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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스페로 스페라
작가 : 윤슬YS
작품등록일 : 2018.12.13

뒤늦게 꿈을 찾아 떠난 이탈리아 여행길, 본의 아니게 첫 날부터 다 털렸다.
이 와중에 날 구해준 이 남자. 구세주일까, 아니면 웬수일까?

Lovely Cusine Romance.
욜로 욜로 하다 골로 간다고? 어떻게 알아? 가봐야 알지.
이젠 먹방 여행 로맨스다.
먹고, 여행하고, 사랑하라!

 
#11
작성일 : 18-12-23 17:43     조회 : 252     추천 : 0     분량 : 4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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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밀어올린 두 눈 사이로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샹들리에가 눈에 들어왔다. 그 낯선 모양새도 4일 만에 익숙해졌는지 민희는 금세 제가 있는 장소를 알아차렸다.

 

 “하, 하하하하하하.”

 

 잠에서 방금 깬 것이 무색하게 다시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 쓴 채 민희는 미친 사람처럼 웃어댔다. 이 곳, 스페로 스페라에서 일을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이 추운 겨울날 피렌체의 골목으로 내쫓기거나 강제 한국행이 결정되어 공항으로 소환될 시간이었다.

 

 떠나지 않아도 된다. 이대로 더 머무를 수 있다. 불안했던 마음이 말끔하게 사라진 자의 웃음이었다.

 

 눈만 뜨면 습관처럼 찾곤 하던 휴대폰이 없었지만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세상이 무너질 줄 알았는데, 없으니 그건 또 그것대로 편했다. 수족을 편안하게 해주었던 휴대폰을 잃어버렸는데 이상하게도 민희는 그 속에서 진정 편안함을 느꼈다.

 

 빠른 길을 두고 돌아가면 돌아가는 대로, 헤매면 헤매는 대로 또 거기서 얻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피렌체에 온 지 고작 삼일 째에 깨달은 참이었다.

 

 풀썩, 다시금 이불을 걷어 차낸 민희가 휴대폰 대신 침대 옆 협탁에 올려둔 드로잉북을 펼쳐 들었다. 하루의 일상을 소복이 담아낸 어린 시절의 그림일기처럼 어제의 일기에는 선셋 무렵의 베키오 다리와 아르노 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다리 위로 상점들이 다닥다닥 달라붙어 있는 모양새가 희한한 폰테 베키오, 양 옆으로 빼곡하게 들어선 황톳빛의 건물들, 그리고 유유자적 여유로운 사람들과 구석에 작게나마 그려 넣은 레오의 모습까지.

 

 어쩐지 그림 속에서조차 무뚝뚝한 그의 목소리가 튀어 오르는 느낌이었다.

 

 「돈 대신 그림으로 갚아요. 오늘 간식 값.」

 「무슨 사채업자예요? 뭐만 하면 갚으래.」

 「그래도 돈으로 갚으라고는 안 했으니 사채업자보다는 낫지 싶은데.」

 「돈으로 갚는다니까요. 알바비에서 까요.」

 「무엇으로 돌려받을지는 빌려준 사람 맘이죠.」

 「헐. 완전 멋대로. 그리고 내 그림이 곱창버거 가격 정도밖에 되지 않아요?」

 「아까 엄청 맛있게 먹던데. 그림 한 장에 그렇게 맛있는 간식이면 후한 거 아닌가.」

 

 그만큼 잘 그렸다는 건지. 그 정도 가치밖에 없다는 건지. 욕인지 칭찬인지 알 수 없는 이상한 화법에 결국 피렌체에 와서 그린 두 장의 그림은 모두 빚잔치를 청산하는 데 쓰이게 됐다.

 

 “하여튼 싸가지.......”

 

 이불을 차내고 벌떡 일어난 민희는 서둘러 출근 준비를 마쳤다. 출근이라고 해봐야 2층에서 1층으로 내려가는 것이 전부였지만 말이다.

 

 주중, 주말이 없을 정도로 관광객이 넘쳐나는 피렌체였지만 오늘은 저녁 와인 파티로 하루가 매우 바쁠 주말의 시작이었다.

 

 “그럼 가볼까나.”

 

 어제 제 손으로 부지런히 쓸고 닦은 곳이라 그런지, 친숙해진 계단을 내려가 1층 로비로 들어서자마자 민희는 새로운 인물을 마주했다.

