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
 1  2  3  4  5  6  >>
 
자유연재 > 로맨스
아주 사소한 연애
작가 : etcetera
작품등록일 : 2018.12.23

뛰어난 외모뿐만 아니라 연기력까지 인정받은 30대 톱스타 배우 수한. 그러나 무성한 소문과 스캔들 속에 소속사에선 꿍꿍이를 숨긴 채 새로운 여자 매니저를 고용한다. 취업시장에서 허우적대다 톱스타의 매니저로 취직하게 된 지완. 자신의 역대 장래희망란에 ‘매니저’가 있어본 적은 없다. ‘연예인’은 있었어도. 그래도 사활을 걸기로 한다. 월급은 소중하니까.

 
1. 시작은 과연 반인가
작성일 : 18-12-23 23:14     조회 : 421     추천 : 0     분량 : 5090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화려하게 꾸며진 정원을 가로지르는 지완의 가슴이 울렁거린다.

 

 그녀는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로 뒤범벅된 채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설레지만 긴장되고, 기대되면서도 두려웠다. 이러지 말자, 제발. 지완은 계속해서 주책맞게 뛰어대는 자신의 왼쪽 가슴을 지그시 눌러봤다.

 

 아직 한참을 더 걸어야할 만큼 정원이 넓은 게 그나마 다행이랄까.

 

 옮겨 심어진 듯한 소나무 몇 그루가 눈에 들어왔다.

 

 마냥 어리기만 했다면 흔하디흔한 보통의 소나무로 보였겠지만 이제 20대 중후반이 된 저로선 저 나무가 금나무라는 걸 안다.

 

 자신의 1년 연봉을 주고도 못 사는. 아니, 1년이 뭐야.

 

 지완은 소나무를 향해 호기롭게 씨익 웃어 보였다. 네가 나보다 낫다, 야.

 

 

  단독 주택 형식으로 지어진 기획사 건물 내부로 들어서자 외관과는 썩 다른 분위기가 풍겨졌다. 심플하면서도 모던하고 화려하진 않지만 고급스럽다.

 

 가구와 기기들이 부족하거나 넘치지 않게 적재적소에 배치돼 있다는 느낌이 든다.

 

 알맞고 합리적이다. 한 편으론 그래서 갑갑하다. 모든 게 너무 딱 맞게 좋아서.

 

 자연스러워 보이다가도 어딘가 다 치밀하게 계산돼 있는 듯한 그 느낌에 지완은 자켓 안에 받쳐 입은 화이트 셔츠의 맨 위 단추를 풀어냈다.

 

 머리를 너무 바싹 당겨 묶은 듯도 싶다. 머리끈을 풀지도 어쩌지도 못한 채 만지작거리고 있을 즈음 2층에서 한 여자가 내려왔다.

 

 “윤지완씨죠? 팀장님 방은 2층이에요. 아직 출근 전이시니 방에서 조금 기다려주세요.”

 

  자신을 향해 상냥하게 웃어 보이는 20대 초중반의 젊은 여자는 같은 여자가 봐도 상당히 예쁘고 매력적이다.

 

 앳된 얼굴로 자기보다 먼저 이 건물에 들어와 자신을 안내해주는 여자가 순간 부럽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 지완은 여자의 친절한 미소에 기분 좋게 따라 웃으며 2층 계단을 하나씩 밟아 올랐다.

 

 

  팀장실 한 켠에 자리한 소파에 앉아 한 1시간쯤 기다렸을까.

 

 팀장실 문의 손잡이가 돌아가는 순간 지완이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문틈 사이로 남자의 얼굴이 3분의 1쯤이나 보였을까. 지완이 잽싸게 벌떡 일어나 허리를 90도로 접으며 대학교에 갓 입학한 새내기 마냥 씩씩하게 내뱉었다.

 

 머릿속으로 한없이 반복했던 인사말을 되뇌이면서.

 

 “안녕하십니까. 오늘부로 한수한씨의 매니저를 맡게 된 윤...”

 

 “얘 들여보낸 애 누구야?”

 

  남자가 지완을 보자마자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사납게 소리쳤다.

 

 그 소리에 지완이 깜짝 놀라 남자가 있는 문 쪽을 바라보자 아까 자신을 안내해준 앳된 여자가 안절부절 못하는 표정으로 남자에게 다가서는 게 눈에 보인다.

