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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중년의 로맨스 쟁탈전
작가 : 직깨미
작품등록일 : 2018.12.20

이야기의 기본 골격은 입 조심입니다.
방우와 숙이는 소꿉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합니다.
그리고 도복희 55세. 숙이 이모며 두 살 터울.
도복희의 말 실수가 가져 온 말년의 비극
(그러나 히티 엔딩으로 마무리 합니다)

 
들통의 대가
작성일 : 18-12-20 17:56     조회 : 253     추천 : 0     분량 : 3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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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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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현에게 들은 말 때문인지 며칠 내내 이유를 알 수 없는 어떤 부담이 가슴 정 중앙에서 박혀있는 것만 같았다. 누군가에게 이 말을 해야만 압박을 빼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지현이가 이미 말을 했기 때문에 상대가 복희란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할 자신이 없었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말할 필요도 없었다.

 

 정미와 복희가 근식이와 벌이는 있는 로맨스 아니 불륜을 ‘나도’라는 상상에 방우를 끼워 넣은 죄밖에 없다. 그리고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자신 외에는 아무도 없다. 방우도 모른다. 그럼 지현이가 무슨 이유로 나를 내세울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이런저런 생각 중에 또 찾아간 곳은 참새가 방앗간보고 그냥 못 지나치듯이 정미 앞에 앉아 있었다.

 

 “염색 해 줄까?”

 

 “많아?”

 

 “응! 앞에는 별로 없는데 귀 뒤로가 많네. 어디 보자. 장난이 아닌데”

 

 “정말? 비쳐줘 볼래”

 

 정미 말대로 장난이 아니었다. 뒤통수에는 흙은 없고 하얀 새싹만 자란 밭처럼 보였다.

 

 “이 참에 하얗게 염색을 해 버릴까?”

 

 본심은 아니었다. 목젖이 울컥 매였다. 정미가 마음을 알아채고 피씩 웃고는 한숨 소리를 섞어 위로 겸 매출을 올리려고 했다.

 

 “곧 눈밭에 될 건데 뭐하고 미리 해. 잠깐만. 내가 알아서 예쁘게 해줄게”

 

 “그래! 이왕 하는 거 네 실력 발휘해줘”

 

 지현이 작전에 말려든 건 아니지만 그때 지현이 말이 얼른 떠올랐다.

 

 “참! 복희 요즘도 바람나 있어?”

 

 질투를 유발시켜야 제대로 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강수를 내밀었다. 이 건 또 정미를 보호해주는 말이기도 했다. 근식과 너 사이를 나는 전혀 모른다는 은폐 술이기도 했다.

 

 “바람은 말 그대로 스쳐 지나가버리는 바람이야. 우리 신랑도 절대 멈추지 않을 것처럼 바람이 나 있더니 그년에게 차였는지 요즘 집구석에 틀어박혀만 있다. 차라리 바람나 있을 때가 좋았는데 내까지 땡 하면 집에 가야 할 판 돼 버렸다. 숨을 못 쉬겠어. 호호호. 복희도 요즘 재미없는 것 같던데. 네가 한번 물어봐라. 여전히 불타는지 나도 궁금하다”

 

 얼굴에 비친 정미 얼굴이 일그러져 있었다. 끝까지 시치미를 뚝 떼고 실행에 들어갔다.

 

 “혹시 방우 기억 나? 근식이 친구”

 

 눈이 반짝했다.

 

 “당연히 알지. 그 바람둥이! 요즘도 이년 저년 기웃거리고 다니는지 궁금하네. 걔는 왜?”

 

 바람둥이가 아니라고 이미지 쇄신을 해주려다가 오히려 억울한 오해만 받을 것 같아 지현이 말을 은근슬쩍 흘렸다.

 

 “응! 걔 무서운 놈이더라. 복희 조카가 시의원에 출마하려고 하는데 상대 약점을 복희가 가지고 있데. 어릴 때 일인데 시의원에 나오려는 놈이 여학생들을 성폭행하려고 하다가 복희에게 딱 걸렸단다. 그때 성폭행 당할뻔한 여자애들 이름을 방우가 가지고 있어. 그 애들이 어디에 사는 지도 알고 있고. 방우가 원하는 건 복희가 그 애들을 찾아가서 그 사실을 털어놓게 해야 한단다”

 

 정미가 시원이 머리에서 손을 내려놓고 거울에서 서로 눈을 마주치고 있었다.

