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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중년의 로맨스 쟁탈전
작가 : 직깨미
작품등록일 : 2018.12.20

이야기의 기본 골격은 입 조심입니다.
방우와 숙이는 소꿉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합니다.
그리고 도복희 55세. 숙이 이모며 두 살 터울.
도복희의 말 실수가 가져 온 말년의 비극
(그러나 히티 엔딩으로 마무리 합니다)

 
로맨스인지 주책인지
작성일 : 18-12-20 15:46     조회 : 237     추천 : 0     분량 : 3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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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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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써 기피 대상 일호가 돼 숙이는 친정에 내려와도 복희에게 연락을 전혀 하지 않았다. 숙이가 서울로 올라 간지 벌써 며칠이 지났는지 모를 정도로 시간이 꽤 오래됐다. 그래도 복희는 전혀 섭섭하지도 외롭지도 않고 오히려 속이 후련했다. 필요한 딱 한 사람만 찾아주는 편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뭐하세요?=

 

 근식이 손도 마찬가지였다.

 

 =근무 중. 퇴근하고 볼까요? ㅎ =

 

 =어디서? ㅋ=

 

 =뭐 좋아하세요?=

 

 =아무 거나요 ㅋㅋ

 

 =장어구이? ㅎㅎ=

 

 =어이 징그러워요. 다른 거 ㅋㅋ=

 

 =기력이 딸려서 ㅎㅎ=

 

 =저도 그래요 ㅋㅋ=

 

 =예약하고 문자 보낼게요 ㅎㅎ =

 

 =네=

 

 문자를 마친 복희 마음에 급해지고 있었다.

 

 거울 앞에서 얼굴을 보고 또 보고를 몇 번이나 거친 후에 복희가 집을 나섰다.

 

 그때 근식이도 퇴근해서 집에 들러 샤워를 하고 주차장에서 망설이고 있었다. 1차로 술만 마시면 차를 몰고 가지만 어떤 술자리던 2차가 항상 따르기 때문에 고민할 필요가 있었다. 다행히 2차를 가까운 장소에서 하면 바로 대리 운전을 불러 집으로 올 수가 있지만 만약에 멀리 이동을 하게 되면 두 번 움직여야 하는 번거로운 불편을 감수해야만 해서 잠시 고민하고 있을 때 아파트 안으로 택시가 들어와 손님을 내리고 있었다. 더 망설이면 택시가 떠날 것 같아 얼른 쫓아가서 가까운데 갈 수 있는지 묻고는 택시에 올랐다.

 

 약속장소에 다다를 무렵에 차가 조금씩 밀리기 시작했다. 멀리 신호등을 보니 빨간 불이 최소한 3번은 더 깜빡 거릴 것 같았다. 시간을 계산했다. 신호를 기다리며 지체하는 시간은 15분 정도고 걸어서 식당까지 5분이었다.

 

 “여기서 내릴게요”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보행 신호등이 초록색으로 바뀌고 있었다. 초록의 초원을 달리는 기분으로 숨이 헐떡거릴 정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인도로 넓이뛰기 하듯이 껑충 뛰어올라 숨을 한번 고르고 다시 총총 걸음으로 걸어가는데 은행이 보였다. 은근슬쩍 걱정이 되었다. 만약에 카드를 사용하게 되면 분명히 집사람이 누구와 식당에 갔느냐고 물을 것 같아 현금을 찾기로 하고 현금 인출기가 있는 쪽으로 들어갔다.

 

 그때 안면이 많은 여자와 눈이 딱 마주치면서 동시에 “어?” 소리가 나왔다.

 

 “어! 정미 누님!”

 

 “어! 근식이! 여긴 어쩐 일이야?”

 

 얼른 대답을 하지 못했다. 정미도 정미였지만 사실 근식도 정미에게 마음이 가 있었다. 물론 첫 눈에는 복희에게 반했지만 같이 한잔하는 자리에서는 정미가 인상을 찡그리고 질투를 내는 듯한 모습에서 귀엽다는 느낌을 받고는 섣부른 선택에 후회가 되기도 했다. 방우가 덥석 정미 손을 잡을 까 염려 돼 은근히 긴장도 했다.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얼른 입이 떨어지지 않아 눈만 마주치고 있었다.

 

 “야~~ 뭐해? 여긴 어쩐 일인지 묻잖아”

 

 정신을 차리고 뭔가 둘러대며 말을 해야 하는 데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아 불쑥 내뱉은 말이 유효적절 한 줄 알았다.

