제를 보자마자 기겁했다. 광열은 그런 찬기를 비웃었다.

  “인어 박제라는 거요. 참 사내새끼가 이런 거 보고 놀라다니, 어디 가서 남자 구실하겠나. 진짜는 아니요. 일본에서 만들어진 건데, 원숭이 상반신과 물고기 하반신을 꿰매 만들었지. 옛날에 서양인들한테 진짜 인어 박제라고 하면서 속여서 팔았나봐. 나는 그냥 아는 사람에게 기념 삼아 구한 거지만, 어쨌든 보기 드문 거니 횡재한 줄 아쇼.”

 

  효정과 찬기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유리 수조 안에 있는 인어 박제를 보며 할 말을 잊었다. 허리를 싹둑 잘라 죽었을 때의 고통 때문인지 상체 부분은 비명과 함께 굳어 있었다. 광열은 그걸 그대로 둔 채 품에서 담배 하나를 꺼내 물었다.

 

  “그 양반이 예전에 내 이야기를 책으로 쓴다고 해서 들려주긴 했는데, 솔직히 믿을 진 모르겠네. 뭐, 나야 믿든 말든 상관없지만 말이요.”

 

  효정이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아니에요. 믿습니다. 말씀만 해주시면 꼭 제가 글로 엮을게요.”

 

  “말해달라면 못해줄 것도 없지. 이렇게 예쁜 아가씨가 부탁하는데. 헤헤헤.”

 

  광열은 물고 있던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 힘껏 빨아들인 뒤, 차분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난 말이요, 진짜 인어를 본 적 있수다.”

 

 

 

  * * * * *

 

 

 

  나는 여수에서 먹고 살고 있지만, 탯자리는 제주도요.

 

  우리 어머니도, 친아버지도 제주도 출신이지. 하지만 친아버지가 누구인지는 얼굴도 모르요. 내가 태어나고 한 일주일인가, 이주일인가 배타고 나가서 못 돌아왔거든. 제주도에서는 그런 일이 비일비재했어.

 

  어머니는 그래도 재가를 하지 않으시고 나를 10살 때까지 혼자 키웠지. 해녀셨는데, 어린 나를 외할머니에게 맡겨놓고 하루 내내 바디 속에서 물질을 하셨지. 난 아주 어렸을 적부터 우리 엄마는 언제 오나, 하면서 문간에 서서 기다리는 게 일과였어.

 

  하지만 여자 혼자 사는 게 좀 어려워? 나도 대가리가 좀 커지고 앞가림을 할 줄 아니까 보다 못한 외할머니가 억지로 선 자리를 만들었어. 여수 사는 홀아비인데, 아내를 젊었을 적에 잃고 혼자 쭉 살아왔다 그러더라고. 딱히 자식도 없다는 거야.

 

  그 말 듣고 외할머니는 이 사람이다 싶어서 바로 우리 어머니를 떠밀었지.

 

  그 사람이 바로 내 새아버지, 그러니까 양부 되는 사람이야. 어머니는 솔직히 재가를 내키지 않아 하셨지. 그래서 새아버지와 선을 보러 갈 때 일부러 나를 데리고 갔수다. 애 딸린 과부라는 걸 알면 그 쪽에서 당연히 싫어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셨거든.

 

  난 아직도 그 때가 머릿속에 생생허요. 난 그렇게 큰 사람을 그날 처음 봤당께. 팔이고 다리고 얼굴이고 어찌나 수염이 수북하던지. 삼국지의 장비 알지? 그 장비를 고대로 가져다 놓은 것처럼 면상이 무시무시했다니까.

 

  우리는 제주도 한 다방에서 만났지. 어머니는 처녀 때 이후로는 입은 적 없다던 분홍색 한 복을 곱게 차려 입고 그 놈과 만났어. 그 놈은 어머니 얼굴을 보자 뭐가 그리 좋은지 어머니 얼굴을 보자 생글생글 웃는 거야. 한 눈에 반했다나 뭐라나. 어울리지 않게 간드러진 목소리로 얼마나 지금까지 고생이 많았냐면서 아양까지 덜었다니까. 그러면서 나한테 주려고 사왔다며 과자까지 쥐어줬어. 난 그 사람이 준 과자에 홀딱 넘어갔지.

