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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러블리, 바가지 (부제: 초지대교에서 만나요.)
작가 : 국화언니
작품등록일 : 2018.12.13

박하지; 유독 진상 고객들만 보면 치가 떨린다.
서비스는, 서비스를 받아 마땅한 인성의 소유자들에게만 행하는 게 당연하다.
그래서 오늘도 싸웠다. 비록 그들이 갑이고, 그들에게 고개숙여 '고객님' 소리를 해야 하지만, 그게 뭐.
그래서 더 악착같이 싸웠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진상고객들을 개조시기는 게 하지의 목표다. 지금은 비록,
작은 바다, 대명항에서 새우를 튀기고 있을지언정.

강도연; 성질머리가 보통이 아닌 여자와 얽힌 건, 인생 최대의 실수였다. 어린 동생 이연이가 자꾸 그 여자를 닮아 가는 것도 점점 두려워 진다. 안되겠다. 이연이를 위해서라도 저 여자의 성질머리를 고쳐놔야겠다. 불가능은 없다, UDT 대원 출신이자 세상 두려울 것 없는 해경특공대 명예를 걸고 반드시. 자꾸 말려들지만, 자꾸 유치해 지지만,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불가능은 없다. 그게 도연의 새로운 목표다.

 
13.고요한 초지대교를 보는 시간
작성일 : 18-12-21 10:27     조회 : 242     추천 : 1     분량 : 3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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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지금 바로 숙소로 복귀하실 겁니까?"

 

 횟집을 나서며 중헌이 묻자 도연이 고개를 저었다.

 

 복귀할 땐 하더라도 일단 이연이가 집에 잘 들어왔는지는 확인해야했다.

 

 횟집문을 열고 밖으로 나서자 마자 튀김 냄새가 진하게 풍겨왔다.

 

 2층 횟집보다 1층 새우튀김이 더 유명하다더니 든든히 먹었음에도 고소한 튀김 냄새가 싫지 않았다.

 새우 튀김 한 접시에 시원한 맥주를 먹으면 고된 훈련에 쌓인 피로와 무던해진 외로움, 그리고 이연이에 대한 서운함이 절로 가실 것 같은데.

 

 "다음에는 회 말고 튀김 먹는 거 어떻습니까?"

 

 중헌도 도연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은지 연신 튀김집으로 시선이 향했다.

 

 "내 말이. 맥주 마실 수 있는 날 오자. 이연이도 데리고. 이연이가 또 튀김을 좋아하거든."

 

 "튀김을 좋아하는 이연이는 같이 먹으러 올 사람 있으니까 선배님 걱정이나 하십쇼. 어차피 우리는 또 둘이 오게 될 것 같은데."

 

 이연이 걱정 못말리십니다.

 

 중헌이 혀를 차며 덧붙였다.

 

 "그냥 바로 숙소로 복귀하시지 말입니다. 여기서 초지 대교 건너면 영종도 금방입니다."

 

 "복귀하더라도 집에는 잠깐 들러야지. 옷도 갈아입고, 그보다 이연이 복귀 확인하러. 너는?"

 

 "저야 뭐 선택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선배님이랑 같이 복귀하려고 했습니다."

 

 "그래? 잘됐네. 그럼 너도 우리 집에 잠깐 들렀다 같이 들어 가자. 오랜만에 이연이도 보고."

 

 "저 가도 되는 거 맞습니까? 이연이 무서운데."

 

 "그치? 이연이가 좀 많이 까칠하지?"

 

 "까칠한 정도가 아닙니다. 이연이한테 잘못 걸리면 그 날로 아작날 거 같습니다."

 

 중헌이 부르르 떨었다. 도연과 군 생활을 하는 내내, 그리고 전역 후에도 줄곧 같이 지내고 있는 터라 중헌도 도연의 가족과는 제법 친분이 있는 편이었다.

 

 이연이가 꼬맹이던 시절에는 주말마다 부대에 있는 제 오빠 숙소에 놀러와 자고 가곤 했으니 도연만큼은 아니지만 중헌에게도 이연은 가까운 친척 동생 쯤, 아니 그 이상이었다.

 

 말이 가까운 친척동생이지, 요즘은 얼굴을 통 못 본데다 볼 때마다 톡톡 쏘아 붙이니 어느새 이연이는 말을 걸기도 무서운 존재가 되어 있는 게 사실이긴 했다.

