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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중년의 로맨스 쟁탈전
작가 : 직깨미
작품등록일 : 2018.12.20

이야기의 기본 골격은 입 조심입니다.
방우와 숙이는 소꿉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합니다.
그리고 도복희 55세. 숙이 이모며 두 살 터울.
도복희의 말 실수가 가져 온 말년의 비극
(그러나 히티 엔딩으로 마무리 합니다)

 
난처한 복희
작성일 : 18-12-20 17:59     조회 : 281     추천 : 0     분량 : 3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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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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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숙이는 귀를 의심했다. 가슴도 철렁했다. 오래 전에도 코는 잠들고 바로 잠시만 골다가 거의 골지 않아서 신경이 쓰이지 않는 건 당연했지만 숨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다.

 

 “야 임마! 눈 떠봐. 내 말 들려?”

 

 살아있는 건 분명했지만 눈을 떨 의향은 전혀 없어 보였다. 짜증을 울컥 쏟게 했다. 창문이 무슨 자기 마누라 똥배인 줄 알았는지 왼쪽 다리를 비틀어 유리창에 발이 거의 닿을 듯이 올려 쿠션을 찾아 헤매고 있다가 부르는 소리에 게슴츠레하게 떤 눈으로 고개를 돌려 쳐다보고 물었다.

 

 “어? 벌써 다 왔냐? 우리 예쁜 지현이 고생 많이 했다. 집 앞에 좀 부탁해. 다음에 이 오빠가 맛있는 거 사줄게”

 

 기가 차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헛소리를 하고는 양날개와 입가가 찢어질 만큼 기지개와 하품을 치고는 다시 왼발을 창문으로 올리고 있었다.

 

 ‘야! 쿠션 여기 있다’

 

 숙이는 자기 똥배를 밀어주고 다리가 올라오는 순간에 가랑이를 찢어버리고 싶을 정도 기분이 아주 더러웠다. 지현이하고 있으면 늘 이러는지 의자를 뒤로 완전히 젖혀 아예 침대에 누운 듯이 몸을 던지고는 다리를 뒤척이고 있었다. 술 취한 신랑을 태워가는 기분이 아니고 술 취한 남의 남자를 태워가는 기분이 들어 어색하기도 했다. 차라리 올 때처럼 갈 때도 지현이에게 맡길 걸 후회와 그러면 안되지 란 책임감도 같이 가슴에 공존하고 있었다. 지현이라고 부르는 소리에 한가지 간과하고 이 놈을 내려줄 뻔 했다는 생각이 불현듯이 떠올랐다.

 

 “참! 방금 전에 너 연기 잘하더라. 완전히 대상 감이던데 그렇게 해도 돼? 솔직히 나!... 무서워”

 

 놀라지도 일어나지도 않았다. 단호한 울림만 잠시 차 안을 가득 메웠다.

 

 “이모한테 어정쩡하게 말하지 말고 분명히 얘기해. 그 놈들이 반격하면 증인이 되라고. 그때 겁 대가리 없이 남학생과 술을 마시고 그 짓에 동참한 애 중에 아직도 그런 인생을 살고 있는 애가 있어. 내가 누군지 잘 알아. 이모가 그 애 아니 그 년 주머니를 채워주면 돼. 선택은 영호가 해야지”

 

 숙이 얼굴이 다시 어두워졌다. 걱정으로 가득해있었다. 그 걱정의 전부는 이모도 영호도 아닌 본인이었다. 방우도 숙이가 무슨 걱정을 하고 있는 지 잘 알고 있었다.

 

 “했던 얘기 이 걸로 끝이다. 결혼하기 전에 배우자 말고 연애 한번 안 한 사람이 몇 이나 되겠어? 연애라고 해서 발가벗고 몸을 나눠야 연애야. 그렇게 하지 않고 마음으로도 사랑하면 그것도 연애잖아. 그렇다고 그 사람과 헤어지고 다른 사람과 결혼해서 우리는 그런 관계가 아니었다고 결백을 주장해봤자 믿어주는 배우자가 몇 이나 되겠어. 차라리 우리처럼 화끈하게 연애한 게 훨씬 낫지. 억울하지는 않잖아. 너희 이모도 마찬가지야. 근식이하고 화끈하게 연애하고 있잖아. 그런데 내일 모레가 환갑이고 너희 이모부가 벌겋게 눈뜨고 있는데 용서가 되겠어? 너희 이모 목을 비틀어야 우리가 안전해. 방금 전에 내가 고함을 질렀을 때 그 놈들이 내 멱살을 잡고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느냐고 했으면 말이 달라져. 그런데 그 놈들 모두 도망쳤잖아. 나는 그때 그 놈들이 ‘나는 애송이오’ 하는 것으로 밖에 안 보였어. 게임 끝이야. 만약을 대비해서 네 이모가 나서면 돼”

 

 숙이는 대답 대신이 한 숨만 내쉬었다. 그런 말은 네 같은 놈에게는 쉬울지 모르지만 나는 아니라고 말을 하고 싶었지만 할 수가 없었다. 방우 말대로 영호에게 솔직하게 이실직고 이 누나를 위해 꿈을 접으라고 하는 게 더 쉬울 거란 생각도 들었다.

