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
나의 가벼운 연애
작가 : 다소다
작품등록일 : 2018.12.8

사랑은 아직 어수룩한 스무 살의 '송이나', 흑역사 속으로 묻은 첫 연애 이후로 항상 그 남자 '서민준'이 있었다. 이것도 일편단심이라고 할 수 있을까? 꼬이는 남자마다 황당 가득한 '강아영' 마음에 드는 남자라면 친구의 애인이라도 상관 없는 '민수연' 인생 마이웨이 '남지혜' 까지, 그들의 입학부터 졸업까지 대학생들의 리얼 현실 연애 스토리 #대학생활 #고무신 #연상연하 #막장 #캠퍼스라이프

 
13화_벚꽃 흩날리는 계절에 찾아온 두 번째 이별
작성일 : 18-12-20 17:38     조회 : 247     추천 : 0     분량 : 7621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

 

 “야 쟤가 걔 아냐? 강아영”

 “맞네. 경영학과 여신”

 “실제로 보니까 그렇게 예쁘지도 않네”

 “쟤가 이규현 갖고 놀았다는 걘가? 나 다른 소문도 들었어”

 “뭔데?”

 “쟤 무슨 봉사동아리에서 좀 잘생긴 오빠한테 꼬리 쳤다던데”

 “봉사를 남자한테 하는 거 아냐?”

 “하긴 생긴 게 그렇게 생기긴 했다. 송이나는 왜 맨날 붙어 다니냐?”

 “뭐 떨어질 콩고물이라도 있는 거 아니겠어? 비교 되는 거 아나 몰라”

 

 3학년이 된 우리는 개강하자마자 이런 수군거림에 시달려야 했다.

 소문이 어디서 어떻게 났는지, 아영이 규현과 헤어지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뽀뽀는

 와전되어, 아영이 규현을 만나면서 다른 남자가 있었네, 그냥 자려고 만난 거네.

 이런 식으로 돌고 있었다.

 처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무슨 소리냐고 변명 아닌 변명을 했는데, 오히려

 소문은 눈덩이처럼 불어나서 요즘은 애써 무시하고 있다.

 오늘은 좀 심한 것 같아서 한 마디 하려고 했는데, 아영이 참으라고 해서 부들거리고 있었다.

 

 “야 닥쳐 좀”

 ??

 한창 제멋대로 떠들어대는 소문에 어디선가 짧지만 강력한 한마디가 던져졌다.

 무심한 듯 창문 너머를 쳐다보고 있는 짧은 단발에 성숙한 분위기를 풍기는 그녀는 남지혜.

 같은 과 동기이긴 한데,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니었다.

 그래도 경영학과에서 유명했기 때문에 알고 있었다.

 

 입학 초기에 아영이 눈에 띄는 외모로 유명했다면, 지혜는 우리가 복학 했을 무렵

 ‘교수님의 그녀’로 유명했다. 교수님과 스캔들이 났다고 했는데,

 유부남인 교수님의 아이를 가지게 되어서 휴학을 했다고 한다.

 복학한다는 소문은 들었는데, 같은 수업이었구나.

 

 “뭐?”

 아영이에 대해 신나게 떠들던 애가 지혜의 말에 즉각 대꾸한다.

 

 “좀 닥치라고, 너희가 봤어? 쟤 남자한테 꼬리치는 거?”

 “……”

 “근거도 없는 걸 어디서 주워듣고 와서 주절거리고 있어. 좀 조용하자 응?”

 할 말을 잃은 아이들에게 지혜가 쐐기를 박아준다.

 순간 강의실에 정적이 돌았는데, 때마침 교수님이 들어 오셨다.

 

 “개강 첫 주라서 어수선할 줄 알았는데, 조용하네요. 다들 3학년이 돼서 이제 좀 의젓해 진건가?

 의젓하지 않은 우리들을 모르는 교수님은 흐뭇한 표정으로 출석을 부르기 시작했다.

 

 “와.. 아영아 쟤 걔지? 남지혜. 복학했다더니 진짜네. 포스 쩐다”

 “그러게 내 타입이야…”

 “으엥??”

 교수님보다 더 흐뭇한 표정으로 지혜를 바라보는 아영이었다. 꽂혔네…

 

 .

 

 수업이 끝나고, 가방을 챙기고 있는 지혜에게 아영은 곧장 말을 건넸다.

