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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길을 잃은 날에
작가 : 연시
작품등록일 : 2018.12.21

불에 타 죽은 고등학생이 저승에서 길을 잃은 되고
망자인 상태로 과거의 이승으로 돌아가게 된다.

과거에서 펼쳐지는 '오늘' 이야기.


*로맨스판타지 장르로 선택되었지만 '로맨스'가 주는 아닙니다.

 
김혜성
작성일 : 18-12-23 00:31     조회 : 235     추천 : 0     분량 : 6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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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늘은 발걸음 소리를 죽이며 귀를 세웠다.

  뒤따라오는 천룡의 기척은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늘을 따르는 건 기척을 숨기는 게 예사롭지 않은 천룡들이었다.

  늘과 제법 떨어진 곳에서 겨레가 멈춰 섰다.

  하담이 풀숲에 몸을 숨기고 늘을 보고 있었다.

 

  “대장군 사냥이라도 하러 온 거야?”

 

  “시끄러워.”

 

  둘은 풀숲에 앉아 투닥거렸다.

 

  늘은 주변을 다시 한 번 살피고는 활을 꺼내 들었다.

  여기서는 괜찮겠다고 판단했다.

  도적패를 만났을 때나, 의외의 양궁 실력을 보였을 때도 몸속에서 또 다른 힘이 분출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정신마저 오롯이 자신의 것이 아닌 것 같은 기분.

  그게 용의 힘인지는 모르겠지만, 뭔지 다시 확인하고 싶었다.

  설마 이게 모두 정말 꿈이라면, 내가 단단히 착각하고 있는 거라면, 더 빠지기 전에 나가야 했으니까.

 

  늘은 잠시 활대를 꽉 쥐고선 화살을 뽑아냈다.

  나무에서 다람쥐 한 마리가 빠르게 내려오고 있었다.

  빳빳했던 활시위가 제 마음과는 다르게 부드럽게 늘어났다.

  화살촉에 집중하며 신경을 모은 그때, 풀을 밟는 인기척에 의해 다람쥐가 빠른 속도로 시야에서 사라졌다.

 

  소리가 난 쪽에선 혜성이 걸어오고 있었다.

  그는 전혀 기척을 숨길 생각이 없어 보였다.

  늘은 활을 내리고 자리를 옮겼다.

 

  “얘기 좀 해요.”

 

  혜성이 늘을 잡았다.

  멀리서 지켜보던 하담과 겨레가 자연스럽게 몸을 숨겼다.

 

  “뭐야, 저 자식?”

 

  겨레가 한 발자국 먼저 선수 친 혜성을 향해 주먹을 쥐었다.

 

  “야, 들키겠어.”

 

  하담이 그런 겨레의 머리를 꾹 눌렀다.

 

  늘은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것처럼 행동했다.

  혜성이 그런 늘의 옆에 바짝 붙어 늘의 걸음과 맞춰 걸었다.

  늘이 빠른 걸음으로 혜성을 피해 걸었지만, 혜성은 차분하게 늘의 족적을 따라 밟았다.

 

  늘은 숲 쪽으로 뻗은 절벽으로 향했다.

  오르막으로 이루어진 절벽은 강을 따라 길게 이어져 있었다.

  하담과 겨레는 시야에서 순식간에 사라진 둘을 찾느라 고개를 돌리기 바빴다.

 

  “제가 무얼 잘못했습니까?”

 

  멀리까지 걸어오자 어느새 강이 시야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무성한 숲을 내려다보면 나뭇잎 틈 사이로 사냥감을 쫓는 천룡의 모습이 보였다.

 

  “대답해주십시오.”

 

  혜성이 늘의 팔을 잡아 세웠다.

  늘이 놀라 그의 손을 내쳤다.

 

  “손대지 말거라.”

 

  “그런 눈으로 저를 바라보지 마십시오.”

 

  혜성은 대장군에게 미움받는 것이 싫었다.

  가르침이 험해도 언제나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그였다.

  속을 보이진 않아도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은 적은 없었다.

 

  청년부 천룡은 자신들보다 나이가 어린 대장군을 함부로 대하지 않고 존경하고 존중했다.

  경험 차이를 실력으로 메운 자였다.

  늘의 맑은 눈동자에 혜성의 모습이 비쳤다.

 

  혜성은 그 눈동자를 내려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이런 것을 이질감이라고 했던가.

  하담과 겨레가 무심코 뱉었던 말들이 생각났다.

  대장군은 자신보다 키가 작지 않았다.

  결코 그를 내려다본 적이 없었는데, 지금 앞에 있는 대장군은 뭔가 달랐다.

  자신의 발밑을 살폈지만, 아무리 봐도 자신이 선 쪽이 내리막이었다.

 

  늘이 그것을 눈치채고 혜성에게서 떨어졌지만 혜성이 다시 그를 잡았다.

