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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길을 잃은 날에
작가 : 연시
작품등록일 : 2018.12.21

불에 타 죽은 고등학생이 저승에서 길을 잃은 되고
망자인 상태로 과거의 이승으로 돌아가게 된다.

과거에서 펼쳐지는 '오늘' 이야기.


*로맨스판타지 장르로 선택되었지만 '로맨스'가 주는 아닙니다.

 
저승문
작성일 : 18-12-24 00:14     조회 : 234     추천 : 0     분량 : 4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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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망자는 고개를 들어라.”

 

  대답이 없었다.

 

  “망자는 고개를 들어라!”

 

  천오는 바닥에 다리를 굴렸다.

  천오의 앉은키와 비슷한 천사가 그의 주변을 맴돌았다.

 

  “미안하네, 천오. 응?”

 

  “시끄럽습니다.”

 

  “어딜 버릇없이···.”

 

  “아 진짜! 내가 누구 때문에 이 생고생을 하는데! 비켜!”

 

  천사는 천오의 외침에 놀라 한 발짝 물러섰다.

 

  “망자가 저승에서 도망치는 바람에···, 육상 선수라 그런지 재빠르더라고. 천오 자네도 알잖아? 망자가 안내자 없이 길을 잃으면 어떻게 되는지.”

 

  “그래서 천사님을 도와드리다 제 망자가 사라졌죠.”

 

  천사는 헛기침을 뱉었다.

  천사는 안내자 중에서 유일하게 순간이동을 사용하지 못하는 지하 지옥 출신의 안내자였다.

  그런 상사 아래 있던 천오는 망자를 잃은 대가로 먼지로 변하는 형을 치르게 생겼다.

 

  “비키세요. 망자를 찾아야 하니까.”

 

  천사는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천오에게서 멀어졌다.

  자신의 능력으로 천오를 도와줄 수는 없었다.

  천오는 다시 기를 집중하여 망자를 불러들였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기도 하고 이승으로 간 망자를 불러들인 적은 없었기 때문에 제대로 소환술이 발동되지 않았다.

 

  “망자는 고개를 들어라.”

 

  그때, 바닥에서 정수리가 툭, 하고 튀어나왔다.

  천오는 본인도 놀란 표정을 지으며 손가락을 재빠르게 움직였다.

 

  “망자는 고개를 들어 안내자 천오를 보라.”

 

  툭, 하고 머리 전체가 튀어나왔다.

  바닥에서 얼굴을 내민 건 늘이었다.

 

  “망자는···.”

 

  “천오?”

 

  천오와 늘의 눈이 마주쳤다.

  천오는 머리만 나온 늘을 가만히 바라봤다.

  몸 전체가 나와야 정상인데 늘은 고개만 내밀고 있었다.

 

  “망자는···.”

 

  “이거 또 꿈이죠?”

 

  “아니 어떻게 말하는 거야?”

 

  천오는 기겁했다.

  잘못 들은 줄만 알았다.

 

  “어떻게 말하긴요. 입이 있는데.”

 

  “아직 소환을 못 끝냈는데···.”

 

  “소환이라뇨? 이거 내 꿈인데.”

 

  “무슨 소리야?”

 

  둘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뒤에서 지켜보던 천사가 쪼르르 달려 나왔다.

 

  “이승의 몸이네!”

 

  “예?”

 

  “이봐, 자네.”

 

  천사는 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이건 꿈이 아니야.”

 

  “이게 어떻게 꿈이 아니죠?”

 

  “네 알맹이는 아직 망자이니 저승과 연결된 거야. 너, 천오를 알아보지?”

 

  늘은 천오를 살피며 천사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죽었던 기억과 저승에 갔던 기억이 모두 살아 있었다.

 

  “원래 재생 과정을 제대로 거친다면 후생으로 태어날 때, 전생의 기억과 저승의 일들은 모조리 기억에서 사라지거든.”

 

  “그럼 제가 아직 망자라서 이 꿈같은 게 보인다는 건가요? 여긴 저승인가요?”

