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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King's Road
작가 : Xien
작품등록일 : 2018.11.2

왕도(王道)란 무엇인가? 왕이 될 자는 누가 선택하는 것이고 누가 그 길을 것는 것인가?

강대국 리엔왕국에서 소리없는 왕권 쟁탈전이 벌어진다.
과연 왕이 되는 자는 누구인가?

 
29화
작성일 : 18-12-22 20:38     조회 : 327     추천 : 0     분량 : 7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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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억···. 허억···.”

 

  카일은 힘겹게 숨을 몰아쉬며 바닥에 엎드려 세르지오 가문의 표식을 두 손으로 꽉 움켜쥐었다. 만일을 대비하여 카일은 세르지오 가문의 표식에 자신의 집으로 이동할 수 있는 이동마법을 걸어두었었다. 이것이 아니었다면 꼼짝없이 의문의 마법사에게 자신의 마력을 모두 빼앗기고 말았을 것이다. 여전히 다리는 후들거리고 이마에선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며칠간 아무것도 먹지 못한 사람처럼 속은 공허했고 기운이 없었다. 마력을 얼마나 빼앗겼는지 가늠할 수는 없었지만 몸 안의 일부가 텅 빈 것같이 느껴지는 것을 봐서는 적지 않은 양인 것 같았다. 얼마동안 바닥에 누워있던 카일은 곧 정신을 차리고 천천히 일어났다. 우선 가족들의 생사를 확인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카일이 일어나 집 안을 살펴보니 난장판이었다. 천장에 달려있던 샹들리에는 떨어져 산산 조각났고 고풍스럽던 가구들은 바닥에 어지럽게 뒹굴었다. 바닥에는 거무튀튀한 얼룩도 많았다. 카일의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다시 손에는 축축한 식은땀이 고였다. 그는 급히 뛰어다니며 집 안 이곳저곳을 샅샅이 뒤졌다. 모든 곳의 상황은 비슷했다. 옷가지가 갈기갈기 찢긴 채 여기저기 버려져있었고 책꽂이에 있던 책들은 대부분이 찢기거나 불에 타 어지럽게 널려있었다. 저택을 나온 카일은 제일먼저 코를 찌르는 악취에 손으로 코를 감싸 쥐었고, 곧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얼어붙었다. 원래는 화려한 분수가 있는 정원이었던 그곳이 지금은 불에 그을린 채 시체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어린아이, 여자, 노인 할 것 없이 모두가 칼에 찔린 무자비한 상처를 남긴 채 죽어있었다. 분수의 물도 피에 물들어 빨갛게 변했고, 시체들에서는 악취가 진동을 했다. 죽은 이들의 대부분은 하인과 하녀들이었지만 간간이 아는 얼굴도 발견할 수 있었다. 카일은 창백해진 얼굴로 돌아다니며 시체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확인했으나 자신의 부모와 여동생은 찾을 수 없었다. 한참을 시체의 얼굴을 확인하던 카일은 갑자기 머리가 핑 돌며 구역질이 나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코끝을 찌르는 악취와 눈도 감지 못하고 어딘가를 응시하고 죽은 시체들의 얼굴과 머리 위를 어지럽게 날아다니는 까마귀 울음소리가 카일의 정신을 흐려놓았다. 곧 그의 눈에선 눈물이 소리 없이 흘렀다. 하지만 카일은 곧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매로 눈물을 닦고 저택을 뛰쳐나갔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동생은 살아있을 수도 있어!’

 

  부질없는 희망을 품은 채 카일은 눈물을 흘리며 달리고 또 달렸다. 수도 에스트렐라의 중심부인 분수광장에 다다르기 전 카일은 주변 골목에서 모습을 젊은 여자로 바꾼 후 천천히 분수광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활기가 넘치던 광장엔 무거운 공기가 가득했다.

 

  “아니, 반역이라니. 원 세상도 참 흉흉하다.”

 

  “쯧쯧쯧. 일가족이 모두 처형을 당했다죠? 소문으로는 갓난아이도 죽음을 당했다던데···. 어휴. 불쌍해서 어쩌나.”

