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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길을 잃은 날에
작가 : 연시
작품등록일 : 2018.12.21

불에 타 죽은 고등학생이 저승에서 길을 잃은 되고
망자인 상태로 과거의 이승으로 돌아가게 된다.

과거에서 펼쳐지는 '오늘' 이야기.


*로맨스판타지 장르로 선택되었지만 '로맨스'가 주는 아닙니다.

 
불길을 걷는 망자
작성일 : 18-12-21 18:02     조회 : 365     추천 : 0     분량 : 3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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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국가대표 선발전을 앞두고 반불구가 되었다.

  보라는 덜컹거리는 버스 창에 머리를 기댔다.

  의자에 비스듬히 세워두었던 목발이 반쯤 흘러내렸다.

  십 년 넘게 함께 해왔던 태권도를 그만두고 돌아오는 길이 저승길 같았다.

  보라는 터져 나오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이마를 창문에 비볐다.

 

  난 이제 무얼 하며 살아야 하지?

 

  비가 쏟아지는 풍경 속에서 언덕을 넘던 버스가 빠르게 방향을 틀었다.

  보라가 눈물을 닦고 고개를 숙였다.

  어느새 집 근처까지 왔다.

  구불구불한 길 탓에 알고 싶지 않아도 절로 알게 되는 사실이다.

  절벽 길을 따라 늘어진 풍경이 절경이었지만, 보라의 관심 밖이었다.

  보라는 내릴 준비를 하기 위해 버저를 눌러두고 목발을 챙겼다.

 

  빠앙-

 

  갑작스럽게 울리는 클랙슨 소리에 놀란 보라가 앞을 바라봤다.

  기사가 욕을 읊조리며 핸들을 꺾고 있었다.

  정면에서 흔들리는 불빛 탓에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눈부심에 손등으로 눈을 가린 것도 잠시, 굉음과 함께 버스가 무언가에 부딪혔다.

  그 충격에 내부에 있던 승객들이 측면으로 튕겨 나갔고 단단한 창문에 균열이 생겼다.

 

  버스가 가드레일에 부딪힌 건 순식간이었다.

  버스 옆으로 중형차가 비틀거리며 빠르게 지나쳤다.

 

  버스는 가드레일을 뚫고 아슬아슬하게 절벽에 걸쳐 있었다.

  좌우로 진자운동을 하는 버스에서 정신을 차린 건 보라뿐이었다.

  보라는 간신히 기둥을 잡고 주변을 살폈다.

  뒷문에 살짝 걸쳐진 땅이 보였다.

  보라는 이를 악물고 천천히 땅을 기었다.

  깨진 창문 파편이 손을 쓸었다.

  찢어진 이마에서 흐른 피가 눈을 타고 흘렀지만 눈을 깜빡이진 않았다.

 

  죽기 싫어.

 

  흐느끼는 보라의 신음은 아무도 들을 수 없었다.

  끼이익.

  길게 울리는 마찰음 소리에 보라는 숨을 참고 그대로 멈췄다.

  제멋대로 뛰는 가슴은 도저히 진정시킬 수 없었다.

  버스가 기울어지고 있었지만, 보라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고 버스가 미끄러졌다.

 

  심장과 몸이 분리되는 느낌은 영원히 지속될 것처럼 보라의 몸을 지배했다.

 

  버스가 절벽 아래로 순식간에 낙하했다.

  땅과 부딪친 굉음은 마치 누군가의 비명 같았다.

 

 

  온 세상이 붉은 연기로 까맣게 지고 있었다.

  보라는 가늘게 뜬 눈으로 겨우 작은 세상을 담다가 사라졌다.

 

  “아파.”

 

  아슬아슬하게 이어진 가드레일 조각이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떨어진 조각은 폭발한 버스 속으로 사라졌다.

 

  “송보라. 19세. 당신은 불에 타 사망하셨습니다.”

 

  차라리 즉사하지.

  왜 온몸이 까맣게 탈 때까지 숨을 쥐고 있던 걸까.

  한참을 탓하다가 보라는 자신에게 말을 건 남자를 바라봤다.

  남자는 가드레일이 사라진 절벽에 가볍게 내려앉았다.

 

  “저는 저승 안내자 천오(1005)입니다.”

 

  보라의 시선에 남자는 싱긋 웃으며 답했다.

  너무 멀끔하게 생겨 이승의 사람과 착각할 정도였다.

  어쩌면 애초부터 저승 사람은 이승 사람과 별반 다를 게 없을 지도.

 

  “저는 죽은 건가요?”

 

  보라는 금방 죽은 사람치고는 초연했다.

