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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공포물
미완성 원고
작가 : 심해해삼
작품등록일 : 2018.12.22

사라진 소설가와 남겨진 미완성 원고
7일의 여행과 7가지 기묘한 이야기

대학생 찬기는 여름방학을 앞두고 여자 친구인 효정에게 놀라운 이야기를 듣는다. 괴짜 소설가인 효정의 삼촌이 실종됐으며, 효정에게 삼촌이 남긴 미완성 원고가 상속 되었다는 것이다.
평소 삼촌을 잘 따랐던 효정은 유작은 절대 남기지 않겠다는 삼촌의 유지를 받아 들여 직접 미완성 원고를 완성하기로 마음먹는다. 삼촌 전국을 돌면서 갖가지 기이한 이야기를 채집하고 이를 소설로 가공하는 작업을 했는데, 효정 역시 방학 동안 삼촌을 따라 전국을 여행하면서 갖가지 기묘한 이야기를 직접 듣고 미완성 원고를 마무리하기로 결정한다. 찬기는 효정과 동행하기로 마음먹고, 둘은 기차 여행 티켓을 끊은 뒤 7일 동안 전국 곳곳을 돌며 기이한 이야기를 뒤쫓는 여정을 시작한다.

 
8. 하얀 인어 (1)
작성일 : 18-12-23 00:06     조회 : 330     추천 : 0     분량 : 5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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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하얀 인어

 

 

 

  “우리나라 기차 노선 말인데, 은근 복잡하고 귀찮단 생각이 들지 않아?”

 

  익산역에 앉아 기차를 기다리고 있던 중, 기차 노선도를 보던 효정이 가볍게 투덜거렸다. 그녀는 보란 듯이 노선도를 가리키며 찬기에게 말했다.

 

  “봐봐. 기차 노선이 미묘하게 전라북도를 빗겨가고 있잖아? 차라리 그냥 가운데를 가로질렀으면 참 편했을 텐데. 그랬다면 괜히 익산까지 와서 갈아타고 갈 필요가 없잖아. 기차 노선이 죄다 외곽으로 향해 있어서 전남까지 가는데도 오래 걸리고 말이야.”

 

  더위를 식히려고 대합실 에어콘에 바짝 서 있던 찬기는 노선도를 힐끗 보고는 대답했다.

 

  “나도 들은 건데, 소문에 의하면 전주 사는 양반들 때문이래.”

 

  “양반들이?”

 

  “그래. 우리나라 철도 노선은 일제 강점기 시절에 일본이 만든 것에서 시작됐거든. 당시 전라도의 중심지는 전주였어. 처음에 철도는 당연히 전라도의 중심지인 전주를 지나려고 했지만, 전주에 사는 양반들이 ‘우리 전주에 그렇게 흉물스러운 철도가 지나치는 것을 볼 수 없다!’라고 해서 격렬하게 반대했나봐. 여론이 만만찮아서 할 수 없이 근처 익산에 역을 만들었는데, 그러다보니 철도 노선이 미묘하게 전북을 빗겨 나가게 됐다는 거야.”

 

  “지금이라면 땅 값 오른다고 너나 할 것 없이 좋아했을 텐데.”

 

  효정의 대꾸에 찬기는 어깨만 으쓱였다.

  “옛날 사람들이잖아. 아무튼 그러다보니 오히려 익산이 교통의 중심지가 돼서 부흥했어. 그리고 겸사겸사 기차역이 놓인 광주도 인구가 늘어나면서 지금은 광역시가 됐지.”

 

  효정은 철도 노선도를 보며 물었다.

  “그때 양반들이 반대하지 않았다면 전주는 지금 쯤 전주 광역시가 됐을까?”

 

  “그랬을지도 모르지. 물론 나도 이걸 소문으로만 들은 거니까 너무 진지하게 생각은 하지 마.”

 

  찬기의 설명에 효정은 뚫어져라 철도 노선도만 바라봤다. 오늘 목적지는 전라남도 여수. 전라북도 군산에서 가려면 먼저 익산역까지 가서, 다시 여수로 가는 기차로 갈아타야 한다. 번거롭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기차 배차 시간에 간격이 있어서 둘은 지루하게 익산역에서 기다려야 했다.

 

  처음에는 남은 시간을 이용해 익산 구경이라도 할까 했지만, 바깥이 너무 더워서 엄두가 나지 않았다. 결국 둘은 남은 시간 동안 에어컨이 빵빵한 대합실에 앉아 시간을 죽이는 수 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오늘 만날 사람은 누구야?”

 

  찬기는 아예 에어컨을 끌어안으며 오늘 일정에 대해 물었다. 할릴 없이 노선도만 보던 효정은 미완성 원고를 다시 뒤척였다.

 

  “김광열이라는 사람인데, 여수에서 낚시 용품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이래.”

 

  “자기 삼촌은 참 발이 넓다. 글 쓴다는 사람이 여수까지 연이 있다니. 낚시 하는 취미라도 있었나봐?”