 

 “저기.. 아깐 고마웠어”

 아영을 힐끔 쳐다보더니 지혜는 하던 일을 계속 한다.

 

 “아아 뭘, 아무렇게나 떠들어 대던 걔들이 잘못한 거지”

 “그래도.. 대신 말해줘서 속 시원 했어”

 “너도 가만있지만 말고, 그런 것들은 가만있으면 더 신나서 지랄하니까”

 지혜는 가방을 어깨에 메고 일어났다. 강의실을 나가는 지혜를 아영이 우물쭈물 바라만 본다.

 으휴 강아영 내 이럴 줄 알았다.

 

 “지혜야!”

 내가 큰 소리로 부르자 문 앞에서 지혜가 멈춰서서 돌아본다.

 

 “?”

 “우리 점심 같이 먹을래? 히히 얘가 쏠 거야”

 두 손으로 아영을 가리키자 아영이 고개를 힘차게 끄덕인다.

 

 “그러던가, 나도 지금 점심 먹으러 가려고 했거든”

 “아, 혹시 약속 있었던 거 아니야?”

 “아냐 그냥 일출관이나 가서 먹으려고 했어”

 “혼자?”

 “어, 왜?”

 “아.. 아니야 너 되게 멋있다 헤헤”

 혼자 학식을 먹다니.. 나는 상상도 못 할 일이다.

 그런 애들 보면 마이웨이 같아서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뭔가 소문과 다르게 매력적인 아이였다.

 오늘도 나는 어김없이 함박 스테이크, 아영과 지혜는 돌솥비빔밥을

 받아서 자리에 앉았다. 아무 말 없이 먹다가 지혜가 먼저 말을 꺼낸다.

 

 “넌 강아영, 넌 송이나, 맞지?”

 “응, 어떻게 알았어?”

 “1학년 엠티 때 옆방이었어. 복도 지나가다 봤지, 그리고 아영이 너는 워낙 유명했고.

 나 웬만한 동기들 이름하고 얼굴은 다 알아”

 “와 나는 사람 이름하고 얼굴 잘 기억 못하는데 너 되게 똑똑하다”

 “내 이름은 알지? 나도 유명하잖아”

 “아…”

 웃으면서 말하는 지혜에게 뭐라고 해야 할지, 알맞은 말을 찾지 못한 우리 둘은 순간 침묵했다.

 

 “괜찮아~ 그까짓 거, 시간 조금 지나면 잠잠해져”

 “아냐 우리도 휴학해서 자세히는 몰라, 근데.. 진짜야?”

 조심스럽게 물어 보자 아영이 내 옆구리를 쿡 찌른다.

 

 “응? 왜?”

 아영이 얼굴 근육을 몽땅 이용해서 내게 무슨 메시지를 전하는 것 같긴 한데

 무슨 뜻인지 도통 모르겠다.

 

 “?? 지혜 너 교수님 하고, 그.. 소문..”

 필사적인 아영을 뒤로 하고 묻는 내 말에 지혜는 빵 터졌고,

 아영이는 절망적인 표정을 지었다.

 

 “아하하 이런 걸 직접 물어 보는 애는 또 처음이네”

 “아니.. 궁금하니까… 대답하기 곤란하면 안 해도 돼”

 “야 송이나 너 진짜 눈치 없고 웃기다. 교수님 애 가져서 휴학 했다는 거 말하는 거지?

 절대 아니야 그거, 그랬으면 내가 이렇게 복학 했겠어?

 휴학은 그냥 토익 학원도 다니고 자격증 좀 따려고 한 거야~”

 지혜는 거리낌 없이 내 질문에 답했다.

 

 “아~그렇구나, 역시, 그럴 줄 알았어. 지금 아영이한테 도는 소문도 순 엉터리라니까?”

 “소문이 다 그렇지 뭐~”

 “나도 나중에 너한테 수군거리는 사람 있으면 뭐라고 해줄게!”

 “그래 주면 고맙고~ 크크”

 “내가 괜히 미안하다 지혜야”

 아영이 사과를 던진다.

 

 “아냐~ 뒤에서 얘기 하는 것보다 이렇게 너희처럼 앞에서 물어보는 게 더 나아”

 “웅? 뭐가 미안해?”

 순진무구하게 묻는 나를 째려보며 아영이 계속 말을 잇는다.

