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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메즈- 꿈의 속삭임
작가 : 김트리
작품등록일 : 2018.11.7

"잘 자... 네 꿈 속의 그 사람이 누구일지는 모르겠지만, 불쌍한 그 사람을 난 동정한다."

......

"네가 내게 속삭여 준 그 꿈 내가 반드시 현실로 만들어줄게. "


< 기구한 운명으로 얽힌 한 소년과 한 소녀의 이야기 입니다. >

 
하얀 악몽에 잠긴 불꽃 (1)
작성일 : 18-12-21 18:22     조회 : 263     추천 : 0     분량 : 7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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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5시

 

 기숙사 앞 정류장에 내려서 메즈가 핸드폰으로 확인한 시간이었다.

 

 아무생각 없이 들떠 있는 아리스의 뒤를 졸졸 따라갔던 게 크나큰 실수였다.

 

 아리스를 따라 도착한 그 곳은 아무것도 없는 논두렁길 한복판이었다.

 

 게다가 얼마나 요리조리 길을 꺾으면서 왔는지, 왔던 길을 다시 찾는 대에도 실패했다.

 

 양 손 가득 짐을 든 채로 말이다.

 

 하다하다 결국 못 찾아서 아리스의 초월력을 이용해 하늘에서 주변을 살펴 본 뒤에야

 

 원래 자리로 되돌아 올 수 있었다.

 

 두 손 가득 짐을 들고 학교로 돌아온 두 사람은 바로 메즈의 방으로 향했다.

 

 

 

 불 꺼진 방에 불이 들어오자 아리스가 먼저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갔다.

 

 "으아~ 피곤하다."

 

 싱크대 앞에 짐을 내려놓은 아리스가 메즈 방 중앙에 놓인 쇼파에 그대로 누워버렸다.

 

 "누구 때문인데, 이게 다"

 

 메즈도 양 손에 들고 온 짐을 싱크대 앞에 내려놓았다.

 

 "흠~ 그치만 분명 그쪽에서 왔었는걸, 시장 길이 막 계속 바뀌나봐"

 

 "에휴...그럴 리가 없잖아. 그냥 니가 길을 잘못 든 거라니까"

 

 무슨 살아있는 미궁도 아니고 길이 스스로 막 바뀔 리가 만무했다.

 

 메즈는 자신의 쇼파에 누운 아리스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짐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아무런 내숭도 없이, 자기 방에 널브러져 있는 아리스의 모습이 메즈에겐 상당히 익숙한 모양이었다.

 

 

 "아~ 초월력까지 썼더니, 다시 배고파졌어~"

 

 홍게를 그렇게 많이 먹고서 불과 2시간 만에 나온 아리스의 배고픔 타령이었다.

 

 "저녁 먹기는 아직 이르니까. 가서 씻고 옷 갈아입고 쉬고 있어. 한 6시나 7시쯤 전화할게."

 

 창밖으로는 아직 노을이 비추고 있었다.

 

 누구누구씨 덕분에 한참을 해매서 생각보다 학교에 도착하는 시간이 늦어졌다.

 

 "여기 조금만 더 이따가 가면 안 돼? 다리 아프단 말이야"

 

 아리스가 쇼파에 누워서 뒹굴뒹굴 구르고 있었다.

 

 "그 옷 입고는 편하게 쉴 수 없잖아. 많이 움직여서 샤워도 해야 하고"

 

 '네가 방에 있으면 편하게 쉴 수 없으니 나가달라'는걸 열심히 돌려 말하고 있는 메즈였다.

 

 "음~ 그것도 그러네. 그럼 이따가 전화 줘~"

 

 쇼파에서 몸을 일으킨 아리스가 또다시 창문으로 향했다.

 

 

 

 "잠깐만······."

 

 메즈가 급하게 어리스의 어깨를 잡아챘다.

 

 "제대로 문으로 나가줘. 제발 부탁이니까."

 

 "헤에~? 왜? 날아가는 게 더 빠른데, 다리도 안 아프고"

 

 "그래줄 거지?"

 

 메즈가 어색하게 웃고 있었다.

 

 "음... 그치만~"

 

 "그래줄 거지...??"

 

 어째서인지 메즈의 웃는 얼굴이 점점 더 일그러지고 있는 게 아리스의 눈에 보였다.

