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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공포물
친구네 별장 (공포 단편)
작가 : BIUS
작품등록일 : 2018.12.20

어릴적의 주인공이 중학교 시절,
친구네 별장에서 겪었던 기묘하고 무서운 이야기.

 
진서네 별장
작성일 : 18-12-20 22:29     조회 : 312     추천 : 0     분량 : 7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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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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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힘들었던 2학기 기말고사가 끝이 나고, 중학교에는 긴 겨울방학이 찾아왔다.

 

 여름이야 계곡으로 피서를 가던가 수영장을 가면 그만 이었지만 겨울에는 뭘 하면 좋을까 고민을 하게 되었다.

 뭐긴 뭐야, 집구석에서 방콕이지! 라며 떠들던 석현도 이번 겨울방학은 그리 보내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석현에게서 연락이 걸려왔다.

 

 "어 영준아, 나 석현인데"

 "왜?"

 "겨울방학인데 어디 놀러갈 데 없냐?"

 "킥킥 왜, 심심하냐?"

 "휴- 엄마가 바깥 공기좀 쐬란다"

 

 석현과 나는 영양가도 없는 잡담을 늘어놓으며 킬킬댔다. 뭐 그리도 좋은걸까, 지금 생각해도 웃기지만 어릴때는 방학이면 절로 웃음이 나오던 시절이었다.

 누구의 방해도 없는, 오로지 아이들만의 세상이 되는 방학.

 우리 부모님은 방학 때 만큼은 크게 터치가 없어서 친구네 집에서 외박도 가능했다.

 그건 석현이네 부모님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우린 방학이 될 때면 늘 같이 붙어 여행을 다니곤 했다.

 

 한동안 말을 않던 석현이 무언가 떠오른듯 소리쳤다.

 

 "아 맞다! 이번에 새로 전학 온 애 있잖아. 진서라고, 걔랑 말 트면서 좀 친해졌걸랑. 걔네 집이 별장 하나를 가지고 있다던데 어때? 이번 방학 되면 놀러 오라고 했거든"

 

 "뭐? 진서? 나 걔랑은 별로 안 친한데.."

 

 "야, 야, 괜찮아. 분위기는 내가 다 만들어 줄게"

 

 진서네의 별장이란 말에 흥이 좀 떨어졌으나, 확실히 석현은 반의 분위기 메이커로 활약하고 있는 관종 중의 관종이었다.

 그래 뭐, 진서가 말수가 없고 조용할 뿐이지 나쁜 아이는 아니니깐.

 게다가 석현의 화려한 말빨과 추임새의 제왕인 내가 곁들여진다면 누군들 안 변하랴.

 

 우린 기쁜 마음으로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이야기 꽃을 피웠다.

 

 

 

 ***

 

 

 전날 밤, 석현이 진서네 집에 연락을 해 봤다는데 다행이도 진서네 부모님은 흔쾌히 허락을 해주셨다고 했다.

 나야 뭐 말할것도 없고, 석현이네 부모님도 잘 다녀오라며 배웅까지 해주셨다고 한다.

 그렇게 정해진 약속 장소는 진서네 집.

 

 애들이 다 모였을테니 빨리 가야겠다.

 

 "엄마 다녀올게"

 

 "그래, 잘 갔다 와 영준아"

 

 내가 막 문 앞을 나서려 하는데 발발이가 뛰어들어선 사납게 짖어대었다.

 아니, 이 개가 갑자기 왜 이래?

 

 "야 발발아 좀 비켜 봐!"

 

 "컹컹!!! 컹컹!!!"

 

 난 약속시간이 늦을까 발발이를 옆으로 치워놓고 황급히 집을 빠져나왔다.

 

 

 석현과 진서는 집 대문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석현의 헤 벌어진 표정으로 봐서 뭔가 진기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것 같았다.

 

 "야, 뭔 얘기를 그렇게 재밌게 듣냐?"

 

 원래 "하냐?"라고 하는게 어감상 맞지만 진서와의 친분이 없던 나는 석현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석현은 흥분한 목소리로 말한다.

 "야, 진서 개 쩌는데? 진서 죽은 사람을 볼 수 있대"

 "뭐? 죽은사람이면 귀신?"

 

 "그래, 그래, 별장에 귀신이 하나 산다는데, 그래서 보통 아이들 같으면 잘 안 온대나봐. 너랑 내가 처음이래!"

