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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막장의 전설
작가 : 망아지
작품등록일 : 2018.12.20

[오늘 저...언니 남편이랑 헤어졌어요ㅋ] 남편의 내연녀에게서 문자가 왔다. 적어도 C컵은 돼 보이는 여자에게 안겨 있는 남편의 사진. 막장에 막장을 더하는 현실 속에 시작된 이혼 소송. 지수의 인생에도 사이다 전개, 로맨스가 찾아올까?

 
내 인생 최악의 결혼식
작성일 : 18-12-20 20:42     조회 : 196     추천 : 0     분량 : 5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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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수는 밤을 꼬박 새우고 동이 터올 때쯤 잠이 들었다.

 

 "엄마~"

 수아가 유치원 갈 준비를 모두 마치고 지수를 깨웠다.

 

 "나 이모랑 유치원 갈게."

 지수가 깜짝 놀라 시계를 보니 8시 5분이다.

 

 "우리 수아, 엄마가 늦잠 자서 아침도 못 먹고 가겠네."

 "괜찮아. 이모랑 먹으면 돼."

 

 수아의 유치원 등원은 지수의 동생 지원이 늘 맡아서 했다.

 

 "지원아, 오늘 내가 늦게 일어나서 수아 아침도 못 먹였네."

 "언니 어디 아픈 건 아니지? 괜찮아, 내가 간단히 토스트라도 먹여서 보낼게."

 "휴...지원아. 늘 고맙다."

 "새삼스럽게. 힘든 일도 아닌데 뭘. 이따 연락할게."

 

 지수는 수아를 보내고 다시 깊은 잠이 들었다. 그녀가 다시 눈을 떴을 때는 벌써 점심시간이 지난 시간이었다. 서둘러 블로거가 알려준 휴대폰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아, 안녕하세요. 저 김유현 씨 소개로 전화드렸는데요."

 "안녕하세요. 안 그래도 전화 기다렸어요. 강진혁이라고 합니다. 사무실이 삼성동 쪽에 있는데 혹시 한 시간 뒤에 시간 되세요?"

 

 부드럽고 예의바른 목소리에 인터넷으로 소개받은 사람이라는 일말의 불안감이 사라졌다.

 

 "한 시간 뒤요? 네! 돼요! 갈게요."

 "누나가 잘 해드리라고 신신당부 하던데요? 친하신가봐요. 누구한테 호의 베풀고 할 성격은 아니잖아요."

 

 지수는 전화를 끊고 급히 나갈 채비를 했다. 로앤루 로펌을 검색해 보니 놀랍게도 동생 지원이 다니는 회사와 같은 건물이었다. 지수는 차마 동생에게 형부가 또 외도를 했다고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지원은 믿고 따르던 형부의 배신으로 비혼주의자 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지원이 마주치면 안 될텐데...조심해야겠다.'

 나갈준비를 하던 지수는 부엌에서 어제 먹다 남은 갈비찜을 보고 왠지 울컥했다.

 

 '내가 짐승만도 못한 새끼를 먹이려고 귀한 소를 잡았나.'

 그녀는 남은 갈비찜을 미련없이 음식물 쓰레기통에 넣었다.

 

 '하아...뭐 입고 나가지?'

 지수는 점잖은 자리에 입을 만한 옷이 없었다. 결혼 후 처음으로 백화점에서 산 정장치마를 입었다. 누가봐도 유행이 지난 옛날 스타일이었다. 위에 입을 만한 블라우스가 없어 잠시 시누이 방으로 눈이 돌아갔다. 디테일만 조금씩 다른 하얀 블라우스가 나란히 걸려있었다.

 

 '몰래 입다가 들키면 난리 나겠지? 포기하자.'

 지수는 연분홍빛, 목 부분에 축 쳐지는 큰 리본이 역시나 옛날 스타일인 블라우스를 입고 집을 나섰다.

 

 ***

 

 소개받은 로펌은 코엑스 근처 건물 40층에 위치해 있었다.

 '우리 지원이 회사는 12,13층...이런 건물에서 일 하는 구나. 멋지다...'

 검은색 깔끔한 오피스룩을 입은 여자 직원이 지수를 친절하게 방으로 안내했다.

 

 "조금만 기다리시면 변호사님께서 오실 거예요."

 지수가 커피를 홀짝거리며 진한 카키색 가죽 소파에 앉아있는데 젊고 키가 큰 남자가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강진혁입니다."

 그는 속 쌍꺼풀이 진 큰 눈에, 웃을 때 면 양 옆으로 입이 기다래졌다. 큰 키에 비율이 좋아 변호사라기보다 모델 같아 보였다.

 

 "누나한테 간단히 들었지만 편하게 말씀해보세요."

 "어제 남편이 만나는 여자한테서 문자가 왔어요. 창피하지만 그냥 보여드릴게요."

 

 그는 지수의 휴대폰을 대충 슥슥 내려보더니 나이답지 않게 혀를 끌끌 찼다.

 

 "이런 사람이랑 같이 사는 것은 아무래도 인생 낭비죠."