 

 

 "웅.. 알겠어. "

 

 아리스는 그제서야 신발을 신으로 현관문으로 향했다.

 

 "아 맞다!"

 

 신발을 다 신고 현관문을 나서려던 아리스가 뒤돌아섰다.

 

 "메즈, 이거"

 

 아리스가 목에 건 로켓펜던트를 풀어 앞으로 내밀었다.

 

 불량품인지 알면서도 가져왔던 그 펜던트였다.

 

 

 "다 고쳐지면 알려줘. 알겠지?"

 

 "뭐... 고칠 수 있다는 보장은 없지만, 알았어."

 

 로켓을 받아 든 메즈를 뒤로하고 아리스는 쌩하니 밖으로 나가버렸다.

 

 

 

 아리스가 가버리자 묵직한 침묵과 고독이 방을 찾아왔다.

 

 메즈는 로켓을 책상에 올려놓았다.

 

 로켓의 수리보다 먼저 해둬야 할 작업이 메즈에겐 남아 있었다.

 

 메즈는 곧장 싱크대로 향했다. 그리고 손을 깨끗이 씻은 뒤 야채를 하나씩 손질하기 시작했다.

 

 야채손질과 육수준비정도는 미리 끝내놓고 쉬고 싶었다.

 

 육수는 다시마 국물을 베이스로 대파와 뽕잎을 사용한 육수로 준비했다.

 

 사온 소고기도 키친타울을 이용해 핏물을 닦아냈다.

 

 "전골용 냄비가 있었던가..."

 

 준비를 하다 보니 문득 중요한걸 깜빡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메즈의 방에는 전골용 냄비가 없었다.

 

 "아차차... 이런 실수를..."

 

 재료들만 생각했던 메즈의 뼈아픈 실책이었다.

 

 하지만 이미 해주겠다고 약속한 마당에 이제 와서 못해준다고 할 수는 없었다.

 

 

 "식당에 가면 빌릴 수 있으려나?"

 

 구내식당에서 학생들에게 필요한 식기류를 빌려준다는 이야기를 어렴풋이 들은 기억이 있었다.

 

 

 

 메즈는 대충 신발을 구겨 신고 구내식당으로 향했다.

 

 기숙사 복도에는 오손도손 모여 수다를 떠는 학생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오후 수업이 없는 이런 날은 학생들에게 있어 꿀맛 같은 휴일인 셈이었다.

 

 기숙사 복도를 지나 식당으로 이어진 통로에 들어서니 지금까지의 웅성거림이 거짓말이라기라도 하듯이 조용해졌다.

 

 '여긴 조용하네. 식사시간이 아니라 그런가?'

 

 점심시간도 저녁시간도 아닌 애매한 시간이라 식당에 사람이 거의 없는 모양이었다.

 

 식당에 들어서니 정말로 학생의 그림자를 거의 찾아 볼 수가 없었다.

 

 

 딱 한사람

 

 식당에는 하얀 백발의 남학생의 뒷모습이 식당 구석에 앉아 있는 게 보였다.

 

 백발의 남학생은 고개를 돌려 메즈를 힐끔 보더니 씨익~! 하고 웃었다.

 

 상당히 기분 나쁜 웃음이었다.

 

 하지만 누가 있든, 뭘 하든 메즈가 상관할 바는 아니었기에 메즈는 항상 주문을 하던 메뉴판으로 향했다.

 

 '음... 어디서 달라고 해야 하는 거지?'

 

 구내식당에서 나오는 음식은 항상 주방에서부터 이어진 레일을 타고 나왔다.

 

 주방은 밖에서 볼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기에, 안에 사람이 있는건지도 알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학생 뭐 먹으려고?"

 

 굵고 낮은 낯선 목소리가 메즈의 귀에 들렸다.

 

 학생의 목소리라고하기에는 굉장한 이질감이 드는 목소리였다.

 

 메즈가 소리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하얀 요리사모자와 하얀 위생복을 입은 험악하게 생긴 중년의 남성이 서 있었다.

 

 복장을 보아하니 구내식당의 쉐프인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이 식당에서 음식을 하는 건 기계가 아니라 진짜 사람이었던 모양이다.

