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소매치기할래? 왜 남의 돈에 탐을 내. 이건 내 돈이야”
연어가 폴짝 뛰면서 손에 쥔 돈을 잡으려고 애를 쓰면서 앙탈을 부린다.
“설마! 걷어차지는 않겠지. 이리 줘! 비겁하게 줬다가 뺏어가는 사람이 어디에 있어. 이리 줘”
사람들이 이들을 보고 설날 받은 세뱃돈을 두고 다투는 오누이처럼 보였는지 부러운 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아마 봉투 속에 든 돈을 보면 더 부러워할 게 불을 보듯이 뻔했을 것이다.
“반만 줄게”
연어가 미간을 좁혀 잠시 생각을 하고는 포기한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좋아! 그래도 좋고. 한 장도 주면 더 좋고. 오빠 마음대로 해. 주기만 하면 돼. 그런데 용역 비를 이렇게 많이 받아도 돼?”
“뭐? 1 프로밖에 안 되는데. 하여튼 회장님은 예나 지금이나 너무 돈에 인색해. 이게 뭐야? 조금 심하다고 생각 안 해”
수리가 봉투에서 지폐를 살짝 끄집어 내 조금만 보여준다. 연어가 눈이 찢어질 정도로 휘둥그렇게만 떠져 말을 잃고 고개만 절레절레 흔든다.
“야! 숨 넘어 가겠다. 우리 동네에선 이 돈은 돈도 아냐! 너무 적어”
“그게 무슨 말이야. 이게 적은 돈이야. 얼마나 더 원하는 데?”
수리가 인상을 잔뜩 찌푸려 노려보고는 불만을 털어놓기 시작한다.
“야 임마! 김경일이 회사하고 다른 잡다한 회사들을 가져간 건 생각 안 해? 양아영이한테 백 퍼센트 회사를 다시 돌려줘? 그래도 좋아?”
갑자기 연어 눈에서 시뻘건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
“그래! 돌려줘! 내가 자근자근 씹어 버리게. 나 솔직히 그 년 마음에 안 들어. 왜 살려줬어? 아직도 그런 지저분한 년한테 미련이 있어?”
“나는 그 양아치 좋아한 적 없었다. 걔가 찾아와서 그랬지”
“뭘 그랬는데. 무슨 짓 했는데? 내가 다 알고 있으면서 눈 감아 줄 때 입 다물어. 오빠만 심복 있는 줄 알아? 나도 있어! 왜 이래? 오빠가 잘 난 줄 알지. 착각하지 마. 이제 이빨 빠진 호랑이야. 바로 잘라버린다”
“어! 왜 이래? 왜 이래? 야! 야! 아파! 어! 우리 아무 짓도 안 했어. 이 놈 동원이 이 놈의 조직의 쓴 맛을 더 봐야겠네. 빨리 돈 줘! 나도 먹고 살아야지”
수리 정강이에 계속 명품 구두 앞날이 비집고 들어오고 있었다.
“어야! 어이 씨! 야! 임마! 나 못 걸어. 오늘 밤에 책임질 거야? 못 걸어. 집에 못 가! 어이 씨! 어이 씨!”
“씨! 씨! 그만해! 오줌 마려워 져! 그럼! 한 장 더 줘! 알고 보니 오빠가 진짜 도둑 놈이네. 전부 당신 작품이었어? 대단하다. 대단해. 나도 줘! 같이 했으니까? 반반 나눠”
“그럼! 네 작품이라고 할래? 만약에 걸리면 네가 감방 가. 그래도 좋아?”
“아니! 그 건 안되지. 내 참 더러워서… 좋아 한 장으로 퉁 치자.”
연어가 말꼬리를 흐릿하게 하고는 다시 봉투에 들어가는 한 장을 잡는다.
“왜? 반으로 나눠?”
연어가 봉투를 다시 잡고 매달리고 있다.
“응! 반으로 나눠”
“은행 문 닫았잖아”
“내일 가! 세월이 좀 안 먹는다고 했잖아. 나 오빠처럼 그렇게 의리 없는 사람 아냐. 어떻게 혼자 두고 집에 그렇게 쏙 들어가”
연어가 수리 팔에 팔짱을 세게 끼고는 놓을 의향을 전혀 보이지 않았고 수리도 떨칠 마음이 전혀 없어 보였다. 둘 중에 한 명이 먼저 떨치면 영원한 이별의 순간이 올까 두려워하는 사람들처럼 보였다.