 

  “쉿! 말조심해. 이 여편네야. 주둥이 잘못 놀렸다간 우리도 반역죄로 저 사람들처럼 되는 수가 있어.”

 

  걸음은 옮기는 동안 카일의 주변에는 이와 비슷한 말들이 가득했다. 분수광장의 중심부에 도달한 카일은 저도 모르게 자리에 주저앉았다.

 

  “이봐요. 아가씨! 거 괜찮은 거요?”

 

  “완전 눈이 풀렸어.”

 

  “그러게 왜 저렇게 잔인하게 해놨는지 모르겠어요. 아이들도 다 볼 텐데 말이에요.”

 

  주저앉은 카일의 주변으로 사람들이 그를 걱정하며 말을 걸었지만 카일은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고개를 들어 위만 응시하였다. 그곳에는 자신의 어머니와 여동생, 삼촌들의 목이 걸려 있었고 그 밑에는 그들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그 밑에는 팻말이 걸려있었다.

 

  ‘반역자 세르지오 일가.’

 

  “어휴. 아가씨. 일어나 봅시다. 집이 어디에요?”

 

  “여기 좀 도와줘요! 너무 충격을 받았나 봐요.”

 

  시민들의 말에도 꼼짝없이 주저앉아 위를 응시하던 카일의 눈에서 쉴 새 없이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아··· 아···.”

 

  벅차오르는 슬픔에 제대로 된 말도 꺼내기 어려워 카일은 외마디 소리만 내었다.

 

  “아이구. 저런.”

 

  “저러다 실신하겠어.”

 

  보다 못한 한 남자가 카일을 자신의 등에 업으려고 할 때 카일은 벌떡 일어나 사람들을 헤치고 미친 듯이 달렸다. 달리면서 카일은 자신이 어디로 향하는지도 몰랐다. 자꾸 눈물이 흘러 눈앞을 흐렸지만 멈출 수 없었다. 멈추면 미쳐버릴 것 같았다. 한참동안을 그렇게 달리던 카일은 나무뿌리에 발이 걸리며 넘어졌다.

 

  “흐흐흑···. 흑. 으으으. 으으으아아아아!”

 

  땅바닥에 넘어진 채 카일은 가슴을 끌어안고 통곡을 했다. 정원에 피를 흘리며 죽은 초점 없는 눈동자를 한 사람들, 광장에 걸린 자신의 가족의 목들이 계속해서 머릿속에 떠올랐다. 한참을 그렇게 통곡을 하던 카일은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카일이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땐 주변은 온통 깜깜했다. 그가 정신을 잃으면서 변장마법도 풀려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카일은 눈을 뜬 후에도 가만히 땅에 누워 공허한 눈으로 흙바닥만 응시했다. 점차 시간이 지나자 어둠에 눈이 적응했는지 주변이 어스름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이따금씩 숲 저편에서 아득히 들리는 부엉이 소리가 적막을 깼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까. 고요한 가운데 가신의 배에서 꼬르륵하는 소리가 나자 카일은 그제야 몸을 일으켰다. 일가족의 몰살에도 간사한 몸뚱이는 밥을 달라고 해대니 이 상황에 어이없어 실소가 터졌다. 생각해보니 며칠째 제대로 된 음식을 먹지 못했었다. 카일은 주섬주섬 가방에서 말라비틀어진 빵 한 덩이를 꺼내 우걱거리며 먹었다. 빵을 씹으면서 그는 다시 몬테규에 대한 분노로 손이 떨려오는 것을 느꼈다. 그때 그냥 몬테규를 봤을 때 마법으로 머리통을 날려버렸어야 했는데···. 이런 생각을 하며 카일은 몬테규를 잘근잘근 씹듯 빵을 씹어 먹었다. 그를 잡아 사지를 찢고 그 배를 갈라 내장을 꺼내 씹어 먹어도 분이 모두 풀리지 않을 것 같았다. 카일의 입가에는 피가 흘러내렸다. 입안에서 비릿한 피 맛이 느껴졌다. 입안에서 느껴지는 얼얼한 통증을 깨달은 카일은 물을 꺼내 입안을 헹궜다. 카일은 수통을 옆에 놓고 추운 듯 다리를 끌어안고 얼굴을 묻었다.

