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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너, 나 맞아?
작가 : 체리쉬
작품등록일 : 2018.12.8

현재 대한민국에서 이름을 말하면 알 정도로 잘 나가는 28살의 여배우가 갑자기 쓰려진다.
소속사에선 내민 입장은 ‘단순한 피로 누적’
하지만…. 그녀의 주변은 단순하지 않은 상황에 난리가 난다.

28살이었던 그녀의 정신이 23살의 대학생으로 돌아가 버렸기 때문에.
몸도 얼굴도 목소리도 다 그대로인데, 딱 정신만 23살!!

잘 나가는 배우 ‘고수지’를 만들어 내기 위한 노력과
잃어버린 ‘고유미’를 찾기 위한 노력이 합해진 그녀의 고군분투.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난 그녀의 엉뚱한 사랑 이야기.

 
9화
작성일 : 18-12-22 22:12     조회 : 202     추천 : 0     분량 : 4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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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Y 엔터 지하 1층, 연습실이 모여 있는 곳. 오늘도 언젠가의 데뷔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이 넘쳐나는 곳. 건태의 목적지는 그중 제일 안쪽에 있는 연습실이다. 대사를 외우는 연습생보다 선생님의 목소리가 더 큰 곳이다. 건태는 노크를 하고 들어간다.

 노크 소리도 듣지 못했는지 열정적으로 아이들의 연기를 지도하고 있는 여자. 30대 중반 정도에 화 한 번 제대로 못 낼 사람처럼 보이지만, 이 상황만 봐도 아니란 걸 단번에 알 수 있다. 연습생들의 연기가 도저히 성에 안 찼는지 지도를 포기하고 거하게 한소리를 하는 중이다. 그렇게 몇 분이 더 지나고, 그제야 여자는 건태를 발견하고 ‘스톱’을 외친다.

 

 “유미도 아니고 네 얼굴 오랜만에 본다? 무슨 일 있어?”

 “그게..”

 “나가서 물 먹고 잠깐 쉬고 있어. 끝난 거 아니니까. 대본 들고 가서 마저 외우고”

 

 건태의 눈짓에 연습생을 밖으로 내보내고, 둘만 남는다. 그가 만나러 온 여자, 유미의 연기 선생님으로 유명한 윤재영이다.

 

 “왜? 왜 또?”

 “부탁할 일이 있어서요. 회사 중요 사항이고, 수지한테 아주 중요한 문제에요”

 “유미? 유미한테 무슨 일 생겼어? 방송 아님 사생활?!”

 

 수지 문제란 말에 걱정되는 지 격양된 목소리. 빨리 말하라 재촉하는 선생님에 건태는 일단 옆에 있던 의자에 그녀와 함께 앉는다. 유미를 데뷔전부터 알던 사람이다. 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했지만, 해도 수지에게 폐를 줄 사람이 아니란 결론이 나왔다. (물론 이 결정엔 혁조의 생각이 더 들어갔다) 그러니 솔직하게 다 말하고 부탁하는 게 더 빠르겠지.

 

 “굳이 말하자면 방송, 사생활 다 포함이죠.”

 “말해. 유미 일이라면 도와야지. 안 그래도 스트레스로 입원했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못 가서 얼마나 걱정했다고”

 “네. 그 입원.. 그것도 그렇고..”

 “아직 병원에 있어? 일단 내가 유미 한 번 볼게”

 “그럴 필요 없어요. 지금 수지가 선생님을 본다고 해도.. 모르거든요”

 

 뭐? 당장이라도 병원에 갈 채비를 하던 재영의 고개가 그에게 돌아간다. 그녀의 표정을 읽은 건태에게선 긴 한숨이 흘러나오고, 건태는 입을 연다. 이 상황, 유미에게 일어난 일, 현재 유미의 상태. 빠짐없이 말하니, 재영의 얼굴은 점점 굳어간다. 너무나 거짓말 같은 말들에 처음엔 안 믿고 어이없어 했으나, 믿고 말고 할 게 없는 상태란 걸 재영은 바로 파악한 거다. 벌써 일어난 일이라는 건태의 마지막 말이 너무나 강력했기 때문에.