 "그런데 제가 전업주부로 산지가 7년이고...직업도 없어서요."

 "그거야 재산 분할하고 다달이 양육비 받으면 돼요. 육아하려면 어쩔 수 없죠. 남편 분 직업 있으시죠?"

 "네, 대기업 과장이에요. 한 달에 생활비로 200만 원씩 보내주고, 나머지 월급이랑 적금은 본인이 관리해요."

 "월급이 얼만데요?"

 "그게...정확히 월급이 얼만지는 모르겠어요."

 "지금 통장에 얼마가 있는지 모르시는 거네요?"

 "네..."

 

 진혁은 잠시 고개를 갸우뚱거렸지만 이내 확고한 목소리로 말했다.

 

 "뭔가 찜찜하긴 한데 결혼 후 모은 돈이랑 퇴직금까지 분할해서 받을 수 있어요. 그러니까 너무 걱정마시고. 불륜증거도 명백하니 잘 해결해볼게요."

 

 지수는 믿고 맡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자 조심스럽게 물었다.

 

 "제가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수임료는 어떻게 될까요?"

 사실상 지수가 현재 융통할 수 있는 돈은 제로였다. 대출이라도 받아야 하나 까마득하던 차에 진혁이 답했다.

 

 "이건 프로보노예요."

 "네? 프로보...그게 뭐예요?"

 "회사 차원에서 일 년에 몇 건씩 무료변론을 하게 돼 있어요. 그러니까 부담 갖지 마세요."

 "네? 아니 그래도 무료라니. 그럴 수는 없죠."

 

 돈 걱정에 사로잡혔던 지수는 막상 공짜로 변호를 해준다고 하니 망설여졌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누나가 왜 절 소개했는지 알겠네요. 누나도 비슷한 일을 겪었어요. 그래서 도와주고 싶었던 것 같네요. 앞으로 소송 관련 모든 준비는 제가 할 거예요."

 지수는 남편에게 자신의 모든 불행을 쓰고 나니 이제야 행복이 찾아오는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 안, 지수는 이제 뭘 먹고 살아야 하나 고민에 빠졌다.

 

 '나는 쓸모없는 사람일까? 정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는 걸까?'

 

 무력감이 지수를 덮쳐왔다. 자꾸만 자신이 하찮게 느껴졌다.

 

 '글을...글을 써볼까?'

 지수가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거라곤 글쓰기뿐이었다. 잘 찾아보니 공모전도 꽤 많이 올라와 있고, 상금도 있었다.

 

 '출간하면 돈을 벌수도 있잖아. 나라고 글로 돈 못 벌란 법 없지.'

 

 ***

 

 집에 오니 부엌에서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났다.

 '혹시 이 인간이 기어들어온 건 아니겠지?'

 

 부엌에 가니 은지가 라면을 끓이고 있다.

 "언니, 왜 갈비찜 없어? 내가 남기라고 했잖아." 특유의 기분 나쁜 명령조였다.

 

 지수는 '내가 바람난 남편의 여동생 갈비찜이나 챙겨주려고 인생을 사는 건 아니'라고 말하려다 꾹 참았다.

 

 "아가씨 오빠가 다 먹었어요. 전 한 입도 안 먹었고요."

 "...언니, 말투가 왜 그래요? 주기 싫으면 그냥 싫다고 해요."

 

 마침 수아가 방에서 나오며 말했다.

 

 "이모, 왜 그래? 없는 갈비찜을 어쩌라고."

 "참나, 알았다. 알았어."

 

 은지는 라면을 먹고 난 후 밖에서 들고 온 알록달록한 컵케이크를 혼자 먹기 시작했다.

 '컵케이크가 저렇게 많은데 수아한테 먹어보란 소리도 없네. 싸가지 없어.'

 

 그때 요란하게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나더니 시어머니가 씩씩대며 집으로 들어왔다.

 

 "은지야! 은지야! 일로 와봐."

 그녀는 얼굴이 붉어져서는 과장되게 큰 소리로 시누이를 찾았다.

 

 "엄마,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컵케이크를 세 개째 먹던 은지가 물었다.

 

 "너 혹시 주변에 아는 변호사 있니?"

 "웬 변호사? 엄마 무슨 사고 쳤어?"

 "나 너네 아빠랑 이혼할 거야."

 "이혼?? 왜 그러는데? 그리고 엄마아빠 나이가 몇인데 이혼은 이혼이야."

 "그 인간이 노망들었는지 등산 동아리인가 뭔가에서 바람이 났어. 그 나이에 모텔까지 들락거리고. 진짜 추잡하고 동네 창피해서..."

 

 지수가 이야기를 들어보니 내용인 즉 이랬다.

 

 시아버지는 1년째 등산 동아리 활동에 푹 빠져있었다. 시어머니는 주변 사람들이 동아리에서 바람이 많이 나니 조심하라고 했지만, 다 늙어서 무슨 바람이냐고 웃어 넘겼다는 것이다. 그런데 시어머니는 이 인간이 원색 옷을 고집하는 등 외모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고, 평소에도 부쩍 기분이 좋아보이는 게 영 찜찜했다. 산을 통해 제 2의 인생을 찾았다고나 뭐라나. 밤에도 까톡으로 꽃 사진, 구름 사진, 트로트 동영상 같은 게 자주 와서 참 별나게들 논다고 생각했는데...