 

 

 "아... 뭐 먹으려는 건 아니고, 전골을 하려는데 냄비가 없는데 식당에 가면 빌릴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아~ 학생 그럼 지금 학생증 가지고 있어?"

 

 "아..네"

 

 "그럼 학생증가지고 저~쪽에 가면 '대여룸'이라고 써진 작은 방이 있는데 그쪽으로 가봐."

 

 요리모를 쓴 남자가 가리킨 방향은 기숙사에서는 반대방향에 있는 교실로 이어진 통로 근처로

 

 하얀 머리의 남학생이 앉아 있던 자리와 상당히 가까운 장소였다.

 

 

 "아 감사합니다."

 

 "뭘~ 이정도가지고, 요리하는데 필요한 거 있으면 아저씨한테 말하고"

 

 "아... 그럼 죄송하지만, 혹시 다진 마늘이랑, 간장, 설탕 정도만 조금씩 주실 수 있으신가요?"

 

 방에 남은 게 조금 있긴 하지만 이참에 더 구해놔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 메즈였다.

 

 "오~ 학생이 직접 간도 하는 거야??"

 

 학교에서 학생이 직접 요리를 해서 먹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기숙실마다 조리를 할 수 있는 시설이 갖추어져 있기는 하지만

 

 굳이 시간을 내가면서 재료를 사서 요리를 하는 게 사 먹는 거보다 비싼 경우가 많았다.

 

 거기다가 설거지나 음식물 잔반처리같이 귀찮은 작업까지 해야하다보니 더더욱 그러했다.

 

 그나마 요리를 한다는 학생들도 마트에서 파는 양념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때문에 메즈처럼 이렇게 냄비나 조미료를 요청하는 학생은 거의 없었다.

 

 대여룸이 파리만 날리고 학생들에게 잘 이용되지 않는 이유도 그거였다.

 

 

 

 

 

 "저도 웬만하면 사먹자고 했는데, 직접 만든 요리를 해달라고 하더라고요"

 

 "하하하. 학생은 요리를 잘하나 보지?"

 

 "아.. 네 뭐.. 원한 건 아니었지만, 요리경력은 거의 10년 정도 됐거든요."

 

 "뭐?! 10년? 자네 그럼 초등학교 다닐 때부터 요리를 했단 건가?"

 

 요리경력 10년의 고등학생이라니, 메즈를 바라보는 요리사의 눈빛이 달라졌다.

 

 요즘 세상에 쉽게 볼 수 없는 요리 꿈나무를 요리사는 놓치고 싶지 않았다.

 

 "정식으로 배운 적은 없긴 한데... 뭐 요리를 쭉 하긴 했었죠."

 

 책이나 인터넷으로 보고 들은 요리 외에는 메즈가 만든 요리는 자기만의 레시피로 만든 요리가 대부분이었다.

 

 "자네 그럼 회 같은 건 썰어본 적 있나?"

 

 "뭐. 잘 하지는 못하지만 할 줄은 압니다."

 

 메즈가 꽤나 자신 있게 대답했다.

 

 "호오~ 그래? 학생 그럼 아르바이트 해 볼 생각 없어?"

 

 요리사가 메즈의 당당함을 보고 물었다.

 

 "아르바이트요?"

 

 "그래. 다음 주에 '초밥 축제'가 있는데, 우리 쪽 사람 중에 한명이 몸이 안 좋아서 말이야. 학생 칼솜씨가 내 맘에 들면 일일 요리사로 채용하고 싶은데. 어때? 칼 솜씨 좀 보여주지 않겠나? 아르바이트 비는 심심치 않게 쳐줄 테니"

 

 메즈의 입장에서는 꽤 나쁘지 않은 제안으로 들렸다.

 

 안 그래도 요즘 여기저기 지출이 많은 터라 지갑상황이 영 좋지 않았다.

 

 '초밥 축제'라는게 정확히 뭔지는 몰랐지만, 어쨌든 그냥 주방에서 일하면 된다는 뜻 아니겠는가?

 

 

 "음.. 그럼 면접이라도 봐볼까요?"

 

 아리스와의 약속시간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기에 그 정도 시간 여유는 충분했다.