 

 “제가 안내해드렸습니다. 새로 온 매니저분이라고 해서... 신분도 확인했구요,”

 

 “그래서?”

 

 “네?”

 

 “새로 온 직원이, 신분 확인시키고 나서, 여기 자료, 회사 기밀 모조리 긁어다 내빼고 나면 어쩔 건데?”

 

 “죄..죄송합니다.”

 

  여자의 얼굴이 파랗게 질려가고 앞으로 모은 두 손이 덜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가정이긴 하지만 순식간에 도둑으로 몰려버린 저 자신도, 여자를 몰아붙이는 비약적 상황도 썩 기분좋지 않다.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처음 일을 시작하는 자신도 수긍할 만큼 분명한 실수인 거다.

 

 남자의 앞에서 가냘프게 떨고 있는 여자가 안쓰럽다. 그리고 미안했다.

 

 여자가 안내해줬어도 밖에서 기다릴 걸. 왜 넙죽 들어와 버렸나.

 

 지완의 고개가 점점 힘없이 숙여졌다. 시선은 피했지만 날카롭게 꽂히는 남자의 목소리는 여전히 생생하게 들려왔다.

 

  “당신, 여기서 일한 지 얼마나 됐지?”

 

  “그게..보름 정도...”

 

  “그동안 수고했어. 오늘부로 해고야.”

 

  그 소리에 지완의 고개가 번쩍 들렸다.

 

 남자는 자기 할 말만 끝내고 차갑게 돌아섰다.

 

 얼어붙은 듯 그 자리에 꼼짝도 못 하고 서 있던 여자의 얼굴에서 기어코 눈물이 떨어졌다.

 

 입술을 질끈 물고 돌아서는 여자의 뒷모습 또한 울고 있는 것만 같다.

 

 또각또각. 어울리지 않게도 그녀의 구두소리만큼은 경쾌한 음을 내며 울려 퍼졌다.

 

 “그리고 너.”

 

  여자를 따라 입술을 질끈 문 채로 여자의 뒷모습을 좇던 지완이 뒤에서 꽂히는 소리에 움찔 놀라며 돌아봤다.

 

 “네..네?”

 

 “넌 왜 여깄는데?”

 

 그야... 오늘부로 여기 소속이니까요.

 

 혹시나 합격 통지가 제게 잘못 오거나 한 것은 아닐까? 지완의 눈이 불안하게 흔들렸다.

 

 “음성 메세지 못 들었어?”

 

  남자의 한쪽 눈썹이 또 한 번 사납게 치켜 올라갔다.

 

 그제야 지완은 아차 싶었다. 긴장한 채로 현관 앞에서 옷매무새를 두 번 세 번 점검하느라 신발장 위에 잠깐 올려놓았던 휴대폰이 생각났다.

 

 매니저에게 연예인만큼 중요한 게 바로 휴대폰 아니던가. 갑자기 망연자실했다. 자신은 직업상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업무 규칙을 출근 첫 날에 어겨버린 셈이다.

 

 그 여자, 보름이라고 했던가. 자신은 출근 하루만에, 아니 한 시간도 안 돼서...

 

 “그렇게 얼빵하게 서 있으면 일이 알아서 해결돼?”

 

  지완이 여전히 반은 정신이 나간 상태로 남자를 쳐다보자 그의 입에서 차분하지만 단호한 한 마디가 내뱉어졌다.

 

 “일단, 한수한 데리고 와.”

 

  그 말이 알람이라도 된 듯 번뜩 정신을 차린 지완이 남자를 향해 고개를 끄덕여 보이곤 비장하게 돌아섰다. 그리고 달리기 시작했다.

 

 머리를 곱게 빗어 한 올의 흐트러짐도 없이 바싹 당겨 묶길 잘한 거 같다. 근무 첫날이라고 챙겨 입은 세미정장은 역시 미스다. 경호원도 아니고 매니저가 웬 정장인가.