 

  사실 나도 어린 마음에 애비 없는 새끼라는 소리를 듣긴 싫었거든. 다른 놈들이 아버지 손 잡고 가는 것도 부럽기도 했고 말이야. 그래서 나는 그 자리에서 덥석 아버지라고 그 놈을 불렀어. 이렇게 힘이 센 사람이라면 당연히 부자일 거라고 생각도 했지.

 

  내가 갑자기 따르자 어머니도 갈팡질팡 하셨어. 처음에는 당연히 거절하려고 했는데, 내가 너무 좋아하니까 차마 그러지를 못하신 게지. 그 놈은 내 마음을 샀다고 생각한 건지 본격적으로 어머니를 꼬드기기 시작했수다.

 

  그 놈 말에 의하면 자기한테 배가 있다더군. 이걸로 한 가족 먹여 살릴 정도의 돈은 충분히 벌 수 있다는 거야. 그 뿐이야? 나를 책임지고 대학까지 보내준다고 했어. 그 시절에는 고등학교만 제대로 마쳐도 먹물 좀 먹은 놈 취급을 받았거든? 그런데 대학이라니. 그 말을 들은 어머니는 귀가 번쩍 뜨인 거야.

 

  우리 어머니는 혼자되신 후로 나를 끔찍하게 아끼셨어. 여자는 서방 없어도 자식 보고 산다고들 하잖아. 그래서 항상 나한테도 자기 몸이 부서지더라도 돈을 벌어서 학교 보내줄 테니, 공부 열심히 하라고 당부하곤 하셨어. 그런 나를 대학까지 보내준다는 사람이 나타났으니 얼마나 횡재한 기분이었겠어?

 

  돈도 많아, 딸린 자식도 없어, 나를 대학까지 보내 준다고 해. 이쯤 되니 어머니도 슬슬 마음이 동했어. 결국 양부의 제안에 승낙하고 재가하기로 마음을 굳히셨지.

 

  어차피 둘 다 두 번째로 하는 거니 식은 간소하게 하기로 했어. 그 날로 우리는 양부가 산다는 여수로 가기 위해 짐을 꾸렸지. 외할머니는 우리 어머니가 재가 한다는 소식을 듣고 누구보다 기뻐하셨어. 여자 혼자 살기는 힘들었던 때니까 당연하겠지.

 

  하지만 어머니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어. 당연하지. 어머니는 사실 친아버지를 잊지 못하셨거든. 외할머니에게 비밀이었지만, 몇 번인가 아버지가 떠났다가 돌아오지 않았다는 항구를 손잡고 찾아가기도 했어.

 

  두 분은 그 시절에 드문 연애결혼을 했는데, 어머니가 친아버지를 좋아해서 쫓아다녔다는 거야. 몇 번이고 두 분의 연애 이야기를 되풀이 하셨지. 언젠가는 고기 잡으러 간 친아버지가 보고 싶어서 고기잡이 하는 배까지 헤엄까지 쳐서 갔다는 거요.

 

  처녀 총각이 정분나면 손가락질 받던 시절에 그리 유난을 떨었을 정도니, 대략 두 사이가 얼마나 대단했을지 짐작이 가쇼? 그렇게 옛날이야기 하다가 어머니는 울고, 나도 따라서 울고. 모자 둘이서 껴안고 울다가 다시 돌아오곤 했지. 지금 생각해 보면 얼마나 청승맞았는지 몰라.

 

  어찌됐든 우리 두 모자는 보따리를 꾸리고 여수로 왔지. 양부, 그러니까 내 새아버지가 산다는 동네로 왔어.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녀석이 본색을 드러내더군.

 

 

 

 * * * * *

 

 

 

  “혹시 친가에서 재혼을 반대하지는 않았나요?”

 

  광열의 이야기를 듣던 찬기가 뜬금없이 질문했다. 광열은 뚱한 어조로 대꾸했다.

 

  “해서 뭐하게? 지들이 죽어 사라진 아버지 시체라도 건져 올 건가.”

 

  그러다가 그는 조금은 쓸쓸한 어조로 목소리를 내리깔았다.

