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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스페로 스페라
작가 : 윤슬YS
작품등록일 : 2018.12.13

뒤늦게 꿈을 찾아 떠난 이탈리아 여행길, 본의 아니게 첫 날부터 다 털렸다.
이 와중에 날 구해준 이 남자. 구세주일까, 아니면 웬수일까?

Lovely Cusine Romance.
욜로 욜로 하다 골로 간다고? 어떻게 알아? 가봐야 알지.
이젠 먹방 여행 로맨스다.
먹고, 여행하고, 사랑하라!

 
#07
작성일 : 18-12-20 10:26     조회 : 248     추천 : 0     분량 : 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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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7

 

 

 

 “커피?”

 “아, 네. 주시면 감사하구요.”

 

 아까의 호기와 용기는 다른 이의 모습이었던 것처럼 민희는 주춤주춤 다이닝룸의 의자를 빼서 앉았다.

 

 “민희? 이름이 민희예요?”

 “네. 그 쪽은 기욤 맞죠?”

 

 맞은편에 앉은, 아직은 앳된 구석이 보이는 남자를 향해 물었다.

 

 “네. 편하게 기욤이라고 불러요.”

 “우연치 않게 문 밖에서 들었어요. 엿들은 게 기분이 나빴다면 미안해요.”

 “아니에요! 구세주인데 사과는 무슨. 이 빚은 크게 갚을게요. 다시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줘요. 민희.”

 

 생글생글 웃는 모습이 뭐 이렇게 귀엽대. 이름도 기욤이더니, 완전 귀요미가 따로 없구나. 민희는 기욤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파리에서 온 유학생이며 조각을 전공한다고 했다. 공방에 나가지 않는 주말과 주중의 오전 시간에 이 곳, 스페로 스페라에서 파트타임을 뛰고 있다고. 그러던 와중에 경미한 교통 사고로 병원에 입원한 부모님을 대신해 한 달간 가게를 맡아야 해서 잠시 파리에 돌아가야 한다고. 곤란한 참이었는데 자길 살려준 셈이라 했다.

 

 “마셔요.”

 

 대화의 맥을 끊듯 남자가 테이블 위에 탁 소리를 내며 잔을 내려놓았다. 아, 귀여운 꽃돌이랑 심도 깊은 대화를 막 이어가려던 참이었는데. 게스트하우스 사장을 노려보려다 민희는 이내 마음을 접었다.

 

 단순 게스트하우스 사장에서 이제는 밥줄이자, 돈줄이자, 생명줄이니 싫어도 좋은 척, 두 손 싹싹 비벼 열심히 잘 보여야 할 사람이 된 탓이었다.

 

 “감사합니다.”

 

 소주잔같이 코딱지만 한 커피 잔에 커피가 담겨 있었다. 커피라고는 온 국민이 좋아하는 노란 봉지커피, 카페에서는 온갖 휘핑크림과 시럽이 잔뜩 뿌려져 있는 달달한 커피만을 고수하는 민희에게 낯선 이 커피의 정체는-.

 

 “에스프레소예요?”

 

 그럼 달리 뭘 주겠냐고. 무심한 시선의 눈동자가 대신 말해주고 있었다.

 

 맞다. 커피에 대한 사랑이 남다른 이탈리아 사람들은 에스프레소와 함께 아침을 시작한다고들 했지. 비행기 안에서 읽은 책자에 쓰여 있던 문구를 떠올렸다.

 

 ‘이 독약을 무슨 수로 마시지. 타준 사람의 성의를 생각해서라도 마시긴 마셔야 할 것 같은데.’

 

 늘 에스프레소만을 고집하는 회사 사람을 따라 한 모금 마셔보고는 미각을 잃는 줄 알았던 경험을 떠올렸다. 커피를 단 맛에 마시는 거지, 이 쓰디쓴 독약 같은 것을 왜 돈 주고 사먹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작디작은 잔을 감싸 쥐고 잠시간 망설인 끝에 두 눈을 질끈 감고 한 입에 커피를 털어 넣었다.

 

 “오. 민희. 피렌체에 어제 왔다더니 커피 마시는 방법을 아주 잘 아는 걸요?”

 

 어린 시절, 쓴 약을 먹을 때면 꾹꾹 숨을 참아냈던 것처럼 한동안 참았던 숨을 내쉬며 깊이 다시 들이켰다. 그러자 쓴 맛을 다 한 방에 잠재울 만큼 고소하면서도 아주 진한 커피의 향기가 코끝을 맴돌았다.

 

 “그, 그런가요?”

 “에스프레소는 한, 두 모금에 빠르게 마셔야 진가를 알 수 있대요. 방금처럼 향을 먼저 즐기는 건 필수고.”

