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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길을 잃은 날에
작가 : 연시
작품등록일 : 2018.12.21

불에 타 죽은 고등학생이 저승에서 길을 잃은 되고
망자인 상태로 과거의 이승으로 돌아가게 된다.

과거에서 펼쳐지는 '오늘' 이야기.


*로맨스판타지 장르로 선택되었지만 '로맨스'가 주는 아닙니다.

 
풀어진 비밀
작성일 : 18-12-24 00:13     조회 : 240     추천 : 0     분량 : 5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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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용왕각은 궐과 멀지 않았다.

  천양에서 구룡성 다음으로 가장 넓은 가옥이 용왕각이었다.

  그 넓은 땅을 둘러싼 높은 담을 보면 금방 오 가문의 가옥이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늘이 적당한 곳에서 말의 속도를 늦추고 말을 발판삼아 담을 넘었다.

  늘은 제법 조심스럽게 담을 넘었다 생각했는데, 하담의 눈에는 순식간이었다.

  하담은 늘의 재빠른 몸짓에 당황하다가도 그를 따라 담을 넘는 것을 시도했다.

  하지만 금방 말에서 균형을 잃고 담을 잡은 채 몸을 떨어뜨렸다.

  이미 늘은 시야에서 사라졌다.

  하담은 손에 힘을 주고 몸을 올려 담에 다리를 올렸다.

  힘이 절로 빠졌다.

 

  “어딜 봐서 말을 못 탄다는 거야···.”

 

  늘은 가짜 대장군으로 투입되기 전에, 내일이 머무는 건물이 어디인지 확인했던 적이 있었다.

  가옥 내를 살피는 무사를 피해 내일이 머무는 침소를 찾았다.

  막 담을 넘은 하담이 모퉁이를 도는 늘을 재빨리 따랐다.

 

  아직 그의 침소엔 불이 꺼지지 않았다.

  늘이 몸을 낮췄다.

  내일의 침소에서 의원이 나오고 문틈으로 눈을 감고 누운 내일의 모습이 보였다.

  의원은 문 앞을 지키고 선 무사에게 인사를 올린 뒤 사라졌다.

  늘이 그곳으로 가려 하자 하담이 잡아 세웠다.

 

  “몰래 들어왔는데, 저긴 막 들어가도 됩니까?”

 

  “상장군만 없으면 돼.”

 

  늘은 옥란을 통해 집안의 서열 정도는 대충 파악했다.

  아무리 늘이 갇혀 사는 신세였다지만, 오 가문의 무사들은 오 가문의 혈통인 오근범과 부인 오서해, 그들의 자식 셋을 지켜야 하는 몸이다.

 

  늘이 내일의 침소에 다가가자 호위를 선 무사가 경계했다.

  하지만 곧 늘의 얼굴을 확인하고선 허리를 숙였다.

  하담이 조심스럽게 늘의 뒤에 붙었다.

  하담도 가옥 안으로 들어오기는 처음이었다.

 

  “상장군은?”

 

  “미정시(오후 2시 30분)에 잠시 들르셨습니다.”

 

  “상태는?”

 

  “의식은 들었으나 움직이기 힘든 몸입니다.”

 

  그가 깨어났다.

  늘이 침소의 문으로 향하자 두 무사가 검으로 그 앞을 막았다.

 

  “들어갈 순 없습니다.”

 

  “그대들이 함구하면 아무도 모르는 일 아닌가?”

 

  늘의 단호한 말과 날이 선 눈빛에 두 무사는 잠시 눈빛을 주고받더니 길을 텄다.

  늘도 제법 몸을 사용하는 법에 익숙해졌다.

  하담이 재빨리 늘을 따라 내일의 침소로 들었다.

  의원이 금방 들렀음에도 불구하고 내일은 식은땀을 흘린 채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내일이 맞은 활에는 천양에선 볼 수 없는 독이 묻어 있었다.

  그간 다른 곳에서 많은 의원을 불렀지만, 별다른 해결책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늘이 그의 앞에 앉았다.

  옷자락에서 나온 바람에 초가 살짝 흔들렸다.

 

  “날 지킨다는 자가 꼴이 말이 아니구나.”

 

  내일이 힘겹게 눈을 떴다.

  희미하게 늘의 모습이 눈에 담겼다.

 

  “누이야···.”

 

  “다물어라. 대화하고자 온 것이 아니다.”

 

  “또 그런다···.”

 

  늘은 내일의 상태를 보며 내심 안심했다.

  그가 죽는다면 꼼짝없이 대장군 행세를 계속해야 하니까.

 

  늘은 가볍게 내일의 땀을 닦아냈다.

  하담은 그런 늘과 내일을 번갈아 보았다.

  남매였다.