 

  ‘이제 어디로 가야할까? 무엇을 해야 할까? 내가 살아가는 것이 의미가 있나?’

 

  이런 갖가지 생각이 주변의 어둠에 스며들어 카일의 몸을 짓눌렀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의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가족을 모두 잃었고 평생을 살던 집도 잃었다. 또한 의문의 적으로부터 마력도 잃었다. 예전의 자신은 무엇이든 마음먹으면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믿었다. 그런 자신감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확신이 안 섰다. 마력에 자신이 얼마나 의지했었는지 새삼 느끼게 되었다. 그 힘의 일부를 잃었다고 이렇게 무기력해지다니 참으로 한심했다. 그러다 문뜩 스케리브의 얼굴이 떠올랐다. 스케리브를 처음 보았을 때 그는 일국의 왕자라고하기에는 너무도 볼품없고 초라했다. 허름한 옷을 입고 허리엔 대충 끈으로 검을 매단 모습이 우스꽝스러웠다. 하지만 그의 모습을 보고 웃기기보다 오히려 빛이 난다고 생각했다. 당당히 힘을 키워 강해지겠다는 그 말에 사실 조금 놀랐다. 그도 자신처럼 한순간에 부모를 잃고 집을 잃었다. 아니 나라 자체를 잃었다. 하지만 나이에 맞지 않게 그 냉혹한 현실에 맞서 싸우는 그 의연한 모습에 감탄했다. 자신도 언제까지 이렇게 넋 놓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무엇인가 해야 했다. 생각에 여기에 미치자 카일은 벌떡 일어나 가방을 메고 풀숲을 헤치고 길을 떠났다.

 

 

 

