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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왕좌의 조건
작가 : raloralo
작품등록일 : 2016.9.15


아버지가 죽은 후
떠돌이 소금장수로 전락한 우불이 왕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입니다.

 
4. 행복한 도망자 -2
작성일 : 16-09-21 19:05     조회 : 418     추천 : 0     분량 : 5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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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한 도망자 2

 

 

 

  돌고의 안내로 대청에 앉은 창조리는 찻잔을 집어 들었다. 돌고는 달라진 것이 없었다. 돌고는 따뜻한 사람이었다. 칼을 들을 때도 칼날이 내뿜는 살기가 싫어 고개를 돌리는 사람이 돌고였다. 사람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계루부라는 특권을 내세워 함부로 대할 법도 한데 돌고는 그런 적이 없었다. 창조리는 옛날과 같은 얼굴로 앉아있는 돌고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좋습니다.”

  “그런 것 같습니다. 얼굴도 밝으시고, 저는 제가 아는 분이 아닌 줄 알았습니다.”

  “그대는 어떻소?

  “저야 뭐, 그게 그 세월이었지요.”

  창조리는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대야 뭐 변할 것이 있나요, 항상 같은 사람인데, 그나저나 이게 얼마 만 입니까? 숙부들이 처형……”

  “육 년이 다 됐지요.”

 

 

  창조리는 돌고의 말을 막았다. 창조리가 돌고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일우와 소발의 처형장이었다. 왕제로서 계루부를 이끈 일우와 소발이 반란을 모의한 한 것은 4월이었다. 칭병을 핑계로 온천장에 조양(調養) 간 일우와 소발은 모반을 모의하였다. 일우와 소발은 상루가 국상에 임명된 것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 일우와 소발은 상루를 국상에 임명한 것은 실책이라고 하였다. 일우와 소발은 소노부가 국정을 농락하는 것을 볼 수 없다면서 반란을 일으키자고 했다. 사실을 보고한 것은 조양을 도운 지방관이었다. 상루의 명으로 일우와 소발을 살피던 지방관은 모반을 보고했다.

 

 

  “아우들이 반란을 모의했다는 말이냐?”

  “그렇습니다.”

  “아우들이 왜?”

  “소노부가 국정을 농락하는 볼 수 없다면서 바로 잡겠다고 하였습니다.”

  “이 놈들을……?”

 

 

  약로1)는 아우들이 반란을 모의하였다는 사실에 분노하였다. 약로가 분노한 것은 숙부들2) 을 지켜봤기 때문이었다. 일곱 살의 나이에 숙부들의 반란을 지켜본 약로는 충격을 받았다. 약로는 아우들이 숙부들과 같이 자신을 죽이려고 했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먼저 약로는 일우를 국상에 임명한다고 연락하였다. 일우와 소발을 유인하기 위한 것이었다. 계책대로 일우와 소발이 국내성에 들어오자 약로는 체포하였다. 약로는 제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일우와 소발의 목을 베고 그 목을 저잣거리에 메달아 백성들이 보게 하였다.

 

 

  창조리가 돌고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일우와 소발의 처형장에서였다. 그날 그 처형장에 앉은 돌고는 사람의 모습이 아니었다. 어깨를 축 늘어트린 채 앞 만 바라보는 것이 짚 덤불을 옮겨다 놓은 것 같았다. 지금 앞에 창조리 앉은 돌고는 더 없이 편안한 얼굴이었다.

 

 

 

  “사시는 데 불편은 없으십니까?”

  “지낼 만 합니다.”

  “대서를 하신다고 들었는데……”

  “장이 있다 보니까 여러가지 문제가 생기나 봅니다. 글자를 안다는 사실이 알려졌는지 한 두 사람 찾아오다 보니까 소문이 났다 봅니다.”

  "불쌍한 사람은 그냥 넘어가지 않는 것은 여전하군요."

  "제가요? 그냥 저는 제가 도와줄 수 있는 하는 것 뿐 입니다. 그런데 저는 무슨 일로 찾아오셨습니까? 그냥 저를 만나려고 찾아오실 분도 아니고……"

  창조리는 잡고 있는 찻잔을 내려놓았다.

  “대사자3) 의 소임을 다하려고 왔습니다.”

  “대사자라고? 그때는 군무를 봤던 것 같은데……?”

  “신성4)에서 군무를 맡고 있었습니다. 제가 임기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 고추가께서는 궁궐을 떠난 다음이었습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저는 왜……?”

  “왕의 명을 받고 왔습니다.”

  “왕의 명이라고요?”

  돌고는 찻주전자를 들다가 내려놓았다.

  “왕께서는 탄신 연에 아드님과 함께 참석하기를 바라고 계십니다.”

  “탄신 연에요?”

  “왕께서는 아우와 조카가 보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제가 갈 곳은 아닌 것 같습니다.”

 

 

 

  창조리는 찻잔을 집어 들었다. 돌고가 궁궐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창조리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리 유약하다고 하나 돌고는 계루부였다. 때때로 나타나는 단호한 모습은 돌고가 계루부라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계루부가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것은 계루부를 지키는 것이었다. 그것은 계루부를 이어온 힘으로서 계루부라면 마땅히 지켜야 할 의무였다. 그런데 계루부에서도 계승권을 가진 왕자가 궁궐을 떠난 것이었다.

 

 

  “궁궐이 싫으십니까?”

 

 

  창조리의 질문에 돌고는 대답하지 않았다. 찻잔을 손에 쥔 채로 탁자 만 바라만 돌고의 얼굴에는 마주하기 싫은 것을 생각하는 자의 고뇌가 서려 있었다.

 

 

  “싫으냐고요?”

  “……”

  “거기가 어디 사람 살데 입니까?”

