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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중년의 로맨스 쟁탈전
작가 : 직깨미
작품등록일 : 2018.12.20

이야기의 기본 골격은 입 조심입니다.
방우와 숙이는 소꿉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합니다.
그리고 도복희 55세. 숙이 이모며 두 살 터울.
도복희의 말 실수가 가져 온 말년의 비극
(그러나 히티 엔딩으로 마무리 합니다)

 
끝(완결)
작성일 : 18-12-20 18:04     조회 : 259     추천 : 0     분량 : 3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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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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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 골프장에서 근식이가 저지른 실수는 복희에게는 생애 처음으로 맛본 잔인한 치욕이었다. 동시에 늦은 밤 방우를 만나는 바람에 지옥과 천당을 다녀 온 날이기도 했다. 거의 이간질에 가까운 방우 말에 한동안 방황 속에서 자괴감에 빠져 있었다. 그런데 그 이간질이 특효였다. 그날 후로 근식도 방우도 연락은 없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방우가 든든히 지켜 줄 우군이 된 것 같기도 했다. 그 동안 순간적인 호기심이 낳은 병폐에 대해 반성도 하면서 방우가 연인 것처럼 체면을 걸면서 그 날의 치욕이 잊혀지도록 노력한 결과 안정을 되찾았다.

 

 

  베란다를 통해 들어오는 바람이 봄바람처럼 느껴졌다. 무더위가 시작되는 계절인데도 봄바람 속에 있는 기분이 들어 뚜렷이 갈 곳을 정하지도 않은 채 집을 나섰다. 백화점에 들러 여기저기 눈요기를 마치고 들린 곳은 시원이 회사였다.

 

 “어! 연락도 어쩐 일이야? 좋은 일 있어? 10년은 더 젊어 보이는데 무슨 획기적인 일이 있었어?”

 

 시원이가 복희 얼굴까지 만지면서 놀라고 있었다.

 

 ‘그래! 너는 상상도 못한 획기적인 일이 있었다. 아마 소문으로 알고 있을걸’

 

 속마음이 드러나지 않게 철저한 위장으로 밝게 웃었다. 그때 지현이가 들어왔다.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호들갑을 떨었다.

 

 “어머! 요즘 좋은 일 있나 봐요. 어쩜 이렇게 젊어지셨어요. 비결이 뭐에요? 어머머머!”

 

 ‘비결! 너도 한번 당해봐라’

 

 씁쓸히 웃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지현이가 시원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바람에 그 미소는 보지 못했다.

 

 “언니! 남는 거 줘. 오늘 지나가는 김에 갖다 줘야겠다”

 

 지현이가 부탁한 물건은 회사 이름에 적힌 볼펜과 다이어리였다. 꼬무락거리며 시원이 이름이 있는 다이어리 겉 표지에 자기 이름을 붙이고 있었다.

 

 “야! 너무 붙이지마. 내 이름도 있어야지”

 

 시원이가 섭섭한지 투덜대면서 허락을 받는 것 같았다.

 

 “오랜만에 나도 얼굴 좀 보자. 같이 가도 되지?”

 

 지현이 눈이 복희를 향했다. 복희가 눈치를 채고 서둘러 말을 한다.

 

 “어! 저는 괜찮아요. 지나다가 들렸어요. 볼 일 보세요”

 

 가방에 볼펜과 다이어리를 쑤셔 넣던 시원이가 살짝 웃으며 말을 한다.

 

 “아는 사람인데 같이 가지 뭐! 설마 그 놈이 싫어하지는 않겠지? 선물을 한 보따리 가져 가는데”

 

 복희가 시원이 옆에 서서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어디 가는 데?”

 

 “응! 한방”

 

 고개를 갸우뚱할 겨를도 없이 시원이 손에 끌려 차에 탔다.

 

 “한방이 뭐야?”

 

 “가보면 알아”

 

 시내를 빠져 나가 가로수로 덮인 도로를 지나 내릴 때까지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지만 시원이가 목적지를 얘기하지 않아서 인지 한 시간은 걸린 것 같았다.

 

 지현이가 자기 집인 듯이 비밀번호를 누르고 태연하게 들어갔다. 들고 온 종이 가방을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책꽂이와 서랍장에 진열하고 있었다.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었다. 능수능란했다.

 

 사무실 안에 문이 3개가 더 보여 엉거주춤 일어서 기웃거리면서 물었다.

 

 “여기가 어디야?”

 

 그때 한쪽 문이 갑자기 열리면서 산적 하나가 기어 나오고 있었다. 깜짝 놀란 복희가 바로 바닥에 주저 앉을 뻔 했다.

 

 “어디긴 어디야. 할망구들 놀이터지. 자! 연락처다”

 

 눈을 동그랗게 떤 복희와 시선도 마주치지 않고 종이 한 장을 지현에게 건네주고 책상에 앉아 키보드를 열심히 두드리고 있었다.