 

 어느날 아침, 시어머니는 산에 간다며 나가는 시아버지의 뒤꽁무니가 여간 찜찜한 게 아니었다. 그래서 몰래 따라나서기에 이르렀는데...시아버지는 지하철 역에서 여자 한 명을 만나 이동했다. 시어머니는 아직 잡아떼면 그만이니까 더 쫓아갔는데 글쎄 둘이 부부 행세를 하며 모텔로 손잡고 들어가더라는 것이다.

 

 "그년 놈들이 대체 산을 몇 번이나 올랐는지 내가 알 게 뭐니!"

 지수는 길길이 날뛰는 시어머니에게 말했다.

 

 "어머니...어머니가 못나서 아버지가 바람이 난 것을 누굴 탓하겠어요. 황혼이혼이라니 남사스럽고 상스러워서 누가 알까 무섭네요. 남자가 바람도 피우고 그러는 거지. 여자가 꼬투리 잡고 그럼 못 써요." 물론 속으로 한 말이었다.

 

 실은 영준이 두 번째 외도를 했을 때 시어머니가 지수를 앉혀놓고 한 말이었다.

 "얘!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니, 얼음물 좀 가지고 오라니까!"

 

 "네? 아, 네네."

 

 아버지와 아들이 쌍으로 바람을 피우고, 걸려서 이혼 위기라니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었다. 때론 소설을 아무리 자극적으로 쓰려 해도 현실을 못 따라왔다. 현실은 늘 뒤통수를 때리니까.

 

 고요한 새벽시간. 지수는 노트북 앞에 앉았다. 며칠 사이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 고약한 꿈만 같았다. 그녀는 고민 끝에 자신의 이야기를 소설로 쓰기 시작했다. 이전에 썼던 글도 찾아봤지만 왠지 현실적이지 못한 느낌이었다. 독자들이 막장이라며 욕하면 어떡하지 걱정도 됐지만, 그녀에겐 그 막장이 진짜 현실이었다.

 

 '어디서부터 글을 쓸까...' 지수는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자신의 인생 중 최악의 날을 기억해냈다.

 

 그날은 수아와 영준의 결혼식 날이었다.

 

 ***

 

 은은한 진주 빛이 도는 미카도 원단이 몸에 착 감기는 머메이드 라인의 웨딩 드레스.

 

 "볼레로 마감부분이 쫌 뜯어졌네. 식전에 좀 손봐야겠다."

 결혼식에 신부의 허드렛일을 도와주는 이모님이 지수에게 말했다. 40대 후반정도의 그녀는 깔끔하게 올린 머리에 쌍꺼풀이 진한 큰 눈을 가졌다.

 

 "네, 고맙습니다."

 그녀는 대화를 나눌 때 친근감의 표시로 상대방의 어깨나 팔목을 만지는 버릇이 있는데 지수는 그게 싫지 않았다.

 

 '이런 날...엄마가 곁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 잔심부름을 하느라 바쁜 지원이도 언제 울었는지 눈이 팅팅 부어있었다. '엄마 생각이 났겠지...'

 

 결혼식 10분 전, 신부 대기실 안 탈의실에서 이모가 드레스를 수선 중이었다. 지수는 조용히 옆에 앉아 거침없는 그녀의 바느질 솜씨를 구경했다.

 

 "오빠, 나랑 얘기 좀 해."

 익숙한 혜경의 목소리가 들렸다. 혜경은 지수와 영준을 소개해준 주선자이자 지수의 오랜 친구였다. 이모가 인기척에 고개를 들자 지수가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쉿!"

 그런데 조용하더니 곧 서로 다른 옷감이 쓸리는 소리가 났다.

 

 "오빠..."

 나지막하게 혜경의 목소리가 들렸다. 마치 안겨서 말하는 것처럼 옷에 파묻혀서 나는 소리였다. 이모와 지수는 동시에 하던 일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혜경아, 여기서 이러면 안 돼. 누가 들어오면 어떡해." 분명 영준의 목소리였다.

 "내가 문 잠갔어."

 

 심상찮은 분위기를 느낀 이모의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혜경아, 나 지수랑 오늘 결혼해. 알잖아."

 "오빠는 어젯밤 일...후회해?"

 한 번 더 옷이 쓸리는 소리가 들렸다.

 

 "혜경아, 이런 얘기 할 시간이 없어. 너 먼저 나가. 나는 뒤따라 나갈게."

 "나 사랑한다고 말해줘. 그럼 나갈게."

 

 그 순간 이모가 손에 든 웨딩드레스를 내던지고 커튼을 재꼈다.

 

 "너네 뭐야! 이런 개 돼지만도 못한 호래자식들아!"

 

 영준의 몸에 밀착해 있던 혜경은 얼굴이 새파랗게 변하더니 도망치듯 방을 빠져나갔다.

 
작가의 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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