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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심연의 계약자
작가 : 경월
작품등록일 : 2018.11.4

 
8화
작성일 : 18-12-22 23:59     조회 : 258     추천 : 0     분량 : 5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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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

 

  소녀의 표정에 당황함이 묻어 나왔다.

 

  “......진심인가?”

 

  “......”

 

  꽈악ㅡ

 

  소녀가 입을 열자 사내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더욱 강하게 검을 쥐어 잡았다.

 

  언제든지 검을 휘두를 수 있게.

 

  자신의 목을 아주 조금이지만 베고 있는 예사롭지 않은 검에 힘이 잔뜩 들어간 것을 느낀 소녀가 사내의 눈을 쳐다보았다.

 

  분노, 그리움, 짜증, 연민. 그리고 사랑.

 

  사내의 눈에는 필설 따위로는 설명 할 수 없는 복합적인 감정들이 한데 뒤섞여 있었다.

 

  ‘실수했군.’

 

  물론 이 말이 저 남자에게 있어 무엇보다 예민한 역린이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제까지 자신이 파악한 자는 겨우 이 정도의 도발에 잔뜩 흥분하여 칼을 뽑을 만큼 시시한 이가 아니었다.

 

  그럼 이제까지 참아왔던 도발에 더 이상 참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온전히 내비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 이유는 이제까지 내가 저 사내를 일부러 자극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일 것이다.

 

  ‘어차피 내일이면 끝난다는 건가......’

 

  눈앞에 있는 사내에게 있어 ‘이쪽’은 이익을 보고 그저 잠시 계약을 맺은 상대일 뿐. 배려나, 동료의 개념이 아니었다.

 

  뭐, 그건 이쪽도 마찬가지지만.

 

  때문에 원래대로였다면 오늘 내가 모습을 드러낼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만큼 내일 있을 의식은 양쪽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문제였으니까.

 

  “큭!”

 

  사내의 검에 이전 보다 더욱 짙은 살기가 실리면서 조금씩 자신의 목을 더욱 깊게 파고 들고 있었다.

 

  ‘설마 이대로 감시역을 죽이겠다는 건가?’

 

  내일 사내가 의식을 치른다는 것은 이미 기정된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단순한 분신체인 이 몸이 죽는 것은 딱히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자신의 분신체를 화풀이로 죽이는 것으로 사내의 감정이 좀 풀려 내일 있을 의식에 조금 더 집중할 수 있다면 오히려 이쪽에서 목을 내밀었을 것이다.

 

  그래,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면.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미 이 몸이 희생당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 되어 버렸다.

 

  “상황이 변했다.”

 

  말을 할 때마다 검이 미세하게 움직이면서 목을 베었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사내에게 검을 거두게 하는 것이었다.

 

  “...!!”

 

  설마 이런 상태에서 말을 할 줄은 예상지도 못했던 사내가 잠시 뒤 입을 열었다.

 

  사내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던 살기가 옅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눈앞에 있는 사내에게 있어 그 정도의 살기는 언제든지 내보일 수 있는 것이었다.

 

  “...무슨 말이냐.”

 

  “그놈들이 움직였다.”

 

  “...분명 그건 좋지 않은 소식이지만 그 정도의 문제는 이미 예상했던 상항이다. 이제 와서 네가 걱정할 일이 아니야.”

 

  그 말을 끝으로 사내가 자신의 검에 묻은 피를 털어내기 위해 지면을 향해 검을 한 번 휘두르고는 납도 했다.

 

  사내가 아쉽다는 듯이 속으로 혀를 차면서 소녀의 옆을 지나가려던 때였다.

 

  소녀가 가볍게 중얼거렸다.

 

  “못해도 수만.”

 

  “뭐?”

 

  자신의 목에 생긴 상처를 검지로 한 번 그은 소녀가 무심하게 말했다.

 

  “지금 이곳으로 오고 있는 적들의 병력이다.”

 

  “그게 무슨......”

 

  소녀가 자신의 목에 난 꽤나 깊게 베인 검상을 검지로 한 번 긋자 마치 원래부터 없었다는 듯이 새하얀 피부가 검상이 있던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말 했잖아. 상황이 변했다고.”

 

 

  *

 

 

  전쟁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책략도, 병장기도, 명분도 아니다.

 

  전쟁에 있어 가장 근본적으로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바로 병력이다.

 

  충분한 병력이 있어야 비로소 뛰어난 책략이 빛을 발할 수 있는 것이고, 강인한 병사들이 있어야 질 좋은 병장기가 전장에서 그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고, 진군하는 병사들이 있어야 명분에 힘이 실리는 법이다.

 

  결국 전쟁을 벌일 때 가장 근본적인 요소는 바로 병력이라는 소리이다.

 

  병력이 없다면 책략은 그저 힘이 없는 자의 망상에 지나지 않을 것이고, 병력이 없다면 질 좋은 병장기들은 그저 녹이 쓸 뿐이고, 병력이 없다면 명분은 그저 자신들은 잘못 되지 않았다는 근거없는 논리를 내세우며 외치는 정신승리에 불과할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수만이 넘는 대군세와 책략, 병장기가 있다면?