 

 "아하하 잘 생각했네. 그럼 이쪽으로 따라오게"

 

 

 

 

 - - -

 

 식당 로비에서 보이는 '관계자 외 출입금지' 팻말이 붙어 있는 문으로 들어가자 메즈의 눈에 처음 보는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안쪽은 이렇게 생겼었구나.'

 

 주방 안쪽은 마치 회전초밥집을 연상시키는 원형 구조로 레일이 깔려 있었고,

 

 그 레일을 따라 조리대가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 구조였다.

 

 양식 중식 일식 한식 등등의 특징에 맞는 조리도구들이 눈에 들어와, 단번에 이곳은 어떤 음식을 만드는 조리대인지 알 수 있는 모습이었다.

 

 조리대에서 완성 된 요리를 레일에 올려놓기만 하면 레일을 따라 알아서 식당으로 배달해주는 편리한 구조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사람은 그림자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왜 아저씨 말곤 사람이 한 사람도 안 보이는 거죠?"

 

 "아~ 물론 쉬는 시간이니까 그렇지. 우리라고 하루 종일 대기하는 건 아니란다." 학생들이 뜸한 시간에는 이렇게 교대로 근무하고 있지."

 

 교대근무라도 그렇지 사람이 단 한 명뿐이라니, 메즈는 더 묻고 싶은 게 많았지만

 

 그냥 참고 넘어가기로 했다.

 

 그런 거까지 다 알아서 뭐하나.. 라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기 때문이다.

 

 "이쪽이 일식담당 조리대란다."

 

 요리사 아저씨가 멈춘 조리대는 주변에 영업용 수족관이 쭈욱 자리해 있었다.

 

 싱싱한 활어들이 지금도 물속에 헤엄치고 있는 모습이 메즈의 눈에 들어왔다.

 

 조리대는 네 사람 정도가 동시에 작업할 수 있을 만큼 넓고 긴 형태였다.

 

 그리고 각 요리사들이 쓰는 칼들이 크기별, 종류별로 조리대 위에 올라와 있었다.

 

 요리사 아저씨는 푸른색 작업용 방수 앞치마를 두르더니 광어 한 마리를 낚아 올렸다.

 

 

 

 "우샤. 일단 이 녀석으로 해볼까? "

 

 조리대 앞에 떨어진 광어는 메즈의 팔뚝크기정도 되는 꽤 큰 사이즈의 광어였다.

 

 "이 녀석을 회 뜨면 된단 말씀이시죠?"

 

 "그래. 거기 네 옆에 있는 게 내 칼들이니 마음대로 써도 좋단다."

 

 "평소에도 이렇게 직접 다 잡아서 회를 뜨시는 건가요?"

 

 "아~ 그럼그럼. 학생들이 먹는 건데 좋은 놈들로 써야지"

 

 일식은 메즈가 자주 찾는 한식과는 다르게 학생들 사이에서 상당히 인기가 많은 메뉴였다.

 

 그렇기에 자동화 된 공장처럼 다 조리된 음식을 그대로 사온다고 메즈는 생각하고 있었다.

 

 아니면 적어도 손질 된 물고기의 살만을 사와서 밥에만 얹어주던가

 

 이렇게 한 마리 한 마리 직접 회를 떠서 그 정도로 많은 학생들의 주문을 그 단시간에 해결하다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럼 뭐 잘 하지는 못하지만..."

 

 메즈는 가장 큰 일식칼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익숙한 솜씨로 아가미에 칼집을 내어 피를 빼고는 대가리를 잘라내고 물로 피를 씻어냈다.

 

 단 한 번에 망설임도 없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학생의 솜씨라고 생각되지 않는 노련함에 요리사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눈 앞에 학생은 기대한 것 이상으로 칼을 쓰는 솜씨가 예리하고 침착했다.

 

 그리고 어디서 배운 칼질인지 엄청나게 화려해 마치 쇼를 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물로 피를 씻어낸 메즈는 곧바로 칼날을 이용해 광어의 비늘을 벗겨내기 시작했다.

 

 비늘을 벗기는 것도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란 걸 요리사는 알 수 있었다.

 

 비늘이 묻은 칼을 한번 물에 씻어낸 메즈는 지느러미를 따라 칼집을 주욱 넣어 잘라냈다.

 

 광어의 갈색 표면 안에 뽀얀 속살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었다.

 

 메즈는 칼을 비스듬히 세우고는 광어의 뼈와 살을 분리해나가기 시작했다.

