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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Pay first.
작가 : 바울
작품등록일 : 2018.12.1

인기 없는 작가와 찌질한 팬의 아슬아슬한 관계 유지.

 
#16
작성일 : 18-12-22 21:44     조회 : 268     추천 : 1     분량 : 5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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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 강승아 (21)

 

  자연스럽게도 고아 씨 옆에 앉는다. 고아 씨는 어처구니없다는 듯 보면서도 별말은 하지 않았다. 승아는 짐짓 능청스러운 척하며 질문한다.

 

  "배고프지 않아요?"

 

  "배고프지 않아요."

 

  아예 옆에 누워버리고 싶단 생각이 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옆에 앉은 것만 해도 꽤 인심 쓴 거겠지. 시선을 이리저리 굴리며 다음 할 말을 찾는다. 평소 물어보고 싶었지만 못 했던 게 꽤 많이 있었는데, 막상 떠올리려니 바로 생각나는 게 없다. 저 새침한 표정에서 먼저 질문이 나올 것 같진 않다. 당장은 다시 아무 말이나 지껄여본다.

 

  "작가님이 토하신 옷 제 가방에 넣어놨는데 아마 지금쯤이면.."

 

  "버려요. 하나 사줄게요. 그리고 닥쳐요."

 

  당연하다면 당연한 반응이다. 아무래도 더 놀리면 안 되겠다. 저 싸늘한 눈도 꽤 매력적이지만 계속 받았다간 미간에 구멍이 날 것 같다. 토라졌는지 승아에게 등을 돌려버린다.

 

  "어제 무슨 일 있었는지 얘기해봐요."

 

  "전부다요?"

 

  "무조건 전부다. 하나도 빠짐 없이."

 

  전부다 라는 건 역시 바닥에 데굴데굴 구르는.. 아니, 그전 부터 해야겠다.

 

  "그러니까.. 퇴근하는 중에 작가님한테 전화가 왔어요. 사람이 하도 많아서 못 받다가 결국엔 도중에 내려서 받았는데, 받자마자 작가님이 욕을 하시더라구요."

 

  고아 씨에게 아주 미세하지만 움직임이 있었다. 등을 돌린 건 표정을 보여주기 싫어서였나 보다. 계속 얘기하라는 말에 어깨를 으쓱한다.

 

  "화가 많이 나 계시던데, 전화를 몇 번 못 받아서 그런진 몰라도.. 욕하고 소리 지르고 뭐 그러시길래 저도 너무 피곤하니까 그, 끊으려고 했거든요. 근데 작가님이 어느샌가 울고 계셔서.. 그래서."

 

  머리를 긁적인다. 저 뒤통수에 괜한 눈치를 살폈다. 이상하게 말을 꺼내기 힘든 부분이 있다. 그래도 전부다 라고 말했으니 숨김없이 말 할 뿐이다.

 

  "일단 택시 타고 작가님이 말한 곳으로 갔어요. 거기 계시더라구요. 사람이 몰려있어서 금방 발견했어요. 사진 찍으려는 사람들도 몇 있었는데.. 지우는 것까지 다 확인했으니까 일단은 걱정 안 하셔도 될 거에요. 아까 말한 대로 테이블엔 맥주 캔이 가득하고, 작가님은 바닥에 누워서는 계속 울고 계셨어요. 듣기로는 지나가는 사람한테 행패도 부리셨대요. 당장은 작가님 의자에 앉혀 드리고, 테이블 다 치운 다음에.. 작가님 업고 자리부터 피했죠."

 

  바스락 거리는 소리에 옆을 보니 고아 씨의 얼굴이 없다. 윤곽을 보니 아예 이불에 폭 들어가서는 몸을 움츠리고 있었다.

 

  "작가님한테 집 어디시냐고 물어봤는데, 대답은 안 하고 계속 투정부리시길래 달래느라 고생 좀 했어요. 작가님 단 거 좋아하시나 봐요. 사탕 하나로 그렇게 좋아하실 줄 알았으면 진작 사드리는 건데. 결국 주소지 다 듣고, 작가님 집까지 또 택시 타고. 아, 몰랐었는데 택시에 토하면 15만 원 내야 하더라고요? 그래도 착하신 분이라 다행이었죠. 도착해서 작가님 침대에 눕혀 드리고 저도 가려고 했는데.. 너무 피곤해서 그냥 쓰러져버렸네요."

 

  고아 씨는 잠든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조용하다. 저 작은 윤곽이 이따금 움찔거리더니, 떨림 가득한 목소리가 미약하게 흘러나온다.

 

  "정말 하나도 빠짐없이 얘기하셨네요. 아주.. 아주 세세하게."

