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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여배우 월화의 생애
작가 : 한계령
작품등록일 : 2016.9.18

조선 최초 스크린의 여배우인 이월화의 일생 입니다.
척박한 조선 연극계와 영화계을 거치며 질곡의 삶을 산 그녀의 비극적인 생을 조감 합니다.

 
제1장 여배우의 꿈/ (7) 문성별
작성일 : 16-09-22 03:59     조회 : 472     추천 : 0     분량 : 4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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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장/여배우의 꿈(7)문성별

 

 여주인공 역인 오르가 역은 정숙에게로 돌아왔다. 역시 행운의 여신은 정숙의 편이었다.

 

 “오르가 역에 이 정 숙...”

 

 발표는 백남 대신 극단의 공동대표인 이기세가 하였다. 기세도 백남 못지않게 연극계에 대단한 실력자이나 늘 한 걸음 앞서는 백남으로 인해 는 늘 극단의 2인자로 밀리고 있었다. 가끔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세기 앞에 정숙은 늘 존경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나 배역을 따 낸 건 결코 그 미소 때문은 아니리라... 나중에 안 일이지만 백남

 보다도 기세가 정숙에게 오르가의 배역을 강하게 추천하였다고 한다. 타이틀 롤인 오르가의 배역이 결정 되는 순간, 유리의 얼굴은 일순간 백지장처럼 차가워 졌다. 정숙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독기로 빤작거렸다. 더욱 당황하는 건 단원들이다.

 

 “아니 이게 어떻게 된 거지?”

 “혹시 이름을 잘못 부른 건 아닐까?”

 

 모두 잠시 어리둥절 한다. 이제 고참 여배우 최란방은 주연 여배우로써는 너무 늙었고 신인 여배우들 중에서 주역이 결정되리라 내심 예감 했던 단원들은 당연히 유리가 오르가 역에 선정되리라고 생각 했던 모양이다.

 

 정숙의 생각 역시도 그랬으니까.. 20세기의 시작은 빠르게 현대를 몰고 와 도시는 서구의 생활을 지양한다. 그러니 자연적으로 의복도 서양식으로 변하고 몸매도 서구인을 닮아가고 있다. 더욱이 가치관의 변화는 더욱 개방적이고 거침없는 성격으로 변해 있다. 그런 것이 바로 유리의 모습이고 행동이다. 정숙 역시 그러고 싶다. 정숙도 그런 현대적 모럴을 원한다. 이제 정숙의 나이도 유혹하는 그 어떤 것들에 대해 빠르게 반응하는 열아홉 살이다.

 

 그러나 그런 유리의 거침없고 세련되고 당당한 강점에도 불구하고 이제 배역은 결정 되었다. 누가 뭐래도 오르가의 배역은 정숙의 것이고 그만큼 자신이 있었다.

 

 그녀가 어릴 적, 진명 보통학교를 다닐 때의 일이다. 보통학교 3학년 그때 정숙이 나이는 겨우 아홉 살이었다. 학교에서 개교기념일을 맞이해 연극제를 준비 중에 있었다. 극의 내용은 인간과 동물들의 세계를 의인화 시켜 우화처럼 표현한 연극 지도 교사가 직접 쓴 <포수와 토끼>라는 연극이었는데 주인공인 토끼 역에 많은 지망생들이 몰렸고 당연히 정숙도 경쟁후보의 한 명이었다.

 

 그날부터 정숙은 오로지 그 토끼가 되고 싶었다. 하다못해 토끼인형을 끼고 잠을 잘 정도로 토끼에 정신이 빠져 있었다. 그런데 정숙의 꿈에 누군가가 토끼 인형을 뺏어가는 꿈을 꾸며 너무도 슬프게 흑흑- 울어 댄다. 모친 조 씨는 잠결에 우는 아이를 깨워 품에 안으며

 

 “울지 마...무서운 꿈을 꾼 모양이구나?”

 “흑흑.. 엄마! 누가 내 토끼 인형을 뺏어 갔어.”

 “토끼인형은 이렇게 네 품에 있지 않니?”

 “그게 아니고 나 진짜 토끼 하고 싶담 말이야.”

 “진짜 토끼라니?”

 “학교에서 하는 연극 말이야.”

 

 조잘 조잘 작은 입으로 학교에서의 연극이야기를 꺼내 놓더니

 

 “엄마! 내가 토끼 역에 할 수 있을까?”

 “그럼 우리 딸이 제일 예쁜데 그럼 그 역을 누 가 한담 말이냐?”

 “우리 반만 해도 경자도 옥순이도 모두 자기가 토끼를 할 거라던데?”

 “어디 그런 쭉쟁이 애들과 네가 비교가 되냐?”