 

  “살아계셨다면 제가 보이지 않았겠죠. 죽었다고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재생시켜드릴 겁니다.”

 

  “너무 아파요.”

 

  보라는 천오를 자연스럽게 따르며 까맣게 바스러지는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교복은 형태도 남아 있지 않았다.

  움직이는 먼지가 된 기분이었다.

 

  “재생된다면 지금 느끼는 고통은 모두 잊으실 겁니다.”

 

  “재생이 뭔가요?”

 

  천오는 세 갈래로 나누어진 길 앞에 멈춰 섰다.

  세 갈래의 길 끝에는 이 미터 정도 되는 높이의 문이 자리 잡고 있었다.

 

  “현생의 삶을 마쳤으니 후생으로 영혼을 옮기는 겁니다. 잠시만요.”

 

  천오는 요란하게 울리는 벨소리를 무시하지 못하고 보라에게서 뒤돌아섰다.

  엄지와 새끼손가락을 편 손을 볼에 가져다 대고서야 미소를 지우는 천오였다.

 

  “왜요?”

 

  천오의 엄지에서 무어라 소리치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천오는 깜짝 놀라 몸을 한 번 들썩이더니 헛웃음을 뱉었다.

 

  “천사(1004)님, 저 지금 불에 탄 망자 안내 중입니다.”

 

  천오는 곤란한 표정을 짓고는 보라와 살짝 거리를 벌렸다.

  보라는 세 갈래의 길을 쭉 훑다가 왼쪽 길 끝에 문이 살짝 열린 것을 보았다.

  벌어진 모양새가 꼭 자신을 향해 입을 벌린 용의 머리 같았다.

  보라는 멍하니 열린 문틈 사이의 암흑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고통까지 잊은 듯이 멍한 보라의 정신을 붙잡은 건 천오의 목소리였다.

 

  “죄송합니다. 제가 잠시 어딜 갔다 와야 할 것 같은데 기다려주실 수 있나요?”

 

  천오도 망자를 두고 자리를 비우는 것이 처음이었다.

  천오의 곤란한 표정과 관계없이 보라는 영혼 없는 눈으로 네, 하고선 허락의 대답을 흘려버렸다.

  천오가 가볍게 손짓하자 바닥에서 암흑이 튀어 올라 보라의 발목을 감았다.

 

  “대신 절대로 한 발자국도 움직이면 안 됩니다. 아셨죠? 저 진짜 금방 갔다 올게요.”

 

  보라의 발을 묶어뒀다 해도 경고는 필요했다.

  안내자가 사라진 곳에서 망자는 쉽게 불안 증세를 느낄 수가 있기 때문이다.

  천오는 보라의 표정을 한 번 확인하고 자리에서 순식간에 사라졌다.

 

  보라는 천오가 사라진 침묵의 시간에 잠시 갇혀 있다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보라의 발목을 감싸고 있던 암흑이 진득하게 늘어지다 까맣게 탄 재처럼 흩어졌다.

  속박이 풀린 것이다.

  보라는 초점 없는 눈으로 무언가를 찾다가 뭔가의 홀린 듯이 왼쪽 문을 향해 다가갔다.

  세 갈래의 길에 도착했을 때부터 그 문이 묘한 힘으로 보라를 끌어당기고 있었다.

  보라가 문에 다가서니 문은 환영 인사라도 하듯 크게 아귀를 벌렸다.

 

  고통이 멎는 기분이었다.

  그 안에는 오직 암흑만이 있었다.

 

  보라는 떨며 문 너머로 손을 내밀었다.

  손바닥에서 까만 살갗이 떨어졌다.

  보라는 떨어진 살갗을 따라 시선을 내리다 발을 헛디딜 새도 없이 그대로 암흑 속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눈을 뜬 건 순식간이었다.

  헉, 하는 숨넘어가는 소리와 함께 눈을 떴을 땐 뜨거운 불길과 유독가스가 보라를 반기고 있었다.

  그 열기와 어지러움, 힘이 빠질 듯한 감각은 모두 현실이었다.

  다시 살아난 건가?

  생각을 정리할 시간도 없이 자신을 몰아세우는 불길 속에서 보라는 입을 틀어막았다.

 

  “늘아! 늘아!”

 

  거칠게 무언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보라는 사람의 기척을 따라 몸의 방향을 틀었다.

  일어서려 했지만 무언가에 무겁게 눌린 몸은 쉽게 일으켜지지 않았다.

 

  “여기요!”

 

  보라는 아주 작은 비명으로 자신의 생사를 알리다 그대로 기절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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