 

 재영과 이야기를 끝낸 건태는 3층, 기획팀으로 향한다. 방금은 혁조가 부탁한 일을 마무리했다면 이번엔 나 여사가 시킨 일을 마무리하러 가야 한다. 오늘 아침 눈도 뜨기 전부터 연락해 오늘 내로 무조건 마무리해놓으라 한 일이다.

 

 ‘지금 데리고 있는 애들 다른 애한테 보내고. 새로 들어 온 애들로 다시 팀 만들어’

 

 이런 전개를 예상은 했지만, 나 여사도 얼마나 급하면 유미가 퇴원하자마자 이런 일을 시키는지. 아나 그래도 유미의 휴가로 지금 놀고 있을 애들이지만, 해 놔야 한다. 나 여사는 바로 확인할 테니까.

 

 “실장님! 연락도 없이?! 수지 일로 오신 거예요?”

 “네. 따로 부탁 좀 할게요.”

 “네. 말씀하세요.”

 “이번에 새로 들어 온 코디, 메이크업 담당 애들 있죠?”

 “네”

 “수지 담당으로 바꿔 주세요. 아예 수지 전담으로 있던 기존 팀에 맞춰 새로 팀을 만들어 보내 주세요. 빠르면 일주일 내로”

 

 수지와 호흡은 맞춘 담당 팀은 워낙에 수지와 오래된 사람들이라 아무도 건들지 않았다. 수지도 회사에 항상 그 부분을 말해왔었고.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한두 명도 아니고 싹 다 바꾸라고 하니 이들은 당황스럽다. 수지의 매니저인 그가 말하니 안 들을 수도 없고.

 그리고 어쩌면 그들도 언젠간 이렇게 될 거로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모르는 사람들이 봤을 땐 수지의 성격이 그렇게 별로라는데 버티고 있는 그들이 더 신기했었으니까.

 

 “이전 팀들한텐 다른 말 하지 말고 그냥 신인한테로 보내요”

 

 할 말 다 하고 건태는 미련 없이 나가고, 그 자리에 남은 사람들만 또 바빠진다..

 

 

 .

 .

 

 

 “아! 놀래라!!”

 

 안 그래도 갑작스런 시우와의 만남으로 긴장 상태인 심장인데, 문을 열자마자 앞에 서 있는 유미에 유현은 또 한 번 놀라 뒷걸음질 친다. 하마터면 양 손의 봉지들을 놓을 뻔 했다.

 

 “갔어? 완전 간 거 맞아?”

 “왜 여기 있어..! 놀랬잖아.”

 “나도 초인종 소리에 왔다가 나가지도 못하고 들어가지도 못하고 여기 겁먹고 서있었던 거지. 그래서 갔어? 가는 거 확인 했어?”

 “갔어. 그러니까 비켜”

 

 유현 뒤로 고개를 기웃거리며 유미는 똑같은 걸 물어본다. 밖에 둘의 목소리가 같이 들리는 걸 확인했지만, 도저히 무슨 말을 하는 지까진 들을 수 없어 현관 앞까지 왔다. 내 눈앞에 나와 이야기를 하는 거도 아닌데 얼마나 긴장이 되던지 유현이 들어오고 대답을 들었어도 여전히 긴장 상태다. 참…. 둘 다 시우 때문에 땀이 난다.

 길을 막고 있는 유미를 옆으로 치우고 자연스럽게 집 안으로 들어온 유현은 부엌으로 간다. 양손의 짐을 놓는 게 우선이다.

 

 “다행이야. 딱 맞춰 왔네. 좀만 늦었으면 나 문 열었을 지도 몰라”

 “열었음 다 망하는 거지”

 “맛나겠다!! 주먹밥도 있네?”