 

 석현이 이자식 뭐지..?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

 

 "야, 넌 이미 알고 있었냐"

 

 "으 응? 뭐, 뭐가?"

 

 이 자식 역시, 내겐 그런 사실을 숨기고 진서네 별장에 놀러가자고 한거다. 귀신이 있다는 그 별장에.

 

 "야, 너 그런게 있었으면 미리 얘기를 해줬어야 할거 아냐. 장난하냐? 그런 귀신 들린 별장에.."

 

 난 진서의 눈치를 살피다, 석현의 목덜미를 잡고 구석에 가서 속삭였다.

 

 "미친 새끼야. 그런 별장에 갔다가 봉변이라도 당하면 어쩌려고?"

 "응? 너 귀신같은거 안 믿잖아?"

 

 뜨끔하는 마음에 대답 할 수 없었다.

 난 오컬트 같은것에는 관심이 많았으나 사실 귀신이니 원령이니 하는 존재는 믿지 않았다.

 하지만 자칭 영 능력을 가졌다는 아이가 그런 말을 한다는게 좀 수상쩍고 꺼림칙 하다는거다.

 진서 녀석, 전학생 때도 그 첫 마디 때문에 왕따를 당한 거였지.

 

 "아니, 내가 귀신을 믿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내 기분에는 충실한거 알잖아. 난 찝찝하고 꺼림칙하면 가기 싫어. 기분 나빠서 싫다고"

 

 "에이...그러지 말고 가자. 기껏 준비 다 해놨는데? 쟤들 부모님들도 전학 간 자식이 친구 생겼다고 좋아하시고 계신데 어떻게 안 간다고 하냐?"

 

 "으..."

 

 "가자!! 영준아!"

 

 "에이씨.. 알았어, 알았다고"

 

 

 우린 진서네 어머님이 태워주신 지프 차를 타고 별장을 향해 달렸다. 진서네 아버지는 무당이신 분으로, 벌써 일을 나가 계셨다.

 

 차량은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산골 깊은 곳 까지 꽤 들어갔다.

 가끔씩 덜컹거리는 차체 때문에 바깥 풍경을 즐길 여유는 되지 못했다.

 

 지프 차는 언덕길을 올라 통나무로 지어진 복층의 별장 앞에 멈춰섰고, 차에서 내린 석현과 나는 감탄하며 풍경을 둘러보았다.

 

 "야, 여기 좋다 진짜로. 대박인데?"

 "진서네 집 엄청 잘 사는구나.."

 

 앞으로 펼쳐진 호수를 보며 우리는 감탄사를 연발하였다.

 하지만 진서는 묵묵히 우리의 가방을 챙겨 별장 안으로 옮기고 있었다.

 이럴 땐 옆에와서 좀 우쭐 거리기라도 하던가 자랑이라도 좀 하지. 왜 저렇게 비즈니스적일까.

 단지 매너가 좋은것 뿐일까?

 

 그 모습이 켕겼던 나는 석현의 어깨를 툭툭 건드렸다.

 "야, 야. 진서 혼자서 다 하고있다. 좀 도와주자"

 "...."

 

 "야, 뭐해?"

 "저기... 호수에 저거 뭐냐?"

 

 석현은 호수쪽으로 손가락을 가리켰고 그 끝에는 알 수 없는 형체가 나룻배에 가만히 올라 타 있는 모습이 보였다.

 거리가 너무 멀어서 희뿌연 실루엣으로 보였지만 그건 확실히 사람이었다.

 

 근데 뭔가 좀 이상했다.

 

 산발이 된 머리라 치기에는 머리칼이 사방을 향해 방사 선형으로 일정하게 뻗어 있었다.

 그리고 일체의 미동도 없이 가만히 서 있기만 하였는데, 왠지모를 서늘함에 등줄기가 오싹했다.

 

 '뭐지? 저거... 지금 우릴 보고 있는건가?'

 

 석현이에게 하려던 말을 속으로 읊어보던 중, 누군가 우리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으아악!!!"

 

 석현과 내가 뒤를 돌아보자, 그곳에는 턱수염이 지저분하게 자란 한 사내가 서 있었다.

 엄청나게 피곤해 보이는 눈에, 퀭 해버린 몰골..

 사람 얼굴이 이럴 수도 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누..누구세요?"