 

 "뭐야. 둘이 세트로 땡땡이 치고 놀러 온 거야?"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이연이의 살벌함을 논하다 보니 어느새 도연의 집이었다.

 

 들어오긴 일찍 들어왔는지 편한 차림으로 쇼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던 이연이 제 오빠와 같이 들어서는 중헌을 발견하곤 벌떡 일어섰다.

 

 "땡땡이는. 쉬는 날이라 온 거지. 오랜만이다, 이연아. 잘 지냈지?"

 

 "헐. 오빠도 우리 집에서 자고 가게?"

 

 "아냐, 아냐, 우리 다시 갈 거야. 잠깐 들린 거야. 부모님 계시지? 부모님께 인사나 좀.."

 

 "없어. 엄마, 아빠 아직 안 왔어."

 

 콧방귀를 흥 하고 뀐 이연이 도로 쇼파에 털썩 앉아 텔레비전으로 시선을 돌리자 중헌도 휴우, 낮은 한숨을 뱉어냈다.

 

 저 어린 것 한마디에 팍 긴장하는 자신이 퍽이나 우스웠다.

 

 "넌 언제 들어왔어? 영화는 재미있었어?"

 

 이연의 편한 옷차림을 보며 안도하던 도연이 중헌을 거실에 앉히며 입을 열었다.

 

 아직도 안 들어왔으면 하준인지 뭔지 하는 녀석을 가만 안 뒀을 텐데.

 

 "응. 재밌더라."

 

 언제 들어왔냐는 질문엔 답도 않은 채 이연이 영혼 없는 대답을 뱉어냈다.

 

 "다행이네. 너 언제 들어 왔냐구. 일찍 들어왔어?"

 

 "일찍 들어왔으니 지금 여기 있지! 이제 겨우 초저녁이구만!"

 

 귀찮음이 가득 묻어나는 짜증 섞인 대답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기에, 일찍 들어왔다는 사실만으로도 도연은 그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궁금해서 물어봤어. 저녁밥은?"

 

 "안 먹어."

 

 "왜? 배 안 고파?"

 

 "나 살 빼느라 저녁 안 먹는거 몰라? 오빠들도 밥 먹을 거면 나가서 먹고 와. 밥 없어."

 

 "니가 뺄 살이 어딨다고."

 

 한마디 더 보태면 또다시 팩! 하고 쏘아붙일 게 뻔해 도연은 입을 다물었다. 더 솔직히는 눈치도 없이 이연의 코앞에 밥을 들이밀 것 같아 불안해진 중헌이 도연의 옆구리를 쿡 찌른 거였지만.

 

 "어머니 많이 늦으신대? 너 혼자 있을 수 있어?"

 

 "내가 애냐? 빨리 가. 탈영으로 확 신고하기 전에."

 

 "우리가 무슨 군인이냐? 탈영으로 신고하게."

 

 "와, 선배님, 이연이 입에서 더 살벌한 얘기 나오기 전에 빨리 가야될 것 같습니다. "

 

 "그럼 오빠 간다. 문 잘 잠그고."

 

 "어. 빨리 가. 아니, 잠깐만! 기다려 봐!"

 

 여전히 시선은 텔레비전에 고정한 채 입만 벌려 대꾸하던 이연이 철컥 하고 열리는 현관문 소리에 다시 벌떡 일어섰다.

 

 "잠깐만. 다시 들어와 봐."

 

 "왜? 혼자 있기 무서워?"

 

 "그게 아니고, 있잖아, 신고 안 할게."

 

 "뭐?"

 

 "오빠들 탈영으로 신고 안 한다고. 대신, 내 부탁 좀 들어줘."

 

 언제 까칠했냐는 듯 얼굴엔 배시시 미소까지 머금은 이연이 현관에 얼어붙은 듯 서 있는 도연과 중헌의 손목을 잡아끌었다.

 

 어쩜 얘는 기분이 1초에도 이렇게 여러 번 바뀌어 대는 걸까.

 

 이연에게 붙잡혀 다시 집 안으로 끌려 들어오면서 도연도 중헌도 속으론 온통 그 생각뿐 이었다.

 

 "무슨 부탁인데?"

 

 "내일 우리 밥 좀 사줘."

