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옮겨. 저기 공장 안으로 들어가던 가. 애들이 무슨 눈치기 이렇게 없어. 빨리 들어가”
깜짝 놀란 이 젊고 잘생긴 남정네 입에서 나온 말에 윤부장도 깜짝 놀랬고 잠시 뒤에 또 기절초풍할 만큼 깜짝 놀랬다.
“아! 예! 형수님!”
급 발진해 차를 공장 앞에 세웠다.
‘뭐! 형수? 내가 왜 자기 형수? 그럼 넌 도련님?’
일단은 급한 오줌부터 누고 물어보기로 하고 차에서 내려 무작정 화장실로 뛰려고 했다. 스톱하자마자 화장실이란 글씨부터 찾았다.
“형수님! 이거”
‘뭐! 또 형수? 도대체 이 놈이 어디까지 알고 있을까? 설마 최근까지?’ 민망했지만 뭔가 주는 게 있어 받았다. 선글라스였다. 잠시 고개를 갸우뚱하고는 검정색 선글라스를 받아 끼고는 백미러에 얼굴을 바짝 붙여 쳐다보았다. 멋있었다. 영화에서나 보는 멋진 여자 보스 같았다. 키와 몸매도 한 몫을 한 건 당연했다. 시력검사를 한 맞춤형 선글라스 같았다.
“이거 누가 샀어?”
벌써 보스? 아니 보스의 사모님도 아닌 형수님이 돼 있었다. 바로 반말로 물었다. 그런데 잠시 고개를 갸우뚱했다. 도련님에게 반말해도 되나? 환경이 사람을 참 쉽게 단숨에 바꿔 놓았다.
“예! 형님! 아니! 사장님께서 부장님에게 드리라고 했습니다”
갑자기 뿌듯한 성취감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정신도 맑아지는 기분도 들었다.
‘자식! 센스는 있어가지고’
“아! 예! 도련님! 감사합니다”
“예?”
동원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보고 있었다.
“형수라며•••. 뭐! 듣기 나쁘진 않네”
지금부터는 오줌이 흘려내려도 보스답게 유유자적 걸을 수 밖에 없었다.
그게 그가 원하는 것이니 같이 함께 가야 했다.
그래도 인간의 생리현상은 함께 갈 수는 없었다. 오줌이 마려워서인지 아니면 긴장을 해서인지 오금이 저려왔다.
그래도 위엄을 갖춰야만 했다.
한번 더 백미러에 비친 자태를 보고 흡족해하며 어깨를 이쪽 저쪽으로 비틀어 확인하고는 엄지 손가락으로 선글라스를 살짝 위로 올렸다.
액션 영화에 나오는 멋있는 여자 보스와 똑 같았다.
허긴 졸개들을 달고 왔으니 누가 봐도 여자 보스였다.
화장실로 향했다.
마음은 벌써 화장실에 앉아 시원한 쾌감을 즐기고 있었지만 품위를 갖춰야 했기 때문에 육신, 특히 오줌보가 터질 것 같아 고통 속에 있었다.
선글라스도 무슨 꼭 기모노 같았다.
불편하고 거북스러웠다.
지금 이 순간에 기모노가 떠오르는 것도 근거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지만 그 놈의 횡성수설 에서 기인되었다.
한창 한여름 폭염처럼 뜨거울 때 그 놈이 갑자기 여권 얘기를 해 급하게 여권을 만들어 일본으로 2박3일 떠났다.
기모노가 참 예뻐서 입고 싶다고 했더니 기모노의 유례를 소상히 설명했다.
물론 그 사람은 시험칠 마다 오답을 잘 적어 그 말도 오답으로 여겨 그렇게 귀담아 듣지 않았다.
기모노를 입는 나라는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부터 땅 따먹기를 즐겼다고 했다. 말하자면 전쟁을 무슨 어린 애들 전쟁 놀이만큼 했다고 했다. 그 부분은 전혀 틀린 말은 아니라고 지금도 생각하고 있었다. 최근의 정세를 보면 틈만 나면 끼어들려는 버릇은 그 시절의 전쟁놀이에서 기인되었다고 볼 수도 있었다.