 

 아니, 그래도 출근 첫날엔 역시 정장이지. 아니, 아니지. 그건 융통성이라곤 밥 말아먹은 쓸데없는 관습의 산물일 뿐이다. 나는 그런 관습과 편견에 사로잡힌 피해자였던 거고. 이런, 오늘부터 바로 잡아야지. 하는 말도 안 되는 생각들을 이리저리 하면서 열심히 달리는 지완이다.

 

 아침에 한 선택은 결국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셈이었다.

 

 그렇다면 아직 기회가 있는 것인가. 자신에게도 ‘시작이 반이다’란 말이 유효할 수 있을 것인가.

 

 지완이 정원을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아까 본 소나무들이 휙휙 스쳐 지나간다.

 

 지완의 머릿속은 오직 이 생각뿐이다. 한수한을 꼭 데려와야 한다. 나는 꼭 그 시작의 반을 채우고 싶다.

 

 왜냐하면, 내일도 출근하고 싶으니까.

 

 

 

  [전화를 안 받네. 내가 수한이형 데뷔 때부터 같이 일한 강민철. 이 전화번호 저장해 두고. 대충 얘긴 들었지? 오늘 10시에 하기로 한 미팅 꽤 중요한 거니까 적어도 9시 반까지는 찾아서 데려가야 돼. 아니, 40분까지. 뭐, 휴... 어떻게든 잡아다 모셔놓을 수만 있으면 10시라도 땡큐지. 형 갈만한 데 돌아다녀봤는데 죄다 허탕이네. 형이 또 나 몰래 단골집을 바꿨나. 아씨, 머리 아파. 몇 군데 더 남았으니까 서로 나눠서 돌자. 네가 가볼 데가 어디냐면...]

 

  데뷔 때부터 일한 거면 와, 7년이 다 됐네. 대단하시다, 대선배님이네.

 

 지완은 집에 먼저 들러 챙겨온 휴대폰에서 미처 못 들었던 음성 메시지를 뒤늦게 확인하며 감탄과 중얼거림을 반복했다.

 

 말투와 목소리만으로 사람을 판단하기엔 좀 이르지만 그는 꽤 다정하고 수더분한 사람일 거 같았다.

 

 지완은 한결 마음이 놓였다. 동시에 저의 소중한 첫 사수님이자 대선배님을 깍듯이 잘 모셔야겠다 다짐했다.

 

 잡다한 생각들에도 그녀가 쥐고 있는 핸들은 흔들림 없이 능숙한 움직임을 선보였다.

 

 지완이 탄 차가 그리 넓지 않은 골목길을 빠르고 매끄럽게 빠져나갔다.

 

 

  민철이 말한 세 곳 중 두 곳에서 허탕을 치고 마지막으로 남은 곳은 ‘몰디브’라는 고급 술집이었다.

 

 고등학교 동창들 몇몇이 모인 술자리에서 결혼을 앞둔 두 친구가 신혼여행지를 두고 주거니 받거니 한 대화에서 그 섬의 이름을 들었었다.

 

 근데 거긴 다른 데보다 좀 비싸지 않아? 돈 좀 더 들더라도 가볼 만하지. 가라앉고 있다는데. 가라앉고 나면 아무리 돈이 많아도 못 가는 거잖아. 안 그래?

 

 둘의 대화는 하나의 공감으로 마무리됐고 지완도 고개를 끄덕였던 기억이 난다.

 

 자신도 언젠가 그 섬에 한 번 가볼 수 있을까. 그 섬이 가라앉기 전에. 혹은 자신이 먼저 죽기 전에.

 

 지완은 시커먼 어둠을 삼킨 듯한 술집 ‘몰디브’의 입구로 빨려 들어가듯이 천천히 발을 들였다.

 

 

 “그러니까 도대체 저 룸은 왜 안 된다는 거죠?”

 

 “아, 글쎄. 저긴 VVVIP룸이고 지금 그 VVVIP가 안에 계신다니까요.”

 

 “VIP건, VVVIP건 지금 저 룸 안에 있는 사람 한수한씨 맞잖아요. 아니에요?”

 

  아까부터 계속 어르고 달랜 보람이 있는지 처음엔 저를 단호하게 막으며 불같이 잡아떼던 종업원의 반응이 슬슬 바뀌기 시작한다.

 

 난처한 듯 시선을 회피하는 남자의 얼굴을 집요하게 마주하면서 지완이 마지막 결정타를 날렸다.