 

 고민하느라 잠시 들고 있던 건데. 야금야금 고통을 나눠받느니 한 방에 끝내자는 의미에서 원샷한 건데. 꿈보다 해몽이라고, 기욤 덕분에 커피의 향과 맛을 즐기는 교양인으로 탈바꿈이 되었다.

 

 굳이 말을 할 필요가 있을까. 민희는 그저 씨익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탈리아 사람들이 왜 매일매일 마시는지 이해가 가죠? 저도 피렌체에 와서 커피 맛에 제대로 눈을 떴거든요. 레오가 내려준 커피가 한몫했지만요. 카페에서 사먹는 것보다 훨씬 맛이 좋아요.”

 

 묵묵히 커피 머신을 정리하는 남자를 돌아보며 기욤이 덧붙였다. 내리는 사람에 따라 맛의 차이가 크기도 한 거구나. 민희는 ‘레오’라고 불린 남자의 뒷모습을 힐끔 쳐다보았다.

 

 “그러게요. 많이 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부드럽고, 독할 거란 예상과 달리 깊고 끝맛이 달콤하기까지 하네요.”

 “그렇죠? 그래서 여기, 스페로 스페라의 에스프레소는 마치.......”

 “기욤.”

 

 별안간 들려온 남자의 목소리에 기욤이 하던 말을 멈추었다. 정리를 다 끝낸 건지 남자는 제 몫의 커피 잔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마치 뭐, 뭔데? 궁금하게 왜 말을 하다 말아?’

 

 뭐 싸고 안 닦은 것처럼 찝찝하게. 뒷말이 궁금했지만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 수가 없는 그녀는 호기심 어린 눈빛을 한 채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연초에는 꼭 돌아오는 거죠?”

 “네. 부모님도 그 전에 퇴원하신다고 하니, 늦어도 1월 초에는 돌아올 수 있을 거예요.”

 “알았어요. 잘 다녀오고, 부모님께도 안부 전해주고.”

 “고마워요. 레오. 그리고 민희. 다시 한 번 정말 고마워요.”

 

 그제야 제게 시선을 돌리며 다가오는 기욤을 바라보며 민희도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야말로 고마워요. 덕분에 살았어요.”

 “민희. 나 올 때까지 한국에 가지 말고 있어요. 돌아오거든 그 때 함께 Happy New Year 파티하기로 해요. 알았죠?”

 

 그래, 그래. 귀요미야. 뭔들 못하겠니. 애교 많은 연하남의 모습에 민희는 흐뭇한 듯 연신 미소로 답했다.

 

 그 말을 끝으로 바짝 다가선 기욤이 볼을 맞대는 바람에 민희는 숨을 들이켠 채 호흡을 멈춰버렸다. 양쪽 볼에 번갈아가며 뺨을 댄 뒤, 쪽 소리를 내는 프랑스식 인사 ‘비쥬’였다.

 

 ‘이거, 이거. 고개 잘못 돌렸다간 입술에 하겠네.’

 

 인사를 마친 후 다시 한 걸음 물러선 기욤의 얼굴을 바라보지 못한 채 민희는 짧게 숨을 골랐다.

 

 “그럼 모두들 1월에 만나요.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한쪽 팔을 번쩍 들어 흔들며 사라지는 기욤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 이내 손을 들어 같이 흔들어 주었다. 처음 해 본 서양식 인사에 가슴이 두근거리고 괜히 두 뺨이 발갛게 물든 것만 같았다.

 

 “앉아요.”

 

 기욤을 배웅하고 돌아온 남자가 제 몫의 에스프레소를 한 입에 마신 후 맞은편의 자리에 앉았다. 온오프 스위치라도 있는 건지, 전환 버튼이 따로 있는 건지 금세 한국말로 바뀐 그의 말이 이상하게도 낯설었다.

 

 “기욤은 워낙 사교성이 좋아서. 웬만큼 친한 사이가 아니고는 그런 인사는 하지 않으니, 혹시라도 나한테나, 손님에게는 하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그런 말을 하면서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하는 남자를 바라보며 민희는 인상을 구겼다.

 

 ‘뭐래. 잘생기고, 어리고, 귀여운 연하남이 해주니까 그런 거지. 너 같은 싹퉁 바가지랑? 착각도 그 정도면 병이다, 병.’

 

 두 뺨을 식히느라 부채질하던 손을 내려놓으며 절로 치솟는 짜증을 목구멍으로 밀어 넣었다.

 

 “걱정 마세요. 그럴 일 절대 없어요. 절대!”