 

  낚시가 취미인 작가라. 퍽 어울린다. 낚싯대를 드리우고 시 한 수 읊고, 고기가 잡히면 그 고기를 주제로 글을 쓰고. 어딘가 신선 같은 모습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아니, 야생동물 불법 밀매로 집행유예 받은 전적이 있거든. 밀항도 몇 번 했었나봐. 김광열이란 사람은 그런 우리 삼촌이랑 예전에 함께 일한 적이 있대.”

 

  그러면서 효정은 미완성 원고에 기록된 부분을 들려줬다.

  “삼촌은 그 사람에 대해서 짤막하게 적어놨어. 음, 어디보자. ‘……김광열은 태생이 뱃사람이라 바다에 떠도는 음울한 이야기를 많이 알고 있었다. 언젠가 내가 오랫동안 고기잡이를 하면서 조심할 건 무엇이 있는지 물어 본적이 있다. 이때 김광열은 뜻밖의 대답을 내놨다. 섬을 조심하라는 것이었다.

 

  오랫동안 고기잡이배에 있다 보면 육지를 사무치도록 그리워하게 된다고 한다. 심지어 아무것도 없는 망망대해에서 자신의 가족이나, 집을 봤다는 사람까지 생길 정도란다. 그렇게 그리움이 이어지다가 어느 순간 외딴 섬에 당도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그런데 외로움 속에서 당도한 그 섬은 기묘하게도 사람이 오를 만큼 완만한데다 누가 발로 밟아 다져 놓은 것 같은 길까지 있다. 그 길을 쭉 따라가면 사당이 나오는데, 그 사당 안에는 갓 지은 밥이 있다는 것이다. 만약 그 즉시 섬을 빠져나가면 큰일은 없지만, 행여 그 밥을 한 숟갈이라도 뜨게 되면 영영 그 사람은 실종되어 버린다.

 

  그 섬이 대체 무슨 섬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내 생각이지만, 그것은 사실 그리움을 미끼로 한 섬 형태의 거대한 생물이 일지도 모르겠다……’”

 

  그 말을 듣고 찬기는 경악했지만, 효정은 담담하게 기록을 읽어갔다.

 

  “이런 이야기도 있네. ‘……김광열은 바다에서 시체를 몇 번인가 본적 있다고 했다. 사실 몇 번 보다보면 적응이 돼서, 시체 자체는 그리 무서운 게 아니라고 한다. 물에 퉁퉁 불어서 둥둥 떠다니는 시체도, 물고기에게 눈알을 뜯겨 먹힌 어린애 시체도, 험한 꼴이라도 당했는지 콘크리트가 담긴 드럼통에 매장된 시체도 본 적 있단다.

 

  하지만 진짜 무서운 시체는 그런 시체가 아니라고 한다. 결과적으로 그런 시체들은 어떤 식으로든 만들어질 수 있는 시체니 말이다. 하지만 김광열은 딱 한번, 알 수 없는 시체를 본 적 있다고 말했다. 어떤 조그마한 뗏목에 실려 온 시체였는데, 운 좋게 바다에 떨어지지 않아 그대로 뗏목에 담겨 있었다고 했다. 그 시체는 여러 날 바다 위에서 맴돌았는지 건어물처럼 바짝 말라 있었다.

 

 그런데 그 시체는 손가락이 네 개 밖에 없었고, 귀가 있어야 할 부분은 뻥 뚫린 구멍만 있었다. 누가 도려낸 것 같지 않았다. 과연 사람의 시체인지도 모를 그것이 불쾌했던지라 그냥 화장해서 대강 장사 지냈다고 한다…….’”

 

  찬기는 그쯤 되자 광열이라는 사람이 영 떨떠름했다.

  “그 김광열이라는 사람 믿을만한 사람 맞아? 왠지 거짓말쟁이인 것 같은데.”

 

  “삼촌도 비슷한 생각을 하셨던 것 같아. 여기에 뭐라고 적어 놓았냐면, ‘……솔직히 김광열은 허풍을 즐기고 믿음직스럽지 못한 구석이 있다. 그가 한 말이 전부 진실인지는 나 역시 모른다. 하지만 그는 총 솜씨가 좋고, 무엇보다 처리 실력이 꼼꼼해서 함께 일하는 데는 크게 지장이 없다. 다소 걱정했던 지점까지 깊게 들어볼 생각이다…….”

 

  효정이 들려주는 기록에 찬기는 경악에 차 되물었다.

 

  “도대체 거기서 말하는 처리 실력이 뭘 말하는 거야? 무엇보다 도대체 총 솜씨가 좋아서 뭘 어쩌려는 거지? 우리나라는 총기 소지가 불법이잖아. 자기 삼촌 평범한 작가 맞아?”

 

  “아마 아닐걸?”

 

  너무나 당연하다는 투로 효정이 답하자 찬기는 따지는 걸 포기했다.