  무슨 연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늘은 한라에 알려지지 않은 오 가문의 여식이었다.

 

  어엿한 처녀가 될 동안 오 가문 외 한라의 그 누구도 늘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는 게 신기했다.

  그렇게 숨긴 것 또한 오 가문의 힘이었다.

  연유를 알지 못했지만, 자연스럽게 그 연유가 무엇인지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대체 이 가짜 대장군의 정체는···.

 

  “너도 왔구나.”

 

  하담이 고개를 숙이며 내일에게 조금 더 다가갔다.

  내일이 하담의 주먹 위에 손을 얹었다.

  다부졌던 그의 손에서 떨림이 느껴졌다.

 

  “내 모습이 참으로 한탄스럽다. 네가 꼭 내 누이를 지켜라. 무슨 일이 있더라도, 무슨 수를 써서라도···.”

 

  “염려 마십시오. 그 누구도 대장군의 부재를 눈치채지 못하게 하겠습니다. 대장군의 누이께 상처 하나 입히지 않겠습니다.”

 

  하담은 힘겹게 말을 잇는 대장군의 말을 재빨리 끊어냈다.

  누구에게 함부로 부탁할 사람이 아니었다.

  가짜 대장군은 본 대장군이 아끼는 사람이다.

  그가 누구든, 그를 지키며 대장군의 의지를 이어야했다.

 

  하담은 그의 쇠한 모습을 보며 분노를 삭였다.

  본인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대장군이 쓰러졌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

  그를 그렇게 만든 자를 찾아내지 않고서는 잠이 들지 못할 것 같았다.

  모든 게 의문투성이였지만, 지금은 대장군의 명을 따르며 가짜 대장군을 지켜야 했다.

  지금은 그게 전부다.

 

  “내 몸은 내가 지킨다. 네 목숨이나 걱정해라.”

 

  “구룡성의 대장군 너무 듬직하잖아···.”

 

  내일은 힘겹게 미소 짓다 거친 기침을 토해냈다.

  늘이 고개를 돌렸다.

  하담 역시 그 모습을 바라보다 눈을 지그시 감았다.

 

  “이제 가야 합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더 보는 것도 그에게 예의가 아닌 것 같았다.

 

  “그래.”

 

  늘이 일어서자 내일은 하담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하담은 그에게 고개를 한 번 숙인 뒤 자리를 떴다.

  알고 있습니다.

 

 

  잔치가 마무리되기 직전에 돌아왔다.

  그들은 돌아가려는 장군들에게 인사를 올린 뒤 잔치에서 빠져나왔다.

  하담은 늘의 침소까지 함께 걸었다.

  구룡전 너머로 잔치의 소란스러운 소리가 멀어졌다.

  소란을 등지고 걷는 걸음이 차분했다.

 

  “그럼.”

 

  늘의 침소에 다다라서 하담은 그에게 허리를 숙였다.

 

  “들어오너라.”

 

  “예?”

 

  “들어오라 하였다.”

 

  늘이 문을 닫지 않고 초에 불을 켰다.

  지나치던 호위무사와 눈이 마주쳤다.

  하담은 잠시 고민하더니 조심스럽게 침소에 발을 들였다.

  침소에 따뜻한 기운이 돌았다.

  늘은 자신을 무겁게 짓누르는 옷을 하나씩 벗었다.

  하담이 그 모습에 잠시 뒤돌아섰다.

  방안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내 이야기가 궁금했던 것이 아니었느냐.”

 

  “말하기 곤란한 것에 대해 재촉하지 않겠습니다.”

 

  “네가 이미 날 곤란하게 하지 않았느냐.”

 

  “송구합니다.”

 

  “일부 정보만 가지고 오해를 하는 것이 더 곤란하겠지. 내가 대장군이 아니라는 것을 안 이상, 너에게 숨김없이 말하겠다.”

 

  하담은 당황했다.

 

  “그게···, 괜찮은 것입니까?”

 

  “네가 나에게 충성을 맹세하지 않았느냐.”

 

  늘은 그를 자신의 편으로 만들기로 했다.

  뒤돌아 있던 하담의 앞으로 가 그를 매서운 눈으로 올려다봤다.

  하담은 긴장을 숨기지 못하고 짧게 대답을 흘렸다.

  하담은 늘의 눈과 마주 보고 있으면 발가벗은 기분이었다.

  방패 없이 창과 마주 선 느낌.

 

  “나는 사실 기억을 잃었어.”

 

  “예?”

 

  뜻밖의 말이었다.

 

  “내일이 사고를 당하기 전, 나한테도 사고가 일어났거든. 불타는 건물에서 날 구해준 건 내일이었어.”

 

  “그 사고로 기억을 잃으신 겁니까?”

