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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스페로 스페라
작가 : 윤슬YS
작품등록일 : 2018.12.13

뒤늦게 꿈을 찾아 떠난 이탈리아 여행길, 본의 아니게 첫 날부터 다 털렸다.
이 와중에 날 구해준 이 남자. 구세주일까, 아니면 웬수일까?

Lovely Cusine Romance.
욜로 욜로 하다 골로 간다고? 어떻게 알아? 가봐야 알지.
이젠 먹방 여행 로맨스다.
먹고, 여행하고, 사랑하라!

 
#06
작성일 : 18-12-20 10:25     조회 : 249     추천 : 1     분량 : 48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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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6

 

 

 

 설치가 완료된 메신저 화면을 보며 민희는 두 번째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하나씩 하나씩. 천천히 하면 돼. 그럼 돼.’

 

 재빨리 메신저에 접속한 민희는 한국 시간도 확인하지 못한 채 정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있지. 이정아야. 나야, 나.]

 

 곧이어 들어온 메시지를 보며 아차 싶은 민희는 그제야 벽에 걸려 있는 시계를 확인했다. 피렌체는 밤 9시, 서울은 새벽 5시였다.

 

 [야. 지금 몇 신 줄이나 알아? 이것이 여행 갔다고 출근하는 사람 생각은 눈곱만큼도 안하지?]

 [미안, 미안. 깜빡했어.]

 

 하, 하하하. 한국가면 당분간 이정아는 만나지 말아야겠구나. 네가 그렇게 사오라던 크림은 구경도 못하고 가게 생겼는데. 욕을 세숫대야로 얻어먹을 분위기였다.

 

 [그나저나 잘 도착했어? 도착해도 한참 했을 시간인데 메시지 답도 없고 걱정했잖아, 이것아! 슬이한테도 메시지 보내. 이참에 신혼부부도 깨워버리게.ㅋㅋ]

 

 그래. 멀쩡히 게스트하우스에 들어왔으면 그런 장난을 쳤어도 백 번쯤은 쳤겠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있지. 이정아야.]

 [뭐, 왜. 사고 쳤어?]

 

 눈치도 빠른 년. 너는 메시지에서조차 불안의 숨결을 읽어내는 탁월한 재주를 지녔구나.

 

 [네가 발급해준 카드 있지. 그것 좀 정지해주고, 은행 계좌도 잠시 잠글 수 있나? 그럴 수 있으면 그렇게 해줘. 휴대폰도 도난 신고 좀 해주고. 그리고 슬이한테 전화해서 나 잘 도착했다고도 좀 알려주고 슬이한테 우리 집에 대신 전화 좀 해달라고 해줘. 잘 먹고 잘 살고 있으니 한국 들어가서나 연락하겠다고.]

 

 게스트하우스에서 노트북 사용하는 거야 일도 아니겠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모든 것이 눈치가 보이는 민희는 용건을 한꺼번에 주르륵 쏟아냈다.

 

 [뭐, 뭐??????]

 [알겠지?]

 [뭐냐? 지금 이 말들은 다? 털렸냐, 털렸어? 가자마자? 내가 진짜, 못산다. 못살아. 아이고, 이 년아. 진짜. 내가 조심하라고 몇 번을 말했어!!!!!]

 [잔소리는 한국 가서 듣자. 나 오래 얘기 못해.]

 [지금 뭔데? 어? 어딘데?]

 [게스트하우스. 일단 걱정은 말고.]

 

 남자가 사라진 문 쪽으로 힐끔거리던 민희는 그 안에서 덜그럭거리며 들려오는 소리에 가시방석에 앉은 듯 더욱 눈치가 보였다.

 

 [부탁 좀 하자. 꼭이다. 알았지?]

 [알았어. 걱정되니까 시간될 때마다 생존신고는 해. 시간 아무 때나 상관없으니까.]

 [응응. 나 메신저 끈다!]

 

 서둘러 메신저를 종료한 민희는 때맞춰 나타난 남자의 등장에 엉거주춤 자리에서 일어났다.

 

 “잘 썼어요. 감사합니다.”

 

 꾸벅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넨 후 2층으로 향하려던 찰나, 민희는 제 귀를 의심하며 남자를 돌아보았다.

 

 “오세요. 간단히 먹을 걸 좀 만들었어요.”

 

 응? 나보고 한 말인가? 저 싹퉁 바가지가 지금 밥을 줄 테니 따라오라고 한 건가? 믿을 수가 없어 손가락으로 제 몸을 가리킨 채 민희는 두 눈만 끔벅거렸다.

 

 “네. 그 쪽이요.”

 

 어느새 나왔던 문 안으로 도로 사라진 남자의 뒤를 주춤주춤 따라간 민희는 눈앞에 놓인 음식에 속으로 깊은 탄식을 삼켜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크림 리소토. 치즈와 버섯이 하얀 눈이 온 것처럼 내려앉은 리소토였다.