 

 "우리? 우리가 누군데?"

 

 "나랑 하준이."

 

 배시시.

 

 또다시 이연이 얼굴에 수줍은 미소가 피어올랐다.

 

 아, 이게 흔히들 말하는 여자의 두 얼굴이라는 걸까.

 

 어쩌면 도연이 그 나이 먹도록 이렇다 할 연애를 못하는게 당연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 중헌이었다.

 

 

 **

 

 늦은 오후에 가게로 끌려나온 하지가 3층 제 방으로 풀려난 건 가게가 마감을 하고도 한참이나 지난 뒤였다.

 

 김장철에, 단풍철에, 새우까지 제철을 맞아 연령대도 골고루 섞인 관광객들로 대명항이 연신 북적여 댄 탓이었다.

 

 "엄마, 나 확 서울로 올라가기 전에 주말알바를 한명 더 구하는 게 어때?"

 

 "요식업계에서 주5일, 그것도 평일만 근무하겠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는 거 모르겠니 따님아?"

 

 "엄마가 뭔가 착각을 하시나 본데, 저는 요식업계 종사자가 아니고 의료서비스.."

 

 "의료서비스직에 종사하셔서 입사 하는 데마다 고객 컴플레인으로 잘리셨구요? 으이구, 너는 복 받은 줄 알어라. 네 나이에 한꺼번에 가게 두 채나 운영하는 금수저가 또 있는 줄 알아? 얌전히 장사나 배워. 외할머니 꿈이 대대로 대명항의 큰 손이 되는 거랬어. 손님이랑 싸우지 좀 말고."

 

 하지를 향해 혀를 끌끌 찬 엄마가 2층으로 향했다. 튀김집보다 한시간 먼저 마감한 횟집의 문단속을 확인하고 다시 1층으로 내려와 튀김집 문단속을 하면 길었던 하루 장사도 진짜 끝이었다.

 

 하루의 끝자락, 가게 안 손님들도 한 두 테이블만 남고 비워지기 시작하면 엄마는 가게 직원들 퇴근부터 챙겼다.

 

 3,40분 일찍 퇴근하는 게 별 거 아닌 것 같아도 직원들한텐 귀한 시간이라며 하지의 아빠는 직원 퇴근 차량까지 운행하고 계셨다.

 

 아래,위층 합쳐서 열 명도 넘는 직원들을 집근처까지 일일이 데려다 주고 나면 아빠의 퇴근시간은 늘 새벽 한 가운데였다.

 

 '뭘 그렇게까지 해? 월급 받으면서 일하는 건데.'

 

 라고 하기엔, 하지 외할머니 때부터 가게의 동고동락을 함께해 온 사람들이었기에 하지네 식구에겐 더없이 소중한 이들이었다.

 

 마치 이모처럼, 삼촌처럼, 가장 가깝고 또 익숙한 사람들이었다.

 

 '가게의 가장 중요한 고객은 함께 일하는 우리 동료들' 이라는 외할머니의 뜻을 하지도 조금씩 이해하는 중이었다.

 

 "푹 쉬어. 그리구 내일도 좀 부탁해, 하지야."

 

 "엄마! 내일도 주말이거든!!"

 

 "시급 세배줄게."

 

 건물의 반대편, 3층 하지네 집으로 한번에 이어진 계단 입구에서 엄마가 두둑한 지갑을 흔들었다.

 

 1.5배도 아니고 두배도 아니고 세 배를 준다니,

 거절할 이유가 없다.

 

 주말에 나갈 데가 있는것도 아니고.

 

 그래도 최대한 곤란하고 난처해 보여야했다. 그래야 시급 세 배를 똑똑히 받아내지.

 

 "할 수 없지, 뭐. 약속 취소해야지. 가게도 바쁜데."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인 하지가 힘겨운 척 계단을 올랐다.

 

 빨리 씻고 방에 들어가 커튼을 치면, 고요한 초지대교가 하지를 맞아줄 시간이었다.

 

 "고마워, 우리딸."

 

 힘들지도 않은지 하지의 뒤에서 활기차게 계단을 오르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렇게 열심히 사는 부모님을 위해서라도 손님들이랑 싸우면 안되는데.

 

 내일도 제발 아무일 없기를.

 

 방으로 들어서는 하지의 표정이 제법 진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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