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참! 형님! 그만한 말에 삐치면 어떻게. 알았습니다. 무슨 말씀인지 충분히 아니까 제가 소리 소문 없이 그 사람 사돈에 팔촌까지 파헤쳐 올 테니까 걱정 마세요. 형님 이러다가 울겠다.”
이 말 중에 틀린 말은 하나도 없는 맞는 말이라 화가 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경호가 수리를 안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등뒤에 가 있는 우악스런 손바닥으로 등을 두드리고 있었다.
“경호야!”
“예!”
“지금 솔직한 내 심정은 이런 더러운 조건을 내걸어 만든 법을 지키려다가 내 명까지 못 살겠다는 마음뿐이다. 대가리 제대로 돌아가는 놈들은 여기 왔다가 바로 나가잖아. 나나 김성태 같은 등신 같은 놈들이나 오갈 때가 없어서 붙어 있지. 내 생각에 이 놈의 나라가 이점을 이용하는 것 같아. 오갈 때 없는 놈들은 군소리 말고 만든 법이나 잘 지키고 세금이나 꼬박꼬박 내라. 이 말이지. 진짜! 저런 씹할 새끼는 죽여버리고 싶고, 해양수산부도 세무서도 국민건강보험공단도 가서 불 질러 버리고 싶다. 감방에 가더라도 멋있게 가야지. 한번 해볼까? 그러면 네 밑에서 일할 수 있잖아. 감방 밥도 공짜는 아니잖아. 내가 냈던 세금으로 먹는 거니까.”
“형님! 차라리 청와대를 불 지르죠. 허허허. 별에도 급수가 있듯이 우리 회사에는 그런 흉악범은 받아주지 않습니다. 특히 감시 대상은 일체 사절합니다. 쓸데없는 말씀은 여기서 끝. 참! 형님! 형수님 좀 챙기세요. 저러다가 형님이 아니고 형수님이 제 명에 못 살겠습니다. 벌써 두 번째입니다.”
건물이 내려 앉을 정도로 한숨을 내쉬던 수리가 말한다.
“지금 챙기는 건 안주임님 인생을 망치는 거야. 내가 무슨 권리로 귀한 집 자식 인생을 망쳐. 그리고 인물을 봐! 안주임님은 자기하고 어울리는 사람하고 같이 살아야 해. 내가 보니까 남자 친구가 한번도 없었던 것 같아. 그래서 잠시 호기심으로 오지, 얼마 안 있으면 떠날 사람이다. 괜히 내같이 지저분한 놈이 옆에 얼쩡거렸다가는 안주임님 미래에도 흠집으로 밖에 안 남아. 근처에 얼씬도 안 하는 게 내가 유일하게 챙겨주는 방법이 피하는 방법이다. 내가 어쩌다가 이 모양 이 꼴이 됐냐? 나도 잘 났으면 엎고 다니면서 홀꼬 빨고 싶다 이놈아! 어이 씨! 아이고 내 처지야!”
경호 미간이 아주 심하게 돌아갔다.
“형님! 그 말 내 들으라고 하는 말 같은데.”
“네가 어디가 어땠어? 임마!”
이번에는 한숨 때문에 건물이 무너지는 게 아니고 수리 뒤통수에 날아온 주먹에 휘청거리는 수리머리 진동에 건물이 내려 앉을 것 같았다.
‘퍽’ 소리부터 먼저 들리고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저음이 두 사람 귀로 파고 들었다.
“아이고! 형님이나 동생이나 하는 말이라고는. 저리 비켜 임마!’
경호가 한대 더 맞았다. 한심한 눈으로 경호를 노려 보고 수리 머리로 주먹을 올렸다가 부르르 떨면서 노려보기만 했다. TS검정도 경호도 순희에게 이미 점령당했다는 걸 경호가 증명하고 있었다. 벌떡 일어서서 자리를 비켜주고 있었다. 그러나 수리는 아직 대항을 하고 있었다.
“잠깐만!”
재빨리 컴퓨터를 끄면서 순희가 손도 못 대게 했다.
“왜? 이건 내 컴퓨터야. 밖에 있는 게 자기 컴퓨터잖아. 언제는 이 컴퓨터만 쓰라고 해 놓고선 남자가 왜 이랬다 저랬다 해. 비켜. 이제 이 컴퓨터 쓸 일이 없으니 내 파일을 가져 가야지. 구질구질 한 건 싫어. 결혼한다며? 축하한다. 이놈아! 그래 놓고 방금 뭐라고 했어. 귀한 집 자식 인생 망치게 싫다고? 가증스럽다. 이놈아! 잘 먹고 잘 살아라. 저리 비켜!”
순희가 발로 수리가 앉아 있는 의자를 사정없이 걷어찼다. 수리기 비틀하며 깜짝 놀라고 있었다. 경호는 벌써 섭섭한 인상으로 바뀌어 물었다.
