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네가 뭐가 아쉬워 그렇게 우리 오빠한테 매달려? 너희 집이 우리보다 사는 꼴보다 훨씬 낫잖아. 우리 오빠처럼 등신도 아니잖아?”
갑작스럽게 짜증을 해숙에게 퍼붓는 말에 놀란 영철이가 얼른 휴대폰을 빼앗으려고 했고 은희는 뺏기지 않으려고 손을 옆으로 돌리다가 휴대폰이 방바닥으로 떨어져 버렸다.
그리고 두 사람은 다투는 소리는 해숙이 귀에 고스란히 들어갔다.
“여보! 미안! 미안! 내가 실언을 했어. 당신처럼 나도 형님이 대단하다고 생각해. 미안! 내가 당신 오빠를 왜 모르겠어. 당신보다 내가 더 자주 만나는데. 오빠하고 내가 너무 친하다가 보니까 둘이 일상적으로 하는 얘기였어. 당신 오빠도 나한테 등신, 뺀질이라도 대 놓고 얘기해. 미안! 미안! 화 풀어. 우리가 너무 자연스럽게 편하게 지내다 보니까 이런 실수를 했네. 미안! 허허! 미안!”
오빠가 쓰러지기 전과 쓰러지고 난 후의 모습은 확연히 달라진 것은 사실이다. 그 사실은 가족들이 제일 잘 알고 있다. 이 사람! 신랑도 가족의 일원이기 때문에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 사실을 아무도 오빠에게 표시내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대하고 있다. 오빠는 기억의 일부를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그 기억의 일부는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모르고 있다는 것이었다. 단순하게 표현하자면 패기를 발휘할 바탕을 잃어 버렸다. 태어나면서부터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그 이전의 조상님들께서 물려주신 천성을 상실해버렸다. 물론 태어난 후로 배우고 익힌 습관이나 버릇이나 지식들도 같이 사라져버렸다. 지금 그의 사회적 적응에 필요한 사회적응에 필요한 지적 수준은 이제 겨우 30대 초반 수준이다.
그리고 그는 아주 빠르게 계속 진화하고 있다. 그건 글자를 처음 접한 어린 아이가 글자를 배우는 것과 어떤 충격으로 글자를 잊어버린 사람이 다시 글자를 배우는 차이였다. 그건 배우는 게 아는 게 아니고 기억을 살리는 것이기 때문에 초 광속으로 살아나고 있었다.
그래서 그 동안 알고 지내던 사람들은 그의 내면, 현재의 본 모습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 그들과 똑 같은 줄 알고 있다. 그가 예전과 다르다는 건 단지 가족들만 알고 있다. 오빠가 사업을 시작할 때는 어릴 때부터 사업을 시작하기 전까지의 그의 경험들을 백분 발휘했지만, 쓰러지고 난 뒤에는 그 경험들은 그의 뇌와 가슴에서 사라졌다. 또한 지금은 다시 발휘할 바탕을 어느 정도 찾아왔다.
그런데 안타까운 건 오빠의 나이였다.
이 나이란 건 오빠에게 아주 중요한 자산이었다. 사업을 시작할 때 오빠를 도와준 사람들은 대부분 오빠와 비슷한 연령이거나 나이가 많은 과장, 차장, 부장이었다. 계약서에 도장을 순차 별로 거리낌없이 찍어 줄 나이 들었다.
지금은 아니었다.