 

 갈색의 구불구불한 곱슬머리, 레오와 달리 짙은 밤색의 눈빛, 뚜렷한 이목구비는 마찬가지였지만 동그란 눈 때문인지, 만져보고 싶은 북슬북슬한 머리카락 때문인지 남성미가 넘치는 레오와 달리 조금은 더 귀여운 이미지의 남자였다.

 

 ‘너도 참 잘생겼구나. 너도? 너도라니? 너도라니! 저 남자 말고 누가 또 잘생겼다는 거야?’

 

 저도 모르게 레오를 떠올리며 비교하던 민희는 스스로 흠칫 놀라며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싹퉁 바가지가 잘생겨봤자 싹퉁 바가지일 뿐. 콧방귀를 뀌며 잠시나마 했던 생각들을 훠이훠이 몰아냈다.

 

 “Good morning.”

 

 부드러운 미소로 아침 인사를 건넨 남자를 바라보며 민희도 어색하게 주춤주춤 손을 들어 웃어 보였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아. 투숙객으로 오해한 모양이구나. 민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무래도 주말에는 같이 일한다는 파비오라는 사람인 듯 싶었다.

 

 “저 투숙객 아니에요. 레오는 어디에 있나요?”

 “레오라면 지금 키친에 있어요.”

 

 오늘의 할 일을 물어보기 위해 레오의 위치를 확인한 민희는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넨 후 키친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안녕하세요.”

 

 반갑게 건넨 인사에도 그저 고개만 끄덕일 뿐 별 반응이 없는 레오를 바라보며 민희는 눈살을 찌푸렸다. 참 쌀쌀맞고 무뚝뚝하기 그지없는, 어찌 보면 매우 한결같은 인간임에 틀림이 없었다.

 

 “레오. 투숙객이 아니라는데. 누구예요?”

 

 투숙객이 아니란 답이 이상했는지, 따라 들어온 남자가 레오를 향해 물었다.

 

 “인사해요. 이 쪽은 주말에 같이 일할 파비오. 파비오, 여긴 기욤 대신 한 달 정도 일해 줄 민희.”

 “미니?”

 “아뇨. 민. 희. 민희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가워요.”

 

 제 이름을 또박또박 한 자씩 읊은 민희는 파비오를 향해 다시 한 번 눈인사를 건넸다.

 

 “파비라고 불러줘요. 그나저나 기욤 대신 함께 일하게 될 여자가 있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예쁘고 귀여운 여자인 줄은 몰랐어요. 기욤이 일부러 말을 해주지 않은 거였어! 근데 이름처럼 귀여우니 그냥 미니라고 불러도 될까요? 그게 더 어울려요.”

 

 170cm에 육박하는 키에 귀엽다는 말은 또 처음이네. 빈말이어도 좋구나. 그 말에 민희는 피식 웃음이 터졌다.

 

 처음 만나자마자 능글맞고 느끼한 말을 쏟아내는 파비오였지만, 냉정한 레오와 며칠 있었다고, 그 덕에 이제야 진짜 이탈리아에 온 느낌이 들었다.

 

 “하하. 그래요, 그럼. 그리고 파비도 정말 잘 생겼어요.”

 

 참고로 나는 빈말이 아니고 진심이야. 뒷말은 꾹 삼킨 채 흐뭇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발목까지 내려오는 검정 슬랙스에 깔끔하게 셔츠를 갖춰 입은 모습마저 훈훈했다.

 

 이탈리아 남자들은 하나같이 옷도 잘 입는 걸까. 도르르 눈을 굴려보니 레오 역시 마찬가지였다. 회색빛의 슈트 바지에 체크 패턴의 셔츠, 드러난 발목 위로 보이는 체크무늬 양말까지 꽤나 신경을 쓴 모습이었다.

 

 ‘누가 보면 런웨이라도 걷는 줄.’

 

 어제도 시장에 간다는 말이 없었더라면 데이트라도 나가는 거라고 착각했을 법한 옷차림새였다. 갖춰 입고 자전거를 몰던 그의 모습이 생각나 민희는 실없이 웃음을 흘렸다.

 

 “그런 말 하면서 웃으면 오해할 지도 몰라요. 나한테 관심 있다고 말이에요. 이미 생긴 거라면 더 좋고.”