“형님! 결혼해요? 누구랑? 애인 있었어요? 야! 정말 실망이다. 어떻게 저한테도 말을 안 해요? 그래야 우리도 뭐든 선물을 준비할 거 아니에요. 형수님 될 분이 누군데요? 미인이세요?”
그때 순희가 경호를 잡아 먹을 듯이 부라린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씩씩대기까지 했다. 순희의 지금 마음은 ‘야! 이 새끼! 너! 누구 염장에 불을 붙이는 중이야’ 였지만 그 놈의 자존심 때문에 차마 말을 하지 못하고 전혀 엉뚱한 말로, 전혀 엉뚱한 사람에게, 마지막까지 체면을 살리려고 애를 쓰며 화살을 돌렸다.
“야! 임마! 너! 형님이라고 하지 말랬지. 그리고 네가 그랬잖아. 결혼 사진 찍으러 갔다고.”
차분하게 시작된 말이었지만 마지막에는 천장이 흔들릴 정도로 고함을 질렀다. 수리와 경호 어깨가 바싹 붙어 있었다. 고개를 휙 돌린 수리가 능청스럽게 말했다.
“이대리님! 사고를 쳤으니 해결해주세요.”
“아니! 형님! 저도 최근에 알았잖아요. 왜 저한테 덮어씌우세요. 그냥 솔직하게 살림이 궁색해서 아르바이트로 결혼식 사진 찍어주러 다닌다고 하세요”
수리가 말할 불편을 덜어 준 자신의 기치에 경호 스스로도 놀라고 있었다. 수리가 빙긋이 웃으며 어깨동무를 하고 “고맙다! 아우야!”라며 말했다.
“뭐야? 에이 씨! 쪽 팔리게! 야! 경호 너 정말!”
수리가 입을 삐쭉하며 오리발을 내밀었고 경호도 똑같이 하면서 시큰둥하게 말한다.
“형수님! 저 아무 말 안 했어요.”
“아이 씨! 쪽 팔려!”
뒤돌아서 벽에다가 이마를 쿵쿵 박으며 웃지도 울지도 못한 모습을 본 수리가 배를 잡고 큰 소리로 웃으며 주절거렸다.
“아~ 정말! 어떻게 아가씨 입에서 쪽 팔린다는 말이 줄줄 세어 나오냐? 아유! 정나미 떨어져.”
이런 식으로 티격태격 약을 올리는 말이 이제 식상해진 경호가 두 사람을 나가라고 했다.
“사랑 싸움은 집에 가서 하세요. 업무에 방해됩니다. 외근간 애들 곧 올 때가 됐습니다. 창피하지도 않아요”
경호 말에 또 불뚝할 게 분명할 순희 입을 봉하듯 털어 막고 거의 끌다시피 밖으로 데려 나가 입을 풀어주었다.
“살살 좀 막아. 어이 씨! 숨 막혀. 아니 직원들한테 애가 뭐야! 내일부터 교육을 다시 시켜야겠어.”
“밥도 먹기 싫고 술도 마시기 싫고 애매하네. 혼자 있고 싶다.”
콧방귀를 툭 친 순희가 발로 수리 다리를 툭툭 차면서 말했다.
“뭐야! 사내자식이 지금 몇 살이라고 인생 다 산 건처럼 말해. 그리고 앞으로 내 앞에서 죽이고 싶다거나 불을 지른다거나 그런 말 하지마. 그럼! 너! 나한테 죽어! 알았어?”
엿들은 말의 효력이 대단했다. 순희 기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뉴월 죽순처럼 뻗어 올라가고 있었다. 대부분의 여자들은 추려서 듣고 판단할 것인데 순희는 칭찬에만 춤을 추고 있는 사람처럼만 보였다. 수리가 만을 붙여 순희를 보는 건 어느 정도 순희를 알기 때문에 지금 보이는 것만으로 됨됨이를 판단하는 건 큰 오판임을 잘 알아서였다. 그래도 입이 간지러워 서너 바퀴 돌려 비꼬았다.
“아! 갑자기 갓 올라온 죽순이 없고 싶네.”
갑자기 순희 인상이 불쾌하게 돌아서며 수리를 노려보며 경고를 했다.
“그런 식으로 돌려 말하지 마. 기분 나빠! 자기만 촌놈이 아니고 나도 촌 년이야. 자기 집이나 우리 집이나 구조가 같다는 거 잊었어.”
진도가 엄청 빠르게 나아가고 있었다. 존칭어가 사라지고 불과 몇 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자기란 말이 나와버렸다. 이러다가 두 사람이 얼마 지나지 않아 갓 올라오는 죽순 냄새를 맡을지도 모를 지경이 이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두 사람이 동시에 하고 있었다.
“자기 알고 있네. 죽순 냄새. 선수는 맞네. 얼마나 많이 저지르고 다녔어?”
