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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중년의 로맨스 쟁탈전
작가 : 직깨미
작품등록일 : 2018.12.20

이야기의 기본 골격은 입 조심입니다.
방우와 숙이는 소꿉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합니다.
그리고 도복희 55세. 숙이 이모며 두 살 터울.
도복희의 말 실수가 가져 온 말년의 비극
(그러나 히티 엔딩으로 마무리 합니다)

 
숨기고 싶은 과거
작성일 : 18-12-20 18:03     조회 : 274     추천 : 0     분량 : 3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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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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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우가 눈에 힘을 잔뜩 줘 쳐다볼 때 복희가 움찔하며 뒤로 물러섰다.

 

 “언제 내가 말 높인 적 있었나? 누님들하고 있을 땐 예의상 높여줬지 단둘이 있을 때 언제 내가 말을 높여서?”

 

 복희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단둘이 언제 같이 있었어?”

 

 방구가 한숨을 내쉬면서 안쓰럽게 쳐다봤다.

 

 “숙이 몰래 우리 집에 자주 왔잖아. 허구한날 똥간에서 종이~~ 외치든 때 잊었어?”

 

 그때서야 복희가 얼굴을 붉히며 방우 어깨를 한대 쳤다. 눈을 흘겨 민망한 듯이 얼버무린다.

 

 “아이 야! 별걸 다 기억해. 종이가 아니고 신문지 가져다 달래었지. 그때! 호호호”

 

 “입은 비틀어져도 말은 바로 해라. 신문지가 아니고 휴지였다. 똥 닦는 종이”

 

 “아이 야~~”

 

 복희가 그때를 떠올리는 것 같았다. 얼굴이 벌개져 또 방우 어깨를 치면서 자리에 앉았다.

 

 “내가 숙이 거시기 보기 전에 누님 거시기 먼저 봤다는 사실 잊지 마라. 또 까불면 그것도 터트린다”

 

 당황한 얼굴로 주변부터 두리번거린다. 한 손가락을 입술에 대고 허둥거리며 말을 한다.

 

 “너는 어떻게 터드리는 걸 좋아하냐? 나도 그러면 너하고 숙이 사이를 터트린다. 거래 확실히 하자. 너 어디까지 봤어? 사실이 아닌 걸 터트리면 죽을 줄 알아”

 

 눈을 동그랗게 뜨고 동의를 하고 귀를 대라고 한다.

 

 “우리 집 화장실엔 문 하나밖에 없던 건 기억나지? 턱이 좀 높았던 것도. 종이 전달할 때 내 눈 위치가 어딘지 한번 떠올라봐. 허허”

 

 “에이! 새끼! 더럽게. 고개 안 돌렸어? 그때”

 

 “왜 돌려? 그 좋은 구경거리가 바로 눈앞에 있는데. 그런데 오늘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 야밤에 내 아지트에 왔어? 혹시 내 뒷조사 했어? 영호 일은 끝났고 또 무슨 난리가 난 거야? 신랑은 절대로 안돼! 많이 벌었잖아. 마누라 편안하게 골프치고 바람 피는데 지원해주려고 취업하려 해? 그것도 내한테”

 

 복희가 놀라고 있었다. 이 놈이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물어볼 필요도 없다는 확신도 들었다. 자리를 피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들지 않았다.

 

 “처음부터 전부 얘기해봐. 나를 언제부터 알아봤어?”

 

 전후 상황을 고려한 복희에 대한 배려라고는 전혀 없었다.

 

 “미용 실 하는 사람과 근식이가 눈이 맞아서 좋아 죽는데 그것도 모르고 눈동자가 풀렸을 때부터 알고 있었지. 입에서 침이 질 흐를 때 아차 싶었다. 말려도 안 된다. 저 상태에서는 망신을 당해봐야 정신을 차린다. 많이 안타까웠다. 근식이한테 정신이 팔려서 내가 옛날에 조카한테 질투를 느끼면서까지 짝사랑한 놈인 줄도, 조카 애인인줄도 아예 안중에도 없었지? 그날 보고 가관이더라. 그 뒤에도 정신을 못 차리는 걸 보고 중년에 사랑에 빠지면 저렇구나 하는 마음이 들어 부럽기도 했다. 재미있기도 했고”

 

 복희가 입술을 바르르 떨면서 물었다.

 

 “어디까지 알고 있었어?”

 

 망설임 없이 바로 대답을 했다.

 

 “숙이하고 내 사이 알듯이”

 

 “너 정말 잔인하구나. 근식이도 알고 있어? 네가 나를 안다는 걸”

 

 “나는 내가 못 먹는다고 고춧가루 뿌리는 그런 짓은 안 해. 우리 도여사처럼. 허허”

 

 말끝마다 복희 염장을 파헤치고 있었다. 또 주먹이 불끈 했지만 이를 악물 수 밖에 없었다. 신랑의 정체까지 알고 자주 마주치기도 한 사이란 점도 마음에 걸렸다. 화장실에서 종이 갖다 달라고 했을 때도 떠올랐다. 모르는 게 하나도 없는 놈에게는 입을 굳게 다무는 게 최상책이란 판단이 들었지만 아직 미련이 남은 사실 하나가 남았다.