 

 “드세요.”

 

 어안이 벙벙한 듯 자리에 앉은 민희는 갑작스런 친절이 의아했다. 뭐지, 먹고 꺼지라는 건가. 독이라도 탄 건가.

 

 “아무 것도 안탔어요. 먹을 만 할 겁니다.”

 

 뚫어져라 살펴보는 제 태도를 보고 알아차린 건지. 저 푸른 눈은 속마음을 읽어내는 힘이라도 있는 건지. 민희는 이어지는 말에 어색한 듯 웃어 보였다.

 

 “하하, 그런 게 아니고. 지불할 돈 같은 거 없는데.”

 

 아, 10유로가 아직 주머니 속에 있긴 하구나. 유인함보관소 아저씨와 대신 얘기하며 남자가 직접 지불한 덕분에 그가 준 한 장의 지폐가 고스란히 지켜지고 있었다.

 

 ‘설마 이 돈 다시 달라는 건 아니겠지.’

 

 구차하지만 별 수 없었다. 지금 제게 10유로면 억만금의 돈과 같았으니.

 

 “그림. 아까 그 그림 주세요. 이 리소토 값으로 그 정도면 될 것 같네요.”

 

 예술의 도시라고, 욕도 참신하게 하는구나. 내 그림이 고작 이 리소토 의 가치밖에 안 된다는 소리인가. 스푼을 들려다 말고 민희는 맞은편에 서 있는 남자의 얼굴을 노려봤다.

 

 “서툰 것이 가치가 없는 건 아니란 그 쪽 말처럼, 제 음식 역시 값싼 싸구려는 아니니까요.”

 

 그의 말에 반박할 여지가 없었다. 제 그림이 평가 절하된 것에 기분 나빠했으면서 그의 리소토를 고작이라는 말로 무시한 건 마찬가지였으니까.

 

 더군다나 고소하게 올라오는 냄새에 이미 온 몸이 흐물흐물 녹아내릴 만큼 눈앞의 음식은 그 가치가 어마어마했으니까.

 

 “죄송해요. 잘 먹겠습니다.”

 “다 먹은 그릇은 물로 헹궈 싱크대 옆 식기세척기에 넣어주세요. 냉장고에 달걀, 과일과 각종 치즈, 그 옆 바구니에 빵은 항상 준비되어 있으니 그건 마음대로 드셔도 됩니다. 그럼 드시고 쉬세요.”

 

 거실 겸 로비로 이어진 문으로 사라지는 남자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민희는 음식 냄새를 맡고 요동치는 꾸르륵 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후후 불어 한 입 가득 넣자마자 부드럽게 입안을 감싸 안는 크림, 온 몸 전체로 따스한 기운이 찌르르 퍼져 나가는 느낌이었다.

 

 “하, 맛있다. 엄청 맛있네. 대박.”

 

 일부러 더 부드럽게 만든 건지 몇 번 씹지 않아도 후루룩 넘어갈 것만 같은 식감, 종일 추위와 걱정으로 떨었던 몸과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주는 맛이었다.

 

 “싹퉁 바가지 주제에. 요리는 되게 잘하나 보네. 요리 실력은 인정.”

 

 살면서 먹어본 리소토 중에 단연 최고라고 할 만큼 맛있는 리소토였다. 단순히 허기를 채워준 음식이라기보다 따뜻한 위로가 되어준 음식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나는 이 도시와 참 맞지 않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이게 뭐라고, 이 단순한 음식이 이렇게 혀에 착착 감기는지. 민희는 쌀 한 톨도 남김없이 말끔히 접시를 비웠다.

 

 길고 긴, 고단한 하루의 끝이었다.

 

 

 

 ***

 

 

 

 “으, 으아. 윽.”

 

 두 팔을 머리 위로 끌어 올려 힘껏 기지개를 켰다. 껌뻑 껌뻑, 천천히 감았다 밀어올린 눈꺼풀 사이로 익숙하지 않은 모습들이 들어왔다. 새하얀 천장과 반짝이는 샹들리에.

 

 샹들리에? 웬 샹들리에? 아아....... 맞다. 어제 피렌체에 왔지. 그리고 미켈란젤로 언덕에 갔고, 야경이 엄청 났어. 홀랑 털리는 것도 모를 만큼....... 그리고 어느 나라 사람인지 알 수 없는 까칠한 게스트하우스 사장도 만났고. 캐리어를 같이 찾아주고도, 얻은 점수를 말로 다 까먹을 그런 인간이었지. 뭐, 리소토 하나는 끝내주게 잘하는 사람이었지만.

 

 “우왁. 으으으. 하아.”