이런 걸 늦바람이라 하는지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두 사람도 사람인지라 눈을 마주치고 있다.
“솔직히 얘기해봐?”
“뭘?”
“일부러 돈을 안 바꿨지? 같이 있고 싶어서 그랬지?”
수리가 빙긋이 웃고는 연어 볼을 살짝 꼬집었다.
“아니! 돈은 네가 들고 있었어. 허허허! 억짜리 들고 가다가 소매치기 당할 까 싶어 네가 걱정했구나. 고마워! 가자! 은행 문 열 시간이다”
“그게 아니지. 또 소매치기 걷어찰 까 싶어서 그랬지. 그 발이 살인 병기로 보여. 이젠 대신 뒤집어 써 줄 사람도 없잖아”
수리 검지 손가락 끝이 연어를 향하고 있었다. 수리 정강이기 한대 세게 걷어차인다.
“아이고 그러고도 남을 인간이다. 나한테도 덮어 씌우려고? 대단하다. 그런데 우리 언제 또 만나?”
이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대답을 한다.
“다음 배 들어올 때 작품 한번 더 쓰지 뭐. 그 뭐 어렵나. 네가 원하면 하지 뭐”
“좋아! 기다릴게. 그 대신 우리 둘이서만 해. 날 파리가 많으면 배분도 많이 해야 되잖아”
이번에는 연어가 정강이가 한대 차일뻔했다. 수리 발이 연어 정강이에서 멈췄다.
“아니! 아무리 깡패라고 하지만 여자 정강이를 걷어 차는 게 어디에 있어. 하마터면 큰 일 날 뻔 했네. 하여튼 무식한 놈들은 알아줘야 해. 아무데나 폭력으로 처리하려고 해”
“윤 보스님! 잊었습니까? 선글라스 끼시죠”
한번 호탕하게 웃고는 진진하게 음성을 낮춰 훈계를 하면서 묻는다.
“김경일이가 이번 일로 어떻게 됐어?”
“고자”
“고동우는?”
“성형 수술”
“양아영은?”
“우리 회사에 귀속”
“아니! 그건 신랑이고. 걔가 어떻게 했냐는 걸 묻고 있어”
연어가 이해를 못하고 있었다.
“글쎄! 무슨 말인지 알아듣게 얘기해”
짓궂게 눈살을 찌푸려 연어 배 아래를 쳐다본다. 연어가 수리 시선을 따라 배 아래를 쳐다보고는 한마디만 하고 입술을 깨물고 노려본다.
“더러운 놈!”
수리가 아니라는 의미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니! 그 애가 학교 다닐 때 먼저 쓴 방법이야. 내가 만약에 그 애가 유도하는 데로 걸려 들었다면 아마 뭔가를 요구했겠지. 그런데 그 애는 절대 나하고 결혼은 하려고 하지 않았을 거야. 굉장히 계산적이잖아. 여기 붙었다가 저기 붙었다가 처신이 아주 약삭빠른 애였어. 고동우하고 똑 같아. 지금 우리 주위엔 그런 사람들이 많아. 나는 별로 죄책감이 없어. 그 애가 원했잖아. 팬티 벗고서라도 회사를 유지하고 싶어 했어. 더러워 보여도 할 수 없어. 그게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고 그 애가 원했던 거야”
연어 인상을 더 일그러지다가 물었다.
“그럼! 나도 이 자리가 오빠가 원하는 대가를 얻은 셈이네. 고맙다고 할까? 여자들과 잠자리를 너무 쉽게 보는 것 아냐? 여자를 우습게 본다던가?”