 "....."

 

 우리의 물음에도 답하지 않고, 그는 그저 놀랐다는 눈빛을 보인다. 마치 진귀한 먹잇감이라도 본 것 처럼.

 

 "형! 아니 좀 들어가 있으라니깐"

 

 그 사내의 몸이 휘청한것은 진서가 그를 붙들고 난 후였다. 진서 아니었다면 진짜로 1시간이고 1년은 서 있을 것만 같았다.

 

 "미안.. 우리 형이 음...좀...많이 놀랬지?"

 

 진서는 형이라고 부른 사내를 별장 안 까지 밀어넣은 후, 미안하다며 연신 사과를 하였다.

 솔직히 진서가 사과할 입장도 아니었고 진서가 미안해 할 입장도 아니다.

 그런데 왜 자기가 사과를 하는거지?

 

 그런데도 석현이 녀석은 여전히 정신 못 차린 모양이다.

 

 "야, 영준아. 뭔가 존나게 흥미진진하지않냐? 오늘 진짜 재밌겠는데?"

 

 후.. 이제는 입장이 바뀌어버린건가, 속삭여 말하길 망정이지 이제는 진서가 상처를 받을까 그게 염려가 되었다.

 

 

 ***

 

 

 진서네 부모님은 잘 놀다가라며 인사한 뒤 별장을 떠났다.

 

 그럼 이제 별장에 남은것은 나, 석현, 진서...그리고 아까 전 진서가 형이라고 불렀던 그 사람까지 해서 총 4명,

 아무래도 그 형이 있었기 때문에 진서네 어머님도 돌아가신 것 같았다.

 그 장남인지 모를 사람에게 애들을 맡기겠단 마음이었겠지..

 

 근데 그건 좀 아닌것 같다. 아까 그 상태를 직접 봤냐고? 완전히 동공이 풀려서는 이 세상 사람같지 않은 눈으로 우릴 내려봤단 말이야.

 전혀 사람같지가 않았다고.

 

 자갈밭 마당에 우두커니 서 있는데, 석현과 진서는 어느새 별장 문 앞에 서서는 나를 향해 손짓했다.

 

 "야 영준아 뭐해? 들어 가자 빨리"

 

 "아.. 응 알았어"

 

 난 별장을 향해 뛰었다.

 

 

 

 집은 으리으리 했다.

 

 딱 들어섰을 때 정면으로는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였고 왼편은 거실, 오른편은 부엌이 보였다.

 거실의 앞 벽면 부분에는 문 두개가 달려있었는데 오른쪽이 화장실, 왼쪽이 진서의 방이었다.

 부엌은 딱히 설명할거 없이 그냥 무난하다.

 

 "야, 이건 별장이 아니라 거의 집인데? 2층도 가봐도 되냐?"

 

 석현이 감탄하며 2층으로 올라가려는데 진서가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아, 안돼!!"

 

 "..?"

 

 석현과 내가 이상한 눈초리로 보자 진서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아니... 그게 아까 그 형이 위층에 있거든? 근데 형이 공무원 시험 준비중이라 시끄러운 걸 좀 많이 싫어해..."

 

 변명을 할거면 제대로 하던가.

 이유라 치기엔 구차하게 길고 지저분하다.

 '형 공부 방해 되면 안 된다' 정도로만 말하면 되는걸, 굳이 저렇게 조목조목 알려줄 필요가 있을까?

 

 난 의심이 되었지만 석현은 인정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여간에 단순한 놈이야.

 

 

 어쨌든 우리는 석현이 가져온 보드게임이나 몇판 돌리다가 금방 싫증을 내어 딴 놀잇거리를 찾아봤다.

 근데 진서녀석이 별안간 2층을 향해 뛰어올라갔다. 뭔가 있는걸까?

 

 별 기대도 않고 시덥잖은 이야기나 주고받고 있는데, 녀석이 들고 온 것을 본 석현과 나는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

 

 진서가 들고 내려온 것은 다름아닌 슈퍼 패미콤.

 

 당시 초중생들의 로망이자 갖고싶었던 게임기 중의 1인자로, 가격이 문제라기보단 엄했던 기성세대들의 압박에 손도대지 못한 꿈의 게임기였다.

 

 석현이도 몰래 돈을 모아 샀다고 했지만 아버지가 바로 부셨다고 한다.