 

  심상치 않은 목소리다. 말하자면 울음이 터지기 직전에 으레 나오는 부들거림. 분명 원하는 대로 확실하게 전해주었는데, 이상하게도 죄책감이 솟아오른다. 동시에 오른쪽 허벅지에도 통증이 느껴졌다. 이불 밖으로 튀어나온 발과 닿아 있다. 작가님은 발도 조그맣구나.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 미친 듯이 걷어차이기 전까진 그랬다.

 

 

  - 고아 씨(22)

 

  이 놈과 만나고 당최 되는 일이 없다. 27 년 동안 잘만 유지하던 포커페이스가 무너지질 않나, 펑펑 울게 하질 않나, 이제는 쪽팔림에 죽어버리라는 듯 주둥이에 거침이 없다. 몇 번을 채이면서도 왜 그러시냐는 저 당황스러움이 용서가 안 된다. 얼굴에 몰린 피가 절절 끓어서는 정수리에서 연기가 나는 것 같다. 그냥 죽어라. 침대 밑에 떨어져서 죽어버려. 이놈만 없으면 내 인생의 수치스러운 증인은 사라진다. 적어도 눈앞에서는.

 

  승아가 침대에서 떨어지는 건 오늘만 두 번째다. 마음 같아서는 침대로 올려놓고 다시 한번 떨어뜨리고 싶다. 진심으로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항의하는 저 얼굴. 발이 근질거리게 한다.

 

  "작가님이 사실대로 얘기하라고 하셨으면서.."

 

  "승아님. 연애 한 번 안 해봤어요? 내가 들으면서 무슨 생각을 할지는 예상하고 말해야죠. 예?"

 

  알고 있다. 적반하장이란 거. 술에 취해서 승아를 부른 건 자신이고, 승아는 결국엔 달려와 도와주었다. 저지른 기행이 있을 거란 것 역시 처음 말할 때부터 각오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선 어느 정도의 필터를 거칠 거라고 여겼을지도 모르겠다. 온몸이 부들부들 떨린다. 이 수치심은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기엔 너무 크다. 당장은 전가할 사람이 필요하다. 미안해 꼬맹아. 조금만 더 참아줘. 내가 받아들일 수 있을 때까지.

 

  상체만 일으키고 이불을 끌어올린다. 승아를 노려보며 숨을 씩씩거렸다. 정말 양심에 찔리는 일이지만 저 주눅이 든 얼굴을 보고 있어야만 진정이 될 것 같다. 언제부터인지 고아 씨는 승아 앞에선 아이처럼 굴곤 한다. 본인은 죽어도 인정하지 않겠지만.

 

  승아는 처음 만났을 때처럼 눈을 피하고 있다. 자기가 너무 심했나 하며 자책하는 게 분명하다. 눈을 감고 천천히 심호흡한다. 미안하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올 때까지, 그렇게 계속해서 마음을 가다듬는다. 우물쭈물하던 승아가 입을 열기 직전에, 고아 씨 쪽에서 먼저 결심을 내린다.

 

  "잘못은 제가 했는데, 너무 흥분했네요. 미안해요 승아님. 화해하죠."

 

  화해라고 해봐야 일방적으로 화를 낸 건 고아 씨뿐이다. 여전히 머뭇거리는 승아에게 이제 괜찮다며 몇 번을 더 다독인다. 저렇게 비 맞은 대형견 같은 표정은 이제 그만 해줬으면 좋겠다. 계속 보고 있다간 정말로 더 괴롭히고 싶을 테니까. 애써 담담하게 걸칠만한 걸 가져와 달라며 부탁한다. 승아는 그걸 또 고분고분하게 따랐다. 손끝이 가리킨 장롱을 뒤져 큼지막한 가디건 하나를 가져다준다. 바지도 같이 부탁하려다 그 옆에 정리해둔 속옷이 생각나 그만두었다. 이불 속에서 가디건의 단추를 하나하나 잠가 조금의 살결도 보이지 않게 했다. 밑은 이불만 단단히 덮어두면 될 것 같다.

 

  "이리 와요."

 

  옷에 비해 턱없이 짧은 팔이 휘적거린다. 애완동물이라도 부르듯 건들대는 저 손짓에 승아는 홀린 듯 옆에 앉았다. 아까는 조절 못 하고 진심으로 세게 차버렸다. 그럼에도 어깨 한 번 토닥여주면 다시 배시시 웃을 거란 걸 고아 씨는 잘 알고 있다. 부드러운 말투는 덤이다.

 

  "미안해요. 많이 아팠죠. 그래도 상대방이 듣기 힘든 건 꺼내면 안 되는 거에요. 알았죠?"

 

  전부 말하라고 한 건 고아 씨다. 승아는 그런 것 따위 벌써 잊어버린 듯 얌전하게 웃는다.

 

  "네 작가님."

