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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중년의 로맨스 쟁탈전
작가 : 직깨미
작품등록일 : 2018.12.20

이야기의 기본 골격은 입 조심입니다.
방우와 숙이는 소꿉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합니다.
그리고 도복희 55세. 숙이 이모며 두 살 터울.
도복희의 말 실수가 가져 온 말년의 비극
(그러나 히티 엔딩으로 마무리 합니다)

 
탄로
작성일 : 18-12-20 18:02     조회 : 264     추천 : 0     분량 : 3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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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여기는 복희가 처음 근식이와 마주친 골프장이었다. 방우 말대로 정말 질기게 아직도 만나고 있었다. 처음 만났을 때는 물안개가 이들의 정신을 혼미하게 했다면 지금은 야경에 비친 이들의 자태가 이들의 정신을 혼미하게 하고 있었다. 몸은 골프장에 있었지만 마음은 벌써 어두운 골프장을 이들만의 낙원이 돼 있었다. 조인된 모르는 커플도 마찬가지였다. 캐디도 이런 분위기에 익숙해져 오히려 낮보다 더 편해 보였다.

 

 산꼭대기라 하늘에는 별이 총총, 멀리 바다에는 화물선에 켜진 불빛이 총총, 데이트하기에 아주 적합한 조건이었지만 이들의 관심은 골프보다 커플 몸에 붙지도 않은 모기 잡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런 커플들은 예의 하나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골프를 치다 보면 간혹 버디를 한다. 그때 자기가 버디를 하면 축하의 의미로 돈을 받아야 하지만 반대로 캐디에게 준다. 오늘 이 커플들은 버디를 단 한 개도 못했는데도 캐디에게 각각 2만원씩 내놓았다. 잔디가 무슨 짧은 시간 이용하는 모텔로 여겼던 모양이었다.

 

 최고의 낙원에서 애무를 마치고는 마무리할 시간이 왔다. 엔진 가열에만 정신이 빠져 있던 복희가 아직도 미련이 남았는지 얼마나 많은 가열을 했는지 굳이 횟수를 확인하려고 했다.

 

 전혀 만족하지 못한 눈치였다. 인상이 심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이게 뭐야?”

 

 당장이라도 살인 사건이 벌어질 정도로 험악한 인상으로 근식을 노려보고 있었다.

 

 “밤이니까 그렇지. 낮에는 잘 치잖아’

 

 어깨에 손을 올려 다독여 주려는데 복희가 거칠게 반항을 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남정네 애간장을 가지고 요리하듯이 가지고 놀다가 본 게임에 들어가려는 순간에 양팔로 가슴을 가려 보호한 체 강력히 반항하는 자세였다.

 

 근식이뿐만 아니라 세 사람이 전부 당황한 얼굴로 복희와 근식을 번갈아 쳐다봤다. 캐디가 죄를 지은 듯한 난감한 목소리를 내며 물었다.

 

 “제가 타수를 잘못 적었나요?”

 

 대답은 하지 않고 캐디에게 넘겨받은 점수 판을 근식이 가슴이 냅다 던지며 잘 보라고 했다.

 

 “지금까지 누구하고 친 거야?”

 

 근식은 꿈을 꾸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너무 늦은 밤이라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비정상은 아니었다.

 

 타수는 정확히 적혀져 있었다. 단지 이름만 도복희여사가 아닌 공정미여사였다. 계산할 때 정미와 통화를 하면서 정신이 잠시 정미에게 가 있었던 결과였다. 정미란 음성은 강력했다. 잠시의 순간에 정미란 정신이 손가락이란 육신을 삼켜버렸다.

 

 곧 다가올 육십 평생 동안 지금처럼 처참하게 짓밟힌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지금까지 도복희 여사가 아닌 공정미여사로 산 것만 같았다.

 

 밤하늘에 별이 초롱초롱한 눈으로 내려보고 있었다. 별이 전부 공정미로 보였다. 애당초 골프장에서 샤워할 계획은 전혀 없었다. 근식이와 같이 뜨끈한 물에 들어가는 게 항상 했던 수순이었으니까 로커 룸에서 가방만 들고 밖으로 나갔다. 당황한 근식이는 아직도 나와있지 않았다. 물론 같이 돌아갈 생각은 전혀 없었다. 샤워도 하지 않았는데 발바닥으로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누님! 허허!”

 

 전세계의 언어를 다 할 수 있는 능력을 이 놈이 가졌더라도 이 상황에서는 이 말 밖에 할 수 없는 걸 복희도 잘 알고 있었다. 냉정해야 했다. 산꼭대기서, 자정이 다 되가는 야밤에, 그렇다고 캐디 차에 얹혀갈 수도 없었다. 만약에 이유를 묻는다면 초라해지기만 한다.

