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지난 번 사건 때 제가 계속 수리 형님을 따라 다니며 그 사람을 지켜 봤는데 실질적인 도둑질은 그 사람이 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신랑도 했지만 그 여자가 더 심하게 화물을 빼돌렸다는 자료를 저희들이 확보했습니다. 그리고 그 여자가 남자 관계가 문란했습니다. 제가 조사하고 다니면서 여러 번 목격했습니다”
공장장이 말을 하는 내내 윤사장은 의심이 들기 시작하면서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사내자식이 입이 너무 가볍다는 생각을 하면서 또 수리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불뚝 성질부터 내고 분위기를 무겁게 만들어놓고 뒤 수습에 허둥대는 수리와는 전혀 다르게 차분하게 아주 조리 있게 설명을 하고 있었다. 고동우도 처음 입사해서 똑같이 이런 모습은 보였다. 이 놈도 고동우와 같은 내시인가? 입사하자마자 그것도 공장장이라는 중책을 맡자마자 내시같이 고자질부터 먼저 한단 말인가?
그런데 이상한 건 전혀 반감이 가지 않고 감사한 마음이 먼저 앞섰다. 일반적으로 겉으로만 알려진 왜곡된 내시가 아닌 임금을 모시던 그런 충신인 내시라면 언제라도 환영이었다. 단 방금 회장님에게 정적들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충성스런 지금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면 이라는 전제 조건이 따라야 했다. 연어는 흡족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그래? 그 여자가 남자 관계가 문란하다면 안되지. 우리 회사 이미지에 먹칠을 할 수는 없지. 그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것 같던데 아직도 그런 짓을 해. 어이! 지저분해. 그들 부부는 바로 처분해. 그렇잖아도 도둑놈으로 소문이 나 있는 데… 내가 윤사장 앞이라 차마 말을 못하겠다. 당장 잘라 버려. 그럼 윤사장! 어떻게 할까? 무슨 좋은 대안 없어?”
‘어머! 회장님! 피차일반이에요’ 할 뻔 했다.
중책을 맡았으니 동원이라 하지 않고 공장장이라 부르는 공장장이 능글맞게 아무런 표정도 없이 깡패 때 습성을 버리지 못하고 군인처럼 기합이 던 굳은 자세로 회장님의 말씀을 경청만 하고 있다. 또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때 공장장이 주머니에 손을 넣다 말고 회장님 눈치를 보고 있다. 어디서 전화가 온 것 같았다.
“괜찮아. 전화 받아. 불편하면 나가서 받고”
하늘이 도왔다고 연어는 생각하고 있었다. 계속 그 양아영이 이야기가 길어졌으면 아마 연어 얼굴은 두 번 다시 뽀얀 얼굴을 찾지 못하고 불이 붙은 얼굴로 다녔을 것이다. 가슴 속에서 열이 올라오고 귓등도 화끈거리고 있었다. 시원한 물도 마시고 싶었다. 목이 바짝, 바짝 타 들어 가고 있을 때였다. 도둑이 제 발 저리다는 말이 딱 맞는 순간이었다.
이런 현상을 가져 오게 한 건 이 놈! 동원이 책임이 가장 컸다. 그때 양아영이와 수리가 같이 밤을 보냈다는 말만 하지 않았다면 얼굴이 이렇게까지 화끈거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회장님이 한 술 더 떠 문란까지 말을 한 당사자 여기도 있다는 생각까지 들고 있어서 빨리 나가고 싶지도 했다.
“아! 예! 괜찮습니다. 수리 형님 전화입니다”
“그래? 정형이 웬일로? 여기서 받아 봐. 나도 무슨 말을 하는지 궁금해”
윤사장은 문득 이놈은 항상 사고 원인을 제공해 놓고 구세주인 척한 것 하고 나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어쨌던 원인을 제공하고 또 해결을 해줘서 중립의 인간으로 잠시 내버려뒀다.
공장장이 휴대폰을 귀에 조심스럽게 올려 손으로 입까지 막고 통화를 하고 있다.
“예! 건물 맨 꼭대기 오른 쪽으로 가시면 쉽게 잡을 수 있습니다. 예! 예!”