 

  “이거였습니까?”

 

  늘이 주변을 살피며 재빨리 그의 손을 내쳤다.

  보는 이가 없던 게 다행이었다.

  그러나 혜성은 몇 번이고 늘을 붙잡았다.

 

  “누구야?”

 

  결국 똑같은 사달을 불러올 뿐이다.

  그제야 도적패의 시체에서 본 그 이질감의 답을 찾아낼 수 있었다.

  대장군과 처리 수법이 미묘하게 다른 것을 겨레가 발견했었다.

  같은 사람이 아니었던 거다.

 

  그들은 어색한 공기 속에서 한참이나 마주 봤다.

  그 풍채가 너무나도 닮아 눈치채는 데 늦었다.

  가까이 와서야 비로소 느낄 수 있는 차이였다.

  얼굴에 깃든 모든 선이 본 대장군보다 부드러웠다.

  어설픈 분칠을 했더라도 본연의 피부색에서 차이가 나는 법이었다.

  땀으로 인해 분이 벗겨진 곳에 늘의 흰 피부가 드러났다.

  그곳에 갇혀 있던 흔적이었다.

  분명히 대장군이라 칭하는 이 자는 여자였다.

  그리고 오 가문에 여식은 없었다.

 

  “대장군은 어디 있지?”

 

  아무리 물어봤자 늘의 입은 열릴 기미가 없었다.

  그가 대장군과 다른 자라고는 해도 분명 대장군을 웃도는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이해가 되지 않는 일들이었다.

  대장군과 얼굴도 같고 실력이 뛰어난 자를 왜 모르고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

 

  “부탁입니다. 대답해주십시오.”

 

  혜성의 말투가 누그러졌다.

 

  “이놈이고 저놈이고 대장군의 벗들이 문제구나···.”

 

  늘은 절벽 쪽으로 몸을 돌렸다.

  투구 아래로 나온 잔머리가 늘의 눈가를 간질였다.

  혜성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숨기지 않고 늘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았다.

  대장군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그를 보니, 어떻게 봐도 여인이었다.

  가까이서 여인을 볼 일이 없었다.

 

  혜성은 어느새 넋을 놓고 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평소엔 매서운 눈을 하고 있는데, 지금 그의 눈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아린 기분이 들었다.

  비밀로 가득 찬 그 눈에서 답을 찾을 수나 있을까.

  지평선 너머를 멍하니 살피는 눈은 이세상의 것이 아닌 것 같았다.

 

  “모른 척해 줄 수 있느냐?”

 

  늘은 당장 그 상황을 빠져나가야 했을 뿐이다.

  살짝 일그러진 늘의 표정에 혜성은 고개를 숙였다.

 

  “이것이 이미 위험한 일인 것은 알고 있습니다. 누설하지 않아야 할 문제인 것은 알고 있습니다. 저에게 최소한의 언질 하나 못 해주십니까?”

 

  “미안하지만, 나에겐 최소한의 것도 없다.”

 

  “대장군은···.”

 

  혜성이 말끝을 흐렸다.

  말문이 막혔다.

  최악의 상황을 상상했다.

 

  “살아계십니까?”

 

  늘이 눈을 가늘게 뜬 채 바람을 느꼈다.

 

  “내일은 죽지 않아.”

 

  아직도 원향전에서 자신을 바라보던 내일의 미소가 선했다.

 

  “그렇군요.”

 

  “아직도 궁금한 것이 남았느냐?”

 

  “없습니다, 대장군.”

 

  혜성이 그에게 허리를 숙였다.

  늘은 꾸웩, 소리와 함께 멧돼지를 붙잡은 천룡을 내려다봤다.

 

  “빈손으로 돌아간다면 곤란하겠지, 네 능력으로 양껏 잡아와라.”

 

 

  잔치가 시작되었다.

  하늘을 올려다보면 둥그런 달을 닮은 등이 곳곳에 매달려 있었다.

  무관들은 국악을 벗 삼아 떠들어대고 장군들은 술잔을 든 채 호탕한 웃음을 뱉었다.

  잔치가 열린 곳 주변으로 호위무사가 둘러싸 그곳을 지키고 있었다.

  자유롭다면 자유롭고 삼엄하다면 삼엄한 분위기였다.

 

  늘은 그들의 눈을 피해 구천전 안을 서성였다.

  대장군이 자리를 비울 수 있는 시간은 길지 않았다.

  이 사태를 해결할 방법을 고민했다.

  일단 지금 살아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현실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이들의 삶을 뒤죽박죽 엉망으로 만들 수는 없었다.

  재판이 열렸던 그 꿈이 사실이라면, 천오가 분명 자신을 구제해주러 올 것이다.

  그럼 구제되기 전까진 내 편을 많이 만들어 놓는 것이 중요했다.

