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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공포물
미완성 원고
작가 : 심해해삼
작품등록일 : 2018.12.22

사라진 소설가와 남겨진 미완성 원고
7일의 여행과 7가지 기묘한 이야기

대학생 찬기는 여름방학을 앞두고 여자 친구인 효정에게 놀라운 이야기를 듣는다. 괴짜 소설가인 효정의 삼촌이 실종됐으며, 효정에게 삼촌이 남긴 미완성 원고가 상속 되었다는 것이다.
평소 삼촌을 잘 따랐던 효정은 유작은 절대 남기지 않겠다는 삼촌의 유지를 받아 들여 직접 미완성 원고를 완성하기로 마음먹는다. 삼촌 전국을 돌면서 갖가지 기이한 이야기를 채집하고 이를 소설로 가공하는 작업을 했는데, 효정 역시 방학 동안 삼촌을 따라 전국을 여행하면서 갖가지 기묘한 이야기를 직접 듣고 미완성 원고를 마무리하기로 결정한다. 찬기는 효정과 동행하기로 마음먹고, 둘은 기차 여행 티켓을 끊은 뒤 7일 동안 전국 곳곳을 돌며 기이한 이야기를 뒤쫓는 여정을 시작한다.

 
7. 매월이 (6)
작성일 : 18-12-23 00:04     조회 : 318     추천 : 0     분량 : 3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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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생각은 조금 달라.”

 

  찬기는 효정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일단 조세욱씨가 매월이라는 그림을 제대로 본 건 단 한 번 밖에 없어. 그것도 술에 취한 상태였지. 그때 잠깐 본 걸로 그림 전부를 세밀하게 기억할 수 있을까? 그냥 이런 그림이 있었다, 정도로 떠올리는 게 전부일걸.”

 

  같은 장소, 같은 그림, 하지만 다른 시간대. 찬기는 조금씩 머릿속에서 이야기를 꿰어 맞췄다.

 

  “만약 비슷하게 그린 그림 두 폭을 시간 간격을 두고 번갈아 보여줬다고 하자. 그러면서 ‘사실 이 그림이 예전에 봤던 그 그림이다.’ 라고 설명하면 아마 대부분은 속아 넘어갈 거야.”

 

  그 말을 들은 효정이 되물었다.

 

  “그럼 조세욱씨가 그날 밤 다른 그림을 보고 착각한 거다, 이거야?”

 

  “아니, 조세욱씨는 같은 그림을 봤어.”

 

  그러면서 찬기는 효정에게 뜻 모를 질문을 던졌다.

  “조세욱씨가 했던 말 기억나지? 별채에 들어가자마자 그림이 보였다고 하잖아.”

 

  “그랬지?”

 

  “즉, 서서 볼 수 있는 그림이라는 뜻이야. 여기까지만 들으면 액자에 담긴 그림을 떠올리기 쉽지만, 난 다른 그림 형태가 떠올랐어. 우리나라 전통 그림 중에 ‘세울 수 있는’ 그림이 어떤 게 있지?”

 

  보통 그림은 액자에 넣은 뒤 벽에 걸어 보관한다. 하지만 과거에는 족자 형태의 그림이 일반적이었다. 두루마기처럼 말아서 보관하거나, 뒤에 끈을 달아 놓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그림을 세워 놓는다니? 그러다가 별안간 번뜩이는 생각 하나가 효정의 뇌리를 스쳤다.

 

  “병풍! 매월이는 병풍에 그려진 그림이었구나!”

 

  “그래, 맞아.”

 

  찬기는 설명을 이었다.

 

  “매월이는 족자나 화폭에 그려진 그림이 아니야. 바로 병풍에 그려진 그림이었던 거지. 그래서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볼 수 있었던 거야. 병풍에 있는 그림을 위해서는 병풍을 세워 놔야 하니까.”

 

  매월이는 별채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보였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벽에 걸린 족자 형태의 그림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조금만 비틀어 그 그림의 형태에 의문을 가져 보면 의문은 생각보다 쉽게 풀린다.

 

  “매월이가 병풍에 그려진 그림이라고 가정해보자. 알다시피 병풍은 여려 면으로 겹쳐져 있어. 그리고 면마다 비슷한 그림이 그려져 있곤 하지. 만에 하나 매월이가 그려진 면을 겹쳐 놓은 다음, 비슷한 그림이 그려진 부분을 펼쳐 놓았다면 어땠을 것 같아?”

 

  효정은 단번에 대답했다.

  “매월이가 그림만 두고 어디론가 사라진 것처럼 보였겠지.”

 

  “그래, 맞아. 분명 꽃나무도, 새도 있지만 매월이만 없었다고 했잖아. 그건 매월이가 그려지지 않은 다른 면을 봤다고 하면 납득이 돼. 같은 화가가 그렸을 테니 어색함도 없었겠지.”