 

 “여기 내려 줄래. 택시 타고 갈게”

 

 고개를 돌려 눈을 마주쳤다. 할말은 거의 다한 것 같았지만 벌써란 생각이 들었다. 이게 아니잖아도 떠올랐다. 말은 다르게 나왔다.

 

 “집까지 태워줄게”

 

 씁쓸히 입 꼬리를 비틀어지고 있었다. 숙이 뺨에 방우 손이 닿아 있었다.

 

 “아이고 이놈아! 너 같은 할망구 차에서 내리는 걸 우리 마누라가 보면 얼마나 자존심이 상하겠어. 너도 마찬가지야. 우리 마누라하고 마주치면 너 굉장한 부러움과 자괴감이 들 거야. 둘 다 고통스러워. 남자 앞 길을 터주는 것도 너처럼 예쁜 여자지만 막는 것도 너처럼 예쁜 여자야. 우리 마누라 질투해. 아니면 웃음거리 되고. 그럼 여기서… 에라! 이 놈아”

 

 숙이 뺨에 가 있는 손이 무기가 돼 버렸다.

 

 “아야야~~ 하지마! 아파”

 

 볼을 세게 한번 꼬집어 비틀어 흔들고는 차에서 내려 바로 택시를 타고 가버렸다. 뒤 모습에서 숙이는 자신만큼 여운이 저 놈에게도 남아 있다는 게 느껴졌다. 왠지 가슴이 찌릿하고 먹먹했다. 아마 똑 같은 기분이란 생각을 하니 마음은 조금 가벼워졌다. 여기까지였다. 지금부터는 이모와 혈투를 벌어야 했다.

 

 “너 요즘 자주 온다. 이번엔 난데없이 웬일로 왔어?”

 

 좀 사근사근하게 반겨주지는 못할 망정 질문부터 벌써 가슴을 이글거리게 했다. 오는 말이 좋아야 가는 말이 좋지.

 

 “이모! 옛날이 내 친구 코피 낸 일과 연관이 있는데 이모가 할 일이 있어”

 

 복희 미간이 서서히 붙어지고 있었다, 뒤로 약간은 물러 앉는 것 같았다. 방으로 눈길을 한번 던지도 했다. 긴장하는 게 분명해 보였다.. 숨쉴 틈 없이 몰아붙일 최적의 조건이었다.

 

 “그때 그 놈들 기억나지?”

 

 복희 마음이 다급해 보였다. 허둥대며 말을 마무리하려는 듯이 서둘러 말했다.

 

 “그 놈들 얘기는 왜 또 꺼내. 내가 할 일이 뭔데? 얼른 말해”

 

 “방우가 그때 피해 본 애들을 만나라며 이모가 만나서 설득을 해. 그때 가해자가 영호 상대야. 할 수 있지?”

 

 복희가 주춤거리며 고개를 가로로 내저었다.

 

 “내가 왜? 그 애들 기억 안나. 그리고 주범이 방우 맞잖아. ”

 

 허둥대느라 복희가 실언을 한 건 분명했다. 숙이가 목소리를 높였다.

 

 “이모~~ 방우가 아니라고 몇 번이나 얘기했잖아”

 

 숙이 목소리가 너무 컸던 모양이었다. 방에서 이모부가 나왔다.

 

 “목소리가 왜 이렇게 커? 방금 뭐랬어? 방우? 한방우 얘기한 거야?”

 

 숙이는 깜짝 놀라 복희와 이모부를 번갈아 쳐다봤다. 복희 인상이 더 굳어져갔다.

 

 “부두에서 일하는 그 놈 맞지? 그리고 보니 숙이 너랑 같은 동네네. 그 친구하고 친해? 무슨 일이야? 나도 그 친구에게 부탁할 게 있는데”

 

 숙이는 어이가 없었다. 어떻게 온 집안이 그 놈에게 부탁하는 지 기가 막힌 인연이란 생각을 하면서 복희를 원망스런 눈으로 노려봤다. 복희가 깜짝 놀라며 얼굴이 새하얗게 질러 가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이 기회에 협박을 해버려? 기치를 발휘하고 말았다.

 

 “예! 맞아요. 내 친구인데 지금 영호를 돕고 있는 중이고 또 이모보고 나서주라고 합니다. 지금은 이모 힘이 절실하거든요”

 

 당장에 울음이 터트려질 것만 같이 보였다. 숙이가 눈을 가늘게 깔고 복희를 내려다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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