 

 조 씨의 말은 학부형 그 누구의 말과도 같다. 모든 자식의 부모들은 그런 맹신과 믿음으로 산다. 그런 결과는 부모들의 적극적인 행동으로 나타난다. 요즘말로 하면 치마 바람이다. 학교는 온통 학부형들이 쥐 방구리 드나들듯 바빠지고 이제 경쟁적 대상은 학생들이 아니라 학부형들로 그 대립 구도가 바뀐다. 여기에 조 씨도 빠질 수가 없다.

 

 “내가 내 자식 토끼를 못 만들면 천하의 산홍이가 아니지?”

 

 그때 만 해도 조 씨 산홍은 경성권번 등에서 제법 알아주는 고참기생 이었다. 조 씨는 봉투에 제법 큰 현금을 넣어 촌지를 준비하고 막상 학교에 가 보니 차마 겁이나 연극을 맡은 선생에게 접근조차 할 수 없었다. 당시 진명 보통학교는 서울에서도 명문 학교로 통했다. 당연히 명문가와 부호들의 자식들이 많았다.

 

 최후의 경합으로 선발된 3명의 어린이가 남아 마지막 경쟁이 붙었는데 국무대신이며 하늘에 별도 따온다는 친일파 민 모의 손녀딸이고 또 한 소녀는 조선 제일의 부자인 화신상회 사주 박 모의 소첩의 딸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천출의 하나인 기생 산홍의 딸 정숙 이었다. 이 막강한 후보들의 배경에 조 씨는 입을 벌어지고 너무 오금이 저려 이빨이 덜거덕 지경이었다.

 

 그런데 결과는 정숙에게로 돌아 왔다. 정숙이가 토끼 역을 맡은 것이다. 연극담당 선생은 교장, 교감 등의 막강한 간섭에도 불구하고 정숙의 연기가 꾸밈이 없고 대사의 암기는 물론 자연스러운 어휘력에 점수를 많이 줄 수밖에 없다는 총평을 내렸다.

 

 과연‘내 딸이다!’하면서도 도무지 조 씨는 믿을 수가 없다. 그래서 달려 간 것이 용한 점집이다. 조 씨는 정숙의 정확한 사주를 모른다. 대충 이럴 것이다 라고 사주를 넣었다. 사주를 집어 보던 점쟁이가 입을 연다.

 

 “재예 출중하니 길성 조명 할 팔자로구나. 분을 바르고 기예를 떨친다고 하나 다 같은 광대가 아니다. 남들에게는 한두 개만 있어도 이름을 떨칠 문성별이 이 애 한 테는 다섯 개나 빛을 발하고 있으니 그야 말로 스타의 탄생이로다.”

 

 카시오페아의 별자리가 다섯 개의 별로 이루어져 있듯 정숙의 사주에 아로 삭인 다섯 개의 빛나는 문성별이 그녀의 운명 속에 찬란한 별자리로 남아 있단다. 오래전 그 점쟁이 말대로 이번 오디션에도 다섯 개의 문성별이 한몫을 단단히 한 모양이다.

 

 정숙은 잉크냄새가 향긋하게 풍겨 나오는 새 대본을 받아 들고 극단을 나섰다. 어느 사이 여장을 집어 치우고 양복으로 갈아입은 이응수가 따라 오며 정숙을 불러 세운다.

 

 “정숙아! 탕수육 먹으러 가지 않을래?”

 “선생님! 오늘은 배가 안 고픈데요.”

 “여주인공을 따내더니만 배고픈 것도 잊은 모양 이구나. 그래도 젊은 애가 제때 꼭꼭 챙겨 먹어 야지.. 안 그러냐?”

 

 정말 오늘은 전혀 배도 고프지도 않고 그와 중국 요릿집에 가고 싶지도 않았다. 응수는 늘 중국 요릿집에 가면 구석 후미진 방으로 정숙을 데리고 갔다. 그리고는 수상쩍은 행동을 한다.

 

 “아이- 이러지 말아요?”

 

 그런 행동에 어색하게 반응하는 그녀에게 응수는

 

 “정숙이가 훌륭한 여배우가 되려면 많은 경험을 해야 해! 나의 이런 행위를 거부하면 그건 여배 우가 될 자격이 없는 거야.”

 “...........”

 

 응수는 정숙의 치마 속에 손을 넣어 허벅지를 더듬었다. 그러나 더 이상의 다른 행동은 하지 않았다. 오늘은 정숙이가 전혀 따라 갈 뜻이 없는 걸 알자 응수는 눈을 흘기며

 

 “흥! 얄미운 계집애! 언제 내 앞에서 배고픈 단 말만 해봐라.”