 

  그것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하나의 자연재해일 것이다.

 

  그리고 그 자연재해를 상대해야 하는 사내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사내가 들고 있는 검이 부들부들 떨리면서 검은 연기 같은 것이 사내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장난하지마......!”

  이미 칼집에 들어가 있었지만 사내가 들고 있는 것만으로 무형의 예기가 온 몸에 박히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자신이 섬뜩함을 느끼는 이유는 사내의 눈만은 그 무엇보다 차갑게 내려앉았다는 것이었다.

 

  “도대체 네놈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던 거냐? 일을 진행할 때 동안 최대한 그놈들을 막는 것이 네놈들의 역할이 아니었나? 그런데 하필이면 하루를 버티지 못해서 일을 망쳐?”

 

  사내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의식을 진행하는 것. 방해꾼들의 상대는 분명 자신들의 역할이었다.

 

  수십, 수천도 아니고 무려 수만의 군세를 막지 못한 것은 분명 자신들의 실책이었고, 이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었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을 되돌릴 방법 따위는 없어. 그건 누구보다 네가 잘 아는 사실일 텐데?”

 

  나는 이곳에 사죄를 하기 위해 온 것이 아니었다.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해서든 일을 진행시켜야 하는 것이지 도움도 되지 않는 가벼운 사죄를 하러 온 것이 아니었다.

 

  방해꾼이 무대 위로 올라왔다고 해서 연극을 멈출 수는 없는 법이다.

 

  최대한 노련하고 간사하게, 배우는 무대 위로 올라온 방해꾼과 함께 어떻게든 연극의 끝을 맞이해야만 하는 법이다

 

  “역겹군. 결국에는 그렇게 나온다 이거냐...... 그래, 이미 벌어진 일은 되돌릴 수는 없지.”

 

  사내가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다가 이내 모든 기운들을 거두었다. 사내의 주위로 뿜어져 나오던 검은 연기들이 허공에서 허무하리 만치 쉽게 흩어졌다.

 

  사내가 소녀에게 물었다.

 

  “얼마나 걸리지.”

 

  비록 기운은 거두었지만 사내의 눈은 여전히 차가웠다.

 

  이에 소녀는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곧바로 답했다.

 

  “지금 이 속도라면 아무리 늦어도 내일 해가 지기 전까지는 이곳에 도착할 거다.”

 

  “......”

 

  해가 지기 전이라면 어쩌면 그 놈들이 오기 전에 의식을 끝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의식의 때는 정오를 알리는 교회의 종이 두 번 울릴 때.

 

  해가 지기 전까지는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만약 예상보다 이곳에 빠르게 도착한다면? 그때는 어떻게 되는 거지?

 

  앞서 말했듯이 나는 지금 이 상황에 대한 대비책들을 마련해 두었다.

 

  당연한 일이다. 수십 년간 이것을 준비하면서 적에 대한 대처를 세우지 않는 멍청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리 약하고, 지능이 떨어지는 짐승이라 할지라도 어떻게든 자연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법을 터득하는 법인데 내가 못할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수백, 수천의 병력을 막을 수 있을지언정 수만에 달하는 군세를 상대로는 단순한 시간벌기조차 되기 힘들 것이다.

 

  “그래서 어쩔 거지? 뭔가 대책이라도 생각나는 거 있어?”

 

  소녀가 장난기를 머금은 얼굴로 물어왔다.

 

  대책이라......

 

  내일 있을 의식을 막기 위해 현재 수만에 달하는 적의 대군이 이곳을 향해 진군하고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한다면 어떻게 해서든 대책을 세워야 하는 것이 맞았다. 의식의 장소를 조금 옮기든지, 함정의 수를 더욱 늘린다든지, 아니면 수십 년을 다시 기다리든지.

 

  하지만 이미 답은 정해져 있었다.

 

  “계획에 변동은 없다.”

 

  “뭐?”

 

  계획한 대로 진행한다.

 

  소녀가 내 말에 당황한 듯이 입을 뻐끔거렸지만 나는 틈을 주지 않고 곧바로 말을 이었다.

 

  “착각하지마라.”

 

  “......”

 

  소녀가 입을 다물었다.

 

  “어디까지나 의식에 관한 권한은 나에게 있다. 내가 너희와 협력관계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네놈들이 나에게 대책을 내놓으라고 일방적으로 주장할 권리 따위는 없다.”

 

  “하지만! 이 일이 틀어진다면 네놈에게도 문제가 생길 텐데!!”

 

  사내가 싸늘한 눈빛을 소녀에게 보냈다.

 

  흠칫!

 

  그 눈빛에 이제까지 사내의 살기와 협박에도 전혀 동요하지 않았던 소녀가 자신도 모르게 주춤 뒷걸음질을 쳤다.

 

  ‘어째서......’

 

  소녀가 자신의 행동에 잠시 당황한 사이 새내가 거칠게 말을 토해냈다.