퇴직을 했거나 오빠가 하는 일에 대한 계약은 후배들에게 물려 준 상태였다. 오빠가 했던 업종의 담당자들은 오빠 얼굴은 몰라도 이름은 안다고 들었다. 창업을 한 후 전투적으로 영업과 일을 하다가 쓰러져 기억상실증이 걸린 사람으로 각인되어 있다고 했다. 그 기억상실증에 대한 정보는 동종업체! 즉! 경쟁사에서 입수했다고 했다. 오빠의 끈 떨어진 실타래에 불과한 사람이었다. 그 업종에서만. 누가 도움이 더 절실한 사람인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우리 오빠가 불쌍하지도 않아. 제발 그런 말 하지마! 당신도 이해가 안 되고 해숙이도 이해가 안돼. 다들 우리 오빠 보다가 가진 게 더 많고 아쉬울 게 없으면서 왜 곧 멸망할 것처럼 호들갑들이야. 솔직히 말해봐! 우리 오빠가 그렇게 힘들었을 때 어느 누구 하나 도와 준 사람이 있었어. 다들 끝났다고, 도와줘도 되돌려 받을 수 없기 때문에 고개를 돌렸잖아. 우리 오빠가 약에 쓰려는 개똥이야? 하여튼 있는 놈들이 더해! 개 똥에게 까지 손을 벌려. 참! 기도 안 찬다”
해숙은 더 이상은 엿들을 수가 없어서 휴대폰을 껐다.
“아니! 왜! 아무 말도 않고 전화를 끊어. 뭐라 했길래?”
전화 속에서 들려온 은희의 말을 충격이었다. 신랑이 묻는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내 말 안 들려?”
분명히 화난 고함소리가 들렸지만 엿들은 얘기를 있는 그대로 신랑에게 어떻게 전할지 보다 은희가 한 말도 전혀 정리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하나는 확실히 정리가 되었다. 은희 오빠는 신랑과 자신을 개똥으로 여긴다는 그의 시각은 확실히 정리되었다.
그렇다고 있는 그대로 전할 수도 없었다. 머리가 복잡했다.
“아니! 그게 뭐가 그렇게 어렵다고 말을 못해? 당신 그 사람에게 무슨 약점 잡힌 거 있어? 왜 그렇데 망설여?”
기가 찼다.
방금 들었던 은희 말보다 더 당황스럽게 하는 말이었다.
그러면서 화도 났다.
대부분 남자들이 그렇다고 들은 것처럼 신랑도 밖에서 있었던 일은 일체 말을 않듯이 신랑도 그랬다.
말은 듣는 것 둘째치고 호적에 같이 올렸다 뿐인지 신혼 때를 제외하고 이 사람의 얼굴조차 잊을 만큼 띄엄띄엄 본 사람이다. 어떤 땐 낯설기도 했다. 그랬던 사람이 지금 어처구니없는 말로 그의 책임을 자신에게 몰아 붙이고 있다.
‘약점!’
이에 대한 의심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말을 해야만 했다, 만약에 얼버무리면 더 이상한 방향의 상상이 나올 수가 있다는 판단이 섰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뭐! 무슨 말? 내가 먼저 물었잖아?”
“빙 돌리지 말고 알아듣기 쉽게 말하세요”
자기가 먼저 시선을 딱 고정시켜 마주치게 하고는 이 질문이 나오자 슬그머니 피하면서 구시렁거리듯이 귀를 또 거슬리게 하고는 돌아섰다.
“그거야 당신이 더 잘 아니까 그 놈한테 부탁을 못하지. 내가 어떻게 알아”
이 말은 그 사람과 무슨 부정한 관계였다는 말로 들렸다. 그리고 또 지금까지 아무 부탁도 하지 않고 가만히 넋 놓고 있었다는 말과도 같이 들렸다. 해숙은 참을 수 없었다.
“그 오빠는 내 친구! 은희 오빠고 한 동네에서 자라서 오빠처럼 지냈어요. 괜히 트집잡지 마세요. 그리고 제가 계속 부탁할 동안 당신은 뭐 했어요? 왜 제 탓으로 돌려요?”
“뭐! 이 씹할! 어디다가 함부로”
이 말! 아니 이런 욕을 듣고서는 당연히 정신이 멍해져야 하는데 이상하게 전혀 그런 놀라움 같은 건 없었다. 오히려 잠시 잊고 있었던 잔인한 추억들을 되새겨준다고 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