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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Pay first.
작가 : 바울
작품등록일 : 2018.12.1

인기 없는 작가와 찌질한 팬의 아슬아슬한 관계 유지.

 
#15
작성일 : 18-12-20 23:58     조회 : 300     추천 : 1     분량 : 5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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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15.

 

 

  - 고아 씨 (21)

 

  익숙한 천장이다. 오후 햇빛에 수수하게 물든 저 좁은 천장. 신기한 일이다. 집으로 돌아온 기억이 없는데. 이게 으레 말하는 회귀본능이라는 건가 보다. 몸 전체에 닿는 이불의 촉감이 부드러워 손끝 하나 움직이고 싶지 않다. 옷은 또 언제 벗었더라. 설마하니 잔뜩 취한 와중에 샤워라도 했던 걸까. 베개에 남은 분 자국이 보인다. 고아 씨는 내가 그렇게까지 대단한 사람은 아니지 하며 납득한다.

 

  얼마나 조용한지 이따금 바스러지는 이불 소리까지 들린다. 심장은 아주 천천히 뛰고 있다. 눈을 감고 어제를 생각한다. 승아와 만나고, 바에 가고, 토하고, 바에서 뛰쳐나오고, 그리고.. 그 후의 기억이 전혀 나질 않는다. 정신 못 차릴 정도로 마시고 기억 간수도 못 하는 건 멍청이들이나 하는 짓이라 여기며 살아왔다, 멍청이 중 하나가 된 기분이 썩 달갑지 않다. 뭣 때문에 이런 멍청이가 된 걸까. 박 사장님 탓인가? 차라리 박 사장이 자신에게 아는 체하지 않았다면 이럴 일이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나중에 자연스럽게 찾아갔다면 그렇게나 마시지는 않을 텐데. 탓할 대상은 오르고 올라 규리와 승아를 거치더니 결국은 자신에게 돌아온다. 4년 전에 팬 미팅 하지 말 껄. 부질 없는 후회다.

 

  빳빳하게 굳은 몸을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 몰려있던 피가 쏠리며 어지러움과 숙취가 한 번에 찾아왔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성한 곳이 없다. 생각도 못 한 아픔에 눈물이 찔끔 터졌다. 어제 대체 뭘 했길래 온몸이 쑤시는 건지 모르겠다. 눈에 보이는 건 다 때리고 부수기라도 했던 걸까. 고아 씨는 한참을 엎드려 신음한다. 누가 들을 일도 없으니 괴상한 소리도 서슴없이 지른다. 그 덕에 고통이 조금이나마 줄었다면 몰라도, 별 의미 있는 짓은 아니었다. 그저 긴 시간을 혼자 감내할 뿐이다.

 

  고통에 익숙해지자 슬슬 주변이 보인다. 엉망이 된 이불과 나체를 비추는 거울. 널브러진 옷가지들. 강승아. 커튼 너머 비치는 햇살. 강승아. 발이 닿는 곳, 저 끝에 누운 강승아.

 

  허.

 

  아무리 술에 취했어도 그렇게나 사리분별을 못 했다니. 솔직히 웃기다. 실소가 터진다. 같은 침대 위의 강승아라니. 내가 그렇게나.. 급했나. 설마, 그럴 리가 없지.

 

 

  - 강승아 (20)

 

  지금은 건들지 마. 너무 피곤해. 엄마 나 진짜 피곤해. 발로 차지 마. 제발 좀.

 

  비몽사몽간에 나 좀 내버려두라며 중얼거린다. 그러자 발길질이 더 거세지더니 아예 침대 밖으로 밀어낸다. 쿵 하는 둔탁한 소리를 냈다. 자기 몸뚱이가 떨어졌으면서도 남의 일인 양 무감각하다. 알았어. 일어날게. 일어나면 되잖아. 기중기로 바위를 들어 올리듯 기괴하게 상체를 세운다. 침은 왜 이리 흘렸는지 입이 바짝 말랐다. 눈이 퉁퉁 부어서 떠지질 않는다. 옷으로 대충 입을 닦으며 눈을 비빈다. 이제야 슬슬 보인다. 이불을 쇄골까지 끌어 올린 고아 씨가.

 

  그의 눈이 퉁퉁 불다 못해 상한 게 아니라면 분명 고아 씨가 맞다. 이 사람이 왜 내 침대에서 농성하고 있는 걸까. 심지어 저런 모습으로. 보기는 좋다만 현실감이 없다. 아, 여기 내 집 아니구나. 내 집엔 전신 거울 같은 거 없지. 그제야 이해가 간다.

 

  ".. 그만 좀 쳐다볼래요?"

 

  당연한 말이다. 하지만 이런 기회가 또 언제 있다고. 미안합니다 작가님. 잠깐만 더 잠에 취한 척할게요.

 

  "싫어요."

 

  잠에 취한 것치곤 대단히 또박또박한 말이다. 눈을 가늘게 뜬 건 절대 흐릿해서가 아니다. 부은 눈이 자꾸 가라앉으려 할 뿐이다.

