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우리 제품을 팔아먹던 직원이었죠. 고 동우라고.. 그 사람하고 보세장치장에 근무하는 이영재하고 탱크로리 기사 임운영이하고 작당을 해서 화물을 빼돌렸습니다. 회장님도 사장님도 잘 아실 겁니다”
그때 회장이 끼어들었다.
“자네는 어떻게 그렇게 상세히 알고 있어?”
공장장이 얼른 대답을 못하고 미적거리자 윤사장이 대신 설명을 한다.
“그때 이 녀석,,, 죄송합니다. 공장장이 제하고 같이 다니며 현장을 다 봤습니다. 어찌 보면 저보다 더 산 증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탱크로리가 저장소에서 출발해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줄곧 따라 다녔습니다”
깜짝 놀라며 눈을 황소 눈만하게 뜨고 공장장에게 묻는다.
“그럼! 우리 거래처가 어디에 있는지도 잘 알겠군”
“예! 불법 거래 한 공장도 다 알고 있습니다”
“그럼! 그 공장에서 우리 원료로 생산하는 제품도 알아?”
“예! 생산해서 납품하는 최종 공장까지 다 가봤습니다”
윤사장은 잠시 멈칫했다. 이 놈은 고동우보다 더 강적이다. 곧 사장 자리까지? 혹 3일 천하? 아니지 3일은 훨씬 지났으니 그건 아니고… 어떻게 한 놈이 사라지니 더 강한 강적이 나타나나? 하필 또 그 놈! 그 오빠 추천이지. 어떻게 나를 여기에 집어넣어두고 가만히 놔 두질 않는지 정말로 의문밖에 들지 않았다.
또 무슨 말이 나올지 벌써 경계부터 먼저 하는 것 같았다. 입이 열리는 자체가 두려움이었다.
“그때 이영재가 도둑질을 많이 해서 건물을 지었습니다. 그때 큰 형님이 사람을 풀어서 어떤 회사가 그 건물을 짓게 했습니다”
“잠깐! 그러니까 박사장이 애들을 풀어서 다른 회사에서 건축을 못하게 견적을 높게 올리게 했단 말이지?”
“예!”
“이런 날강도들… 이야 무섭다. 너희들! 그래서 계속 해봐”
”그때 수리 형님이 길게 보자고 하시더라 구요. 그리고는 우리 애들 몇 명을 인부로 보내서 여기저기에 벽면에 실선 같은 걸 쑤셔 넣고는 시멘트로 덮게 하더군요. 그때는 몰랐는데 비만 오면 물이 샌다고 건물을 잘못 지었다고 난리를 쳐서 아마 수백 번은 누수 공사 회사를 불렀을 겁니다. 아무리 정밀 검사를 해도 누수가 어디서 되는 지 못 찾는데 형님 가르쳐 준 위치에 페인트를 바르면 거짓말처럼 그때만 물이 난 새더라고요. 그때 형님이 자기가 구멍을 내라고 한 위치를 찾지 못해 한동안 고생을 했습니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전문가가 되어 있었습니다”
“이런 나쁜 놈들! 그러다가 건물이라도 무너지면 어쩌라고”
“그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계속 물이 새니까 건물을 거의 새로 짓는 것처럼 재 건축을 했습니다. 그때 우리 회사에서 했습니다. 허허허”
“에끼! 이런 도둑 놈들”
“그런데 회장님! 형님이 죄책감 가질 필요가 없다고 했습니다. 그 건물은 자기 돈으로 지은 게 아니고 도둑 질 해서 지은 집이라고 했습니다”
“허허허! 윤사장! 그 건물 회수해! 공장장! 자네가 지금까지 이야기한 게 사실이라면 그 건물은 우리 제품을 빼돌린 돈으로 지었다는 말밖에 되지 않잖아. 그럼 당연히 우리 건물이지”
“그런데 증거도 없이 회수가 되겠습니까?”
“간단하지. 그 건물을 짓는데 들어간 돈이 어디서 나왔는지 추궁하면 바로 나오지”
“가르쳐 주려고 하겠습니까?”
“그건 간단해. 경찰에 수사 의뢰하면 돼. 그전에 자네가 증거를 수집해와”
그때서야 동원이 입에서 가느다란 한숨 소리가 방금 말한 가는 실선 속에서 새어 나오는 걸 느꼈다.