 

 

  돌고가 궁궐을 떠난 것은 환멸때문이었다. 돌고는 궁궐과 맞지 않는 사람이었다. 칼날이 내뿜는 살기가 싫어 고개를 돌릴 정도로 따뜻한 돌고가 궁궐과 맞을 리 없었다. 무엇보다 견디기 어려운 것은 암투였을 것이다. 죽고 죽이는 암투. 암투가 끊이는 궁궐은 돌고를 메마르게 하였다. 끊어진 실을 잇듯 위태롭게 이어온 생활을 버리게 한 것은 일우와 소발의 처형이었다. 돌고는 아우들이 형을 죽이려고 하고 형이 그 아우들을 죽여서 목을 저잣거리에 매다는 궁궐을 버린 것이었다. 돌고는 그 궁궐이 몸서리치게 싫었던 것이다.

 

 

 

  왕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돌고를 의심하는 것은 계승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안국군을 살해한 것도 그것 때문이었다. 왕은 안국군이 왕위를 노릴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왕은 안국군을 살해한 능력 때문이었다. 왕위를 위협할 만한 능력! 왕이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그것이었다. 한마디로 왕은 조금이라도 장애가 될 만한 것은 없애려는 것이었다.

 

 

 

  생각에 잠긴 창조리는 삐걱거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나무판자로 만든 울타리가 들썩거리는 소리였다. 창조리가 앉은 곳에서 사십 자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울타리는 연속적으로 들썩이더니 작은 구멍이 뚫렸다. 곧이어 그 작은 구멍으로 머리가 쑥 나왔다. 저자에서 무뢰배들에게 당하는 아이를 구해준 그 소년이었다. 창조리와 마주치자 소년은 엄지를 들어올렸다.

 

 

 

  “이제 오는 게냐?”

  소년이 걸음을 뗄 차라 돌고가 소리쳤다.

  “저자에 나가지 말라고 한 말을 잊은 게냐?”

  “아닙니다.”

  소년은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도 나갔다는 거냐?”

  “……”

  “네가 할 일이 무엇인지는 알겠지?”

 

 

 

  돌고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소년은 앉은걸음을 걷기 시작했다. 금세 마당에는 소년이 걸어간 발자국이 패이고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혔다. 소년은 흐트러지지 않았다. 앉은걸음을 걷는 것이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을 텐데도 흐트러지지 않으려고 하였다.

 

 

 

  “제 아들입니다.”

  “씩씩하군요.”

  “궁궐에 있었다면 저렇게 자라지 못했을 겁니다.”

 

 

  돌고의 말은 궁궐에는 발도 들이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왕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왕은 궁궐을 바라본다고 생각하였다. 궁궐이 돌고를 끌어당기고 있는 것이었다. 궁궐은 뱃사람들을 불러서 부딪치게 했다는 이야기 속의 그 바위처럼 돌고를 끌어당기는 것이었다.

 

 

  “초대에 응하지 않겠다는 말씀이군요.”

  창조리는 찻잔을 내려놓았다.

  “제가 갈 자리는 아닌 것 같습니다.”

  “왕은 고추가와 생각이 다릅니다.”

  “다르다니요?”

  돌고는 이마를 찌푸렸다.

  “고추가께서는 궁궐을 떠났다고 생각하십니다. 궁궐을 떠남으로서 궁궐과의 인연이 끝났다고 생각하시는 거지요.”

  “……”

  “그런데 왕은 고추가께서 궁궐을 바라본다고 생각하십니다.”

  “왜?”

  “모용외5)의 습격을 받은 일을 알고 계시지요?”

 

 

  왕이 모용외의 습격을 받은 것은 안국군이 죽은 다음이었다. 국내성이 불안하다고 생각한 왕은 신성으로 거처를 옮기려고 하였다. 방어체계가 구축된 신성이 안전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왕이 곡림에 다다랐을 즈음 모용외가 이끄는 선비족이 왕의 마차를 습격하였다.

 

  “왕은 그것이 내부의 소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내부의 소행이라면……?”

  “내부에서 사주했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정말인가요?”

  “그건 모르지요. 안국군의 죽음에 대한 불만이 많은 사람이 많으니까 정보를 흘렸을 수도 있겠지요. 문제는 그것 때문에 신경이 예민 하다는 겁니다.”

  “……”

  “이번 탄신 연에 고추가를 부른 것도 그것 때문입니다. 만약에 고추가께서 탄신 연에 참석하지 않는다면 그죄를 물을 겁니다.”

  "죄를 묻는 다는 건……?

  "무슨 짓을 할 지 모릅니다.

  창조리는 낮게 말했다.

 

 

 

 

 

 

  주석

  1) 서천왕의 이름.

  2) 예물과 사구의 반란을 가르킨다. 248년 동천왕의 아들인 예물과 사구는 중천왕이 왕위을 이은 것에 반발하여 반란을을 일으켰다.

  3) 남부대사자의 준말. 남부대사자는 왕명 출납 등의 행정업무를 맡는 관리을 일컫는 말이다.

  4) 신성은 두 개일 것으로 추측된다. 하나는 서천왕이 순시했다고 알려진 동북방의 군사 요충지이며 여기서 창조리가 근무한 곳은 서북쪽으로 신성이다. 나중에 안국군의 죽음으로 위협을 느낀 봉상왕 상부가 거처를 옮기려고 한 곳이다.

  5)중국 5호 16국 시대 전연의 시조. 모용외는 모용부의 대인인 269년 무용부의 대인인 모용섭귀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러나 모용섭귀가 죽자 모용섭귀의 동생인 모용내가 정권을 장악하고 모용외를 죽이려고 하자 요동으로 달아낫다. 그 후 모용내가 살해당하자 모용외가 대인으로 추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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