 

 “얘가 좀 이렇다... 아, 우리 같이 살 거든, 그래서 잘 아는데

 딱히 악의가 있어서 그런 건 아니니까 이해해 줘”

 “아~ 너네 같이 사는구나? 어디 살아?”

 “저기 후문 쪽에 진성 오피스텔”

 “어? 나 그 쪽 가 봤어. 나중에 놀러 가도 돼?”

 “그럼~ 당연하지~~!! 지혜 너는 언제든지 환영이야~”

 나의 격한 환영과 함께, 우리는 번호를 교환했다.

 

 .

 

 수업이 있다는 지혜와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아영이 핀잔을 준다.

 

 “송이나 넌 그런 걸 왜 눈치 없게 물어봐”

 “응?”

 “아까 밥 먹으면서 말이야.. 지혜가 기분 나쁠 수도 있잖아”

 “아닌 것 같더라고”

 “뭐가?”

 “소문 말이야, 이상하게 난 것 같아서 물어 봤지. 진짜로 그런 것 같았으면

 나도 못 물어보지~“

 “그래도! 으휴 걔가 성격이 좋아서 다행이지”

 “아니라잖아~ 헤헤 역시 그럴 줄 알았어. 소문은 믿을 게 못 된다니까?

 아영이 너 지혜 마음에 들지?”

 “응 대화도 잘 통하는 것 같고, 아까 나 대신 애들한테 한마디도 해 주고”

 “당당하게 점심 먹자고 하지, 그까짓 게 뭐라고 우물쭈물 하고..

 그럴 줄 알았어~ 너 그런데서는 낯가리잖아”

 “나이스 어시스턴트였어”

 아영이 엄지손가락을 척 들어 보인다.

 

 “나도 지혜 마음에 들어~ 나중에 우리 집 초대 하자”

 “아 수연이는 어쩌지? 다른 과라서 어색해 할 수도 있잖아”

 “음… 다 같이 친해지면 되지 뭐, 수연인 사교성이 좋아서 괜찮을 거야~”

 “? 어, 이나 너 전화 오는 거 아냐?”

 가방에서 들려오는 진동에 아영이 알려 준다.

 

 “웅, 그러게..? 누구지?”

 휴대폰을 보니 민준이다. 나는 버튼을 길게 눌러 통화 보류를 해 놓고 다시 가방 안에 넣었다.

 

 “안 받아?”

 “..응 안 받아도 돼”

 “어쩐 일로? 서민준 아니야?”

 “응.. 근데 괜찮아”

 “무슨 일 있어? 싸웠냐?”

 “아니야 그런 거, 그냥 이제 연락 안 하려고, 재혁이한테 미안해서”

 “얼씨구? 송이나 3학년 되더니 이제야 철들었냐”

 “당연하지 예전의 내가 아니라고~! 성숙한 언니를 보여 주마”

 

 겨울방학 때 그렇게 혼자 모텔을 나온 뒤로 민준에게 몇 번의 전화가 왔었지만

 모두 받지 않았다. 하루에 몇 통씩 걸려오던 민준의 전화 횟수는 점점 줄어들었다.

 이렇게 정리가 되는구나...

 

 .

 .

 

 “우와, 얘들아! 저것 봐 완전 예쁘다!”

 어느 새 수업 시간에 같이 앉으며 친해진 지혜와 아영이와 함께

 후문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들어가는 길이었다. 교내가 분홍색이었다.

 캠퍼스에 눈부시게 핀 벚꽃을 보자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아~ 그러고 보니 벌써 벚꽃축제 기간이네”

 “우리 학교 벚꽃은 유명하지~ 올해도 보는 구나~”

 “너희 그거 알아? 벚꽃 꽃말”

 내가 비장한 표정으로 말하자 지혜와 아영이 갸우뚱한다.

 

 “음.. 영원한 사랑 이런 거 아닐까? 모르겠는데?”

 “땡! 벚꽃의 꽃말은… ‘중간고사’야..”

 “아아악 맞다”

 지혜와 아영이 절망적인 표정을 짓는다.

 

 “둘 다 잊고 있었지? 잊지 마라 우리 다음 주에 전공 3개 시험이다”

 “아, 이번엔 왜 몰아서 보냐고.. 그 중에 경제학은 윤 교수님 거야. 지긋지긋하다 진짜”

 “내가 시험 문제 몇 개 찍어 줄까?”

 아영의 울상에 지혜가 말한다.