 

  “자신들의 역할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주제에 잘도 그딴 소리가 나오는군. 잘 들어라 계획에 변동은 없다. 내일 정오, 교회의 종이 두 번 울릴 때 의식이 시작될 거다.”

 

  소녀의 눈동자가 희미하게 흔들렸다.

 

  “큭! 그러다가 일이 잘 못 된다면 어떻게 할 생각이냐!! 잘 생각해, 만약에 이 일이 틀어진다면 네놈의......”

 

  저벅

 

  사내가 한 걸음 걸어가 소녀의 바로 앞에 섰다.

 

  “계획에 변동은 없다.”

 

  그 단호하기 짝이 없는 말에 소녀가 발끈하면서 무언가를 말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

 

  하지만 그 순간 갑자기 창백해진 얼굴을 하더니 허공을 향해 무언가를 작게 중얼거리고는 이내 자신이 나타났었던 거목의 그림자 속으로 스며들 듯이 사라졌다.

 

  “......후회하지마라.”

 

  사내의 머릿속에서 소리가 울렸다.

 

  하지만 사내는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은 채 자신이 임시로 지은 왜소한 오두막집으로 들어갔다.

 

  창하나 나있지 않아 햇빛하나 들지 않은 음침한 공간.

 

  당연하게도 가구는 있지 않았다. 어차피 오늘밤만 지나면 쓸모가 없어지는 공간에 괜히 불필요한 것들을 가져다 놀 이유는 없었다.

 

  털썩ㅡ

 

  사내가 아무것도 깔려있지 않은 바닥 한 가운데에 대자로 누워 눈을 감았다.

 

  “그래... 어디 한 번 해봐라.”

 

  어차피 흐름은 이미 자신의 손바닥을 벗어났다.

 

  참을 수 없는 고통에 발악을 하고 있는 인간 하나를 막기 위해 수만에 달하는 군세가 이곳을 향해 다가오고 있다.

 

  이 상황에서 계획에 수정?

 

  장난하지 마라.

 

  수십 년간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의식을 치를 수 있을 법한 장소는 이곳이 전부였다. 지금 겁을 먹어 이러한 곳이 세계 어딘가에 또 있을지도 모른다는 어리석은 생각으로 이 기회를 날려버릴 수는 없다.

 

  피식ㅡ

 

  웃음이 절로 나왔다.

 

  긴 세월동안 계획에 계획을 세워 여기까지 왔건만 결말은 불안하기 짝이 없는 승부수에 모든 것을 걸게 되었다.

 

  사내가 자신의 검을 강하게 쥐어 잡았다.

 

  “네놈들 마음대로 흘러가지는 않을 거다.”

 

 

  *

 

 

  이곳은 어디인가?

 

  모르겠다.

 

  어째서 이곳에 있는가?

 

  그것도 모르겠다.

 

  그럼 무엇을 위해 이곳에 있는가.

 

  [......]

 

  모르겠다. 하지만... 왠지 알 수 있을 것만 같다.

 

  크르르르르ㅡ

 

  밑에서 이질적인 소리가 들려왔다.

 

  멈칫ㅡ

 

  인간도, 그렇다고 짐승의 것도 아닌 그 울음소리가 나를 멈춰 세웠다.

 

  나는 잠시 몸을 실체화 시킨 다음에 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내려다보았다.

 

  그러자 붉은 안광을 밝히고 있는 짐승을 보았다. 아니, 저걸 짐승이라고 봐야 할까?

 

  쿵ㅡ! 아우우우우우ㅡ!!

 

  족히 자신의 수십 배는 돼 보이는 짐승을 필두로 하여 어둠속에서 그것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는 작은 짐승들이 나를 바라보며 이를 갈았다.

 

  ..........알겠다.

 

  나는 이제야 이곳에 내가 이곳에 있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이 세계는 검게 얼룩지어져 있다. 그리고 그것은 분명 이 세계를 조금씩 갈아먹고 있었다. 그래, 자신들이 있었던 곳과는 다르게.

 

  크릉ㅡ!?

 

  순백의 기사의 뒤로 말 그대로 하늘을 뒤덮는 대군이 모습을 드러내자 짐승들 사이로 동요의 기색이 흘렀다.

 

  수만이 넘는 기사들의 손에 새하얀 창이 생겨났다.

 

  아우우우우ㅡ!!

 

  필두에 있던 거대한 짐승이 울음을 터트리자 뒤에 있던 짐승들이 어딘가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을 본 나는, 우리들은 확신했다.

 

  자신들이 이곳에 온 이유는 틀린 것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고.

 

  이윽고 기사들의 손에서 새하얀 창이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구구구구궁ㅡ!!!

 

  수만 자루의 창이 아래로 떨어지자 수만의 생명이 생을 다했다.

 

  [......]

 

  얼룩이 사라졌다.

 

  그것을 확인한 기사들이 다시 한 번 손에 들었던 창을 거두고는 다시 하얀 안개의 모습으로 변해 빠르게 어딘가를 향해 이동하기 시작했다.

 

  설령 그곳에 자신들을 죽이기 위해 이미 오래전부터 고독에서 살아남은 거대한 뱀이 독니를 숨기며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다 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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