그때 이놈이 말도 되지 않는 소리 중에 하나는 섬이 내려 앉아가고 있어 그들은 먼 미래를 위해 반드시 육지를 나올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시작한 전쟁이 이들에게 하나의 놀이라고 있다.
워낙 자주 즐기다 보니 인원이 부족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인원을 생산해야만 했다고 했다. 기모노는 이불도 담요도 아닌 허리며 엉덩이에 잔돌이 박힐 까 싶어 염려돼 땅바닥에 깐 거적이라고 했다. 그리고 기모노를 입은 여자들이 아장아장 걷은 이유가 아이를 생산해야 할 공장 직원들이 도망갈 까 염려돼 걸을 수만 있을 정도로 좁게 디자인을 해서 그랬다고 했다.
그 나라에 성이 많은 이유가 그렇게 생산된 전쟁용 병사들의 이름을 지을 때 잉태한 때와 장소를 집어넣어서 그렇게 많다고 했다.
아무런 근거도 없는 말을 횡설수설 쳐 죽게 다가 그는 기모노를 빌려와서 입히지는 않고 땅바닥에 깔고는 누우라고 하고는 허리 춤에 찰 베개 같은 것에 머리를 올리라고 했다.
아무튼 엉뚱한 놈이었다. 선글라스를 준 이유도 가만히 생각해보니 보스답게 보이라는 의미가 아닌 기모노처럼 엉덩이나 허리에 돌이 박히지 않게 하듯이 얼굴이 그들에게 박히지 마라는 의미 같았다. 하여튼 센스라고는 개 코만치도 없다고 생각한 놈이 그때부터 센스가 있었는데 몰랐던 것 같아 미안하기도 했다.
마음은 화장실로 꽁지에 불에 나게 뛰고 싶었지만 이미 보스의 품격을 갖춰버린 껍데기 탓에 뛰지도 못하고 약간은 기모노에 다리 전체가 둘둘 말려 싸인 걸음으로 화장실로 가다가 멈칫했다.
앞에서 신나게 달리던 차에서 내린 등치 큰 남정네들에게 손발이 닳도록 빌고 있는 남녀 중 하나를 자세히 보고는 그녀 옆에 다가가려다가 고개를 획 돌려 화장실로 못 본 척 총총 걸음으로 뛰어 갔다. 짐작 그대로 양아영의 공장이고, 또, 눈으로, 옛날처럼 양아영의 사욕의 실체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또 한번 실망을 했다.
도대체 네가 왜 그렇게, 이렇게? 묻고 싶지는 않았다.
아영의 실체는 그때 그대로였다.
급한 볼일을 마치고 다시 차로 가는 데 눈치 빠른 양아영이 연어에게로 달려왔다. 무릎을 꿇었다. 손바닥을 비볐다. 통쾌했다.
“한번만 용서해주십시오. 절대로 이런 짓을 하지 않겠습니다”
쫓아올 때는 깜짝 놀랬다. 동기인 줄 아는 줄 알았다. 아니었다.
“뭐해! 여기만 있을 거야?”
“예! 이사님! 차에 타 계십시오. 바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양아영. 그의 신랑인 강성호는 쇠고랑을 대신해 윤연어 회사의 쇠고랑이 아닌 귀속되는데 도장을 찍을 수 밖에 없었다.
인수를 마친 동원이가 차에 올랐다.
“부장님! 회사 하나 차리기 너무 간단하네요. 허허”
연어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만약에 수리가 왔으면 저 뒤에 눈물을 흘리는 년 때문에 절대 간단하지 않을 것이다. 연어는 동원이 건네 준 서류를 보고 있다.
‘포기 각서, 양도 각서 등등’
백미러 뒤로 멀뚱히 쳐다보고 있는 양아영이 보였다. 씁쓸했다.
그래도 한때는 친한 친구였는데 그의 가정을 풍비박산을 냈다는 죄책감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개운하지는 않았다.
보고 싶지 않았지만 시야가 계속 뒤 창 유리를 뚫으려고 했다.
아직도 무슨 미련이 남았는지 넋이 나가 차를 쳐다보고 있었다.
자칫 잘못 인정에 이끌려 차를 돌리라고 할 것 같았다.
휴대폰을 잠시 쳐다보다가 저장된 이름을 눌렀다.
바로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