  카일의 발걸음은 북쪽으로 향했다. 분수광장에서 자신의 아버지인 라미르 세르지오의 머리가 걸려있지 않은 것이 생각나 주변을 수소문해보니 그리 어렵지 않게 라미르 세르지오가 북쪽 변방의 감옥에 수감되어 있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몬테규는 세르지오 일가를 몰살한 후 에스트렐라 시민이 모두 볼 수 있게 남루해진 행색의 라미르의 목에 쇠사슬을 묶어 병사들에게 그를 개처럼 끌고 에스트렐라 시를 빠져나가게 했기 때문이었다. 카일은 그 이야기를 듣고 바로 에스트렐라를 빠져나와 인적이 드문 곳을 골라 다녔다. 에스트렐라 위쪽에 위치한 산맥이 쭉 뻗어 북쪽까지 이어져 있어 산맥을 따라갈 심산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리 좋지 못한 선택이었다. 리엔왕국 중심부를 관통하는 그 산맥은 중심부는 그리 험준하지 않지만 점차 북쪽 변방지역으로 가면서 매우 험준해져서 자칫 잘못하다간 다시는 영영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카일에겐 달리 선택할 길이 없었고, 전국에 자신의 수배령이 내려진 마당에 노출된 안전한 길을 따라 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처음에는 꽤 갈만했다. 울창했지만 나무가 그리 빽빽하지 않았고 나뭇잎들 사이로 햇빛이 잘 스며들어와 그리 어둡지도 않았다. 길도 평평한 편이여서 걷는데 크게 어렵지 않았다. 숲 곳곳에는 많은 야생풀과 들꽃들이 뒤엉켜 자라고 있었다. 곳곳에는 벌써 민들레가 하얀 홀씨들을 흩날리고 엉겅퀴가 자주색 꽃망울을 터트렸다. 간혹 바위나 바위 옆으로 땅에 납작이 뱀 딸기가 빨간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기도 했다. 숲에서 먹을 만한 것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아직 딸기는 열리지 않았고 우연히 복숭아나무를 발견해도 아직 열매가 영글지 않았다. 카일은 주변에 쓰러져 죽은 나무를 잘라 활과 화살을 만들어 토끼나 다람쥐, 운이 좋다면 사슴 같은 동물을 주로 사냥해 먹었다. 하지만 매번 사냥감을 구하는 행운을 만날 수 없었고, 사냥을 하지 못하는 날에는 나무 둥치에 핀 버섯이나 뿌리 식물을 캐서 먹거나 앵두 같은 작은 산열매들을 따먹었다. 그렇게 지루한 산행을 계속하던 카일의 주변 풍경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산은 더 험해졌고 높이 솟았다. 저 멀리 보이는 산봉우리에는 희끗희끗한 만년설이 보였다. 아직 여름이었지만 주변을 감싸던 공기도 조금 선선해진 것 같았다. 나무들의 잎들에도 변화가 있었다. 출발할 땐 활엽수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활엽수보단 침엽수가 더 많았다. 카일은 어느새 북쪽 땅의 경계에 도달한 것이었다. 낮에는 태양을 밤에는 별들을 기준으로 삼아 북쪽으로 계속해서 향했다. 북쪽으로 향할수록 호리호리하고 키가 쭉 솟은 높은 나무들이 많아졌다. 드문드문 자작나무나 느릅나무도 보였지만 대부분이 전나무와 소나무과였다. 어느덧 계절은 빠르게 가을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카일이 최북단에 다다랐을 때 이미 계절은 겨울이 되었다. 그동안의 그의 여행길의 고단함을 보여주는 듯이 카일의 얼굴은 더욱 가무잡잡해지고 거칠어졌고 그의 옷은 흙먼지에 원래의 색을 알아보지 못했다. 카일은 거칠어진 숨을 고르며 나무에 기대어 앞을 응시했다. 건너편 계곡 움푹 들어간 곳에 악명 높은 자들만 수감하는 발푸르딘 수용소가 모습을 드러냈다. 험준한 계곡 절벽에 지어진 이 수용소의 거무튀튀한 모습은 음울해보였다. 카일은 조심스럽게 발푸르딘 수용소에 접근했다. 그는 수용소 근처에서 대기했다. 해가 지면 어둠을 틈타 수용소에 잠입할 작정이었다. 해가 지고 어둠이 내려앉자 카일은 출발했다. 그는 자신의 모습이 보이지 않도록 마법을 이용해 쉽게 수용소에 잠입했다. 일단 수용소의 내부를 살펴 그의 아버지가 어디에 수감되어 있는지 알아내야했다. 발푸르딘 수용소는 최대 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죄수 한명 한명을 따로 독방에 수감시켰기에 그 규모는 매우 컸다. 또 각각의 방들은 서로 인접해 있지 않고 여기저기 분산되어 있었기에 구조 역시 복잡했다. 만약 카일이 방들을 하나하나 살펴본다면 여러 해가 지날 것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수용소의 소장의 방으로 잠입해 수감자들의 정보를 살펴볼 생각이었다. 물론 수감자가 많으니 원하는 정보를 찾는 것도 만만치 않겠지만 그는 꼬박 며칠 밤을 새워 결국은 자신의 아버지인 라미르 세르지오가 어디에 수감되어 있는지 알아냈다. 그리고 그 다음날 바로 행동을 개시했다. 경비가 그나마 소흘해지는 밤을 틈타 라미르가 수감되어 있는 구역으로 갔다. 그의 정보에 의하면 밤에는 3인 1조가 한 팀이 되어 보초를 설 것이다. 구역 가운데 초소가 있고, 일정 시간을 돌아가면서 1명이 그 구역 일대는 순찰하는 형식이었다. 순찰자가 한 구역을 모두 순찰하는데 대략 40분이 걸렸고 그 구역에는 모두 20개의 방이 있으니 카일에게는 넉넉잡아 30분정도의 시간의 여유가 주어진 셈이었다. 카일은 미리 라미르가 수감되어 있는 방 주변에 대기하고 있다가 순찰자가 다른 곳을 순찰하기 위해 떠나자 투명마법을 해제하고 마법으로 문의 잠금을 풀었다. 최대한 조용히 철제문을 조심스럽게 열자 겨우 한명이 몸을 뉘일 수 있는 작은 공간이 나타났고 그곳에는 어떠한 창도 없었다. 라미르는 누더기 같은 옷을 입고 차가운 돌바닥에 몸을 구부리고 누워 자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 카일은 코끝이 찡해지는 것을 느꼈다.

 

  “···아버지.”

 

  불러도 대답이 없자 카일은 라미르의 몸을 가볍게 흔들었다. 라미르가 눈을 뜨가 카일은 재빨리 그의 입을 막고 작게 속삭였다.

