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 있는 보세 장치장의 이영재에게 물어 보았지만 오히려 후회만 가져 왔다. 이영재는 하나의 공구에 불과했다. 오히려 약점만 하나 더 추가한 셈밖에 되지 않았다. 그렇게 고민을 하던 중에 자신이 그 동안 얼마나 우둔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여보! 당신! 김경일이 알지?”
양아영의 인상이 바로 찡그려졌다. 눈알도 발갛게 변하고 있었다. 강성호는 뚫어지게 쳐다보며 대답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기대했던 대답은 나오지 않고 의심을 일으킬 말만 지껄이고 있었다.
“그 새끼는 당신이 어떻게 알아요? 학교 얘기하지 마세요”
지금까지 단 한번도 아내는 학창 시절에 대해 얘기한 적이 없었고 강성호 본인도 마찬가지였다. 사업을 하면서도 부부간에 소소한 얘기를 할 겨를도 없을 만큼 바쁘게 살아왔다. 쉽게 말하자면 아내에게 무관심했고 같이 일을 하면서도 아내는 경리며 총무며 전화 벌고 받는 직원에 불과했다.
양아영도 마찬가지였다. 신랑이 소공장 사장이라고 남들과 다르게 산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오히려 신랑을 일일이 도와야만 하는 피곤한 삶을 살아왔다. 낮에는 신랑 공장에서 업무를 보고 밤에는 평범한 주부였다. 김경일에 대해서도 무관심했다. 학창시절에 그 사람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었고 마주보고 말을 주고 받은 적도 열손가락 안이었다. 단지 그 사람이 수리라는 사람의 눈밖에 났다는 것 말고는 그 사람에 대해 아는 건 하나도 없었다. 그 사람이 무슨 이유로 그들 패거리서 눈밖에 났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사람은 안다. 정수리. 그리고 그 옆에 찰거머리도 안다. 윤연어.
졸업하고 이 두 사람에 대한 소식은 단 한번도 들은 적이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양아영은 그 둘 뿐만이 아니라 그 둘로 인해 다른 동기나 선배들 근처에 갈 수가 없다.
정수리란 사람이 자기를 강간하려 했다고 소문을 퍼트렸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정수리뿐이었고 곧 거짓임이 탄로났다.
윤연어도 얼굴 들고 볼 수는 없었다.
그 사람 곁에서 떼어내고 싶어 그날 원맨쇼를 했다. 그 친구가 그의 자취방에 오는 시간에 맞춰 그 자취방에 가서 발가벗고 샤워를 했다.
그때 둘이 손잡고 같이 들어왔다. 하나는 성공했다.
둘 사이를 갈라놨다.
그런데 그게 목적은 아니었다.
그 후로 양아영은 그들에 대해서는 두말하면 잔소리고, 그들과 친했던 하지 않았던 동기뿐만 아니라 선후배들에게도 거리감이 생기게 되었다.
그들이 멀어진 게 아니고 양아영 본인이 다가갈 수 없었다.
한편으로는 억울한 부분도 있었다.
그 당시에 그 사람 자취방에서 샤워뿐만 아니라 잠을 자지 않은 남녀 선후배와 동기는 거의 없었다. 그의 자취방은 옛날 시골의 사랑방이고 지금의 노인정과 같았다.
양아영은 그때 자신은 한 마리 바퀴벌레였다고 결정지어 버렸다. 본인이 저지른 거짓은 자신을 박멸시키는 하나의 살균제였다.
양아영은 지난 날의 후회가 밀려와 정신이 분산되는 것만 같았다.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불안했다. 한 가정에 축복과 불행은 동시에 오는 건 맞는 것 같았다.
경솔했던 과거의 과오가 다시 세상에 나타나 가십거리로 그때는 교정주위였지만 지금은 전국구가 될 것만 같았다. 물론 신랑 귀도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쥐구멍만 떠올랐다.
신랑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안절부절 하는 경향이 자주 눈에 띠였지만 양아영은 이유를 묻지 못했다. 아직 떨어지지도 않은 발등에 불을 끄기에 급급해 있어 신랑의 고민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양아영의 남편인 강성호는 아주 경솔했던 전화에 후회를 하고 있다.
보세장치장에서 교대근무를 하는 이영재를 딱 한번 만났다.
