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야전 전투병부터 시작한 작전본부의 전투 경험 많은 참모들이었고 자신은 그들 테이블 옆에서 목을 축여 줄 물이나 음료수나 커피를 올려다 주는 행정병도 아닌 비서도 아닌 자대배치 받기 전에 행정병 뒤에서 서서 차려 자세로 대기중인 이등병이었다.
“참! 수입하는 제품들이 2차로 무슨 제품을 생산하는지는 알지?”
이건 또 무슨 말? 얼른 한가지라도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아는 게 전혀 없어 숨이 꽉 막혔다.
“조만 간에 제품을 훔쳐간 회사들을 방문하라는 지시가 내려 갈 거야. 말하자면 인수 절차를 밟으려 가는 건데 그때 내가 젊은 친구 한 명을 보낼 거야.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마. 산전수전 다 겪은 소규모 사장들이 분명히 여자라고 무시하기 때문에 남자 직원과 대동해야 돼. 가기 전에 최우선으로 할 일은 찾아 갈 회사들이 너희 회사에서 판매한 원료로 무슨 제품을 만드는지 알아야 해. 그래야 그 사람들이 널 얕보지 않아. 알았지?”
잠시 미간 주위를 꼬집었다가 비틀었다가 쌩 난리를 치고는 퉁명스럽게 물었다.
“그걸 어떻게 알아? 오빠도 나도 화학과 출신이 아니잖아”
“야! 임마! 인터넷 검색해봐. 그럼 노하고 같은 과 출신인 나를 왜 귀찮게 했어. 이 놈 웃기는 놈이네. 내가 준 데이터들 당장 등기로 보내. 이거 완전히 물에 빠진 놈 건져 줬다니 내 보따리 내놔라 하는 거와 같잖아. 네 책상에 있는 거래처들 소개 책자는 전시품이냐? 한번이라도 훑어 본 적이 있어?”
더러운 성질머리가 또 나왔다. 고함을 왜 질러? 한대 걷어 차 버려! 자기가 무슨 연어인 줄 아나? 연어는 난데! 흥!
솔직한 연어 심정이었다.
귀청이 찢어지는 줄 알았다.
만약에 마주보고 있었다면 연어는 오줌을 줄줄 쌌을 것이다.
화가 났을 때 인상 하나만큼은 산적도 해적도 따라가지 못할 정도 험상궂은 인상을 가진 인간이었다. 성질머리도 바로 후회하고 사과를 하지만 바로 그 직전에 문제인 인간이란 사실을 훤히 잘 알고 있던 연어가 휴대폰을 귀에서 멀찌감치 두고 제 풀에 제가 꺾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만약에 마주보고 얘기했었다면 이런 질문은 절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맞아 죽었겠지만 다행히 휴대폰이라 대들 수 있었다. 기분 나빠서 열 받으면 비행기타고 오던가, 말던가, 지금 당장은 눈 앞에 없어서 마음 놓고 지시를 내렸다.
“콩알만한 회사에 소개 책자가 어디겠어? 오빠가 찾아서 보내줘. 오빠는 우리 회사 돈 받고 일하고 있잖아. 항상 주인 의식을 가지고 일을 해야지 내가 일감을 계속 주지. 어떻게 사소한 이런 것까지 내가 챙겨줘야 해. 알아서 하셔”
“이런! 낸들 어떻게 알아”
“그러면서 어떻게 우리 회사 일은 어떻게 처리했어? 대충 했다는 말이네. 그건 사기나 마찬가지지”
“야! 축구 경기 아나운서가 축구 선수 출신이냐? 계속 꼬투리잡기 말고 얼른 집에 가서 인터넷 뒤져 봐. 관련 사이트 많아”
“내려갈까? 혼자서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은데”
“오지마! 무서워”
“알았어. 찾아볼게”
“업체에 방문하면 사장들과 대면해서 독촉하는 일은 젊은 친구에게 맡기고 지켜보기만 해. 절대 나서지 말고. 알았지”
“그 정도는 나도 잘 알고 있으니 염려 마셔!”