 

 “어? 지혜 너 이 수업 들었어?”

 “아니, 음.. 나 아는 선배 중에 윤 교수님 시험 족보 가지고 있는 분 있거든.

 내가 몇 개 알려 줄게”

 “대박…! 사랑합니다.”

 “나도 나도!!”

 “이나 넌 안 돼”

 “헐 왜죠?”

 “넌 지금 수업이니까, 지금 안 가면 지각 아닐까?”

 “으악 맞다 5교시 경영관인데!!! 나중에 부탁드립니다요!!”

 나는 지혜와 아영에게 손을 크게 흔들며 경영관으로 달려갔다.

 아슬아슬하게 강의실에 도착, 휴대폰을 진동으로 바꾸려고 봤더니 톡이 와 있었다.

 

 [오늘 학교로 갈게 7시에 분수대로 나와] 오후 1:47

 

 민준이다. 휴대폰 번호로 연락 온 걸 보니, 휴가를 나온 모양이다.

 아.. 이렇게 찾아오는 건 예상 못 했는데… 갑자기 온 민준의 연락에 어지럽다.

 그 와중에 민준을 본다는 생각에 또 기대가 되기 시작한다.

 제발 그만 좀 해라 송이나....

 

 어쩌지... 어떻게 해야 하지...

 

 …그래, 보지 말자,

 봐서 뭐해, 할 말도 없어. 안 나갈래, 안 나가면 되지.

 

 .

 

 수업이 끝나고 집에 왔더니, 아영과 수연이 저녁을 준비하고 있었다.

 

 “왔어? 나 엄마가 불고기 보내 줬다? 이거랑 밥 먹자”

 수연이 수저를 식탁에 놓으며 말했다. 간만에 고기반찬이었는데도

 밥이 어디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신으로 저녁을 대충 때웠다.

 저녁상을 치우고 침대에 기대어 나도 모르게 계속 시계만 쳐다보고 있는 나에게 수연이 묻는다.

 

 “쏭 무슨 약속 있어?”

 “응? 아.. 아니, 그냥 몇 시인가 잠깐 봤어”

 “지금 7시 42분~”

 엎드려서 휴대폰을 만지고 있던 아영이 대신 시간을 알려 준다.

 

 “어.. 고마워”

 “왜 이렇게 안절부절 못해?”

 “나.. 잠깐 나갔다 올게”

 “어디 가 이 시간에?”

 “..잠깐만.. 갔다 와서 말해 줄게”

 나는 서랍 깊숙이 넣어 둔 별사탕을 주머니에 넣고 밖으로 나왔다.

 지금 분수대로 바로 가도 8시 될 것 같은데... 민준이 아직까지 기다리고 있을까?

 걔 성격 상 절대 그럴 리 없을 것 같은데… 없으면 어쩌지..

 아냐, 그럼 어쩔 수 없는 거지 뭐

 

 민준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과, 아직 기다렸으면 하는 마음이 싸우면서

 빨라지는 발걸음으로 계단을 뛰어 올라왔더니 숨이 찼다.

 어두운 교내, 벚꽃이 조용히 흔들리고 있는 분수대에 민준이 앉아 있었다.

 

 “..준아”

 “왜 이렇게 늦게 왔어”

 민준이 나를 보고 웃는다.

 

 “다행이다, 너 안 나오는 줄 알았어.”

 “……”

 “누가 전화 안 받으래”

 “…그냥..”

 “그 날도 말도 없이 그냥 가 버리고.. 누나 때문에 복귀 지각 했잖아~”

 아무 말도 못하고 서 있는 나를 민준이 바라본다.

 민준의 깊은 눈동자에 내 마음이 꿰뚫어지는 기분이다.

 

 “오랜만에 만났는데, 그렇게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을 거야?

 나 이따 9시 버스 타고 가야 돼. 원래 나오는 날 아닌데,

 누나 보려고 휴가 내서 나온 거야”

 

 민준을 보자 애써 잊고 지냈던 그 날의 기억이 생각났다.

 나를 초라하게 만들었던 차가운 소파, 그 속에서 웅크리고 앉아 후회에 빠져있던 더러운 나,

 타인인 듯 느껴졌던 민준의 숨소리. 그만하자고 결심했던 그 때의 굳은 다짐도...

 

 왜...? 왜 나를 보려고 나온 건데...? 나는 고개를 들어 민준을 바라 봤다.