 

 놀란 숨을 몰아쉬며 유현을 따라 부엌으로 온 유미. 그가 식탁에 펼쳐놓은 음식들에 반응한다. ‘불난 닭발집’, ‘달콤 매콤 치킨’, 인스턴트 제품들이 우루루 쏟아져 나와 각자의 색을 뽐낸다. 특히, 딱 봐도 엄청 매워 보이는 닭발이 눈앞에 드러나자 유미는 정신을 잃고 제 손으로 봉투를 열기 시작한다. 먼저 닭발과 치킨부터 세팅, 나머지는 일단은 냉장고로. 아니면 옆으로 슥-

 

 “둘 다 엄청 매운 곳이래. 누나 먹어도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난 몰라, 사오라니 사온 거야”

 “나 매운 거 잘 먹는 거 몰라? 이 정도는 다 먹지”

 

 걱정스러운 말도 그녀에겐 어이가 없는 말일 뿐. 펼쳐놓고 보니 2인분을 넘어 4인분은 되어 보이는 양이지만, 걱정 따위. 유미는 젓가락도 필요 없는지 물티슈로 손을 한 번 닦고 닭발을 먼저 집는다.

 이 향이다. 이 매운 향은 사랑과 행복이다…!

 

 “내일 얼굴 퉁퉁 붓겠다. 살도 엄청 찌겠네 누나.”

 “뭐 어때. 며칠은 할 일도 없을 걸. 그리고 먹을 때 그런 말 하는 거 아니다. 난 지금 내 컨디션을 위해 매운 거 먹어주고 있는 거거든”

 “할 일이 없어? 누가 스케줄 표 같은 거 안 받았어?”

 

 벌써 닭발 2개 클리어하고 3번째 입에 넣고 뜯으려던 유미는 그제야 생각이 난 듯, ‘아 맞다!’ 하곤 거실에 있던 봉투를 팔에 껴 가져온다. 혹 양념이 묻을까 겨우겨우 봉투를 들고 오는 모습이…. 그래 동생 입장에서 말하면 가관이다.

 닭발 옆에 놓인 봉투. 봉투를 받아든 유현이 안에 있던 종이를 펼친다. ‘일주일 스케줄’이라 적힌 큰 글자 밑으로 보이는 표. 찬찬히 읽어보던 유미가 손에 쥐고 있던 닭발을 조용히 제자리에 둔다. 충격 받은 표정이라기보단 당황한 얼굴이다.

 

 “뭐야, 이거..”

 

 ‘일주일 스케줄’이라 적혀있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배우로서의 활동은 거의 없다. 중간중간 있는 프로필 사진 촬영과 간단한 인터뷰들 정도. 드라마 미팅도 있었으나 예정이라 적혀있어 아직 모르는 일이고. 그 나머지 꽉 차 있는 스케줄은 반복되는 2가지다. ‘헬스장’, ‘연기연습’. 혹 모를까 헬스장 옆엔 친절하게 한 단어가 더 쓰여 있다. ‘다이어트’….‘다이어트’.

 가끔 피부과, 병원도 보이긴 하는데. 80%의 지분이 헬스장이다. 종이 옆에, 그래…. 유미의 눈앞에 닭발이 있고 치킨은 아직 먹지도 않았는데. 아직 뜯지 못한 게 저렇게 많은데….

 

 “어째 누나, 이거 안 먹는 게 좋지 않을까?”

 “... ....”

 “착한 동생으로서 누나를 위해 내가 다 먹어 줄게”

 

 유미가 놓은 닭발이 유현의 손에 간다. 애틋하다.. 먹으려다 못 먹은 내 닭발이다..

 

 “.. ... 나 지금 배가 많이 고파. 병원 밥 맛 없었단 말이야”

 

 그녀는 애달프게 닭발과 스케줄 표를 연달아 본다. 유현이 계속 놀리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먹고 싶다. 그래, 배우 고수지에겐 미안한 말이나…. 아직 고유미인 나는 먹어야겠다.

 유미가 종이를 슬그머니 옆으로 치운다. 눈에 보이면 먹으면서 계속 콕콕 찔릴 것 같아. 눈에 보이지 않게. 그리고 한 손엔 닭발, 한 손엔 닭 다리를 든다. 눈을 찔끔 감는다. 닭발을…. 입으로 넣는다.

 

 “오늘만, 오늘은 먹어야겠어. 오늘 아침까지 환자였으니까, 괜찮아.. 괜찮아.. 내일부터 안 먹으면 되는 거야”

 

 혹 자기 마음이 변할까 급하게 먹는 유미. ‘괜찮아….’ 웅얼거리며 양념까지 잘도 먹는다. 물론 콜라는 차마 양심에 찔려 유현 쪽으로 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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