 

 인생사 새옹지마. 살면서 절대란 말은 절대 하지 말라고들 하지만, 내가 네 놈이랑 비쥬든 뭐든 살을 맞댈 일은 없을 거다. 흥! 속으로는 콧방귀를 뀌면서도 민희는 알바 경력 4년, 직장 생활 7년, 11년의 사회생활 만렙답게 겉으로는 완벽한 미소를 그려보였다. 순도 100%의 가식 미소였지만.

 

 “제가 무슨 일을 하면 될까요, 사장님?”

 

 정식 직원은 아니지만 앞으로 최소 한 달간은 갑을관계가 분명하니 명확한 호칭으로 불러줄 참이었다. 맘에 들지 않는 걸까. 내내 무표정으로 일관하던 남자의 미간이 설핏 찌푸려졌다.

 

 “레오나르도. 그냥 레오라도 불러도 됩니다.”

 

 레오나르도? 나보고 한국의 레오나르도쯤 되냐고 운운하더니. 지는! 이름 자체가 그런 주제에. 왠지 모르게 짜증이 치밀기도, 어이가 없어 웃음이 터질 것만 같았다.

 

 ‘레오나르도의 환생이야, 뭐야. 웃겨.’

 

 민희는 씰룩거리는 입가를 붙잡아매며 답했다.

 

 “네. 레오나르도.”

 

 명색에 친분이 없는 갑을관계에 친근한 호칭은 안 될 말이지. 그러면서도 어린 시절 이름으로 친구들을 놀리는 기분이 들었다.

 

 “하. 그냥 레오라고 불러요. 꼭 그렇게 불러요.”

 

 표정이 없던 남자가 미간에 깊은 주름을 새기며 얼굴을 구겼다. 단호한 그의 목소리에도 장난기가 발동한 그녀는 왠지 레오나르도 내지는 사장님이란 호칭을 쓰고 싶었다.

 

 “월요일을 제외한 주중, 일요일에는 조식이 끝나는 아침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1층 로비와 2, 3층 객실 청소를 맡아주세요. 청소도구는 계단 아래 창고함에 있습니다.”

 “2시까지요?”

 “네. 체크인 전까지 객실 정비를 끝내달라는 의미예요. 쓸고 닦는 거야 잘 아실 테고, 시트는 따로 요청이 있을 경우 갈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체크아웃 후 하면 됩니다.”

 

 평생을 집에서 등하교, 출퇴근을 했던 그녀였다. 제 방 청소는 해봤어도 이불 커버를 갈아 끼운 경험은 전혀 없었지만 민희는 일단 오케이부터 외치고 보았다.

 

 “하나만 기억하면 돼요. 체크인 하기 전, 처음 방을 보았던 그 상태 그대로 다시 세팅하면 된다는 것.”

 

 극도로 피로한 상태에서도 방이 참 깔끔하다는 인상을 받았던 지난밤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래, 까짓 거 해보자고.

 

 “네. 알겠어요.”

 “주중에는 2시까지 일하는 대신 토요일과 월요일에는 일이 많아서 풀타임이에요. 그리고 주말에는 파비오라는 친구도 함께 일할 겁니다. 페이는 기욤이 받은 것보다 좀 적은 대신 잘 곳과 식사를 무료로 제공해줄게요.”

 

 숙식과 더불어 비행기 값과 피렌체를 관광할 비용이 한 큐에 해결되는 것이니 이 정도면 감지덕지였다. 더군다나 주중에는 오후 2시까지라고?

 

 “월요일을 제외한 평일 오후 2시 이후에는 그럼.......”

 

 다시 한 번 확답을 받기 위해 물었다.

 

 “좋을 대로 하세요.”

 

 그리고 원하는 답을 얻었다. 역시 죽으란 법은 없구나. 예아! 민희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아. 주중에 퇴근 시간을 넘겨 가끔 도움이 필요할 때가 있을 수도 있어요. 아주 간단한 심부름 정도.”

 “아유. 열 번이고, 백 번이고 할게요. 심부름 정도는!”

 “그리고 4층은 파비오가 청소할 거고, 5층은 내 개인 공간이니 올라오는 일 없도록 조심하세요.”

 

 네네. 아무렴요. 댁 공간에는 갈 일도 없고, 청소할 곳이 줄어든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요.

 

 “그럼 언제부터 일을 시작하면 될까요?”

 “곧 있으면 10시니, 오늘부터 바로 시작하면 되겠네요.”

 

 하하하. 맞는 말인데 이상하게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그토록 꿈꾸었던 첫 해외여행이 계획에도 없던 게스트 하우스 알바와 청소로 채워질 거라고 그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여행은 살아보는 거라더니 진짜 살아보게 생겼네.’

 

 기묘한 동거, 희한한 계약 관계로 맺어진 본격 피렌체 여행이 시작되었다.

 

 
작가의 말
 

 그럼그럼. 같이 살아봐야 정도 들고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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