 

  “여긴 저승이야.”

 

  셋 사이에는 짧은 정적이 흘렀다.

  늘은 허탈했다.

  뭐가 시작되나 싶었는데 이렇게 간단히 다시 저승으로 돌아오다니.

 

  “이제 이해됐으면 소환마저 할게. 어차피 움직이지 말라는 내 말을 어긴 건 당신이잖아.”

 

  천오는 제법 화난 얼굴로 다시 주문을 읊었다.

 

  “망자는 안내자 천오의 부름에 답하라.”

 

  “네.”

 

  “?”

 

  천오와 천사가 눈을 마주쳤다.

 

  “근데 소환 중인데 어떻게 자꾸 대답하는 거야?”

 

  천오가 인상을 썼다.

 

  “부름에 답하라면서요.”

 

  셋은 서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모든 것은 처음이 서툰 법이었다.

 

  “그냥 주문의 일종이니까 내가 당신을 다 소환할 때까지 가만히 있어요. 이렇게 가만히 있어 달라고 말하는 것도 웃기지만.”

 

  천오는 머리를 가볍게 저으며 주문을 이었다.

  하지만 늘의 머리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주문을 열 번쯤 외웠을 때, 천오는 뭔가 잘못됐음을 느꼈다.

 

  “천사님, 소환이 발동이 안 되는데요?”

 

  “내가 말했잖아, 몸이 이승의 몸이라고.”

 

  “근데 어떻게 머리가 나오죠? 여긴 저승인데.”

 

  천사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 못 돌아가는 건가요?”

 

  늘은 슬슬 걱정됐다.

  저승문에 끼어 옴짝달싹 못 하는 몸이 답답했다.

 

  “아니야. 방법이 있을 거야.”

 

  천오는 머릿속을 뒤적여 저승법전을 꺼냈다.

  그가 법전을 읽는 동안 천사가 늘의 머리를 쿡쿡 찔렀다.

  천사의 손이 늘의 머리를 관통했다.

 

  “소환되지도 않았네, 뭘.”

 

  “저는 이제 어떡하죠?”

 

  “어떡하긴 뭘 어떡해. 안내자 천오가 소환하지 못한다면 거기서 죽을 때까지 살아야 해.”

 

  “그럼 죽으면 돌아갈 수 있나요?”

 

  “그냥 죽는 거론 안 돼. 영원히 소멸될 수 있거든.”

 

  “예? 그럼 어떡해요?”

 

  “자세한 건 알아보고 알려줄게. 저승 안내자도 아닌 망자한테 저승법을 괜히 떠들어댔다간 나도 잡혀갈 테니까.”

 

  “저는, 저는 어떡하냐고요?”

 

  늘은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천사를 붙잡았다.

  천사가 늘의 손짓에 놀라 넘어졌다.

  천오도 소란에 뒤돌아보다 늘의 손이 튀어나온 것을 보고 놀랐다.

  그저 손이 튀어나온 것을 보고 놀란 게 아니다.

 

  “네가 어떻게 날 잡을 수 있어?”

 

  망자는 안내자를 잡지 못한다.

  천사가 늘의 손을 쳐냈지만 그대로 늘의 손을 통과할 뿐이었다.

  반대로 늘이 안내자를 만지고 안내자가 늘을 만지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제가 어떻게 알아요? 저 좀 구해주세요!”

 

  늘의 울상에 천오가 다시 머릿속으로 법전을 집어넣었다.

 

  “망자.”

 

  늘이 천오를 돌아봤다.

 

  “잘 들어요. 당신은 아마 여기 오래 못 있어요. 제가 당신을 다시 소환할 수 있을 때까지만 참아줄래요?”

 

  “어떻게 참아요?”

 

  “당신은 망자인 상태로 이승에 갔기 때문에 아마 이승으로부터 끊임없는 죽음의 위협을 받을 거예요. 이승에서 거부하는 거죠. 하지만 거기서 죽는다고 끝날 거란 생각하지 마요. 제대로 된 죽음의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천사님 말처럼 소멸될 수 있어요.”