 

 “아! 예! 현금 좀 찾으려고요”

 

 “요즘 카드로 다 되는 데 현금은 뭐 하려고 찾아. 수수료만 떨어지지”

 

 근식이도 뭔가 말을 또 돌려야만 했다. 역공을 택했다.

 

 “누님은 어쩐 일로?”

 

 “응! 나는 매일 이 시간에 여기 와. 현금으로 결제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가방에 넣어가려니 소매치기 당할 것 같고 피부 관리실에 두면 도둑 맞을 것 같아 은행 마감 전에 항상 이 은행에 맡겨”

 

 “아! 머리 자르고 카드로 결제하기는 좀 그렇겠네요. 허허”

 

 “어떤 머리를 하느냐에 따라 다르지. 그런데 어디 가?”

 

 “예! 한잔하러 갑니다”

 

 “누구하고? 나도 낄까? 직원들에게 맡기고 따라갈 까? 오늘 마감도 했는데. 호호호”

 

 그냥 농담으로 던진 말에 근식이 눈이 동그랗게 커지면서 당황하면서 긴장도 하고 있었다.

 

 “예! 벌써요? 지금이 몇 신데”

 

 정미가 뭔가 의심스럽다는 촉이 딱 왔다. 눈을 가느다랗게 찌푸리고 장난끼 섞인 말을 또 던진다.

 

 “네가 끼워주면 지금 바로 따라갈 수 있다. 옷차림과 현금을 찾는 걸 봐서는 회사 직원을 만나는 건 분명히 아니고 스크린 골프를 치러가는 것도 아니고 이거 무슨 냄새가 나는데. 애인 만나러 가? 얼마나 예쁜지 얼굴 좀 보자”

 

 장난끼가 발동한 정미가 아예 근식이 팔짱을 끼고 치근대듯이 장난을 치고 있었다. 그때 택시에서 내린 복희가 이 모습을 보고 무의식 중에 뒷걸음질을 하고 말았다.

 

 “아야! 할머니! 아야! 갑자기 뒤로 걸으면 어떡해요”

 

 여중생인지 여고생인지 구분이 잘 되지 않는 여학생이 복희가 신은 날카로운 하이힐에 밟혀버렸다. 눈물 콧물까지 쏟으며 쪼그려 앉아 발가락을 만지면서 앙칼스런 목소리를 내면서 복희를 올려다 보고 있었다.

 

 “아이고 미안하다. 얘야! 괜찮아?”

 

 “괜찮을 리가 있어요? 할머니! 갑자기 돌아서면 어떡해요. 아이 아파. 발가락 다 부서졌겠어요”

 

 앙증맞은 눈을 치켜 올려 복희를 노려보고 있는데 학생이 할머니라고 하니까 정말 할머니가 된 기분에 가슴이 더 아프고 학생이 안쓰러워 쪼그려 앉아 학생 발만 쳐다보고 있었다.

 지나치는 사람들이 이 모습을 보고 잠시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는 웅성거리며 다시 제 갈 길을 가면서 정미와 근식 옆을 지나쳤다. 정미도 무슨 일인지 궁금해 쳐다보면서 복희를 발견했다. 눈을 살짝 돌려 근식을 쳐다봤지만 근식이가 입술을 툭 내밀며 못 본 척 시치미를 뚝 떼고 있었다.

 

 정미는 기분이 그렇게 썩 좋지는 않았다. 여학생이 계속 할머니라고 한 아낙네가 복희고 그러면 본인도 학생들 눈에는 분명히 할머니란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지금 이 놈 근식이가 저 할망구를 만나러 온 게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지금부터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도 생기기 시작했다.

 

 정미를 향한 두 사람의 시선이 한마디로 가관이었다. 불륜을 저지르다가 들키면 이런 표정란 걸 처음으로 깨우쳐주었다. 남편도 현장에서 들키면 이런 표정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이때는 어떻게 적절한 처신을 해야 할 지 잠시 고민을 했다. 아주 좋은 시뮬레이션을 할 기회였다. 그런데 마음뿐이지 오히려 본인이 당황하는 것 같았다. 갑자기 가슴에서 열기가 치솟아 올라왔다.

 

 그때 복희가 엉거주춤 삐죽삐죽 다가와 간드러진 목소리를 냈다.

 

 “어머! 정미야 여긴 어쩐 일이야?”

 

 ‘흥! 이 동네는 내 영역이야’

 

 왜 왔는지 한번 알아 맞춰보라는 듯이 빙긋이 웃으며 근식을 쳐다봤다. 능글맞은 놈은 그 놈이 아니고 이 놈이라는 생각이 들자 마자 씁쓸한 미소가 입가로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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