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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중년의 로맨스 쟁탈전
작가 : 직깨미
작품등록일 : 2018.12.20

이야기의 기본 골격은 입 조심입니다.
방우와 숙이는 소꿉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합니다.
그리고 도복희 55세. 숙이 이모며 두 살 터울.
도복희의 말 실수가 가져 온 말년의 비극
(그러나 히티 엔딩으로 마무리 합니다)

 
체감 차이
작성일 : 18-12-20 18:00     조회 : 273     추천 : 0     분량 : 3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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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임에 대해 말을 꺼낸 게 아니지만 숙이는 어릴 때도 이런 식으로 흑과 백을 가려 받아들일 때가 많았다. 그때마다 방우는 숙이 옆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다가 천만다행이 이모가 나타나는 바람에 확실한 구실을 대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혼 조건으로 인물 학력 재력은 남녀 구분이 없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숙이는 이 모든 것을 다 갖췄지만 방우는 소리 없이 사라져 버렸다. 흑백을 완벽하게 가리려는 그런 강단이 뚜렷한 성격이 아닌 것 같지만 대화를 하다 보면 어느 새 어느 한 곳에 점을 찍어야 하는 성격이었다. 만약에 점을 숙이가 원하는 데 찍지 않으면 밤새도록 찍어야만 이유를 교육받아야만 했다. 물론 방우는 불타는 가슴을 가진 청춘 남녀가 밤새도록 같이 있으면 당연히 그 덕을 방우는 봤다. 숙이도 마찬가지였겠지만.

 

 그런데 지금 둘은 불타는 청춘도 아닌 그때처럼 뜨거운 사이도 아니었다. 솔직한 마음으로 방우는 지금 집에 가고 싶었지만 가출한 할망구를 두고 갈 수도 없는 어정쩡한 처지에 놓여 있었다. 분명히 이 밤을 지새려면 집요한 뭔가를 가지고 또 꼬투리를 잡고 늘어질 게 분명해 보였다.

 

 “가자”

 

 “어디?”

 

 “한잔 마시고 푹 주무시게 내가 양주 사 줄게”

 

 “어디 마시다 남은 거 놔뒀구나. 너나 마셔라. 나는 캔 맥주나 마셔야겠다”

 

 “어디서?”

 

 “24시 편의점 있잖아. 너 집에 가. 불편해”

 

 “친구도 애인도 마누라도 아니고 이 야밤에 뭐 하는 짓인지 참 우습다. 그렇다고 할망구를 길 가에 버려두고 갈 수도 없고 참 곤란하네. 좋아! 내가 양주 살 돈으로 호텔 방 잡아 줄게. 거기서 자고 올라가”

 

 “야! 임마! 돈이 아야! 아야! 하냐? 잠시 잠만 자면 되는데 무슨 호텔. 네 사무실로 가. 거기서 자고 갈게. 너는 집에 가”

 

 편의점 앞에 차를 세우고 방우가 편의점으로 들어가 이것저것을 주섬주섬 담아 차에 타고 손가락으로 한 지점을 향했다.

 

 “야! 저긴 모텔이잖아”

 

 “새삼스럽게 내숭 같은 짓 하지마. 전혀 안 어울려. 빨리 차 집어 넣어. CCTV 찍힌다”

 

 방우가 방으로 들어가 사 온 짐을 풀고 있다.

 

 “야! 이거 뭐야? 전 세계 맥주를 다 사왔네. 누가 다 마시라고?”

 

 “그냥 맛만 보면 되지. 종류별로 다 사왔다. 허허허. 먼저 씻을래?”

 

 윗도리를 반쯤 벗은 채 돌아서 물었다. 숙이가 헛웃음을 치면서 캔을 따고는 침대에 걸터앉아 투덜대고 있었다.

 

 “너는 이제 내가 여자로도 안 보이냐?”

 

 아무 대답이 없어 고개를 돌렸다. 벌써 샤워를 시작하고 있었다. 숙이는 헛웃음만 나왔다. 방우가 샤워를 마치고 숙이도 마치고 나왔다. 방우가 캔을 따서 건네주었다. 벌컥벌컥 들이켰다.

 

 “어이 시원한데. 자! 영감도 한잔 하셔”

 

 마시던 캔을 방우에게 건넸다.

 

 “분명히 너도 여자인데 전혀 반응이 없네. 비뇨기과에 한번 가봐야겠다”

 

 “너만 그렀냐! 나도 그렇다. 지현이 회사 언니 불러줘?”

 

 기지개를 한번 치고는 음흉한 미소로 눈을 마주친다.

 

 “그 말 들으니 벌떡 서네. 허허”

 

 “허! 어이가 없어서. 어떻게 네가 남자란 생각이 전혀 안 더냐? 얼마 전만 해도 설렜는데”

 

 숙이가 순순했던 그때의 미소로 방우를 보고 쑥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너! 이 미소 짓지마. 유혹하는 것 같아. 허허! 그때는 오랜만이라서 그렇지 뭐. 그때 같이 자고 난 뒤에 후회 많이 했다”

 

 “왜?”

 

 나지막이 물었다.

 

 “부부 사이에 어련히 하는 요식 행위를 하고 나는 잘 했다는 안도가 들고 후회 같은 것도 없는데 너는 아닌 것 같아. 소풍 가는 날 어머님이 억지로 가방에 넣어준 김밥을 선생님에게 전달하는 기분! 너는 안 그랬어?”