 

 유안부 좌우, 무안부, 배쪽 좌우 순으로 능숙하기 회를 뜬 메즈는 꼬리부분의 껍질을 잡고는 남아있는 껍질과 살을 분리해냈다.

 

 베테랑 일식집 요리사의 솜씨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능숙하고 날쌘 동작이었다.

 

 마지막으로 완전히 뽀얀 살만 남은 광어 살을 두툼하게 어슷썰기를 마친 메즈의 칼은

 볼팬돌리기를 하는 볼팬마냥 손 위에서 세 바퀴 정도 휙휙 돌더니 처음 있던 자리로 돌아왔다.

 

 

 

 

 짝,짝,짝,짝,짝

 

 메즈가 광어회의 해체를 마치자 지켜보던 요리사는 박수를 칠 수 밖에 없었다.

 

 "훌륭해."

 

 정말로 큰 놀람은 말문을 막히게 하는 법.

 

 지금이 딱 그런 상황이었다.

 

 "자네 이름이 어떻게 되나?"

 

 "메즈라고 합니다."

 

 "좋아! 메즈 학생. 나는 이 주방의 주방장인 '란포'라고 하네. 합격 100% 합격이라네. 축제날 날 꼭 좀 도와줬으면 좋겠네."

 

 요리사 아저씨의 정체는 주방의 가장 으뜸인 주방장이었다.

 

 란포는 메즈에게 악수를 건넸다. 잘 부탁한다는 의미를 담은 악수였다.

 

 "부족한 실력이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저.. 그런데 아르바이트 비는 대략 얼마나..."

 

 '심심치 않게'의 기준은 어디까지나 개인차가 존재하는 단어였다.

 

 하기로 한 이상 정확히 얼마정도일지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란포는 손가락 다섯 개를 쫙 펼쳐 보였다.

 

 

 "일당 5만원인가요?"

 

 몇 시간을 일하는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5만원 정도면 일일 아르바이트로 적지 않은 비용이었다.

 

 "에이~ 학생 내가 그렇게 쪼잔한 사람으로 보여? 시간당 5만원에 식사까지 제공하지."

 

 시간당 5만원이라니... 메즈는 태어나서 그렇게 많은 시급을 받고 일해본 적이 없었다.

 

 "시..시간당 5만원이요?"

 

 메즈 본인도 많이 놀랐는지 본능적으로 말을 살짝 더듬었다.

 

 "아~ 그럼! 이렇게 실력 좋은 요리사한테 그만큼은 줘야지! 왜 그 정도로는 적은가?"

 

 란포는 혹시 시급이 너무 적어서 메즈가 망설이고 있는지 걱정이 되었다.

 

 우연히 찾은 실력 좋은 요리사를 고작 돈 때문에 놓친다는 건 란포의 입장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특히나 일손에 많이 들어가는 축제기간엔 더더욱 그러했다.

 

 

 "할게요! 꼭! 꼭 할거에요!"

 

 메즈는 양 손으로 란포의 손을 꽉 움켜잡았다.

 

 이런 꿀맛 같은 아르바이트를 놓칠 수는 없었다.

 

 "하하하 그거 다행이구만. 그럼 다음 주 월요일 아침에 여기로 날 찾아오게나. 따로 준비해올건 없으니, 편한 복장으로 오고"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건 아까 부탁했던 다진 마늘이랑, 간장, 설탕이네. 부족하면 언제든 말하고"

 

 어느 틈에 준비했는지 란포의 손에 하얀 비닐봉지가 들려 있었다.

 

 봉투를 받아들은 메즈는 생각보다 묵직한 무게에 안을 확인해보았다.

 

 "감사합니다만.. 저 이건..."

 

 아무래도 란포는 메즈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었다.

 

 란포가 건넨 세 가지 조미료는 모두 새 제품들이었다.

 

 게다가 영업용. 그 양이 어마어마했다.

 

 "아하하! 걱정하지 말고 가져가! "

 

 "아... 감사하긴 한데 너무 많아서요. 쓰고 돌려드릴게요."

 

 "그래그래! 또 오렴!"

 

 메즈는 왔던 길을 되돌아 식당 로비로 향했다. 아직 빌려야 할 물건이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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