 

  기묘한 대치상황이 이어진다. 먼저 포기한 쪽은 고아 씨다. 푹 누워버리고는 이불을 목까지 끌어 올린다. 하긴 제대로 가리기엔 그게 제일 낫지. 그런 생각을 하며 승아도 도로 벌렁 자빠진다. 침대 밑이 보이는 이곳도 나름 안락한 것 같다. 겨울이지만 햇볕이 꽤 따뜻하다. 그냥 이러고 대화하는 게 좋겠다. 피차 일어나기엔 피곤할 게 뻔하니.

 

  "승아님. 제가 왜 벗고 있나요 이 변태 새x야?"

 

  아, 술이 깨고서도 대놓고 욕할 줄 아는구나. 괜스레 안심이 된다. 술에 잔뜩 취해서 이상해진 게 아니라, 그냥 속에 있는 게 튀어나온 거였다. 하지만 옷에 손을 댄 건 승아가 아니다.

 

  "글쎄요, 작가님 침대에 눕혀 드릴 땐 분명히 입고 계셨는데. 변태요정이 다녀갔나."

 

  침묵. 눈에 보이진 않지만 고아 씨가 믿는 것 같진 않다. 하긴 누워있는 쪽이 승아였대도 안 믿을 소리다. 어제 새벽, 고아 씨를 침대에 눕히고 자신은 그대로 쓰러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본인이 벗은 게 확실하다. 기억 못 하는게 분명한 발언을 하는 걸 보니, 무죄를 밝히는 건 승아의 몫이 될 것 같다. 한 증거도 아니고 하지 않은 증거를 찾아야 한다니, 꽤 힘든 일이 될 것 같다.

 

  "... 여긴 어떻게 들어왔어요?"

 

  "업혀 있던 작가님이 비밀번호 알려 주셔서 들어 왔죠. 그 다음에 제 어깨에 토하셨는데 기억하시려나 모르겠네요."

  또 다시 침묵. 어제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곰곰이 떠올리려는 게 분명하다. 얼마나 기억 하고 있을 지 모르겠다. 자기한테 불리한 건 다 잊어버렸을지도 모르겠다. 저 옆에 주인과 함께 드러누운 휴대폰이 보인다. 습관적으로 손을 뻗으려다 멈칫한다. 아, 생각해보니 아르바이트 출근 시간에 한참 늦었다. 벽에 걸린 시계가 네 시간은 더 지났다며 친절히 알려주었다. 휴대폰 확인하기가 무섭다. 자고 일어났더니 부재중 전화에 문자 폭탄이라니, 생각만 해도 호러다. 잡는 대신 저 구석으로 밀어버린다. 고민거리는 눈에 안 보이는 게 제일이다.

 

  "그럼, 내가 불렀다고요?"

 

  오해의 여지가 없는 대답을 찾아본다. 차근차근 정리해봐야겠다. 땅바닥에서 데굴데굴 구르던 고아 씨부터 시작할까.

 

  "정확히 집으로 부른 건 아닌데.. 작가님 술 잘 드시나 봐요. 편의점 테이블에 맥주가 한가득 이던데. 그것도 제일 약한 걸로. 내가 보기에 작가님은 술에 취한 게 아니라 배가 터지기 직전이라.."

 

  "닥쳐요."

 

  기억이 났을까, 아니면 그냥 쪽팔려서 끊은 걸까.

 

  그 어떤 곳 보다 일상에 가까운 그곳에서, 두 남녀는 마음껏 비일상에 빠져 있었다.

 

  저 밖에서 꼭 아침마냥 새가 지저귄다. 한 마리가 아니었는지 곧 풍성한 소리로 커진다. 전혀 다른 세상에 있는 기분이다. 이곳이 맘에 들수록 현실로 돌아갈 생각은 멀어진다. 늦은 아르바이트든 이 상황이든, 어떻게 수습할까 하는 걱정도 외면한다. 새 울음소리에 맞춰 콧노래를 불렀다. 이따금 될 대로 되라며 흥얼거리기도 한다. 고아 씨는 여전히 아무 반응이 없다. 한참 후에, 이번엔 승아 쪽에서 질문한다.

 

  "왜 그렇게 많이 마셨어요?"

 

  잠시 이유를 생각하는지 말이 없다. 그래도 답하는데 오래 걸리진 않았다.

 

  "글쎄요. 왜 그렇게 마셨을까."

 

  승아는 대충 그렇군요 하며 넘겨버린다. 말하기 싫으면 하지 말라지.