 

 “차! 가져와”

 

 뒷자리에 앉은 복희가 눈을 감았다. 바람둥이는 방우가 아니라 이 놈이란 걸 너무 늦게 알았다. 사과도 하고 싶었다. 조카만 아니었다면 이런 모욕도 당하지 않았단 생각도 들었다. 숙이에게 나도 방우를 좋아한다고 말만 했었더라면.

 

 눈을 감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주차해둔 주차장에 도착할 때까지 눈만 감고 있었다.

 

 “고맙다”

 

 더 이상 추해지고 싶지 않아 이 말만 하고 근식이 차에서 내려 차에 올랐다. 머뭇거리며 근식이 차로 오는 게 보였다. 도망치듯이 출발을 했지만 집에는 가고 싶지 않았다. 숨이 막힐 것 같아 차창 네 개를 모조리 열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떠올리기는 싫었지만 하나의 시발점이 가슴도 머리도 괴롭히고 있었다. 숨고 싶어하는 마음이 어두운 주차장으로 데려가 있었다. 운전대에 이마만 연달아 박다가 휴대폰이 이유도 없이 떠올라 쳐다봤다. 시원이가 여러 번 찾은 기록이 나와 있었다. 옆자리로 다시 던지고 이마를 부딪히고 있었다.

 

 “똑똑! 할망구야 여기서 무슨 주책을 떨고 있어? 문 열어”

 

 눈을 세게 한번 붙였다가 떼고 귀를 의심하면서 차창 밖을 쳐다봤다. 오줌이 찔끔 나와버렸다. 졸지도 않았는데 꿈을 꿨나 하는 생각에 한번 더 머리를 흔들고 다시 쳐다봤다. 산적 같은 놈이 사라져 버렸다. 허겁지겁 창문을 닫으려고 했지만 이번에는 오줌이 줄줄 세나올 같은 공포가 엄습해와 손이 덜덜 떨리는 바람에 시동도 켜지지 않았다.

 

 “문 열어. 할망구야. 나다 방우! 천하에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도도한 도복희 여사가 왜 이렇게 졸고 있어? 한방 또 날려버리지. 자! 여기 있다”

 

 창문 사이로 얼굴을 쑥 밀어 넣고 뺨을 내밀고 있었다. 공포의 끝은 기절이었다.

 

 “엄마야!”

 

 코에서 선 크림 냄새가 진동을 했다. 부스스 눈을 떴을 때 운전대가 보이지 않아 한번 더 기절할 뻔했지만 밖에 불빛과 지나치는 사람이 많아 방금 전처럼 공포는 없었다.

 

 “복희야! 정신차려라. 네가 그렇게 좋아하던 연하의 남자가 있지 않느냐? 뭘 그렇게 겁을 먹고 있어. 그 야무진 손바닥을 가지고 있으면서”

 

 얼마나 오랫동안 숨을 고르고 있었는지 복희는 기억나지 않았다. 약을 올리듯 싱거운 소리가 그렇게 낯설지 않아 공포도 사라졌다.

 

 “정신 들었어? 복희야! 너! 주민등록증 줘봐”

 

 방우인지는 알아차렸다. 그런데 난데없이 주민등록증은 왜 달라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정말 오십다섯 살이 맞는지 확인하려고”

 

 아직도 무서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시키는 대로 지갑에서 주민등록증을 꺼내고 있었다.

 

 “그래! 이렇게 고분고분해야지 복희 여사지. 조상이 준 예쁜 얼굴을 거역해 왜 그렇게 반대로 살았어요. 이 할망구야! 얼굴은 또 왜 이래? 차였어? 근식이한테. ”

 

 정신을 차리자마자 또 당황한 질문을 해 복희가 더 떨리고 있었다.

 

 “너는 거기서 뭐했어? 이 야밤에”

 

 “나 거기서 매일 운동해. 보고 싶으면 그 시간에 와. 옛날처럼 숨어서 훔쳐보지 말고. 선 크림은 지우고 오지. 들어가자. 화장실에서 세수부터 해야겠다”

 

 자정이 지났는데도 젊은 사람들로 북적대는 호프 집으로 물어보지도 않고 들어갔다. 복희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뒤따라 들어가며 물었다.

 

 “너! 말이 짧다. 누나한테 말버릇이 그게 뭐야? 그리고 내가 언제 훔쳐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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