 

 “방우야! 나도 소개 좀 해줘라. 지현이만 주지 말고”

 

 “볼펜 가지고 왔어요? 다이어리하고”

 

 “당연하지”

 

 시원이가 준비해 온 볼펜과 다이어리를 보여주었다.

 

 “지현이가 싫어할 건데”

 

 방우가 지현을 쳐다봤다.

 

 “조그만 돌려. 잘 잊어버리니 언니건 자리에 고이 간지해. 알았어? 호호호”

 

 “아니지! 내가 잘 헐리고 다니니 누님 걸 쓰면 광고 효과가 더 낫지. 전세계로 퍼지잖아. 허허허”

 

 “안돼! 그럼! 호호호”

 

 복희는 무슨 말들인지 전혀 이해를 하지 못하고 멀뚱히 듣기만 하고 있었다.

 

 “참! 누님! 아저씨가 절 보는 눈이 그렇게 탐탐치 않게 보던데 조카 친구라고 그런 눈으로 보지 마라고 해주십시오. 저는 아저씨한테 잘못한 것 하나도 없습니다”

 

 복희가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무슨 말인지 이해가 했는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요즘 인건비 주고 나면 저는 굶어 죽어서 어쩔 수 없어요. 반대로 이 회사 운영하신다면 제가 언제던지 넘겨준다고 하십시오. 아저씨가 요구했던 급여를 저한테 준다면 언제던지 환영이라고 전해주십시오, 허허허”

 

 그때 시원이가 나서서 시원하게 방우를 야단치면서 작은 방들을 힐끔거리며 쳐다봤다.

 

 “비꼬는 그 버릇 안 좋아. 나중에 너도 똑같이 당해. 그런데 저 장비들은 뭐야?”

 

 “예! 복희 누님 부군이 가장 잘 다루는 석유화학제품 실험 장비입니다. 제가 아저씨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게 퇴직하면 일감을 들고 우리 같은 회사에 입사를 하면 된다는 생각들을 가지고 있어요. 앞으로 줄줄이 퇴직할 건데 제가 감당을 할 수가 없죠. 허허.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담당자들과 제 나이 차이가 점점 많아져요. 담당자들이 비슷한 연령들과 일을 하고 싶어하지 저 같은 영감과 하고 싶어하겠어요? 우리는 시장이 좁아서 과감하게 투자할 데도 없습니다. 혹시라도 얘기 나오면 제 사정 얘기해주세요. 하필이면 숙이 이모부라 마음이 쓰였어요. 이해해주세요”

 

 “그럼! 훤히 알고 있었다는 얘기네. 좀 민망하다”

 

 방우가 개의치마라는 의미로 고개를 흔들었다.

 

 “서로 상품성이죠. 섭섭하겠지만 상품성이 떨어져요. 저도 아저씨에 대해 알아봤어요”

 

 시원이가 눈살을 찌푸려 말을 했다.

 

 “그래도 사람을 상품으로 비유하는 건 좀 그렇다”

 

 방우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업초기에는 여기저기서 전화가 많이 왔는데 나이가 더니 찾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찾아가도 꺼리고요. 제가 누님들보고 할망구, 할망구 하는 게 제 처지를 대변한 겁니다. 안 그래? 복희야!”

 

 세 여자 입에서 동시에 “야~~~ “ 소리가 터져 나왔다. 복희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처음 만났을 때는 정말로 할망구들 맞았습니다. 그런데 몇 번 다 같이 보니까 그렇게 나이 들어 보이지가 않네요. 특히 복희씨를 볼 때마다 그때만 떠올라요. 종이~~. 그때 내 눈에 처음 들어 온 건 멍게 속살이었답니다. 허허! 복희 하면 떠오르는 건 멍게 속살이라 그때 제가 못 알아봤어요. 차라리 종이 했으면 제가 단번에 알아챘죠”

 

 지현이와 시원이는 알쏭달쏭한 듯 미심쩍은 눈으로 고개를 갸우뚱거렸고 복희는 화장실로 조르륵 달려갔다.

 

 “에이! 새끼야!”

 

 두루마리 휴지를 들고 와 방우 얼굴에 던져 버렸다.

 

 방우가 휴지를 둘둘 말아 손에 쥐고는 세 사람 시선을 번갈아 쳐다보고 말했다.

 

 “나이가 들수록 뒤가 깨끗해야죠. 그렇죠?”

 

 전부 공감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방우 휴대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어! 그래! 지금? 몇 살? 오 우! 사양하겠습니다”

 

 “근식이지?”

 

 지현이가 귀신처럼 알아맞혔다.

 

 “복희 누님아! 정미 할망구가 여자 소개해준다고 지금 골프장으로 오라는데 가 볼까?”

 

 복희가 방우 옆에 몸을 바싹 붙이고는 지갑을 열어 지폐를 무더기로 방우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얼른 가서 네가 계산하고 이름은 정미라 적지 말고 복희! 알았어! 한방에 끝내 버려. 아니지! 내가 갈게”

 

 “우와! 근식이 부럽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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