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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여배우 월화의 생애
작가 : 한계령
작품등록일 : 2016.9.18

조선 최초 스크린의 여배우인 이월화의 일생 입니다.
척박한 조선 연극계와 영화계을 거치며 질곡의 삶을 산 그녀의 비극적인 생을 조감 합니다.

 
제2장 여배우의 적 (8) 친구
작성일 : 16-09-22 04:02     조회 : 597     추천 : 0     분량 : 3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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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장/여배우의 적/(8) 친구

 

 연극연습이 시작되었다. 이후, 유리는 극단에 나오지 않았다. 그녀에게는 오르가 역에 버금갈 나타샤 라는 지주의 딸 역이 주어 졌으나 그녀는 그 역할을 거절 했다. 들리는 소문에는 도쿄로 가버렸다고 한다. 솔직히 유리의 퇴장으로 정숙은 아픈 이가 하나 빠진 듯 속이 시원 하다. 그러나 아픈 이를 뽑으면 언젠가 아픈 이가 또 생기는 법, 그 충치는 빠르게 썩어 들어가 정숙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그 장본인은 바로 김설희라는 여배우이다. 설희는 정숙 보다 조금 앞서 입단한 신인여배우이다. 유리가 사라진 대신에 그녀가 나타샤 역을 맡게 된 것이다. 설희는 연극배우 현철이 설립한 연기자 양성소 1기 출신이다. 현철은 일본에서 6년간 배우생활을 하고 귀국한 실력파로 연극에 관한 이론과 실기에 능한 사람이었다. 교과과정은 예술총론, 영화개론, 연극개론. 그리고 실기인데 이 연기자 양성소는 배우사관학교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철저한 교육이론과 실기로 연기자 지망생들을 교육시키고 있었다.

 

 설희와의 충돌은 독회를 하던 첫날부터 발생했다. 독회란 전 출연자가 모두 모여 대본을 읽는 것으로 작품전체의 분위기의 숙지와 암기 등, 연극연습과정에 가장 기초가 되는 작업이다.

 독회가 계속 되며 정숙과 설희는 대사를 주고받는다 물론 감정을 넣은 리딩이다. 먼저 나타샤 설희의 대사이다.

 

 “난 두 사람의 결혼에 대해 절대 반대야. 신분이 다른 두 사람의 결혼은 불행을 가져 올 뿐이 지.”

 

 그 대사를 받아 오르가 역의 정숙의 대사가 이어진다.

 

 “하지만 저 두 남녀가 저리도 애타게 서로를 그 리워하니 어쩌겠어요?”

 “당장 두 사람을 만나지 못하게 갈라놓도록 해. 정말을 안 듣는다면 그 처녀의 아버지인 소작인 을 멀리 쫓아 버리는 게 좋을 거야.”

 “그건 너무 가혹한 처사가 아닌가요? 사람은 누 구나 태어 날 때부터 그 누군가를 사랑할 자격 을 갖고 태어나는 거예요. 비록 두 사람이 신분 의 차이가 있다 한들 사랑의 힘은 위대하고 강 한 거예요.”

 

 대사는 주인공인 정숙이 설희에 비해 서너 배나 많았다. 그만큼 리링이 힘들다. 더욱이 정숙은 혼자 대사연습을 많이 해야 하는데 며칠 동안 조 씨와의 갈등으로 대본을 많이 읽지 못했다.

 

 더듬거리며 대사를 외우는데 연출자이신 백남의 표정이 왠지 어둡다. 그런 백남의 표정을 알아 챈 듯 설희가 발딱 일어나며 불만스럽게 외쳐댄다.

 

 “도무지 같이 독회를 못하겠어요. 이건 기초가 모자라도 너무 한 거 아녜요? 이런 초보와 무 슨 연극을 하란 말이 예요?”

 

 그러자 여기저기서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른 연기자도 그녀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백남은 정숙을 향해 심각한 표정으로 한마디 하셨다.

 

 “연극은 함께 하는 사람들의 조화가 필요한 예술 이다. 내가 실력이 부족하다면 밤을 새워서라도 대사연습을 했어야지.”

 

 그렇게 말하곤 백남은 불쾌한 표정으로 연습실을 나가 버렸다.

 

 정숙은 당황하여 어쩔 줄 몰랐다. 그런 정숙에게 설희는 더욱 확실하게 못을 박는다.

 

 “연극을 그만 두던가? 아니면 약장사나 따라 다 니던가?”

 

 마치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말겠다는 표정이었다. 선배 연기자들도 그런 그녀의 발언에 동조하는 얼굴이다.

 

 정숙은 부끄럽고 얼굴이 달아올라 어쩔 줄 모른다. 왈칵 서러워 지며 연습실을 뛰쳐나갔다. 정숙은 신문사 건물의 옥상계단을 위태롭게 뛰어 올랐다. 옥상 난간에 서자 뛰어내리고 싶은 자괴감이 엄습했다.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누군가가 다가오는 인기척을 느꼈다. 이응수 인지 알았는데 종화였다. 종화는 다가와 위로의 말을 건넨다.