 

 “준아… 우리... 이제 그만하자”

 미련이 가득 묻은 하고 싶었던 한마디를 삼키고 나는 겨우 말을 꺼냈다.

 

 바람이 불었다.

 밤하늘에 쏟아지는 벚꽃잎은 가로등 불빛에 비쳐 마치 눈이 흩날리는 것 같았다.

 기시감이 든다. 눈이 펑펑 오던 날, 민준과 헤어졌던 날이 겹쳐졌다.

 불어온 바람에 먼지가 눈에 들어갔는지 따갑다.

 이렇게 또 이별을 말해야 하는 상황에 눈물이 난다.

 

 이번에는 내 차례다. 말해야 한다.

 나는 주머니 속 별사탕을 손으로 꼭 쥐며 눈물을 참았다.

 이제 놓아야 한다.

 

 “이제… 그만 끝내자 우리..”

 민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갑자기 또 왜 누나, 그 때 그 일 때문에 그래? 내가 참았어야 했는데 미안해”

 “아니야, 그냥... 내가 힘들어서 그래. 우리 이렇게 계속 지내는 거 잘못하는 거잖아.

 이상한 거잖아. 우리 사이“

 “……”

 

 “이제 그만하자 제발.. 응? 이제.. 연락 하지 말자..”

 내가 고하는 이별인데, 내 가슴이 찢어지게 아프다.

 그래도 이제 그만 하고 싶다. 나 혼자서 하는 사랑 따위,

 그 사랑에 목말라서 헤매느라 재혁에게 떳떳하지도 못했다.

 

 “…그래, 알았다”

 화가 난 듯, 딱딱하게 굳은 마지막 말과 함께 민준은 돌아섰다.

 그대로 멀어지는 그를 나는 바라만 봤다.

 

 그가 떠난 빈자리에 앉았다. 조용한 학교가 쌀쌀하다.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다가 나는 그 자리에 별사탕을 두고 일어났다.

 민준을 잡고 싶었다.

 

 안 돼, 잘 한 거야...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거야, 진작 이랬어야 했어...

 

 ...그래도 마지막으로 인사 정도는 제대로 할 걸,

 사실은 나 혼자만 너를 좋아하는 것 같아서, 그래서 너무 힘들어서 그런 거라고,

 난 아직도 너를 많이 사랑한다고 솔직하게 얘기라도 해 볼걸.

 이런 식으로는 헤어지지 말걸.

 

 나는 정류장으로 달렸지만, 도착했을 때 버스 문은 닫히고 천천히 출발하고 있었다.

 창가에 앉은 민준의 옆모습이 보인다.

 

 “아..”

 

 나를 보지 못한 민준을 태운 버스는 학교를 벗어났다.

 이제 진짜 끝이구나, 참았던 눈물이 이제야 터진다.

 갑자기 터져 나온 눈물에 당황해 다급히 후드를 뒤집어썼다.

 

 이렇게 좋아하는데, 이렇게나 사랑하는데 내가 선택한 결말은 가혹했다.

 겨우 마음을 추스르고 집에 왔는데, 우편함에 삐죽 뭔가 나와 있다.

 ...저번 겨울 강릉에서 재혁이 내게 보낸 100일 엽서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나...

 

 재혁의 엽서에 담긴 마음에 죄책감은 더욱 커질 뿐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내 마음은 한 곳에 있었는데, 시작하지 말았어야 할 사랑 앞에서

 나는 집 앞 벤치에서 한참을 울었다.

 

 .

 .

 .

 

 “김재혁이 엽서에 뭐라고 썼냐?”

 “음… 기억 안 나. 그거 왠지 집에 가서 찾으면 나올 것 같은데”

 “찾으면 뭐 하게? 수연이한테 보내줘”

 지글지글 익어가는 삼겹살을 가위로 자르며 지혜가 말한다.

 

 “미친 지혜야 우리 생각이란 걸 하면서 말하자”

 “농담도 못하냐 크크 근데 삼겹살이 미세먼지에 진짜 좋대?”

 “그렇다니까~~ 이렇게 주기적으로 먹어야 한대”

 “원래 우리 주기적으로 먹고 있었잖아... 소주나 따라 봐, 나 사표 쓸 거야”

 “겸사겸사지~, 소주나 따라 봐, 나 사표 쓸 거야”

 “진짜??”