거침없는 반문에 연어는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너는 그게 우스웠나? 나는 우습게 생각하는 사람에겐 똑같이 우습게 해줘. 그게 나야. 그때 그 사람도 마찬가지야. 자기가 잘못해서 칼에 찔려 놓고 나를 원망스럽게 쳐다보더라. 정말 어이가 없어서 내가 뒤로 나자빠졌어. 왜 사람들은 자기 잘못이 원인이라는 걸 모르고 피해만 보면 남 탓을 해. 어떻게 보면 그 새끼 때문에 내 인생이 꼬였다고 볼 수도 있어. 그 놈의 원망으로 가득한 눈을 본 후로 자기 잘못을 남 탓으로 돌리는 놈을 보면 참을 수가 없더라. 그래서 주먹질을 했어. 지금 이 일도 마찬가지잖아. 그 놈과 그런 일이 없었다면 회장님 심부름을 하지도 않았을 거고 깡패들과도 오래 전에 이별을 했을 거야. 너도 마찬가지야. 그 친척 오빠도 그렇고 김경일이 양아영이 이런 애들이 있어서 우리가 맺어지지 못했던 것 아니냐? 내 말 틀렸어? 양아영도 마찬가지잖아. 자기가 잠자리를 먼저 원하는 데 내가 거절하면 그건 여자에게 할 예의가 아니지. 모욕이지. 얼마나 수치심을 느낄 거야. 입장 바꿔놓고 생각해봐. 내가 너한테 그랬다면 넌 아마 살인사건을 일으키고도 남을 위인이야”
넋이 나간 눈이었다.
어이없듯이 한심하게 쳐다보고는 머리를 한대 쥐어박고 발도 사용하고 있었다.
“아이구! 정말! 전부 남 탓이네. 내가 보기엔 오빠 인생은 전부 오빠 당신 작품이었어. 다음 실행도 오빠가 짜. 나는 가만히 공돈이나 받을 거야. 그래도 공돈 벌여 들이는 실력은 내가 인정해. 자기가 제일 잘하는 일을 해야 행복할 수 있어. 다른 놈도 년도 끌어 들이지 마. 단 둘이! 알았어?”
“방금 전에 조직을 배신하면 어떻다는 설명을 그렇게 했는데도 그런 말이 나와?”
“그러고 보니 그 말도 맞네. 그럼 오빠가 계속 맡아서 하고 내 몫만 잘 챙겨 줘. 조금 더 올려서”
“마음에 없는 말 그만하자. 이번 일을 끝으로 자유롭게 내 인생을 그리고 싶다”
30년 전과 똑같은 따뜻한 손으로 연어 손을 잡고 손등을 두드리고 있었다. 연어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한 놈을 떠나 보내자마자 한 년이 심장을 헤집고 들어오는 것만 같았다.
만약에 이렇게 다시 만나지 않았다면 잊혀진 첫 사랑이었을 텐데.
수리가 뜬금없이 묻는다.
“이게 늦바람이냐? 현재진행형인 첫 사랑이냐? 뭐냐? 헷갈리네”
뜨거웠던 연어 손이 일그러진 인상과 함께 급강하로 차가워졌다.
어떤 대답을 할지 고민하고 있는 것 같았다
“또 네 탓으로 돌리려고 하네. 좋아! 다음 배 들어 올 때 내가 멋진 작품을 설계할 테니까 오빠는 이번처럼만 해. 책임은 내가 질게”
“딴 소리하기 없기 다. 모든 진행에서 벌어지는 과정은 이번과 똑 같아야 해”
“그걸 말이라고 해. 얘기 했잖아. 했던 말 또 하게 하지마. 내 지분을 조금 더 올려 주는 건 절대로 잊지 말고. 차후는 그때 가서. 첫사랑의 연장인지 늦바람인지 정말 치고 박고 머리채를 잡아 뜯던 확실히 끝을 볼 각오는 돼 있어. 이전처럼 밋밋한 이별은 싫어. 막장까지 가보자고”
“흥이다. 이 놈아! 여성 상위를 붙일 때 붙여라”
“그런데 오빠 많이 변했더라”
무슨 소리인지 이미 안다는 의미를 담은 눈이 연어를 향했다.
“나이는 못 속이는 모양이더라. 운동 좀 해. 힘이 그렇게 없어가지고.. 쯧쯧”
바로 손가락이 옆구리와 아랫배 아래를 가리키는 맞대응에 연어가 입술을 깨물며 눈살을 찌푸렸다.
“쿠션 많이 좋더라. 많이 발전했어. 특히! 거기. 옛날에도 그랬으면 뼈는 안 아팠지. 껄껄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