그러나 한번 만난 자리치고는 많은 돈이 지갑에서 빠져 나갔다. 그 자리에는 고동우가 있었다. 처음에는 고동우를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다.
등치와 다르게 가벼워 보였고 알면 알수록 처음에 느낀 그 이미지 그대로였다. 처음 실수를 한 건 고동우의 사근사근한 품행이 그의 본성인 줄 알고 덥석 이영재와 비싼 술집에서 형님 동생 사이가 된 것이고 두 번째는 벌어졌던 일에 대해 소상히 알고 싶어 이영재에게 전화를 한 것이었다.
버려도 될 한낱 소모품에 불과한 공구에 손을 댄 것과 같은 큰 실수를 했다.
터질 봇물에 개울물을 추가시킨 꼴이나 다름없었다는 자책을 하고 있다.
양아영은 남편보다 더 불안해 하고 있다. 첫 번째 불안은 신랑과 같았다.
신랑이 불안해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동참을 했기 때문에 잘 알고 있다. 신랑은 고동우 라는 작자를 알기 훨씬 이전부터 그런 작자들과 밀거래를 해서 이 업종에서는 나름대로 중견 기업에 속할 정도로 성장을 시켰다.
그 밀거래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회사가 고동우의 회사였다. 만약에 고동우의 욕심이 과하지 않고 신랑과만 밀거래를 했으면 이런 불안은 아예 없었을 것이다.
지금 불안을 부추긴 또 한 사람은 김경일이다.
하필이면 그 놈이 그 김경일인지는 꿈에서도 몰랐다. 만약에 알았다면 경쟁관계인 그 회사를 함몰시켰으면 시켰지 이런 밀거래에 같이 동참하는 입장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 모든 중심에는 고동우의 노략질이었다. 과거에 김경일이가 윤연어와 정수리 사이를 노략질 하듯이 고동우가 그런 노략질을 하고 있었다.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본인도 그 중심에 있었다.
양아영에 대해 정확히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는 모른다.
같은 과 다른 후배 여학생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그를 대했지만 그는 뭔가는 달랐다. 사람을 헷갈리게 했다는 말이 맞을 것 같았다.
간 쓸개라도 다 줄 것처럼 사근거리고 접근해 어느 정도 파악이 끝났다고 판단해 영양가가 없다 싶으면 또 다른 부류에 다가가 똑 같이 했다는 기억밖에 없었다.
여기저기 접근해 과 일을 위해 나서기는 좋아했지만 줏대가 없었다고나 할까?
조금 더 목소리 큰 남학생 옆에서 알짱거렸다고나 할까?
그게 가장 큰 문제였던 것 같았다. 여자로써의 매력이라고 하면 남자는 당연히 성적으로 결부시켜 판단을 한다.
아영은 전혀 그런 매력은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여기 붙었다 저기 붙었다 하는 짓에 남학생들의 질투를 유발시키는 아주 나쁜 면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었다.
학과던 어떤 단체던 리더던 조력자던 어떤 주관이 있어야 하는데 그는 그런 역량이 부족한 것 같았다.
리더나 조력자 역할을 실수를 거듭하는 초등학생 같기도 했다.
어찌 보면 양아영의 간과 쓸개를 다 빼 줄 것처럼 알랑방귀를 귀는 짓이 학과 친구들의 교류를 와해시켰다고 봐도 될 것 같았다.
그건 그가 나빠서가 아니라 인간관계에 있어서 교류에 대한 판단하는 능력이 부족했다고 여기고 싶었다. 상황에 맞게 목소리 큰놈에게 다가가 웃고 살랑거리고 짓을 그는 하나의 미덕으로 여기고 있었다.
인간은 어떤 부류던 패거리가 있고 그 패거리는 영원하지도 않는데 그는 영원한 줄 알고 당시의 그들 분위기에 심취돼 다른 패거리의 험담에 양념을 뿌렸다.
그 양념이 어떤 맛인지 다른 패거리에게 다른 전달되는 지를 전혀 모르는 그런 무식한 면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그 양념을 뿌렸던 패거리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편히 어울리는 사람들과 다른 사람들과는 생각에 차이가 있다는 걸 그는 망각하고 그가 속한 사람들의 의견이 전부 옳은 것으로 잘못 판단한 무지의 소산물로도 볼 수가 있었다.
그건 주위에서 흔히 볼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