수리와 전화를 끊은 공장장이 다시 자세를 고쳐 앉고 어색하게 웃는다.
무슨 말이야? 정형이 그 건물에서 뭐 하길래?”
깜짝 놀라는 얼굴로 동원이 눈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예! 건물에 물이 샌다고 해서 지금 작업 중이랍니다”
이해가 되지 않듯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몸을 동원이 쪽으로 바짝 당겨 앉아 추궁하듯이 묻는다.
“그럼 전문가 부르지. 그 놈이 직접 찾고 있어?”
연어를 힐끗 한번 쳐다보고는 자기가 그 일을 하는 것처럼 어깨를 으쓱거리며 보고하듯이 말을 하고 있다.
“형님이 전문가입니다. 요즘 누수탐지기에 재미를 붙여 멀쩡한 백화점에 가서 장비를 대다가 많이 쫓겨 났습니다. 그 덕에 거래처도 많이 뚫었습니다. 형님 말로는 요즘은 한가지 일로는 먹기 살기 힘들다며 투 잡을 하고 있습니다. 허허허”
회장님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몸을 바짝 당겨 묻는다.
“그 자식 그거 웃기는 놈이네. 그 말은 맞아. 요즘은 한 우물만 팠다가 굶어 죽기 딱 일쑤야. 우리회사도 마찬가지잖아. 그래서 계속 전문성이 있는 일로 범위를 넓혀 가고 있잖아. 그런데 그건 전문 기술이 있어야 하는 데 정형이 그런 기술도 있어?”
그 순간 윤사장이 입에서 웃음이 툭 튀어나와 입을 막았다. 연어 머리 속에는 두 가지가 동시에 떠 올랐지만 방법은 하나였다. 전부 기회를 잘 잡은 도둑질이란 생각을 하고 있었다. 회장님이 이번에는 윤사장 눈으로 시선을 돌려 쳐다보고 있다.
“아뇨! 회장님! 그 오빠가 또 남의 답안지 보고 자격증 취득 한 모양입니다. 호호호”
“그게 무슨 말이야?”
그때 공장장도 웃으며 무슨 말을 하려다가 윤사장과 눈이 마주쳐 그냥 입술을 꾹 다물고 웃음을 참고 있었다.
“아닙니다. 호호호. 학교 다닐 때 운전면허 시험을 치러 가서 계속 떨어지길래 제가 옆 사람 답보고 베끼라고 한적이 있었는데 정말 베껴 쓰고 떨어질 때가 갑자기 생각나서요. 호호호”
“허허! 그 친구 참 명물이야. 가만히 보면. 그래서 어떻게 손해사정 자격증은 땄는지 신기해. 자네 참! 정형에게 전화해서 그 회사 나한테 넘기라고 해. 혼자서는 힘들어. 이 참에 누수 수리 회사도 하나 늘려야겠네. 회사 이름도 수리 회사라고 해”
어이가 없는 지 윤사장이 입을 막고 웃기만 한다. 그때 공장장이 무슨 말을 하려다가 얼른 말을 바꿔 수리 이야기를 한다.
“형님이 지금 전문가가 된 계기를 말씀 드려야 이해를 하실 것 같아서 이 말을 꼭 해야겠습니다. 형수님….”
공장장이 눈을 꼭 감고 입술을 막는다. 윤사장 얼굴이 갑자기 백지장처럼 하얗게 변해있다.
“뭐! 괜찮아. 윤사장이야 내가 학교 다닐 때부터 지금까지 내 손바닥보다 더 자주 봐서 모르는 게 없어. 형수님이라 해도 좋고 누님이라 해도 좋아. 얼마나 가족적인 분위기야. 그래서… 계속해봐”
도대체 어디까지 알고 있는가?
가만히 경청을 하는 것 말고는 아무런 움직임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연어 몸이 경직돼 갔다. 물론 동원에 대한 경계심도 한 몫을 하고 있었다. 이런 현상은 직장이라면 누구나 가질 것이다. 비록 사장이지만 연어도 한낱 월급쟁이에 불과하기 때문에 귀를 곤두세울 수 밖에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