 

 “근식이하고 정미는 어떤 사이야? 솔직히 말해줘”

 

 시선을 마주친 채 한참을 쳐다보고 있었다. 잘못 물었나 후회를 할 때 거래를 제의했다.

 

 “제가 묻는 질문에 먼저 답해주면 아주 친절히 답해주지”

 

 “뭔데?”

 

 “그때 내 귀사대기 후려칠 때 표정이 아직도 미심쩍은 부분이 있어서 꼭 확인해야겠어. 굉장히 분해하던데. 남의 여자와 정사 치르는 현장을 급습해 당황한 새색시 같다고 나 할까! 그때 절 남편으로 착각했죠?”

 

 난감한 얼굴로 울상을 지으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고개를 끄덕였다.

 

 “굉장히 분해서 내 감정을 조절할 수 없었어.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을 처음 느꼈다”

 

 어이없는 웃음을 짓고는 무표정하게 방우가 말을 했다.

 

 “저도 그럼 솔직히 답해 줄게요. 그 전에..”

 

 방우가 “어이구~~”라 말을 하고는 복희 볼을 한번 꼬집었다. 복희는 전혀 반항을 하지 않고 쑥스럽게 웃으며 눈을 마주치고 있었다.

 

 “누님하고 똑 같은 사이. 다른 게 있다면 그 사람은 그 집 신랑이 바람이 나서 덩달아 맞불을 지핀 셈이라 갈라설 때 절반은 건질 수 있지만 누님은 쪽박 신세. 남편은 아직도 돈을 더 벌고 싶어 내 같은 놈에게 매달려 등을 쳐먹으려는데 누님은 그 돈을 근식이 같은 젊은 친구에게 헌납하려는 신세. 남편에게 들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제가 계속 모른척하고 쳐다보며 대리만족으로 즐길까요?”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오늘 일도 훤히 꿰뚫어 보고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늦은 밤에 어두침침한 호숫가에 차를 세워 우는 여자를 드라마에서 자주 봐서 이 놈의 마음을 짐작은 할 수가 있었다.

 

 “너는 밤에 맨날 거기 가냐? 안 무서워”

 

 이런 말이 왜 나왔는지 자신이 생각해도 우스웠다.

 

 “예? 누님은 왜 갔어요? 낚시질 하려고요?”

 

 또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 놈의 말투에 경계심과 함께 이 놈이 던진 미끼를 덥석 물었다는 기분이 들었다. 설마 원수 같은 년이라 생각하는 자신에게는 그럴 리가 없다는 생각에 안심도 되었다.

 

 “밤에 내 같은 여자들이 거기에 많이 오는가 봐?”

 

 어이없다는 듯이 큰 소리로 웃었다.

 

 “이 할망구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나? 그 말이 아니고 밤에 운동하러 온 여자들을 덮치는 놈이 있을까 봐 감시하러 다닙니다. 누님 같은 꽃 뱀 도 감시해야 하고”

 

 “뭐야? 꽃 뱀! 내가 그렇게 보였어?”

 

 “누님이 아니고 제가 꽃 뱀으로 보였습니다. 늦은 밤에 그런 데서 울고 있는 여자를 낚아채는 게 가장 쉽지요. 지금도 보세요. 새벽 5시가 다 되어가는 데도 우수에 젖은 눈으로 저를 쳐다보고 있잖아요. 낚아채기 가장 쉽지만 사연을 제가 너무 잘 알아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습니다. 집에 갈 거에요? 제하고 자러 갈 거에요?”

 

 정신이 번쩍 들은 복희가 놀란 토끼 눈을 뜨고 있었다. 가슴이 쿵쿵거렸다. 그건 이 놈과의 잠자지를 상상해서가 아니었다. 자신도 마찬가지지만 이 놈도 마찬가지란 생각이 들어 자책하고 있었다. 이 시간에 자신의 추한 내막을 전부 아는 사람과 이런 얘기가 오간다는 건 그만큼 나는 성에 대해 자유분방하다는 오해를 불러 일으킬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생각이 뒤늦게 덜컹 들어서였다. 성행위에 대해 쉬운 여자란 이미지를 충분히 줄 수 있는 자리란 생각에서였다.

 

 “일어나자. 너무 늦었다. 오늘 일은 비밀이다”

 

 복희는 이 말을 하고 또 후회를 했다. 무슨 놈의 감춰야 할 비밀을 자꾸 만드는지 한심하기만 했다. 방우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일어섰다.

 

 “참! 숙이 전화 왔었어?”

 

 이 말도 쓸데없는 말이었다. 역시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근식이 그만 만나십시오. 바람난 놈 각시와 똑 같은 년이 되고 싶어요? 누님은 그 놈과의 사이를 비밀로 간직하고 싶어하지만 그 사람은 자랑스럽게 떠벌리고 다닙니다. 자기 남편 귀에 들어가라고 하는 듯이요. 피해는 누가 보는지 잘 생각하세요”

 

 해가 오르고 있었다. 복희는 서둘러 집으로 들어갔다. 다행이 남편은 아직 근무 중이었다. 밤새도록 방우와 대화만 나눴는데도 남편에게 죄를 지은 과거와도 같았다. 그런데 왠지 설레는 기분이 들었다. 응어리진 가슴이 눈 녹듯이 녹아버렸다고나 할까?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서둘러 따듯한 국을 준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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