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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스페로 스페라
작가 : 윤슬YS
작품등록일 : 2018.12.13

뒤늦게 꿈을 찾아 떠난 이탈리아 여행길, 본의 아니게 첫 날부터 다 털렸다.
이 와중에 날 구해준 이 남자. 구세주일까, 아니면 웬수일까?

Lovely Cusine Romance.
욜로 욜로 하다 골로 간다고? 어떻게 알아? 가봐야 알지.
이젠 먹방 여행 로맨스다.
먹고, 여행하고, 사랑하라!

 
#09
작성일 : 18-12-22 15:13     조회 : 269     추천 : 0     분량 : 4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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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9

 

 

 

 “어? 어디 나가세요?”

 

 식사를 마친 후 1층 리빙룸을 청소하던 민희는 나갈 채비를 하는 레오를 향해 물었다. 객실과 달리 대리석인지 그냥 돌인지, 딱딱한 바닥을 대걸레로 막 다 닦아낸 참이었다.

 

 질문에 답은 않고, 로비와 통로를 둘러보는 그의 모습을 보니 어쩐지 또 청소 결과를 검사받는 학생이 된 기분이 들었다.

 

 “진짜 엄청 박박 닦았어요. 3번이나 닦았다구요.”

 

 묻지도 않은 말에 생색이 내고 싶었는지 민희는 손가락을 3개 쭉 펴 보이며 강조까지 했다. 이토록 열심히 한 건 눈치가 보인 것도, 잔소리 때문도 아닌 순전히 자발적인 이유였다.

 

 한국과 달리 바깥에서 신던 신발을 그대로 신고 생활하는 곳이라 그런지 뭔가 찝찝한 기분이 들어 학교 때도 하지 않던 대걸레질에 모처럼 불꽃이 튀도록 열을 올렸다.

 

 “바닥 청소까지 다 끝냈는데. 오늘 더 할 일이 있을까요?”

 “아뇨. 오늘은 이만 퇴근해도 돼요. 이후 시간은 자유롭게 보내도 되고, 혹시 나갈 일 있으면 문은 잠그고 외출하세요.”

 

 건네주는 열쇠를 받으며 민희는 의아한 듯 되물었다.

 

 “제가 나가면 외출 끝내고 돌아온 다른 손님들은 어떻게 들어와요?”

 “다들 객실 키와 함께 현관 열쇠도 가지고 있어요.”

 “아.”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민희는 열쇠를 주머니에 챙겨 넣었다.

 

 “그럼 다녀오세요.”

 

 까칠하고, 무뚝뚝해도 명색에 게스트 하우스의 주인이니 꾸벅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넸다.

 

 ‘뭐 하지, 이제.’

 

 생각에 잠긴 듯 멀뚱히 레오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갑자기 돌아선 그와 눈이 마주쳤다. 뭐가 또 신경에 거슬렸나, 깜짝 놀란 민희는 걸레 자루에 기대 구부정하게 숙였던 허리를 바짝 세웠다.

 

 “왜요? 시킬 일 있으세요?”

 “아뇨. 장 보러 시장갈 건데. 다른 스케줄 없으면 갈래요? 기욤도 가끔 갔는데.”

 “네, 네!”

 

 망설임 없이 대답이 터져 나왔다. 혼자 여행을 왔어도 갈 참이었다. 맛있는 길거리 음식과 군것질 거리가 많다고, 현지인들의 모습들을 구경하고 소소한 쇼핑을 즐길 수 있는 곳이라고 여행을 오기 전부터 이미 알고 있던 터였다.

 

 “옷 입고 내려와요. 밖에 있을 테니.”

 

 후다닥 걸레를 치운 후, 성큼성큼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캐리어에 싸온 에코백에 드로잉북과 일러스트펜도 알차게 챙겨 넣은 민희는 서둘러 건물 밖으로 나갔다.

 

 “자전거 탈 줄 알죠?”

 

 두 대의 자전거를 잡고 선 레오가 당연히 알 거라고 전제한 듯 물었다.

 

 “자전거요? 아....... 운전은 할 수 있는데. 걸어갈 수는 없어요?”

 “주차하기도 불편하고, 피렌체는 골목이 좁아서 자전거가 훨씬 편해요. 이따 짐도 싣고 와야 하고.”

 “...탈 줄 모르는데. 어렸을 때, 안 배웠어요. 못 배운 건가.”

 

 빵빵하게 부풀었던 풍선이 순식간에 바람이 빠진 듯 민희는 금세 시무룩해졌다. 영화 속, 자전거를 타고 피렌체 골목, 골목을 누비던 남자 주인공처럼 여행에 오기 전 배우기라도 했어야 하나. 아쉬운 기색이 역력했다.