 

 “저 수한씨 새 매니저구요. 지금 한수한씨가 여기서 펑펑 쓰는 돈 우리 회사에서 주는 거라구요. 물론 광고는... 그 분이 찍는 거지만 정산해서 그 사람 통장에 돈 넣는 건 회사라구요. 그니까 오늘 수한씨 광고 파토 나고, 앞으로 계속 이렇게 망나니처럼 굴다 거지 되면 그 많고 좋은 팁은 커녕 매상 올려줄 일도 없을 거고, 그거뿐이냐, 주머닌 텅텅 비어도 그 버릇 어디 못 간다고 외상값 줄줄이 달고 빈대처럼 여기 붙어서...”

 

 “누가...뭐가 돼?”

 

 자신의 등 뒤에서 갑자기 들려오는 차갑고 낮은 목소리에 지완의 숨이 멎는 듯했다.

 

 아마 자신보다 머리 하나는 더 우뚝 솟아있는 큰 키의 남자일 거다.

 

 이리저리 술집을 헤집고 다니느라 삐져나오기 시작한 지완의 머리카락들이 그가 뱉은 숨 때문에 간지럽게 살랑거리고 있으니까.

 

 설마...아니겠지. 아닐 거야. 절대 아니어야 한다.

 

 그렇게 주문을 외듯 기도하며 느린 화면처럼 돌아보면 자신의 등 뒤로 술에 취한 한 남자가 벽에 기대어 삐딱하게 선 채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다.

 

 이 길고 서늘한 눈매를 나는 알고 있다. 한수한. 나는 그의 매니저고 그는 나의 연예인이니까.

 

  186cm의 큰 키. 길고 시원스레 뻗은 팔다리. 매끈하게 뻗어나가는 턱선에 뚜렷하면서도 조화롭게 자리 잡은 이목구비.

 

 특히 오똑한 코 위로 날카롭게 빛을 내는 저 서늘한 눈매가 인상적이다.

 

 참...뉘집 자식인지 인물 한 번 잘 나긴 했다. 역시 연예인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만. TV로 볼 때보다 더 잘 생겼네.

 

 인간은 역시 본능적인 동물인가 보다. 매니저가 자기 연예인 뒷담화하다 걸려 놓고-엄연히 말 해 뒷담화는 아니지만- 넋 놓고 외모 감상이라니.

 

  “내 얼굴 다 봤어?”

 

  지완의 빤한 시선을 묵묵히 받아주던 그가 일순간 불길한 웃음을 지었다.

 

  “따라와.”

 

  긴 다리로 성큼성큼 멀어져가는 남자의 뒷모습을 보며 지완이 곤혹스럽게 입술을 짓씹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8 18. 어떤 시작에 관하여 2018 / 12 / 31 246 0 5579   
17 17. 애인 유무 2018 / 12 / 31 241 0 6009   
16 16. 관심의 행방 2018 / 12 / 31 224 0 5582   
15 15. 다른 새벽 2018 / 12 / 31 254 0 5335   
14 14. 한수한 + 소주 = ? 2018 / 12 / 30 258 0 5319   
13 13. 연기와 거짓말 2018 / 12 / 30 254 0 5646   
12 12. yjw**** 2018 / 12 / 29 245 0 6107   
11 11. 뜻밖의 안온함 2018 / 12 / 29 237 0 5629   
10 10. 그림자의 빛 2018 / 12 / 28 244 0 5942   
9 9. 뜬금없는 소원 2018 / 12 / 28 254 0 5125   
8 8. 여전히 낯설고, 어느새 익숙해진 2018 / 12 / 27 230 0 5724   
7 7. 무서운 작품 2018 / 12 / 27 232 0 5673   
6 6. 당신이 잠든 사이에 2018 / 12 / 27 262 0 5586   
5 5. 와인 향의 남자 2018 / 12 / 26 243 0 5859   
4 4. 해명 2018 / 12 / 26 248 0 5819   
3 3. 초대받지 않은 손님 2018 / 12 / 25 250 0 5653   
2 2. 베테랑 매니저의 불길한 예감 2018 / 12 / 24 249 0 5606   
1 1. 시작은 과연 반인가 2018 / 12 / 23 422 0 5090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