 

  “그래. 오늘 만난다는 김광열이라는 사람이 그나마 이야기가 통할 사람이길 바래보자.”

 

  찬기는 힐끗 전광판을 봤다. 여수 가는 기차는 이제 30분 정도 지나면 온다. 과연 여수에서 어떤 이야기가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으려나. 전광판 끝으로 오전의 여름 햇빛만 반사돼 가만히 반짝였다.

 

 

  * * * * *

 

 

  “야호! 바다다!”

 

  효정은 여수 바다 앞에 도착하자마자 환호를 내질렀다. 긴 시간 달려 도착한 여수라서 그런지 불어오는 바람조차 반갑다. 옆에서 함께 걷던 찬기도 힘껏 숨을 들이 쉬었다. 짭조름하면서 비릿한 바다 냄새가 몰려왔다. 너울거리는 파도와 조각배 몇 척이 오가는 전형적인 항구 풍경이 시야를 적셨다.

  “긴 시간 끝에 온 보람이 있네.”

 

  효정은 어린애처럼 좋아하면서 연신 입을 다물지 못했다. 옆에서 그 모습을 보던 찬기가 피식 웃었다.

 

  “누가 보면 바다 처음 보는 사람인 줄 알겠다.”

 

  “자기가 몰라서 그래. 내가 이곳저곳 다니면서 바다란 바다는 전부 봤거든? 그런데 전남에서 보는 바다랑 전북에서 보는 바다가 달라. 경상도에서 보는 바다랑 제주도에서 보는 바다도 다르고 말이야. 이 조그마한 나라에서 지역마다 바다가 다르게 보인다는 게 신기하지 않아?”

 

  “어휴, 어련하시겠어요.”

 

  여기까지 말하고서 둘은 서로의 얼굴을 보고 폭소를 터트렸다. 고작 바다가 옆에 있을 뿐인데 저절로 마음이 들떴다. 효정과 찬기는 실없는 말을 주고받으며 해변을 따라 걸었다. 얼마 걷지 않아 커다란 낚시 용품 가게에 발이 닿았다.

 

  “계세요?”

 

  문을 열면서 효정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빨간 낚시 망토를 입은 중년의 남성이 성큼 성큼 걸어왔다. 50대 정도 되었을까. 키는 작았지만, 상체가 튼튼한데다 살갗까지 까맣게 그을려 있어 전형적인 바다 사내 같은 인상을 풍겼다. 남자는 바로 효정을 알아봤다.

 

  “정종균 조카 양반이지? 어서 와요. 밖이 많이 덥지?”

 

  그러면서 남자는 효정에게 손을 내밀었다. 악수를 청하는 것 같았다. 효정은 주저하다가 그 손을 덥석 잡았다. 남자는 곧바로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캬, 여대생이라서 그런지 손길이 아주 보들보들하네 그려.”

 

  그 말에 찬기는 반사적으로 남자를 쏘아 봤다. 남자는 낄낄 웃으며 잡고 있던 효정의 손을 곧바로 놨다.

 

  “아이고메, 내가 지금 서방 있는 색시 앞에서 못할 짓을 했네. 미안, 미안. 냉커피라도 줄 테니, 일단 들어와”

 

  그러면서 남자는 가게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찬기는 남자가 걸어간 방향을 여전히 쏘아 보며 물었다.

 

  “저 남자가 김광열 맞아?”

 

  “그런 것 같은데, 왜?”

 

  찬기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였다.

  “엄한 짓하면 바로 경찰 부르려고.”

 

  둘은 눈치 보다가 가게 안쪽으로 들어갔다. 찬기는 효정을 보호하기 위해 앞장서서 걸었다. 가게 안에는 자그마한 테이블이 있었다. 테이블에는 인스턴트 냉커피가 두 잔 놓여 있었다. 남자는 소파 등받이에 기댄 채 두 사람에게 명함을 내밀었다.

 

  명함에는 ‘김광열’이라는 이름 석 자가 쓰여 있었다. 다행히 틀리지 않고 온 모양이었다.

 

  “정종균, 그 양반 행방불명 됐담서?”

 

  효정과 찬기가 앞에 안자마자 광열은 대뜸 물었다. 효정은 그런 광열이 거북스러웠지만,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게 됐어요.”

 

  “너무 걱정 마. 지금쯤 아마 인도 첸나이에 있을 거요. 아니면 벌써 스리랑카로 건너갔거나. 죽기 전에 살아 있는 인어를 꼭 보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했거든.”

 

  효정은 광열의 입에서 나온 이질적인 단어를 듣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인어요?”

 

  “그래, 인어.”

 

  광열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인도 첸나이랑 스리랑카 해안 근방에서 인어를 봤다는 목격담이 있었어. 정작가, 그 인간 살아 있는 인어를 보는 게 버킷 리스트라나. 그래서 나한테 곧잘 자기가 사라지면 인어를 보러 간줄 알라고 말하곤 했지. 솔직히 나는 언젠가 그 작자가 이렇게 사라질 줄 알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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