 

  “접니다. 카일. 지금 설명할 시간이 없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제 손을 놓지 말고 조용히 숨소리조차 내지 말고 절 따라와야 합니다.”

 

  라미르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카일은 곧 자신과 라미르에게 투명마법을 걸었다. 이제 시간은 10분도 채 남지 않았다. 카일은 라미르의 손을 잡고 감옥을 빠져나와 최대한 조용히 철제문을 닫고 다시 마법으로 잠궜다. 그리고 한쪽 벽에 가만히 서있었다. 얼마 안 되어 경비병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그가 다가오자 그가 들고 있는 횃불 때문에 주변이 밝아졌다. 경비병은 라미르가 수감되어있는 감옥 앞에서 철제문에 달리 작은 창으로 안을 살펴보았다. 안을 살펴보던 그는 고개를 갸웃하며 허리춤에서 열쇠꾸러미를 꺼내 급하게 문을 열어 젖혔다. 그곳이 텅 비어있는 것을 본 경비병은 질겁하며 허겁지겁 초소로 뛰어갔다.

 

  “시간이 없습니다. 절 따라오십시오!”

 

  카일은 라미르의 손을 꽉 잡고 전에 봐둔 은밀한 지름길로 수용소를 빠져나왔다. 그들이 수용소를 빠져나올 때쯤 수용소는 그야말로 벌집을 쑤셔놓은 것처럼 아수라장이 되었다.

 

  “빨리 이곳을 떠야 합니다. 제가 봐둔 동굴이 있습니다.”

 

  라미르는 카일을 따라 최대한 빨리 몸을 움직였다. 긴시간을 조그만 감옥에 갇혀 다리는 뻣뻣하고 그가 걸친 옷가지는 계절에 비해 너무도 얇았지만 그는 모든 힘을 짜내어 걸음을 재촉했다. 그들이 동굴에 도착하자 하늘 저편에서 여명이 밝아왔다. 라미르는 기진맥진하여 동굴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는 가뿐 숨을 힘들게 몰아쉬며 몸을 쉴 새 없이 떨었다. 카일이 동굴 한 켠에 불을 피우고 털옷을 라미르에게 건넸다. 몇 달 새에 라미르의 얼굴은 많이 상했다. 머리는 다듬지 못해 어깨까지 형편없이 늘어졌고 잘 못 먹어서인지 몸은 앙상하게 말라 뼈가 도드라져 보였다. 한참 동안 숨을 고르고 불의 온기를 쬐던 라미르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도대체··· 어떻게 여기까지 온 것이냐?”

 

  “아버지께서 반역죄로 붙잡히시고 얼마 안 되어 전국에 제 수배령이 내려졌습니다. 영문을 모르던 저는 몬테규 왕을 찾아갔지만 가까스로 몸을 빼내어 곧장 이곳으로 왔습니다.”

 

  카일은 입을 축이고 그간 있었던 일들을 상세하게 설명하였다. 레널드를 찾아낸 일, 의문의 마법사에게 마력을 빼앗긴 일, 가족의 몰살에 대한 것에 대한 모든 것을 이야기했다. 중간 중간 분노와 슬픔으로 목이메인 적도 몇 번이 있었지만 그는 꿋꿋하게 이야기를 끝냈다. 그 이야기를 들은 라미르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다 내 잘못이다.”

 

  라미르는 눈가가 촉촉해진 채 자조적으로 읊조렸다.

 

  “아닙니다. 이 모든 건 모두 몬테규 왕 잘못입니다. 그의 탓입니다.”

 

  분개하는 카일의 말에 라미르는 고개를 저었다.

 

  “물론 그 원인은 그의 잘못이다만, 그 원인을 제공한 것은 나다. 그러니 내 탓이다.”

  영문을 알 수 없는 카일의 표정을 읽었는지 라미르는 천천히 입을 열어 자신이 반역죄로 붙잡히던 날 밤의 이야기를 꺼냈다.

 

  “···거짓말. 지금 거짓말 하고 계신 거죠? 몬테규가 아버지 아들이라고요?”

 

  라미르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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