 

  “맞아, 내일이 쌍둥이 동생이라는 건 알지만, 내일과 함께했던 추억 같은 건 하나도 기억나지 않으니까.”

 

  하담이 되레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얼마나 기억을 잃으신 거죠?”

 

  “아예 하나도 기억이 안 났지. 내 이름까지도.”

 

  하담은 멍하니 숨을 뱉었다.

  짧은 시간 동안 내일의 집안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니, 속이 끓는 느낌이었다.

  대체 누가 오 가문을 공격하고 있던 걸까.

  어쩌면 영원히 몰랐을 수도 있는 얘기다.

 

  “시녀의 도움을 받아서 대충 집안 상황이 어떤지는 알아. 내가 기억을 잃었다는 걸 아는 유일한 아이였거든.”

 

  “제가 그럼 두 번째네요.”

 

  늘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름이 무엇입니까?”

 

  하담과 반대로 늘은 무덤덤한 표정이었다.

  하담에겐 기억을 잃은 늘이지만, 늘은 그 몸에 적응하는 중이었으니까.

 

  “오늘.”

 

  오늘.

  이제 듣는 것엔 익숙해진 이름이었는데, 입에 붙이자니 어색하고 낯설었다.

  어느새 기억 저편으로 사라진 보라라는 이름이 간신히 생각났다.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것이 늘 속으로 녹아들었다.

 

  “상장군께서 당신을 숨긴 거군요. 여자라서.”

 

  하담은 늘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상황을 이해했다.

 

  “정말 사고였나요?”

 

  “뭐?”

 

  “건물과 함께 불탈 뻔 했던 거, 대장군이 독화살을 맞은 거, 전부 사고입니까?”

 

  늘은 입을 다물었다.

  그저 자신의 죽음과 관련해 무엇을 풀고자만 했지, 떨어진 이 세계 상황을 이해하려 했던 적은 없었다.

 

  “불에 탄 건 기억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내일을 습격한 건 자객이 있었어.”

 

  “저도 좀 알아봐야겠습니다. 궐내에 오 가문의 무사들이 묘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곤 생각했지만···.”

 

  늘은 하담의 굳은 얼굴을 살폈다.

  다행히 상황판단에 있어 냉정한 자였다.

 

  “그래도 기억을 잃었다는 사실은 더 말하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제가 최대한 도와드리겠습니다.”

 

  “고맙네.”

 

  늘이 미소 지었다.

  하담이 있어 다행이었다.

 

  “늘 대장군처럼 강한 대장군은 없습니다. 송구한 말이지만, 내일 장군보다도 뛰어납니다. 그런 자를 숨겨왔다니 저는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늘은 자신을 그저 뛰어난 자라고 생각해주는 천룡들이 고마웠다.

  알맹이를 들키지 않았을 때 한한 얘기지만 말이다.

 

  “기억을 잃었어도 몸이 기억하는 거겠죠? 기억이 돌아온다면 좋겠지만, 돌아오지 않는다 해도 저와 내일 장군은 끝까지 당신 곁에 있을 겁니다.”

 

  늘은 자신이 문득 과한 사랑을 받는 게 아닌가 싶었다.

  정말 늘이라서 좋아해 주는 건지.

  모두가 만들어 놓은 이 상황에 흘러가고 있는 늘을 제대로 봐주고 있는 건지.

  자신의 정체를 다 알지 못하며 위로를 해주는 하담에게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늘이 아닌 자신이 그에게 보답해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냥 내가 죽는 것을 두려워해 살려고 발버둥 치듯이,

  하담의 바람에 따라 ‘내’가 죽지 않으면 되는 거다.

  그것뿐이다.

 

  “그래도 네가 이해하지 않고 불편해해 봤자 달라질 건 없을 거다. 내일을 대신해 대장군으로 서 있는 것도 잠시뿐이니까.”

 

  “그것이 운명이라면요?”

 

  “운명은 없어. 상장군이 있는 한 나는 없는 사람이다.”

 

  “제자리로 간다 해도, 분명 늘 장군은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게 될 겁니다.”

 

  하담이 늘의 칼집에서 검을 뽑아냈다.

  칼집을 긁는 소름 끼치는 소리와 함께 푸른빛의 검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담은 무릎을 꿇은 채 두 손으로 늘에게 검을 내밀었다.

 

  “한라는 예로부터 강한 자를 숭배합니다.”

 

  “뭐 하는 거지?”

 

  “저는 그 대장군께 충성을 다할 것입니다.”

 

  “내일과의 맹세를 버리겠다는 소리냐?”

 

  “대장군이 한 사람이란 규율은 없지 않습니까.”

 

  하늘도 태양과 달을 품지 않았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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