 

 “시장 문 닫는 시간이 있어서, 지금 당장 자전거 가르쳐 줄 여유는 없고, 그냥 같이 타고 갑시다.”

 

 어쩔 수 없으니 게스트 하우스에 머물라거나, 알아서 시간을 보내라고 할 줄 알았는데 예상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어안이 벙벙한 듯 두 눈만 끔벅끔벅 하는 민희를 향해 레오는 태연한 듯 덧붙였다.

 

 “자전거는 일요일에 가르쳐 줄게요. 그 전까지는 아마 계속 바쁠 테니.”

 “가르쳐준다고요? 그 쪽이? 나를?”

 

 뭐지. 그 싹퉁 바가지와 동일 인물인가. 쌍둥이인가. 믿기지 않아 거듭 물어보는 질문에 레오는 가볍게 고개만 끄덕였다.

 

 “오늘 시장 위치랑 거래하는 가게들 알려줄게요. 다음에 심부름 보내면 사와요.”

 

 그럼 그렇지. 일을 부려먹을 심산이었구나. 이상하게도 그제야 안심이 되는 이 심리는 또 뭐야. 민희는 속으로 혼잣말을 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안 타요?”

 

 멍 때리며 서 있던 사이, 나머지 한 대의 자전거에 자물쇠를 채우고는 이미 출발 준비를 마친 레오가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타, 타요.”

 

 이내 민희는 엉거주춤 뒷자리 안장에 올라탔다. 갈 곳을 잃은 두 손이 어정쩡하게 공중을 방황했다.

 

 “뭐든 잡아요. 바닥이 많이 울퉁불퉁하니까. 다치면 그 쪽만 손해입니다.”

 

 캐리어 바퀴까지 망가뜨린 돌바닥이니, 넘어지면 진짜 골로 가겠구나. 민희는 헤매던 두 손으로 레오의 옷자락을 조심스레 움켜쥐었다. 두터운 옷차림이 다행이다 싶은 날씨였다.

 

 간다는 말도 없이 출발한 자전거가 게스트 하우스를 떠나 아르노 강가를 따라 달렸다. 방법도, 과정도, 함께 타고 있는 이도 참 희한했지만, 그토록 바라던 로망을 이루다니. 자전거를 타고 누비는 골목들이 차다 싶은 겨울바람마저 기분 좋게 만들었다.

 

 “엄마야! 천천히 좀 가요! 떨어지겠어요.”

 

 엉덩이가 퉁퉁 튕길 때마다 떨어질까 겁이 난 민희는 그의 허리를 잡은 손에 조금씩 더 힘을 주었다. 그러면 그럴수록 이상하게 자전거의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

 

 

 

 시장이라고 하기에 우리나라의 재래시장과 같은 모습을 상상했다. 북적북적 사람 많고, 시끄러운 건 매한가지였으나 즐비한 노점상과는 달리, 고풍스러운 외관이 인상적이었다.

 

 1874년부터 한 자리를 지켜온 시장이라는데, 피렌체는 그 이상의 건물들이 대다수다보니 150년이 그리 길게 느껴지지 않는 게 신기할 따름이었다.

 

 “길 잃지 말고 따라 와요.”

 

 두리번두리번 구경하느라 정신이 팔린 민희에게 다시 한 번 주의를 준 레오는 성큼성큼 앞장섰다.

 

 “같이 가요. 쫌.”

 

 길 잃은 아이가 될까 두려운 민희는 뒤쫓는 걸음에 속도를 내면서도 신기한 볼거리에 휙휙 눈이 돌아갔다.

 

 한국에서도 흔히 보는 정육점에 과일가게, 채소가게인데 왜 이제 막 세상에 눈을 뜬 아이처럼 모든 게 새로워 보이는지 민희의 입에선 연신 ‘와’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사야하는 것들 잊지 않았죠?”

 “달걀, 치즈, 프로슈토와 살라미, 베이컨, 과일, 치아바타랑 샌드위치용 식빵. 그리고 스테이크랑 피자 재료요!”

 

 시장에 도착하기 전, 자전거를 타고 오는 내내 중얼중얼 외운 것이 빛을 발했다. 자신 있게 장바구니 목록을 읊은 민희가 칭찬을 바라는 아이처럼 눈을 반짝였다.

 

 “냉장고와 키친에 늘 구비되어 있어야 하는 것들입니다. 혹시 내가 체크하지 못했을 경우 떨어진 목록들을 기억해두었다 알려주세요. 그럴 일은 거의 없겠지만.”

 

 꼭 붙이지 않아도 될 한 마디를 더 보태는 게 습관인가 보다. 쯧, 혀를 찬 민희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를 따라 도착한 치즈 가게는 별천지와 같았다. 톰과 제리의 만화에 나올 법한 둥그런 치즈들이 한 가득, 언뜻 보아도 5, 60가지가 넘는 치즈들이 매대 안에 진열되어 있었다.