박권태 회사에 도착할 무렵에 다음에 얘기하자고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그 사이 시시껄렁한 야한 농담도 하고 연어도 같이 맞장구를 쳐 주었다. 연어도 이제 경로당에 갓 들어온 신참 할아버지를 데리고 노는 고참 할머니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이 들면 여자들이 야한 농담을 더 많이 한다더니 딱 그 짝이었다. 조금은 가슴이 아려왔다. 아직은 아니던데.
“동원아! 이거 좀 봐”
그 동안 동원이가 조직폭력배의 행동대장의 틀에서 많이 벗어난 것 같았다. 나름대로 준비를 많이 했다는 표시가 나 뿌듯하기도 했다. 어느 대기업은 카리스마 넘치는 지성적인 부장 같았다.
“이제 형님이 한글은 읽을 수 있지? 어디 한 보자. 네가 얼마나 잘 가르쳤는지 한번 확인해야겠다”
책상에 앉아 열심히 키보드를 두드리던 보스, 권태가 소파로 와서 빙긋이 웃었다.
“방금 메일을 내가 보냈다.”
“와 우! 기특한데. 장족의 발전을 했어요”
한번 호탕하게 웃고는 수리가 내놓는 사업계획서를 꼼꼼히 검토를 하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회장님하고 통화했다. 이대로 추진하고 동원이 너는 이번에 윤부장을 잘 보필해야 해”
동원이가 고개를 갸우뚱하고는 수리와 권태를 번갈아 쳐다본다.
“회장님 회사에 계시는 부장이야. 여자고. 이 놈하고 각별한 사이니까 미모에 반해서 엉뚱한 상상은 하지마. 나이가 있어도 웬만한 아가씨들도 못 따라가”
수리가 빙긋이 웃고는 동원이 옆에 바짝 다가가 앉아 일일이 설명을 해주고는 가지고 온 병을 꺼내 병 뚜껑을 열고는 동원이 코에 대 준다.
‘욱! 욱! 콜록! 콜록! 욱! 욱!’
밖으로 바로 달려 나간다. 수리가 빙긋이 웃으며 병을 권태 코에도 내밀고 권태가 죽을 인상을 쓰고는 고개를 획 돌리고는 동원이와 같이 욱욱 댄다.
“야 임마! 자꾸 장난칠래. 이건 살인 행위야”
잠시 뒤 동원이 눈이 발개져 들어왔다. 콧물 눈물도 범벅이 돼 있었다.
“다 올려 냈냐?”
“예! 어휴! 죽는 줄 알았네. 다 토해 냈어요. 형님! 이게 뭡니까? 처음엔 향긋한 것 같았는데 코 속으로 냄새가 넘어 가고는 바로 구역질이 나고 머리가 핑 돌아가던데요. 그 냄새 정말 고약하고 더럽네요”
수리가 다시 자세를 바로 고쳐 앉아서 서류에 적힌 글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설명을 한다.
“이 글씨 있지? 이게 이 화물 이름이야. 이 화물 때문에 너희 회사가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어. 앞으로 네가 관리해야 하고”
이해가 잘 가지 않는지 눈살을 찌푸려 한참을 생각하더니 그제서야 콧방귀를 툭 친다.
“이해가 되네요. 이거 빼돌려서 성장시켰다는 말이네요. 이건 순 도둑질이죠. 저는 주먹질은 잘 해도 이런 도둑질은 못해요”
그때 권태가 동원에게 가까이 오라고 하고는 머리를 숙이라고 한다. 어떤 응징이 올지 뻔히 아는 동원이지만 감히 항거를 하지 못한다. 여긴 기업이긴 하지만 이익창출의 방법과 과정에 타 기업과 다르게 맹목적 복종이었다.
“억!”
썩어도 준치라고 권태 주먹이 아직 살아 있었다.
“이놈아! 그럼! 지금하고 있는 일은 뭐냐? 계속 주먹질하래? 자식이 전업시켜주려고 하는데 말이 많아”
세차게 강타당한 대갈통이 아픈지 한 손으로 머리를 계속 긁적여 쓰다듬고는 빠른 눈치를 가진 행동 대장답게 진도를 몇 발짝 더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