 

  “그럼요?”

 

  “저도 이런 경우가 처음이라 아는 게 없어요. 반드시 알아올게요.”

 

  그리곤 늘의 형태가 사라졌다.

  천사가 바닥에 늘어졌다.

 

  “OMG”

 

  “천사님, 일님께 가죠.”

 

  “뭐?”

 

  “일님께 여쭤봐야겠어요.”

 

  천사가 짧은 허리에 손을 올렸다.

 

  “천오, 잘 들어. 일을 다시 만난다는 건 네 재판 때뿐이야. 일을 다시 본다는 건 네가 먼지가 된다는 거고.”

 

  “망자 소환에 반은 성공했어요. 이대로 저 망자를 구하지 못하면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윤회의 혜택을 영원히 누리지 못할 거예요. 이승의 윤회를 돕는 게 저희 저승 안내자들이 하는 일이잖아요.”

 

  천사가 머리를 짚으며 고개를 저었다.

 

  “넌 너무 워커홀릭이라 탈이야.”

 

  “가자고요.”

 

  “기, 기다려!”

 

  천사는 천오에게 끌려가다 허공에 손을 휘저었다.

  괜히 천오를 따라갔다가 자신의 죄를 들키긴 싫었다.

 

  “방법이 있어!”

 

  “있었으면 빨리 말씀하시지 뭐하셨어요?”

 

  “칠칠(77)님을 만나자.”

 

  천오는 잠시 멈춰 있다 천사를 잡은 손을 놓았다.

  천사는 숨을 고르며 구겨진 옷을 털었다.

 

  “그냥 일님께 가죠.”

 

  “천오, 자네 이러기야?”

 

  천오는 고개를 돌렸다.

 

  “그래도 먼지가 되는 것보단, 너를 불지옥에 떨어뜨린 칠칠님을 만나는 게 낫지 않겠어?”

 

  “제가 그곳에서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아신다면 그런 말 못하실 거예요.”

 

  “그래서 불타는 망자를 그렇게 애지중지하는 건가?”

 

  천오가 천사를 노려봤다.

 

  “정신 차려. 죽는 것보단 사는 게 낫다고. 인간은 저승이란 재생 공장에서 윤회하지만, 저승 안내자들은? 사라지는 거야.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걷지도 못한다고. 무시무시한 암흑 속으로.”

 

  천오는 칠칠의 얼굴을 떠올리며 이를 갈았다.

 

  “대신 칠칠을 만나면 제 마음대로 합니다.”

 

  “천오! 먼지가 되길 피하고자 했더니 꼬치구이가 되고 싶은 거야?”

 

  “천사님껜 피해 가는 일 없을 겁니다.”

 

  “안내자의 도리라는 게 있지. 법을 두 번 어겼다간 국물도 없어! 네 상사인 나도 당연히 벌을 받지!”

 

  안내자는 자신보다 높은 숫자의 안내자를 공격할 수 없었다.

  그게 저승의 법이었다.

 

  “그놈을 보고도 가만히 있으란 소린가요? 게다가 도움받자고 찾아가는 꼴인데?”

 

  “천오, 숫자를 세어봐. 우리보다 한참이나 앞에 있잖아. 상도덕이라는 게 있다고.”

 

  “싫어요.”

 

  “자, 그럼 찾아가지 말자. 됐지?”

 

  천오가 천사의 얼굴을 살피며 헛웃음 쳤다.

  천사는 어디로 튈지 예측할 수 없는 안내자였다.

 

  “혼자 찾아갈 궁린 하지도 마세요.”

 

  “안 해, 절대 안 해. 내가 어떻게 해서든 망자를 데려올 방법은 알아 올게.”

 

  천사가 어디론가 뛰어갔다.

 

  “칠칠한테 가지 말라고요!”

 

  “칠칠한테 가는 거 아니야!”

 

  천사의 목소리가 어둠 어디론가 사라졌다.

 

  “야! 천사!”

 

  의미 없는 메아리가 어딘가에 튕겨 천오에게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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