  옥란같은 인물이 궁에도 필요했다.

  언제 용왕각으로 돌아갈지 모르니까.

 

  “대장군.”

 

  구천전 앞을 서성이고 있던 혜성의 목소리에 늘은 깜짝 놀랐다.

 

  “모레가 대장군을 찾습니다.”

 

  모레의 이름에 늘이 구천전을 나섰다.

  혜성이 기다렸다는 듯이 늘의 옆에 섰다.

  잔치가 벌어지고 있는 구룡전 마당이 상당히 소란스러웠다.

 

  “어디 불편하신 겁니까?”

 

  “아니다.”

 

  혜성은 구룡전 마당을 가로지르는 늘을 따랐다.

 

  “스승님은 그렇다 쳐도 하담이 알고 있었다니 꽤 놀랐습니다.”

 

  “밤마다 지독히도 찾아오니 그럴 수밖에.”

 

  혜성은 할 말을 아껴두고 덧없는 말들을 내뱉기 시작했다.

  그것을 먼저 눈치챈 것은 늘이었다.

  혜성은 말주변이 좋았지만, 지금 늘 앞에서 보이는 그 어색함은 숨길 수 없었다.

  평소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할 말이 무엇이더냐.”

 

  묻고 싶지 않았지만, 이 일로 귀찮게 따라올 것 같아 그의 목적을 물었다.

 

  “저에게 무예를 가르쳐주십시오.”

 

  혜성은 조금 뜸을 들이며 침을 삼켰다.

  그들 사이에 적잖은 긴장이 맴돌았다.

 

  내일은 배움에 욕심이 많은 혜성에게 자주 무예를 가르쳐주곤 했다.

  무사는 저마다 가진 기술과 몸놀림이 달랐다.

  그중에서도 내일은 모든 게 독보적이어서 배울 것이 많았다.

  그런데 그런 혜성의 눈에 다른 이가 든 것이다.

  겉으론 내일의 흉내를 내며 속으론 무언가를 숨기는 새로운 대장군.

  그에게서 남다른 무언가를 느꼈다.

  오 가문의 무술을 응용해 처음 보는 낯선 기술로 상대를 단번에 제압하는 힘.

  혼이 빠진 듯한 눈빛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기술마저 대단했다.

 

  늘은 할 말을 잃었다.

  자신을 그렇게 보고 있었다니 어이가 없을 따름이다.

  태권도로 다진 권법은 둘째치고 어쩌면 용의 힘을 빌린 가짜 능력이었을 텐데, 누굴 가르칠 처지가 아니었다.

  배움엔 이론이 있어야 한다.

  가르칠 능력도 없고 가르칠 마음도 없었다.

  가르침을 떠나 남들 앞에서 그 힘이 발현되지 않는다면 문제가 커지는 거다.

 

  “내게 무엇이 있다고 얻어가려는 것이냐. 나는 누군가에게 무예를 가르칠 처지가 아니다.”

 

  “처지는 만드는 것입니다. 대장군께서는 그저 모든 것을 등지고 있지 않습니까?”

 

  “말다툼하러 온 것이냐. 나는 그 누구도 가르치고 싶지 않다.”

 

  “대장군의 솜씨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꼭 대장군의 제자가 되고 싶습니다.”

 

  “제자가 할 소리가 아니구나.”

 

  “대장군의 기술을 가지고 싶습니다.”

 

  혜성이 늘을 똑바로 바라봤다.

  짙은 혜성의 눈동자에 담긴 자신의 모습에 늘은 고개를 돌렸다.

 

  잡아먹을 듯한 기세였다.

  기술만을 가지고 싶다는 자세가 아니었다.

  가슴이 답답해지자 그를 더 마주 볼 자신이 없었다.

  자리를 뜨고 싶었다.

  혜성은 아직도 배고픈 짐승의 눈을 하고선 늘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늘은 그게 무서웠다.

  역사 속 그는···. 기류왕을 죽이고 왕이 된 천룡으로 기록된다.

 

  “대장군!”

 

  늘은 숨을 들이쉬고 소리가 난 쪽을 돌아봤다.

  늘을 한참이나 찾아다닌 모레였다.

  모레는 환한 웃음을 지으며 늘을 안았다.

  늘이 혜성의 눈치를 보자 혜성은 고개를 숙이고 자리에서 사라졌다.

  모레가 은인이었다.

  늘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모레의 등을 토닥였다.

 

  “아직도 집에 못 돌아가는 거야?”

 

  “응.”

 

  내일이 깨어날 때까지 늘은 용왕각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모레는 늘의 품에 파고들며 비죽댔다.

 

  “아버지는 무서우니까. 미안해. 내가 조금 더 실력이 있었더라면 누님이 이렇게까지 않아도 됐는데···.”