 

 “그래도 한때는 사랑했던 사람이었는데 요식 행위란 말은 듣기 좀 그렇네. 그래! 나도 마찬가지다. 가방에 김밥이 철철 넘치는데도 어쩔 수 없이 받아주는 기분이다. 기하급수로 내 입을 할망구 입으로 만들고 있네. 기분 더럽게. 저리가! 새끼야. 그래도 설렜는데 말을 어떻게 그렇게 해”

 

 눈을 부라려 입에 욕까지 담았지만 목소리와 눈에는 서글픈 어둠이 스쳐갔다. 방우가 한 숨을 내쉬고는 숙이 뺨을 살짝 스치듯 만지고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

 

 “나도 그렇긴 한데 예전만은 못해. 아마 너나 나나 지금같이 있어도 가정이란 테두리를 먼저 생각하고 있어서겠지. 또 서로 너무 잘 아는 집안이라 압박 같은 걸 가진다고 생각해. 죄짓는 기분도 들고. 어쩌다가 우리 사이가 이 모양 이 꼴이 됐냐? 다른 놈 만나면 이러지 않을 거 아니냐?”

 

 비웃는 콧소리를 살짝 내면서 눈을 지긋이 감았다가 눈을 치켜세워 부라려 노려보고 금방이라도 달려들듯이 눈을 방우 눈에 바짝 붙였다.

 

 “이래도 후회 저래도 후회란 생각을 지금하고 있는 중이지? 솔직히 말해? 나 헷갈리게 하지 말고”

 

 방우 입 꼬리가 바로 옆으로 치켜져 올라갔다.

 

 “아니지! 처음으로 우리가 안았을 때 네가 알아서 팬티 벗었다. 나는 손도 안 댔다”

 

 머리에 손이 바로 올라 올 기세였다.

 

 “웃기는 소리하고 있네. 어디서 주워담아온 온갖 간지러운 소리로 애간장을 녹여놓는데 내가 어떻게 안 벗을 수가 있었겠어. 그때 어디서 듣고 외어서 얘기했지? 그때 그 말 다시 해봐”

 

 “세상에서 네가 최고다. 지금도. 됐냐?”

 

 “얼마나 많이 써먹었길래 띄어쓰기도 하나 안 틀리고 그대로 말을 하네. 대단하다. 대단해. 지현이 회사 사람도 그렇게 유혹했냐?”

 

 한쪽 눈을 찡긋하고는 코끝까지 긁어가며 잽싸게 능글맞게 대꾸를 한다.

 

 “나는 가슴이 설레지 않으면 절대 안 한다. 그렇잖아도 요즘 힘이 없어 죽겠는데 쓸데없는 그런 데 힘을 버려. 섹스 파트너는 돈만 많으면 길 바닥에 늘렸어. 아니! 많을 필요도 없어. 정신 나간 년들은 팬티부터 벗어버려. 정말 하고 싶으면 몇 십 만원만 줘도 젊은 여자하고 원 없이 할 수 있어. 그러니… 너! 오늘 나 유혹하지마. 피곤해. 알았어!”

 

 숙이가 손과 발을 전부 사용해 방우 전신을 공격하고 있다.

 

 “어이구! 어이구! 그러다가 복상사로 뒈진다. 적당히 휘두르고 다녀라. 지저분한 놈아. 그럼 나는 뭐야?”

 

 “뭐긴 뭐야. 결혼을 안 했으니 섹스 파트너로 전락했지. 억울하다. 억울해. 마누라 빼고 총각 때 섹스 해본 여자가 너뿐이란 게 말이 되냐? . 이게 전부다. 억울해 죽겠구먼”

 

 “너는 억울만 하지. 나는 후회된다. 어떻게 너 같은 놈을 만나서 지금도 신랑 눈치를 보게 됐는지”

 

 한숨을 깊이 내쉬고는 침대에 벌렁 누워버렸다.

 

 “후회할 짓 한번 더 할까?”

 

 그때 숙이가 돌변했다. 옆방에 까지 고함소리가 들린 정도였다.

 

 “야! 뭐가 그렇게 후회됐어. 들을수록 기분 더럽네. 내 몸에 똥 발렸어. 자식아”

 

 고함소리에도 끄떡도 하지 않고 숙이를 빤히 쳐다보면서 은근히 약을 올리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말은 가슴을 송곳으로 꼭 누르는 거나 다름없었다.

 

 “옛날에는 볼 때마다 두근두근했지. 화는 왜 내고 그래! 아이고 예쁜 놈. 그 사이 화났어”

 

 숙이 겨드랑이를 간지럽게 콕콕 질렀다.

 

 “야! 하지마! 이게 통할 것 같아. 그럼! 지난 번에는 후회했단 말이네. 어~~ 하지마. 간지러워”

 

 방우는 말은 않지만 정말로 후회하면서 비위를 맞추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저 놈의 고약한 성질이 또 나오네. 이러다 오늘 밤 새겠다. 낯간지럽게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옛날에 너를 두고 떠난 걸 후회한다는 말이야. 가슴이 미어질 정도로. 여전히 따듯하네. 아이고 귀여운 놈”

 

 숙이를 보쌈 싸듯이 꽉 싸매고는 침대에 누워 꼼짝도 못하게 하고 있었다.

 

 “야! 숨막혀! 놔”

 

 그렇게 몇 시간 잤는지 모른다. 방우 검지 손가락이 숙이 코끝을 더듬고 있었다. 부스스 눈을 떤 숙이가 물었다.

 

 “뭐해?”

 

 “휴~~ 살아있네”

 

 ‘무슨 말이야?’ 이해를 전혀 못하듯이 눈살을 찌푸려 삐딱하게 쳐다보다가 이해를 하고 누운 채로 발로 걷어찬다.

 

 “야! 임마! 복상사로 뒈져도 남자가 뒈지지 여자가 뒈졌다는 뉴스 봤어? .”

 

 “몇 시간 전에 나올 뻔 했지”

 

 침대 아래에 여기저기 널브러진 속옷을 주섬주섬 주워 침대 올려두고 샤워 실로 들어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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