 

 가슴팍 위로 번갈아가며 다리를 끌어올리며 정체 모를 신음 소리를 냈다. 부은 발과 알이 단단히 밴 다리를 보니 족히 이만 보는 걸었을 게 분명했다.

 

 덕분에 꽤나 절망적인 상황에서조차 한 번도 깨지 않고 이렇게 푹 잤으니, 그건 또 그것 나름대로 얻은 게 있는 걸까. 하루 만에 시차 적응이 끝난 느낌이었다.

 

 오늘은 뭐하지. 돈이 없으니 당장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 입장료를 살 돈이 없으니 두오모도, 우피치 미술관도 갈 수가 없다. 그토록 먹고 싶었던 피자와 파스타도, 젤라토도 모두 모두 안녕이다.

 

 사그라졌던 분노가 다시금 살아난 민희가 두 발을 구르며 이불을 걷어찼다.

 

 “마주치기만 해봐. 진짜 죽여 버릴 테다. 이 개늠시끼!”

 

 하, 기운 없어. 아침부터 발길질과 고함으로 남은 기운을 몽땅 써버린 민희가 힘없이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앉았다.

 

 “아, 배고파. 이런 상황에서 배는 왜 자꾸 고프냐.”

 

 떠나야 하는 데드라인이 다가오건 말건, 주인은 돈이 없어 거지가 됐건 말건 배는 제 알바 아니라는 듯 아침부터 요동을 쳤다.

 

 바닥에 입을 벌리고 널브러져 있는 캐리어, 그 위로 가득 챙겨온 컵라면이 눈에 띄었다.

 

 “냄새 난다고 뭐라고 하려나.”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하거든 각 나라에서 온 사람들과 친해질 요량으로 욕심내 들고 온 소중한 비상식량들이건만 까칠한 게스트하우스 사장 때문에 왠지 꺼내보지도 못할 듯싶었다.

 

 「냉장고에 달걀, 과일과 각종 치즈, 그 옆 바구니에 빵은 항상 준비되어 있으니 그건 마음대로 드셔도 됩니다.」

 

 지난 밤, 쌀쌀맞고 무심한 듯 툭 던진 남자의 말이 생각난 그녀는 주린 배를 움켜쥐며 몸을 일으켰다. 민망함과 배고픔 중 강력한 우승 후보는 아무래도 후자인 모양이었다.

 

 흐트러진 침구를 대충 정리하고 욕실로 향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어제의 제 모습은 참담 그 자체였다. 기나긴 비행 후 씻지도 못한 채 언덕을 오르고 도둑을 찾아 헤매느라 산발이 된 머리, 개기름으로 번들거리던 피부, 턱 끝까지 내려온 다크서클까지.

 

 깨끗이, 단정하게 갖춰 입고 다시 부탁을 해 보자. 샤워를 하며 다짐에 다짐을 거듭한 민희는 준비를 마친 거울 속 제 모습을 한 번 더 확인 후 1층으로 향했다.

 

 ‘숙박객이 나밖에 없나. 다들 이미 나간 거겠지?’

 

 어젯밤만큼이나 조용하고 고요했다. 어제는 눈에 잘 들어오지 않던 실내 모습이 그제야 하나둘씩 보였다.

 

 가운데 놓인 커다란 테이블과 창가 앞에 놓인 패브릭 소파들. 거실 한 편에 위치한 벽난로 위로 투숙객들이 붙여놓았을 법한 온갖 사진들이 보였다. 마치 이곳에 묵는 사람들의 만남의 장 같은 느낌이랄까.

 

 아무도 없을 때 얼른 요기하고 나갈까 싶어 두리번거리며 키친을 향해 가던 그 때, 문 안쪽에서 웅성웅성 말소리가 들려왔다.

 

 “하, 기욤. 이렇게 갑작스럽게 말하면 굉장히 곤란해요.”

 “미안해요, 레오. 파리에서 어젯밤에 연락을 받는 바람에. 제가 없는 한 달만 파비오에게 부탁을 하면 어떨까요?”

 “그건 힘들 거예요. 연말이라 파비오도 바쁠 테니. 크리스마스 전, 숙박객도 많아질 텐데 걱정이네요.”

 

 귀신같은 촉, 문에 귀를 대고 엿들은 대화의 요는 그랬다. 기욤이라는 직원인지, 알바생이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일을 잠시 하지 못하는 상황인데 대신 할 사람조차 없다는 것, 연말이 다가오면서 사람 구하기가 여의치 않다는 것.

 

 스페로 스페라! 하늘이 주신 기회였다.

 

 벌컥, 문을 열고 들어가며 민희는 한 손을 번쩍 들고 외쳤다.

 

 “제가 할게요. 그 알바!!!!!”

 

 

 
작가의 말
 

 손은 들고 봐야지~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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