 

  늘이 모레의 이마를 살짝 내리쳤다.

  말을 나누는 건 처음이었지만, 늘은 웃음이 새어 나오는 것을 감출 수 없었다.

  모레의 성격 때문인지, 그저 오랜 가족 같았다.

 

  “백 년은 일러.”

 

  모레는 아랑곳하지 않고 보고 싶었다며 늘을 맘껏 껴안았다.

  늘은 웃다가 정신을 차리고 나서야 주변을 살피며 그를 밀어냈다.

  그 때문에 잠시 본분을 잊은 듯했다.

  가만히 즐길 수도 있지만, 마음이 편치 않았다.

 

  마침 늘 쪽으로 향하던 겨레와 눈이 마주쳤다.

  겨레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며 그들의 앞에 섰다.

 

  “사이가 좋으십니다?”

 

  모레는 겨레를 노려보며 늘을 가렸다.

  청소년부에서 세 천룡과 대등하게 대화할 수 있는 유일한 천룡인 모레였다.

  겨레가 칼집으로 모레의 머리를 내리쳤다.

  모레와 겨레는 평소에도 장난을 많이 치던 사이였다.

 

  “건방져.”

 

  “아무리 천룡 장군이어도 대장군을 노린다면 내 널 용서치 않겠다!”

 

  “귀 찢어지겠네···.”

 

  목소리가 큰 둘 사이에 껴 있다간 집중 받기 딱 좋았다.

  늘은 서둘러 자리를 옮겼다.

  모레가 그를 뒤따랐지만, 겨레에게 잡혀 예절 교육을 받았다.

  늘은 인적이 드문 곳을 찾아 마루에 앉았다.

  달이 무척이나 잘 보이는 자리였다.

  몸에 긴장을 풀고 좀 누워보려는데 옆자리에 누군가가 앉았다.

  하담이었다.

  따라온 것인지 원래 그곳에 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아까 혜성이랑 무슨 얘기 했습니까?”

 

  잔치가 시작된 이후부터 줄곧 늘을 쫓던 하담이었다.

 

  “또 무시입니까? 이것도 익숙해지기 힘드네···.”

 

  돌아오는 대답이 없자 하담이 웃었다.

  늘은 이제 어느 정도는 하담이 편해졌다.

  자신이 가짜 대장군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매번 자신을 찾는 사내였으니까.

 

  “대장군 생활은 괜찮습니까?”

 

  그럴 리가 있겠냐.

  늘은 그를 놀리기라도 하듯이 속으로 답했다.

  하담은 대답을 들은 모습으로 미소 지으며 달을 올려다봤다.

  그의 웃는 입매를 따라 볼에 깊게 보조개가 패였다.

 

  늘은 잠시 하담의 옆모습을 바라보다가 속삭이기 위해 얼굴을 가까이 가져다 댔다.

  어디서든 그들과 마주치는 것을 피할 수 없다면, 최대한 그들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하담은 흠칫 놀랐지만, 긴장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그들은 불어오는 옅은 바람으로 서로의 숨결을 숨겼다.

 

  “나를 그 집으로 안내해.”

 

  “그 집이요?”

 

  “아무도 모르게 궐 밖으로 데리고 나가줘.”

 

  하담은 늘이 말하는 집이 오 가문의 가옥인 용왕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느닷없이 그곳으로 데려가 달라니.

 

  늘의 표정은 진지했다.

  하담이 내일과 함께 용왕각에 자주 간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하담이라서 가능한 이야기였다.

  지금 대장군의 자리는 그곳으로 갈 수 없는 몸이지만, 늘은 원하고 있었다.

  하담은 주변을 살피며 늘의 어깨를 똑바로 잡았다.

 

  “들키면 나도 끝장인 것 같지만, 그렇게 해드리겠습니다. 궁인들이 자주 안 쓰는 길을 알고 있어요. 대신 오래는 못 있습니다. 잔치가 마무리되기 전까지 와야 해요. 누군가 우리를 찾았는데 없으면 곤란하니까.”

 

  늘이 고개를 끄덕이자 하담이 미소를 지었다.

  그들은 인적이 없는 곳을 따라 마구간에 들렀다.

  하담은 마구간 관리인에게 적당한 돈을 쥐여주며 말 두 필을 꺼내왔다.

  하담을 따라 늘이 말에 올라섰다.

 

  “이렇게 하니 밀회를 하는 것 같습니다.”

 

  하담이 웃었다.

 

  “사실 나 말 잘 탈 줄 몰라.”

 

  대뜸 뱉은 늘의 말에 하담이 눈을 크게 떴다.

 

  “예? 아니 그럼···.”

 

  늘은 고삐를 잡고 발을 굴리며 앞장섰다.

  어쩌면 늘의 몸은 영혼과 분리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하담이 멀쩡하게 말을 타는 늘의 모습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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