 

  휘청휘청 일어나선 침대 끄트머리에 앉는다. 담배를 하나 꺼내서 얼굴만 나온 고아 씨에게도 하나 권한다. 담배를 보고 있으면서 몸에는 미동도 없다. 안 피겠다는 뜻인가. 아, 알겠다. 입술까지 가져다주니 그제야 마냥 물고 있다. 정말이지 승아에겐 손톱만큼의 면적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이해 못 할 건 없다. 그래서 불까지 붙여주었다. 고아 씨는 자연스럽게도 한 입 크게 마시고는 승아를 향해 뱉는다. 그리곤 잔뜩 째려본다. 이 작가님 악취미하고는. 고개 한 번 저어주고는 본인 것에도 불을 가져다 대려다, 더 좋은 생각이 들었다.

 

  몸을 돌리고 엎드리듯 손을 짚었다. 그리고 고아 씨의 얼굴에 아주 천천히 다가간다. 역시 고아 씨라고 해야 할지, 놀라는 기색 하나 없다. 더 가까이 오면 담뱃불로 지져버리겠다는 듯 위협적으로 꽁초를 까딱댄다. 고아 씨라면 정말 그럴 것 같아 겁나긴 하지만, 조금은 더 다가가도 될 것 같다. 더 가까워지는 만큼, 심장은 더 빠르게 뛴다.

 

  이 여자도 사람인지라 조금 부은 얼굴이긴 하지만, 예쁘기는 정말 예쁘다. 심지어 붓기 때문에 생긴 저 볼살마저 귀엽다. 이제 눈과 눈 사이는 20센치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얼마나 가까운지 승아의 그림자로 덮인 저 목에 힘이 들어간 게 훤히 보인다. 여기까지가 마지노선인 모양이다. 이 이상 다가갔다간 화상이다. 승아는 입만 움직여 담배를 고쳐 물고, 끝 부분을 고아 씨의 것과 맞춘다. 승아의 담배에도 불이 붙었다. 살짝 미소 짓는다. 이 정도면 고아 씨라도 조금은 긴장했을까. 딱 하나 확실한 건, 장난친 사람의 심장은 죽어라고 요동치고 있다.

 

  고아 씨의 담배가 빠르게 타들어 간다. 그리곤 앙다문 저 입술에서 강한 바람을 분다.

 

  콜록. 콜록.

 

  면전에 담배 연기를 뿜은 사람은 더는 흥미 없다는 듯 고개를 돌린다. 승아는 간신히 담배를 옮겨 잡고 고통스러워 한다. 아주 제대로 먹혔다. 승아에게도, 고아 씨에게도.

 

 

 - 이규리 (1)

 

  박 사장에게 울며불며 있었던 일을 고백했다. 박 사장은 계속 괜찮다고만 했다. 토사물을 치우며 네 잘못이 아니라며 쉼 없이 다독였다. 그러고도 울음을 그치지 못한 규리에게 결국 귀가를 명했다. 심지어는 아예 괜찮아질 때까지 쉬고 오라는 말도 덧붙였다.

 

  안타깝지만 박 사장에게도 고아 씨의 전화번호는 없었다. 굳은 머리를 쥐어짜 봐도 연락할 만한 방법이 없다. 알고 있는 모든 사이트에 고아 라는 이름을 검색해봐도 만족스러운 결과는 없었다. 전화번호는 아니어도 필명 하나 물어보지 않은 자신이 원망스럽다. 기어이는 마지막 선택으로 다 잊어버리겠다며 수면제를 먹었지만, 잠에 깨고 나서도 당시의 표정만은 생생하다.

 

  배신감은 아니었다. 그 얼굴은 후회에 가까웠다. 규리를 믿은 후회. 무턱대고 아닐 거라 자위해봐도 다른 해석이 나오진 않는다. 차라리 딴 데라도 보고 있을 걸, 아니면 직접 보여주기 전에 화제를 돌릴 걸. 어쩌면 애초에 솔직하게 말 해야 했을지도 모른다. 사실 웃을 때 다 봤다고.

 

  표정을 일그러뜨리지 않으려 최선을 다 했다. 그런데도 순간적으로 새어나왔다. 술에 취하긴 했어도 분명 날 믿고 보여준 걸 텐데. 그 믿음을 무참히 짓밟아버렸다.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다. 정말 잘 어울린다고 말해주려고 했다. 섹시하다고. 그런 걸 콤플렉스로 생각할 필요도 없다고.

 

  죄책감에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 같다. 미안해요 언니. 정말 미안해요.

 

  무슨 일이 있느냐는 부모님의 말도 무시하고, 여전히 베개에 얼굴을 묻고 있다. 두껍게 친 커튼에 햇살이 들어오지 못한다. 온 세상에서 유일하게, 이 방만은 여전히 그날 밤이다.

 

 .

 
작가의 말
 

  업로드 직전에 노트북이 다운되는 바람에 늦을 뻔 했네요. 돈 생기면 노트북부터 사야겠습니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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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하객 18-12-21 04:12
 
그것 참... 뭐라고 표현해야 하나.... 하여튼 절묘한 장면이네요. 고아씨 어떻게 수습하시려고.... 다음 회 뜨면 계속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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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울 18-12-22 21:49
 
가끔은 수습 못 할 상황도 있겠죠?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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