 

  자연스럽게도 어깨에서 머리로 향하던 손이 멈춘다. 본인도 믿기 힘들지만, 정말로 착하다 하며 쓰다듬을 뻔했다. 어색한 손을 잠시 그대로 두었다가 슬그머니 내린다. 승아는 여전히 헤실거리느라 눈치채지 못한 것 같다.

 

  숨결이 닿는 거리다. 이 놈, 의식 안 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피부가 좋다. 풍성한 반곱슬 머리도 꽤 잘 어울린다. 다만 조금 너저분하니 투블럭 스타일도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아니면 아예 펌을 해서 직모로 만들어버려도 괜찮지 싶다. 또는 차라리 짧게 자른다거나..

 

  "작가님."

 

  흡 하고 숨을 삼킨다. 잡생각에 너무 깊게 빠져있었다. 헛기침을 몇 번 하고 다른 곳으로 시선을 향한다.

 

  "왜요."

 

  "여전히 다음 주에 바쁘세요?"

 

  회복하는 속도가 언제 이렇게 빨라졌담. 하반신을 덮은 이불을 더욱 단단히 여민다. 사모예드가 구렁이로 변하려는 모양이다.

 

  "그럼 하루 만에 일이 사라지겠어요?"

 

  ".. 그렇지는 않죠. 보통은."

 

  일일이 상심하기는. 보면 볼수록 줏대라곤 없는 인간이다.

 

  아마 승아도 알고 있겠지만, 애초에 다음 주 약속 같은 건 없다. 지금이라도 마음을 바꾼다면 얼마든지 돌릴 수 있는 말이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처음부터 만날 생각이었다. 충분히 괴로워하게 내버려뒀다가 조금씩 여지를 남기며 괴롭혀 보려 했더니, 상황이 좀 이상해졌다. 그렇다고 그리 나쁜 건 아니지만.

 

  그러고 보면 승아와 가까워지는 원인은 전부 자신의 실수와 관련되어 있다. 수치심의 집합체 같은 놈. 그나마 좀 가까워졌다고 느끼하게 분위기를 잡거나 스킨십을 시도 하지 않는 건 칭찬해줄 만하다.

 

  한참을 의미 없는 잡담으로 때운다. 승아는 이따금 울리는 벨 소리에 기겁하기도 한다. 아르바이트 무단결근이라고 했다. 아마 울리는 저 진동 중 하나는 매니저가 건 것이 분명하다며 일일이 귀를 틀어막고 눈을 감았다. 그러면서 전화가 끊기면 곧바로 태연한 척 하는게 제법 볼 만했다. 자신 때문에 못 간 게 분명하기에 미안한 마음도 없진 않지만, 그렇다고 늦게라도 가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지금은 모르는 척하고 싶다.

 

  평소에 비해 너무 많이 뱉은 말에 입안이 텁텁하다. 그러고 나서야 이미 해가 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승아 역시 입술이 바짝 말라있다. 어제만 해도 제대로 대화도 못 하던 게 꽤나 많이 발전했다. 그런 와중 노을의 여명이 서로의 얼굴을 비춘다. 두 얼굴에 음영이 지고, 나지막하던 대화가 끊어진다. 두 쌍의 눈이 흔들림 없이 짝을 맞췄다.

 

  "뭘 그렇게 봐요."

 

  승아는 대답하지 않는다. 바라는 것도 기대하는 것도 없이 그저 보고만 있다. 새침데기 짓을 그만두고 진지하게 임할 때다.

 

  이 꼬맹이가 손님 맞을 준비를 끝냈나 싶어 빼꼼히 들여다본다. 저 눈은 텅 비어있어 고아 씨가 발 디딜 곳이 남아 있었다. 천천히, 하지만 주저 없이 승아의 속으로 들어간다. 언제 들어갔을지 모를 자신과 마주치곤 한참을 바라보았다.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는지 꽤나 낡았지만 동시에 방금 태어난 듯 생생하다. 서로가 서로에게 있었다. 이제야 승아를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다.

 

  묘한 기분이다. 분명 타이밍 좋게 비치는 햇살이 만든 분위기 탓이다. 하지만 이제야 알겠다. 승아는 흐릿한 인상이 아니었다. 그저 고아 씨가 관심이 없었을 뿐이다. 길을 지나며 가로수 옆에 자라는 새싹이 있는지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다. 하지만 그 새싹을 파내 화분에 심은 사람은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은 곧 유일한 생명이 된다. 그 수 많은 떡잎 중 가장 평범한 것이, 지금은 바로 옆에 심어져 있다. 그래서 이제는 특별한 새싹이다.

  애초부터 크지도 예쁘지도 않았다. 그냥 내 옆에 자꾸 보이니까 괜찮아 보이는 거지.

 

  "다음 주엔 빵 말고 제대로 된 걸 먹죠."

 

  "이번엔 정말 따뜻한 걸로요?"

 

  혹시나 다른 말이 나왔다면, 세게 한 대 때려주려 했다.

 

 .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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