 

 찡긋, 한 쪽 눈을 깜빡이는 파비오를 바라보며 민희는 피렌체에 온 이후로 가장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아아, 이런 느끼한 멘트. 한국에 있었으면 토 쏠린다며 싫어했을 텐데 지금은 왜 이렇게 좋은 거야. 민희는 몽실몽실 설레는 감정에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

 

 “한 달 동안 잘 지내봐요. 파비.”

 

 민희는 파비가 내민 손을 가볍게 맞잡았다.

 

 “아침 얼른 먹어야 할 겁니다. 어제 말했다시피 오늘 체크인 손님들이 많아 룸 청소를 서둘러야 해요. 2시 전에 모두 끝내고, 키친으로 내려오세요.”

 

 하여간 기욤 때도 그러더니, 산통 깨는 데는 일가견이 있구나. 마뜩찮은 표정으로 레오를 흘겨보곤 민희는 냉장고로 걸음을 옮겼다.

 

 옆 바구니에 놓인, 어제 사 온 노르스름한 치아바타를 집어 들고 냉장고 문을 열었다. 토마토와 사과 한 알을 꺼내들던 그 때 민희의 눈에 익숙한 것이 들어왔다.

 

 “어라? 어제 이 치즈도 샀던 거예요?”

 

 어제 치즈 가게에서 자신이 눈여겨보던 부팔라 모차렐라 치즈가 냉장고에 들어있는 것이 반갑기도, 감동이기도 했다.

 

 ‘말은 참 툭툭 내뱉고, 태도는 쌀쌀맞고 무뚝뚝하기 그지없어도 속정이 깊은 스타일이구나, 그 쪽.’

 

 혹시나 레오가 제 말을 귀담아듣고 같이 구매한 걸까. 눈을 반짝이며 물어보려던 찰나 와장창 제 기대가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오늘 저녁에 만들 샐러드에 필요해서요.”

 

 그러니 내가 먹을 것은 없다는 건가. 덧대지 않아도 될 한 마디를 꼭 붙이는, 밉상 중의 밉상. 싸가지 오브 더 싸가지. 이젠 욕하기에도 입이 아픈 듯 그녀는 따져 묻길 포기했다.

 

 “그렇구나. 그렇군요.”

 

 시무룩해진 채 치즈가 담긴 그릇을 그대로 다시 내려놓아도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지 손가락이 쉽사리 떨어지지 않았다.

 

 “맛있겠다. 엄청 맛있겠죠, 이거?”

 “미니. 우리 집에 부팔라 사놓은 게 있는데 내가 가지고 올게요. 레오, 아직 10시 전이니 집에 다녀와도 되겠죠?”

 

 헐. 너 천사였구나. 파비. 감탄에 찬 얼굴로 그를 돌아보던 그 때, 낮게 가라앉은 레오의 목소리가 들렸다.

 

 “넉넉하게 샀으니 한 덩이 정도는 꺼내 먹어요. 그리고 파비, 로비 비우지 마. 체크아웃 손님들 곧 우르르 나오는 거 더 잘 알잖아.”

 

 레오의 말에 키친을 나가려는 파비를 향해 민희는 엄지를 척하니 내밀었다.

 

 “파비. 말만으로도 고마워요. 감동 받았어요. 이따 봐요!”

 

 대답 대신 찡긋, 윙크를 하는 파비에게 민희 역시 미소로 화답했다.

 

 “이 치즈, 진작 먹어도 된다고 말했으면 더 좋았잖아요.”

 “저녁에 있을 와인 파티 때문에 산거라니까요.”

 “네네. 아무렴요.”

 

 퉁명스러운 레오의 태도에도 불구하고 민희의 입가에는 미소가 한가득 걸려 있었다.

 

 “잔말 말고 얼른 먹기나 해요. 시간 빠듯하니까.”

 “아이고. 네, 네.”

 

 꼭 잊지 않고 잔소리를 보태는 레오의 손 안에, 갓 내린 에스프레소 한 잔이 들려있었다. 테이블 제 자리 위에 올려놓는 손길을 따라 그 향과 그 맛을 기억하는 코와 입술이 자석에 이끌리듯 끌려갔다.

 

 “잘 먹겠습니다!”

 

 기분 좋은 목소리가 테이블 위에 울려 퍼졌다. 고작 며칠이나 됐다고, 무뚝뚝하고 쌀쌀맞은 그의 태도가 그새 면역이 됐는지 기분이 영 나쁘지만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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