 

 “참아! 예술의 길이란 이처럼 험하고 힘든 거 야.”

 

 그의 말에는 늘 친절함이 배어 있다.

 

 “나도 배우가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왔어요. 스타니슬랍스키의 배우수업이란 책도 읽어 봤어요. 내면연기도 복식호흡 대사법이 뭔지 알아요. 그런데 그녀는 나를 마치 학예회나 하는 어린애 취급을 한담 말이에요.”

 “물론 정숙이가 노력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종화는 더욱 그녀를 위로하지만 정숙은 발끈해서 종화의 말을 가로챈다.

 

 “하지만.. 뭔데요?”

 

 공연이 아무 죄도 없는 종화에게 답을 물으며 독하게 쏘아붙인다. 정숙의 독기의 눈초리에 종화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결론은 내가 많이 부족 하다는 거 아니에요? 더

 욱이 설희 그 계집애에 비해서 말이에요.”

 

 정숙은 설희를 계집애라고 욕했다.

 

 “.........”

 

 이제 종화는 굳게 입을 닫고 있다. 종화 역시 설희가 연기 면에서 정숙보다 월등하다는 걸 인정하는 모양이다. 정숙은 이내 불안해 졌다.

 

 “혹시 선생님이 배역을 바꾸는 건 아닐까요?”

 “그..그럴 리가?”

 “아니야!.. 선생님은 분명 나를 미워하고 계셔요. 내 배역결정을 후회하고 게시는게 분명해!”

 

 정숙은 스스로 백남이 되어 확답을 짓자 더욱 당황하는 건 종화이다.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거야.”

 “그 말 책임질 수 있어요?”

 

 월화는 또렷이 종화의 두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종화는 겨우 끄떡였다. 그러나 그는 조연출이다. 연출자의 의견을 따르고 순종할 뿐 그에게 결정권은 없다. 그런데도 종화는 자신감으로 끄떡인다. 그제야 정숙은 흥분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생각해 보니 아무 죄도 없는 종화 만 정숙에게 당했다. 그런 그에게 미안한 생각이 든다.

 

 “그런데 왜 나한테 이렇게 친절 한 거예요?”

 

 정숙은 그것이 정망 궁금했다. 종화는 순간, 얼굴이 붉어지며 수줍게 말한다.

 

 “정숙이는 예쁘고... 또 착 하잖아?”

 “내가 예쁘고 착하다니? 그건 전혀 아닌데..”

 

 정숙은 그런 종화의 손을 잡았다. 예전처럼 그의 손은 따뜻했다.

 

 “내가 종화 씨에게 어떻게 해 줬으면 좋겠어 요?”

 

 어떻게 해준다는 것은 남녀 사이에 다양한 의미를 지닌다. 정숙의 그런 마음은 진심이었다. 종화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입은 연다.

 

 “친구가 되고 싶어”

 “친구!? 친구라? 남녀 사이에 친구가 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에 정숙은 고개를 갸우뚱 했다. 그러자 종화가 다시 강조하듯 말한다.

 

 “영원한 친구가 되어... 너를 돕고 싶어”

 

 정숙의 입가에 함빡 미소를 세어 나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면 이상하게도 정숙에게는 이성 친구는커녕 동성 친구도 없다. 혹시 친구가 되려고 정숙이가 다가서면 그쪽에서 물러나고 그 쪽이 다가오면 정숙이가 물러섰다. 늘 혼자 놀고, 혼자 웃고 울고... 등하교길 도 혼자서 다녔다. 그렇다고 침울하거나 우울한 성격도 아니었다.

 

 학교에서 성적도 중상층은 되고 무슨 발표회 때는 당당하게 나서서 발표를 하곤 했다. 그러면서 사춘기도 혼자 겪었다. 매일 통학 길에 스쳐 지나가며 보는 보교 남학생을 연모해 보고 밤새 일기장을 썼다 지웠다 했다. 하루는 그 남학생이 집 앞까지 따라 온 적이 있다. 그때 너무도 놀라 집으로 달려 들어가 큰 소리 나게 대문을 굳게 잠갔다. 너무 가슴이 떨려 문틈 사이로 보니 그 남학생은 고개를 갸웃하더니 골목길을 사라졌다. 그리고는 다시는 통학 길에서 볼 수가 없었다.

 

 이제 정숙에게도 친구가 생겼다. 알고 보니 종화와 정숙과는 겨우 한 살이 연상일 뿐이다. 따지면 오라버니뻘이 될 수도 있지만 정숙은 난생 처음으로 영원한 친구를 만난다. 그리고 그 우정은 오래도록 계속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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