 

  “어머니가 재가하기로 결정한 뒤에 친가 쪽 어른 몇 분이 오간 적 있지. 그리 좋은 이야기는 오가지 않았어. 어떤 놈은 아예 다른 남자 따라 제주도를 떠날 거면, 차라리 자기들한테 나를 맡기라고 했지. 하지만 내가 죽어도 어머니 따라간다고 졸라대서 없던 일이 됐지만 말이야. 그 후로 친가 쪽 사람들은 한 번 도 만난 적 없어. 뭐하고 사는 지도 모르고.”

 

  광열은 목이 탔는지 냉수를 벌컥벌컥 들이 킨 뒤에 다시 말을 이었다.

 

 

 

 * * * * *

 

 

 

  한 열흘 정도는 그 자식이 끔찍이 잘 해줬지.

 

  그런데 어느 날, 어머니가 장에 다녀오다가 잠깐 한 눈을 파셔서 저녁을 늦게 차리셨어.

 

  그래봤자 한 30분 정도 늦었을 거야. 밖에 나가서 일을 하다 돌아온 양부는 상이 차려져 있지 않은 걸 보고서 어머니를 다그치기 시작했어. 막 부엌에서 식사를 준비하던 어머니는 양부에게 금방 찬을 준비할 테니 조금만 기다리라고 일렀어. 그런데 그 말을 들은 양부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게 달아오르는 거야.

 

  그리고 손을 들어 어머니 뺨을 철썩 후려 갈겼지. 체구가 작았던 우리 어머니는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옆으로 고꾸라지셨어. 어찌나 세게 때렸던지 입술이 찢어져 피가 철철 흐르고 있었지. 양부는 어디 서방 배를 곯리게 두냐며 어머니에게 주먹질을 해대기 시작했어.

 

  마침 옆에서 놀고 있던 나는 그것을 보자마자 곧바로 달려갔어. 그리고 양부 다리를 붙잡고 아버지, 아버지 하면서 매달렸지. 하지만 그 놈은 내가 나타나자마자 눈을 까뒤집더니 이번에는 나를 두들겨 패기 시작하는 거야. 어디 잡놈 씨 받아서 태어났는지 모를 새끼가 감히 아버지라고 하냐면서 말이야. 그러다가 급기야 주방에서 쓰던 부지깽이를 들고 후려치기까지 했지.

 

  양부는 정말 한 마리의 미친 짐승 같았어. 꼭 몸뚱이에 분노 하나 밖에 들어 있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그러할까. 때리고, 때리고 때리다가 더 분이 나서 눈을 까뒤집고 바닥에 몸을 뒹굴면서 잡히는 건 모조리 휘두르면서 욕설을 내질렀지. 턱이 차이고, 배가 차이고, 다리가 차이고……복날의 개도 그렇게 맞지는 않았을 거야.

 

  어머니는 그런 나를 감싸고 제발 애 좀 그만 때리라고 사정사정을 하셨지. 하지만 양부는 가차 없었어. 오히려 보란듯이 나를 감싸는 어머니를 때렸지. 그러다가 내가 보다 못해 나오면 나를 때리고, 다시 어머니가 나를 감싸면 어머니를 때리길 반복했어. 벌써 몇십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나는 그때 일이 눈에 선해.

 

  양부는 결국 어머니가 맞다 기절한 후에야 주먹질을 멈췄지. 그 놈은 부리부리한 눈으로 쏘아 보면서 앞으로 자기한테 엇박자라도 내면 우리 모자를 찢어 죽여서 고기 밑밥으로 주겠다고 했어. 양부가 얼마나 무서웠는지 몰라. 나는 피투성이가 된 어머니를 끌어안고 펑펑 울었지.

 

  그때부터 양부의 폭행은 시작됐어. 밥 차리는 게 늦으면 늦었다고 때리고, 어느 날은 그냥 덥다고 때리고, 어느 날은 옷 주름이 잘 다려지지 않았다고 때렸지.

 

  그냥 별의별 이유를 대고 주먹질을 해댔어. 그냥 주먹만 썼으면 차라리 다행이지. 그냥 멀쩡히 있다가도 밥상을 뒤엎고 낫이랑 칼을 들고 나랑 어머니를 죽이겠다고 난리를 피운 적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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