지난 번 추적해서 도둑 놈들을 모두 잡고도 한 놈도 고소를 하지 않고 그 회사를 모두 합병시켜 버렸다.
또 그 제품도 모조리 회수해 그 공장의 저장 탱크에 십 원 땡전 한 푼 주지 않고 보관해 판매하고 있다.
“왜 대답이 없나? 공장장. 내가 정형에게 전화해서 조사하라고 할까?”
빙그레 웃으며 무슨 너스레를 떨듯이 물어본다. 동원이가 벌떡 일어서 회장 앞에 무릎을 꿇고 애원을 하고 있다.
“안됩니다. 회장님! 저 맞아 죽습니다. 제가 입을 크게 잘못 놀렸습니다. 용서해주십시오”
회장이 깊은 고뇌에 찬 듯이 한숨을 내쉬며 뒷덜미를 누르며 넌지시 쳐다 보고만 있다.
윤사장은 지금 굉장히 헷갈리고 있다.
당연히 고발하거나 조사가 들어가야 할 상황인데 동원이가 왜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하는지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수리에게 전화를 하면 무슨 이유로 맞아 죽는지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또 내가 모르는 게 있나?
도대체 얼마나 더 깊이 이 남자들 세계에 들어가야 남자들의 속성을 이해할 수 있는지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회장님처럼 회장님 앞에서 눈을 지긋이 감고 한 숨을 내쉬었다. 어디까지 깊이 들어가야 이해를 할 수가 있을까? 휴~~
그때 공장장이 꿇었던 무릎의 방향을 윤사장에게 돌렸다.
“사장님! 죄송합니다. 생각이 너무 짧았습니다. 사장님에게 그렇게 주의하라고 말씀하셨는데도 제가 큰 실수를 했습니다. 제가 경거망동했습니다. 용서해주십시오”
이건 또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가 언제 주의하라고 했지?’ 그런데 장족의 발전은 있는 것 같았다. 경거망동이란 말도 할 줄 알 정도면 엄청난 발전을 했다. 흐뭇하기도 했다.
“일어나게. 이제 그 떼에서 벗어나야지. 이제 그 무리에서 하던 행동은 하지 말게나”
동원은 또 ‘아차’ 싶었다. 여긴 조직폭력배 회사가 아니란 걸 잠시 망각했다.
“그리고 윤사장! 자네 말이야! 저 친구가 왜 무릎을 꿇는지 이유를 알겠나?”
윤사장은 예상은 했지만 당황스런 모습을 감출 수는 없었다. 숨이 턱 막히는 것만 같았다. 한편으로는 원망도 되었다. 불똥이 왜 이쪽으로 떨어지는지….
그래도 무슨 말이던 해야 했다. 골똘히 깊이 생각할수록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아 가장 일반적인 상식 선에서 대답을 했다.
“예! 이영재에 대해 조사가 들어가면 우리 회사에도 조사가 들어옵니다. 그렇게 시작이 되면 최근에 벌어진 사건도 같이 파헤쳐져 시끄러워집니다”
윤사장이 일반적인 상식에서 할 수 있는 대답은 여기까지였다.
만약에 회장님이 왜 그런 생각을 하는가 하고 물으면 또 숨통이 막힐 것이다.
그런데 참 신기한 건 생각이 거기에까지 미치자 다음 질문에 대한 대답도 벌써 정리가 돼 머리 속에 저장돼 있었다.
그러나 윤사장은 그 말은 하지 않았다. 넘겨 집어 얘기했다가는 지금 고개를 숙이고 있는 공장장처럼 경거망동이 될 가능성이 다분했다.
"그래! 자네 말이 맞아! 공장장은 아직 이 세계에 대해 배울 게 많은 것 같아. 윤사장! 이왕 키우기로 한 거 잘 키워 봐. 자식! 바로 이해하는 걸 보니 큰 물건이 되겠어. 좋아!"
의외였다. 회장님께서는 굉장히 흐뭇해하셨다. 그러나 윤사장은 굉장히 아슬아슬한 줄사다리 위를 겨우 다 밟고 내려 온 듯이 맥이 쭉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