 

 “와. 대박. 이거 모차렐라예요?”

 

 뿌연 물속에 둥둥 떠 있는 성인 주먹만큼 큰 하얀 덩어리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탈리아어로만 적힌 이름표를 읽을 재간이 없어 연신 레오를 돌아봤지만 그는 가게 주인과 볼 뽀뽀를 나누느라 정신이 없어 보였다.

 

 ‘어지간하면 안한다더니.......’

 

 레오의 단골 가게인 모양인지, 무뚝뚝하고 표정 없던 남자의 얼굴에 낯설게도 부드러운 미소가 스며있었다.

 

 ‘어제, 오늘 날 대할 때랑은 완전 다른 사람 같네.’

 

 민폐를 끼치고 있는 주제에, 고작 알게 된 지 하루 사이에 섭섭함을 느끼는 모양새가 스스로도 어이가 없었다.

 

 ‘아 진짜, 별. 왜 서운해 하고 난리야.’

 

 그래도 사람이 물으면 대답은 할 것이지. 저 싹퉁 바가지. 입술을 비죽이며 진열대 안에 시선을 고정한 채 다시금 또르르 눈을 굴리며 구경에 나섰다.

 

 “부팔라 모차렐라예요.”

 “깜짝이야!”

 

 또다시 인기척도 없이 다가온 레오의 말소리에 민희는 화들짝 놀란 듯 눈을 키웠다.

 

 “버팔로 치즈인데. 물소 젖으로 만들었다고 하면 이해가 쉬우려나. 모차렐라 중에선 제일 고급이에요. 맛도 좋고.”

 

 민희는 아랑곳하지 않고 설명을 이어가는 레오의 옆모습을 힐끔 쳐다봤다. 들은 척도 안하더니 다른 귀로 듣고는 있었나. 피식, 실없는 웃음이 새어나왔다.

 

 “다 샀어요?”

 “가게 주인이 담고 있으니 잠깐만 기다려요.”

 

 레오가 치즈를 건네받으며 주인과 알아들을 수 없는 이탈리아 말을 한동안 주고받는 동안 민희는 꿔다놓은 보릿자루마냥 그 뒤를 지켰다.

 

 그러다 마주친 시선, 빤히 쳐다보는 주인 아저씨의 눈길에 민희는 한 손을 들어 어색하게 ‘본조르노’라고 외쳤다. 저를 보며 껄껄 웃는 가게 주인과 알 수 없는 표정의 레오 모습까지, 동양 여자이기 때문이려니 민희는 그저 빙그레 웃어 버렸다.

 

 “이탈리아 말은 아는 게 그게 답니까?”

 “아뇨. ‘그라찌에’까지 하나 더 알아요.”

 

 그 두 개라도 아는 게 어디냐며. 가게를 나서며 묻는 레오의 말에 민희는 당당히 대꾸했다. 한숨을 폭 내쉬는 그의 모습을 못 본 척 무시했다.

 

 “본조르노는 보통 아침 인사니까. 살베나 챠오를 쓰는 게 시간 상관없이 편할 겁니다.”

 “아하. 그렇구나. 그래도 걱정은 마세요. 영어는 좀 하니까, 숙박객 대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거예요.”

 “좀? 아닌 것 같던데.”

 

 어젯밤 정신이 없어 중얼중얼 한국말을 쏟아내던 모습을 떠올린 모양이었다.

 

 “어제는 멘탈이 탈탈 털린 상태라. 원래 사람이 당황하면 알던 것도 기억 안 나고 그렇잖아요. 그나저나 그 쪽은 한국말 어디서 배웠어요? 완전 한국인 수준인데.”

 “살 것도 많은데 얼른 갑시다.”

 

 먼저 성큼성큼 걸어가 버린 탓에 가깝다 싶은 거리가 다시금 벌어졌다.

 

 ‘아니, 나는 묻는 말에 다 대답해줬는데 내가 묻는 말에는 왜 대답을 안 해. 대체. 어휴, 저 싸가지를.’

 

 인파 사이로 멀어져가는 뒤통수를 향해 민희는 주먹을 높이 쳐들었다 우뚝 멈춰 선 걸음을 보며 슬그머니 끄집어 내렸다.

 

 ‘피렌체 떠날 때 두고 보자. 아주 혼쭐을 내주고 갈 테니까.’

 

 어서 쫓아오라는 듯 움직이지 않는 그 모습에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속내를 감춘 민희가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작가의 말
 

 자전거 속도가 빨라질수록 꽉 잡아야지, 꽉! 어디를? 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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