 

 "와 이게 뭐야 썅!!"

 

 "야 야, 게임 몇개 들어있어 이거?"

 

 역시 남자애들이란 단순하다. 재밌는 게임기와 게임 앞에서는 모두 친구가 되어버린다.

 진서와 우리도 예외는 아니었다.

 

 

 ***

 

 우리는 마리오 카트와 소닉, 젤다의 전설 등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플레이하며, 신나게 웃고 떠들면서 작은 브라운관 TV속의 흥미진진한 모험들을 함께 헤쳐나갔다. 정말로 방학이란, 어른들 없는 별장이란 아이들 만의 세상인 것이다.

 

 그렇게 한참을 웃고 소리치며 게임을 하고 있는데,

 위층에서 갑자기 누군가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꺄아아아아아아악!!"

 

 1초간 이어진 괴성에 우린 웃음기를 싹 지우며 계단 쪽을 돌아봤다.

 우리는 Tv가 있는 벽쪽을 보고 있었기에 계단은 등 뒤쪽 방향에 위치 해 있었다.

 

 "뭐지..? 여자 목소리였는데"

 석현은 긴장 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분명히 여자 목소리였다. 남자가, 그것도 그 수염 덥수룩한 공시생이라는 남자가 그런 비명을 지를리가 없다.

 

 알 수 없는 위화감에 압도된 우리와는 달리, 진서 녀석은 계단쪽을 응시하더니 쿵쾅거리는 소리를 내며 2층을 향해 뛰어올라갔다.

 

 참으로 기이한 모습이었다.

 친구들은 겁에 질려있는데 방금 전 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놈이 표정을 싹 굳히며 그런 행동을 한다.

 뭐라도 설명을 해줘야 할거 아닌가?

 

 하지만 녀석이 올라가고 여성의 비명 소리는 더욱 커져갔다.

 그 비명이 얼마나 괴이하게 들리던지, 누가 듣는다면 진짜로 한마리 짐승의 비명소리로 착각할 정도였다.

 

 흥미진진한 척 몸을 들썩거리던 석현이 녀석도 이젠 서서히 몸이 떨리고 있었다.

 

 "야, 저거 우리가 가봐야 하지 않을까..?"

 내가 물었지만 녀석은 계단쪽만 불안하게 응시 했다.

 여자의 비명... 아니 이젠 그녀가 말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그 놈들... 아래층에 있는 놈들 데려와!!! 데려 와아아아악!!!!!!"

 

 와아악이 곧 비명소리로 이어지고 그 비명은 울부짖는 짐승의 소리로 바뀌었다.

 이젠 나 마저도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뭐지? 대체 뭐야 저 미친년은?

 

 정지 된 젤다의 전설로 고개를 돌리고 가만히 보고있는데, 석현이 녀석 갑자기 짐을 챙기기 시작하더니 별장을 나가려고 한다. 지금은 밤 11시다.

 

 "야이 미친놈아 어디 가?"

 "나..나 갈래 그냥. 그냥 집에 갈래"

 

 녀석은 잔뜩 겁에 질린 목소리로 무작정 별장을 나가버렸고, 나도 결국엔 석현을 따라 나섰다.

 아래 층 놈들을 데려 오라는 미친년의 소리까지 들은 마당에 그 집에 있을수는 없었다.

 

 자갈밭 밟히는 소리를 내며 석현의 뒤를 좇던 나는 2층의 불 켜진 창을 힐끔 돌아봤다.

 

 검은색 그림자 두개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뭔가를 하는가 싶더니 누군가 활짝 문을 열어 젖혔다.

 

 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석현을 따라 뛰어갔다.

 

 

 "야, 석현!! 이석현 이 미친 새끼야 왜 그러는데!!!"

 

 석현은 뛰면서도 날 힐끔 돌아볼 뿐 다시 앞을 보고 계속 달렸다. 왜 하나같이 이유를 설명하려 들질 않는거야? 내가 그냥 눈치가 없는걸까?

 

 

 오늘 진서네 어머니가 지프 차로 운전하셨던 비포장 길을 따라 계속 달리는데, 석현이 녀석 갑자기 숲을 향해 뛰어든다.

 

 "야, 너 뭐하냐고 진짜"

 

 난 진짜 화가 나서 물었다. 그제서야 정신차린건진 모르겠지만 석현이 녀석 그제서야 나무 뒤로 숨어선 나를 향해 미친듯 손짓했다.