 아영이 놀라며 묻는다.

 

 “어, 진짜, 지금 기회만 노리고 있다”

 “그래도 지혜 너 지금 다니는 회사 연봉 괜찮지 않아? 그냥 다녀~”

 “깡 너는 프리랜서라 내 고통을 모른다…”

 “이직은 바로 하려고?”

 “아냐 좀 쉴까 생각 중이야. 크으~ 어쩔지 고민 중이다 지금”

 소주를 들이키며 지혜가 오만상을 쓰며 말한다.

 

 “잘 비교 해 봐”

 

 .

 

 나는 저울질을 했다. 둘을 비교하고, 나를 더 사랑해 줄 사람을 선택했다.

 내가 사랑했던 사람보다 그냥 나를 더 행복하게 해 줄 것 같은 사람에게 갔다.

 

 두 번째 이별이었다.

 

 그 날은 아름다운 날이었다. 밤하늘에 흩날리던 벚꽃은 눈이 시리게 아름다웠다.

 연분홍빛으로 물들던 사랑스러운 하늘과 다르게 쓸쓸했던 내 마음은 새까맣게 타 들어갔다.

 아름다워서 더 슬펐던 그날 밤, 이별이 그 자리에 있었다.

 

 이별과 함께 놓고 온 새하얀 별사탕은 벚꽃잎에 쌓여 반짝거렸을까?

 아직도 생각만 하면 가슴 언저리가 아픈 내 사랑을 봄에게 주고 왔다.

 
작가의 말
 

 두툼한 삼겹살 구워서 마늘, 고추 두 개씩 올려서 먹는 걸 좋아해요 :)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5 24화_그렇게 우리는 어른이 되었다 [마지막화] 2018 / 12 / 31 249 0 7528   
24 23화_헤어지는 날에는 역시 비가 와야지 2018 / 12 / 30 239 0 7340   
23 22화_너랑 있으면 짝사랑을 하고 있는 기분이 … 2018 / 12 / 29 238 0 7935   
22 21화_다시 돌아간 곳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행… 2018 / 12 / 28 234 0 7476   
21 20화_잘못의 크기가 다르면 쌍방과실이 아니… 2018 / 12 / 27 261 0 6346   
20 19화_바보의 날에 다시 만난 우리 2018 / 12 / 26 246 0 7274   
19 18화_지금은 평온한 폭풍 전야 2018 / 12 / 25 228 0 7320   
18 17화_여자의 직감이란 거, 믿어야 하나 2018 / 12 / 24 219 0 6338   
17 16화_나도 잘한 건 없는데 너 진짜 찌질하다 2018 / 12 / 23 228 0 6383   
16 15화_나쁜 결말을 그는 알아 버렸다 2018 / 12 / 22 235 0 7462   
15 14화_이미 늦어버린 마음이 그에게 닿을 수 있… 2018 / 12 / 21 228 0 7848   
14 13화_벚꽃 흩날리는 계절에 찾아온 두 번째 이… 2018 / 12 / 20 248 0 7621   
13 12화_선을 넘어서 확인한 마음의 결말 2018 / 12 / 19 233 0 7707   
12 11화_여자들의 비밀은 새벽에 깊어진다 2018 / 12 / 18 235 0 7383   
11 10화_넘치는 사랑에 제 발 저리다 2018 / 12 / 17 220 0 7663   
10 9화_바뀌지 않은 마음을 그는 몰랐다 2018 / 12 / 16 226 0 7553   
9 8화_나쁜 시작은 그녀만 알고 있다 2018 / 12 / 15 214 0 7402   
8 7화_별사탕의 달콤함에 속아서 2018 / 12 / 14 217 0 6303   
7 6화_아름다웠기에 잊혀지지 않는 2018 / 12 / 13 211 0 6354   
6 5화_선택의 결과가 나쁘면 그건 잘못된 걸까 2018 / 12 / 12 224 0 6792   
5 4화_예고편 없이 찾아온 새로운 사랑 2018 / 12 / 11 231 0 6819   
4 3화_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지는지 2018 / 12 / 10 231 0 6919   
3 2화_흑역사 끝에는 항상 휴학이 있다 2018 / 12 / 9 246 0 7212   
2 1화-첫 연애, 그리고 첫 키스는 이불킥 2018 / 12 / 8 231 0 8386   
1 0화-프롤로그 2018 / 12 / 8 373 0 625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