 

  병풍은 크기에 따라 여러 그림을 담을 수 있다. 어떤 면에는 여인이 그려진 그림을, 어떤 면에는 여인이 없고 배경만 있는 그림을 그린다면 어떨까. 상황에 따라서는 착각을 일으킬 수 있다. 찬기는 추측을 덧붙였다.

 

  “그리고 마쓰오 집안사람들의 행동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가. 신지 도련님이 발작을 일으킬까 무서워 커다란 궤짝에 몰래 담아갔다고 했잖아? 몰래 갈 정도로 급한 상황이었으면, 차라리 그림을 쥐어준 다음에 얌전히 있으라고 설득하는 게 편했을 거야. 하지만 그러지 않았지. 어째서 그랬을까? 매월이가 싫어서? 아니야. 급하게 도망가는 마당에 병풍같이 부피가 큰 물건은 도저히 챙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던 거야.”

 

  “묘하게 현실적이네. 그런데 조세욱씨가 정말 그걸 몰랐을까?”

 

  “정말 몰랐을 거라고 생각해?”

 

  찬기가 바로 되묻자 효정은 씁쓸하게 대꾸했다.

  “몰랐을 리가 없겠지.”

 

  세욱은 효정을 바라보며 자신의 말을 믿느냐고 물었다. 믿는다고 하자 감사 인사까지 했었다. 사실 그건 자신의 믿어달라는 일종에 호소에 가까웠다.

 

  “사실 매월이가 다시 보고 싶었다는 말은 핑계였을지 몰라.”

 

  찬기는 히로쓰 가옥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말을 이었다.

 

  "긴 시간 조세욱씨를 괴롭혀 온 건 매월이에게로 향한 애정이 아니라 신지 도련님에게로 향한 죄책감이었겠지. 당시에는 어쩔 수 없었다 할지라도 시간이 흐르고 난 뒤로는 자신이 너무하지 않았나 싶어 후회가 들었을 거야. 그래서 멋대로 이야기를 상상해서 이어 붙였겠지.”

 

  효정은 농담 어린 목소리로 이야기를 정리했다.

  “매월이는 생명을 얻어 화폭 바깥으로 향했고, 신지 도련님과 만나서 둘은 백년해로 했답니다. 난 신지 도련님을 모른 척 했지만 그래도 둘이 잘살 것이라고 상상하니 기분은 좋습니다, 끝! 이렇게 말이지?”

 

  “그래. 그 이야기를 무작정 마음에 담고 있긴 그러니까 자신의 말을 믿어줄 사람들에게 털어 놓은 거고 말이야.”

 

  둘은 아까 봤던 세욱의 모습을 떠올렸다. 약삭빠르게 살아 왔던 젊은 시절과 달리 세욱은 조금씩 허물어져가고 있었다. 삶의 종착점이 조금씩 다가오는 와중에 과연 무슨 생각이 들까. 그들로서는 가늠하기 어려웠다.

 

  찬기는 세욱의 상태를 짚으며 말을 이었다.

 

  “딱 봐도 몸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았잖아. 죽음을 앞두고 누구나 삶을 돌이켜 보면서 회한에 잠기곤 하잖아. 물론 여기까지는 순수하게 내 추측이야. 어떤 쪽이 진실인지는 나도 몰라.”

 

  “그러면 내 상상대로 정말 낭만적인 기적이 일어났을지도 모르겠네?”

 

  “그럴지도?”

 

  효정은 조르르 달려가 찬기와 팔짱을 꼈다.

 

  “그러면도 나는 신지 도련님이 잘살았다고 믿고 싶어 무엇보다 칙칙하고 현실적인 결말로 이야기를 매듭지으면 이야기가 하나도 재미없잖아.”

 

  “자기는 어떻게 넌 마무리 하고 싶은데?”

 

  찬기의 질문에 효정은 자신의 상상했던 결말을 설명했다.

  “신지 도련님이 시장 사람들한테 조리 돌림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누가 앞을 막아서는 거야. 알고 보니까 그건 매월이었던 거지.”

 

  말을 하는 효정의 표정은 어딘가 즐거워보였다.

 

  “자신을 사랑해준 남자가 고생하는 걸 지켜 볼 수 없어서 생명을 얻어 바깥으로 나온 거야. 매월이는 괴력을 발휘해 시장 사람들을 죄다 때려 눕히고 신지 도련님을 품 안에 안고 당당히 도망치는데 성공하지. 이후 둘은 한국도, 일본도 아닌 연해주로 건너가 거기서 알콩달콩 자식을 여덟이나 낳고 잘 살았다고 마무리 짓고 싶은데, 어때?”

 

  효정은 이야기를 하면서 매월이에게 빙의한 것처럼 주먹을 이리저리 휘둘렀다. 그걸 보고 찬기가 어처구니없다는 투로 대꾸했다.

 

  “너무 틀에 박힌 결말 아냐?”

 

  “나름 이거 잘 먹히는 소재거든?”

 

  그 말에 찬기는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효정도 따라 웃었다. 오늘이 첫날이지만, 앞으로의 여행이 어쩐지 즐거울 것 같은 기분 좋은 예감이 뒤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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