 

 “어떻게 그런 잔인한 짓을 시켜. 그 여자애들도 우리보다는 적겠지만 비슷한 나이일 건데 과거 일을 들춰내고 싶어하겠어. 자기들 체면뿐만 아니라 가정도 시끄러워질 건데. 그 새끼 정말 지저분한 놈이네. 어떻게 생긴 거하고 똑 같은 짓을 시켜. 그럼 직접 나서서 하라고 하지”

 

 시원은 조금 불쾌했다. ‘걔가 어때서’라고 편을 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불쑥 들었다. 그래도 마무리는 해야 해서 감정을 억누르고 말을 했다.

 

 “복희 조카 집안에 돈이 많단다. 복희가 찾아 다니며 돈만 뿌리면 된데”

 

 정미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손도 벌벌 떨리고 있었다. 염색을 마치고 덮는 중이라 천만다행이었다. 만약에 염색 중이거나 자르는 중이었다면 어떤 불상사가 벌어질 지 모르지만 피해는 고스란히 시원이가 볼 뻔했다. 그래서 업무나 작업 중인 사람에게는 입을 다물어야 한다는 사실을 한번 뇌에 각인시켰다.

 

 “그 새끼! 정말 인간쓰레기네. 내가 첫 눈에 그런 놈인 줄 알았어. 그런 짓을 어떻게 복희에게 시켜? 복희가 그럴 이유가 어디 있어. 형제도 아닌 조카 집안일에. 미친 놈이 아니면 그런 말을 할 수가 있겠어”

 

 방우나 복희 조카의 관계를 몰랐다면 시원이도 당연히 정미와 같은 말을 했을 것이다. 지금 이 말을 하면 정미도 방금 했던 말을 되돌리려고 할 것이다. 시원은 숨을 한번 고르고 입을 열었다.

 

 “만약에 방우가 시킨 대로 할 자신이 없으면 출마하지 마란다. 출마하는 순간에….”

 

 시원이가 눈을 지긋이 감고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뭐? 뭔데? 뜸들이지 말고 얼른 말해봐”

 

 “놀라지마”

 

 시원이가 고개를 돌려 거울 속에서 마주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쳤다.

 

 “복희하고 근식이 불륜을 터트려버린단다”

 

 바닥에 딸가닥 소리가 몇 번 들렸다. 정미가 핀을 놓쳐버렸다. 가위를 쥐지 않아 또 천만다행이었다. 손을 벌벌 떨고 있었다. 제 발이 저리고 있는 게 확실해 보였다. 지금이 계속 몰아붙이지 않으면 후회할 것만 같았다. 지현이는 복희에게 직접 말해주길 바랬지만 그럴 필요가 전혀 없는 순간이었다.

 

 “방우 그 놈이 보기와 다르게 아주 치밀한 놈이더라. 복희 뒷조사를 철두철미하게 해서 만약에 복희가 볼 피해까지 빠져 나갈 방법까지 들고 있는 것 같더라. 나도 그건 뭔지는 모르지만 지현이 말로는 그 놈이 어릴 때부터 무슨 일을 벌이면 빠져나갈 구멍부터 먼저 파놓고 시도를 했다 하더라. 나도 얼핏 그 놈이 조사한 자료를 봤는데 상대 진영의 사돈에 팔촌까지 비리를 다 깨놨더라. 상대가 중학교 때 짝사랑한 여자애 집안 내력까지 모조리 파헤쳐놓은 거 있지. 소름 끼치더라. 내가 어떻게 이 말을 복희에게 전하겠어. 남의 비밀을 다 아는 걸 드러내는 짓인데 복희가 얼마나 부끄럽겠어. 하여튼 그 새끼 정말 잔인한 놈이야. 나는 도저히 전할 자신이 없어”

 

 힐끔 고개를 돌려 정미를 봤다.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허둥대다가 좋은 묘안이 떠올랐는지 시원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을 했다.

 

 “근식이한테 부탁하면 안 될까?”

 

 “누가? 나는 근식이 연락처도 모르는데. 부탁하려면 그 놈이 벌써 근식이에게 말 했겠지”

 

 난감한 표정으로 시선을 마주친 채 울먹이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거의 절규하고 있었다.

 

 “내보고 어쩌란 말이야?”

 

 “미적거리다가는 너도 복희도 일만 더 커져 줄줄이 초상 치를게 뻔해. 둘이 만나서 단판을 짓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다. 그게 둘 다 살아남을 방법이잖아. 너도 네 신랑이 바람 났다가 요즘 집안에 꾹 눌러 있게 내버려주고 있잖아. 그 말은 용서했다는 말인데 반대로 생각해봐. 여자는 용서 못 받아”

 

 정미가 소파에 덥석 주저앉아 놀란 눈으로 시원을 보고 묻는다.

 

 ”알고 있었어?”

 

 “그렇게 표시를 냈는데 모르면 바보지”

 

 정미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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