 

 짜증을 내며 비탈길을 따라 내려가자, 녀석은 나무 뒤로 날 끌더니 속사포로 지껄였다.

 

 "야, 야, 영준아 영준아 이상해 저기, 이상하다고 저기!!"

 

 "아니, 나도 알아 근데.. 왜"

 

 왜라고 물으려다 난 입술을 다문다.

 녀석이 의도하는 바는 단순했다.

 이상하고, 소름끼치니까 도망쳤다는거다.

 확실히 본능에만 따른다면 맞는 이치다.

 

 정신이 나가버린 것 같은 남자에, 새벽밤에 괴성을 지르는 미친 여자,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그 소리의 근원지로 뛰어올라가던 진서, 어느 누가 봐도 그 광경은 괴랄했을 것이다.

 누구라도 그런 집에 머물고 싶어하진 않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에겐 '그런데' 라는 문제가 남아있다.

 

 "아니 그런데, 그래서 어쩔거냐고? 지금 겨울이야.

 여긴 깊은 산골 이라고. 차 타고 들어올때 시간 안 재봤어? 차로도 이 별장까지 30분이라고 30분. 이 추위에 산 속에서 얼어죽을 일 있냐?"

 

 "그래도..그래도.. X발!! 넌 거길 다시 기어들어가고 싶냐?"

 

 그래도라...그렇네, 우리에겐 '그래도'란 문제 역시 남아있었다.

 이미 별장을 나왔다. 그리고 진서네 별장 사람들이 비정상이든 아니든 그것은 진서에게 큰 상처가 될 수 있었다.

 그의 누나인지 모를 여자도, 그저 자기 동생의 친구들을 보고 싶은 마음에 그랬던 걸수도 있고, 진서도 우리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위해 그랬던 걸수도 있다.

 

 하지만,

 만약 그런게 아니라면..?

 

 그 정신박약증 걸린 남자가 한 여자를 감금하고 있던 거라면? 진서마저도 그 행위에 동참하고 있던 거라면 상황은 어떻게 되는거지?

 아니면 이것 말고도 다른 이유가 더 있을까?

 

 그때 위장이나 은신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철벅철벅대는 소리가 비포장 도로 위로 들려왔다.

 정말 그냥 아무것도 신경 안쓰고 내달리는 소리다.

 

 "얘들아!! 어디갔어? 어디갔어 얘들아!!"

 

 비포장 도로위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다름아닌 진서였다.

 내복차림으로 나와서 사방을 수시로 둘러보는데, 그 모습이 정말 무서웠다.

 녀석은 반드시 우릴 찾아 내겠다는 의지로 주변을 둘러보는것 같았다.

 

 "아..X발.. 어디갔어 다들? 영준아! 석현아!"

 

 진서는 주변을 배회하면서 이곳 저곳을 들쑤셨다.

 녀석이 좀 멀어졌을 때 움직여 볼까 생각도 해 보았지만, 애초 비탈길에 낙엽이 풍년인 이곳에선 옷깃만 스쳐도 발각 될 확률이 높았다.

 함부로 움직일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야... 야 석현아.. 석현아 이거 어떡하냐"

 

 그때 뒤에서는 대답 대신 낙엽 쓸리는 소리가 울려퍼지며 바닥을 향해 미끄러져 구르는 석현의 모습이 보였다.

 

 이런 X발새끼.

 

 

 "영준아"

 

 뒤에서는 진서의 목소리가 들렸다.

 돌아봤을 때 녀석은 내 면전 바로 앞에다 얼굴을 들이민 채 환하게 웃고 있었다.

 우리가 친해서 웃는게 아니다.

 도망친 나를 발견해서 웃고 있는 거였다.

 

 "영준이 맞구나, 가자. 가자 우리 별장으로"

 

 진서 그녀석은 친분 있는 석현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나를 끌고 비탈길을 올라갔다.

 

 두려웠다. 나랑 일면식도 없고, 말 해본것도 오늘이 처음인 녀석이 왜 이러는걸까..

 

 그리고..

 

 비탈길에 쓸려 굴러가던 석현 밑에 서 있던 산발의 여자는.. 도대체...

 

 

 그 형상을 생각해버린 난 그만 의식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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