 

 식식 퍼 붙고는 횅하니 뒤를 돌아 가버린다. 조금은 미안하기도 했지만 빨리 집에 가서 대본을 읽어야 한다. 희곡의 내용이 무슨 이야기고 내 배역인 오르가는 어떤 여자이고 몇 막에 얼마나 나오며 극 전체의 비중은 얼마나 되는지? 그게 정말 궁금하다.

 

 극단이 있는 태평로에서 창선동 집까지 정숙은 늘 걸어 다녔다. 그녀는 발걸음도 가볍게 집으로 향한다. 앞가슴에 대본을 꼭 안고 있다. 더욱이 ‘민중극단 제2회 공연 작품 윤백남 작 연출 <영겁의 처> 라고 큰 활자체로 인쇄가 된 대본의 표지를 앞으로 하여 이 책이 희곡임을 알리고 자신이 연극배우임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 그만큼 그녀는 연극배우라는 것이 자랑스럽고 행복하다.

 

 집으로 돌아오니 모친 조 씨가 다 찌그러진 기와집 대문 문설주에 기대어 정숙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도 집구석이라고 잘도 찾아 들어오네.”

 

 그녀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은 표정으로 식식거리고 있다. 분명 외출에서 돌아 온 지 서너 시간이 되었을 텐데도 그녀는 남색 스란치마를 돌돌 감아 한손에 꼬옥 쥐고는 정숙을 노려보고 있다.

 

 “야! 너 어떻게 된 거야? 사람을 한 시간 씩이나 기다리게 해놓고?”

 

 그녀는 다른 한 팔로 소매를 걷어 붓치더니 정숙에게 악을 쓴다. 정숙은 그녀를 무시하며 집안으로 들어선다. 분명 큰 다툼이 오갈 것이 분명 하기에 괜한 동내를 시끄럽게 할 필요가 없다. 엄마와 싸워도 조용히 싸우고 싶다. 오늘 엄마와 점심 약속을 했다. 그것도 종로에 있는 고급 레스토랑 에서 였다. 하지만 오늘 오디션이 길어져서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약속을 못 지킨 것은 정말 미안하다. 그러나 일방적인 약속을 정한 엄마에게도 잘못이 있다. 정숙이가 연극배우가 되겠다고 선언을 한 날 조 씨는 다짐하듯 말했다.

 

 “이제 너도 나이가 열일곱 살이다. 남들 같으면 시집을 가서 아이도 낳았을 나이다. 이제까지는 내가 기생 질을 하여 너를 먹여 살렸다. 이제 나 는 나이가 먹어 기생노릇을 못한다. 이제 네가 나를 먹여 살려라. 네 사주가 그러 하니 광대가 되던 배우가 되던 난 상관 안한다. 허긴 분칠한 배우가 몰래 첩실을 살면 더 많은 생활비를 받아 낼 수 있다더라.”

 

 아니? 시집도 안간 처녀에게 첩실이라니? 원 이런 세상에...이게 어미가 딸에게 할 말인가? 그러나 그녀는 능히 그럴 여자이다. 그녀는 친모가 아니다. 그녀와 어떤 사연이 있는지 정숙은 모른다. 한 번도 그런 역사에 대해 물어 본 적도 없고 답해 준적도 없다. 그래도 그녀는 어린 수양딸을 애지중지 키웠다. 철따라 새 옷도 갈아입히고 진명 보통학교와 이화학당 중등 과에도 보내 공부도 시켰다.

 

 그런데 이제 그녀는 자신을 먹여 살리란다. 무보수의 연극배우가 어떻게 무슨 재주로 한 가정을 꾸려나간담 말인가?

 

 결국, 보다 못한 조 씨가 먼저 나섰다. 오늘의 점심약속도 그중에 하나이다. 조 씨와의 약속 장소엔 늘 낮선 사내들이 동행한다. 그녀는 스스로 매파가 되어 중매를 빙자해 정숙에게 많은 남자들을 소개 시키고 있다.

 

 “이분이 경기도청 건축과에 댕기시는 아주 재주 가 출중하신 측량 기사님이시다. 너도 측량이 뭔 지 알지? 왜 길에 지나다 보면 삼각대 삐쭉 세워 놓고 들여다보고 있는 사람들 있잖냐? 그게 보긴 별거 아닌 것 같지만 받는 월급과 뽀나스가 엄청 많으시단다.”

 

 그렇게 조 씨에게 소개 받은 그 남자들은 대부분이 유부남이거나 결혼 같은 건 상관없는 바람둥이 들이었다. 그렇게 정숙은 처음 만난 측량기사와는 2박3일 황해도 신천으로 온천 여행을 다녀오고 바로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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