아무런 표정 없는 얼굴로 물었다. 어설픈 변명으로 가식적인 인간이 되느냐 마느냐의 결정을 수리는 내려야 했다. 가감 없이 솔직하게. 그러나 추려낼 건 추리고 대답을 한다.
“남자들은 사춘기 때 몽정을 하잖아. 그때 맡은 냄새가 죽순이 올라 올 때 냄새와 비슷하다는 게 생각나서 한 말이야. 그런데 여자도 몽정을 하냐?”
“아이고! 씨!”
정강이를 한대 걷어 차 버리고 운전석 문이 튕겨 나갈 정도 잡아 당겨 차에 오를 때 경찰차가 가까이 오고 있었다. 하늘을 지키는 경찰을 제외한 땅과 바다를 지키는 경찰의 조사를 모조리 받아본 수리는 바로 눈치를 채고 있었다. 유치한 사랑싸움은 여기서 마무리 해야 했다.
지금부터는 순희가 아닌 순희의 잠재된 능력, 발 빠른 기치가 발동해야 할 때였다. 수리가 기댈 때는 순희밖에 없었다. 팔을 잡아 몸으로 바짝 붙여 서둘러 말을 한다.
“이대리보고 애들 풀어서 김성태가 데리고 온 놈들이 어디 동네 애들인지 알아보라고 하고 모조리 붙잡으라고 해. 검정회사 애들은 확실이 아니니까 시내에 양아치들 조사해보라고 해. 그리고 집에 있는 컴퓨터에 탱크로리만 있는 사진 파일이 있어. 그 파일에 두 사람이 나올 거야. 탱크로리 번호는 4949다. 이 대리를 데리고 가서 보여주고 그 놈부터 잡으라고 해. 그리고 자기가 김소장을 걷어찼다는 말은 절대로 하면 안돼. 제 풀에 미끄러져서 다쳤다고 내가 할 거야. 아 참! 온 동네 시끄럽게 할 필요 없다. 자기 혹시 쌍꺼풀 수술했어?”
경찰차가 앞에 있어 무서워서 곧 죽을 것 같은데 이건 또 무슨 엉뚱한 질문이냐며 눈으로 말했다.
“내가 눈덩이하고 코만 차버려서 그 놈들이 분명히 그런 병원에 갔을 거야. 이대리에게 전하면 무슨 말인지 바로 아니까 빨리 올라가서 전해.”
태생부터 눈치가 빨랐는지 이대리나 동생들에게 무용담을 많이 들어서인지 엄지와 검지로 동그라미를 만들어 보여주고 잽싸게 사무실로 뛰다가 바로 돌아서 귀속말로 묻는다.
“방금 껐던 컴퓨터에 있어? 그게 뭔데?”
“응! 사진. 엄청 많아. 거기 임운영이 나오는 사진이 있어. 그거만 있으면 돼. 자세한 건 나중에 설명해줄게. 서둘러. 참! 경호보고 건호 형님이라고 있어. 그 형님에게 빨리 전화해서 이 사실을 전하라고 해.”
그 후로 수리가 할 일은 없었다. 경찰서에서 조사만 받고 순희와 경호만 바쁜 밤을 보내야 했다.
“이건호하고는 어떤 사이입니까?”
경찰은 이미 집안 가계 구조를 알고 있었다.
“예! 외사촌 형님입니다.”
이건호 이름만으로도 경찰은 정보수와 정수리가 친척인 걸 벌써 알고 있었다.
“그 뭐! 김성태하고 합의만 하면 될 걸 가지고 뭐 하려고 동네방네 소문을 내. 나도 그 사람이 합의 안 해주면 아무런 도움이 안돼. 그냥 합의보고 끝내”
“그 사람이 절 때리려고 달려들다가 제 풀이 넘어져 다쳤는데 무슨 합의를 봅니까? 그런데 얼마나 다쳤길래 고발까지 합니까?”
“아킬레스건이 파열됐다네. 그래서 나도 이해가 안가. 발로 찼어? 밟았어?”
“비록 건호 형님이 저렇지만 저희 집안이 막돼 먹은 집안은 아닙니다. 어떻게 연세가 많으신 분에게 폭력을 서겠습니까? 제 사무실이 타일로 되어있습니다. 그 분이 들어 오기 전에 마대로 바닥 청소를 했습니다. 그분이 흥분해서 제 멱살을 붙잡으려고 달려들다가 제 풀에 미끄러졌을 뿐입니다. 저는 털끝 하나 손대지 않았습니다. 그분은 지금 어디 있습니까? 대면해서 물어보면 되죠. 바닥에 물기를 완전히 제거하지 않은 과실로 인한 사고라고 벌금을 때리면 저도 뭐 할말은 없습니다.”
입맛을 쩝쩝 다시며 빙긋이 웃으며 하는 말에 경찰이 헛웃음을 치면서 타이핑을 하다가 눈을 부릅뜨고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